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열린어린이 그림책 16
소르카 닉 리오하스 글, 최순희 옮김, 논니 호그로기안 그림 / 열린어린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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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4.12.

그림책시렁 1161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소르카 닉 리오하스 글

 노니 호그로기안 그림

 최순희 옮김

 열린어린이

 2007.7.13.



  제가 어릴 적 살던 집은 그리 넓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13평’이라지만 아마 ‘9∼11평’이었을 수 있는데, 설·한가위·비나리(제사)를 맞을 적마다 작은집 피붙이가 잔뜩 찾아와서 와글와글했어요. 이 조그마한 집에 어떻게 스물∼서른에 이르는 사람들이 며칠씩 머물며 잠들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인천 신흥동3가나 숭의4동 기찻길이 지나는 곁에 붙은 ‘한칸집’ 동무는 더 작은 ‘3∼4평’짜리 집에 예닐곱이나 여덟아홉이 다닥다닥 살아가곤 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은 “Always Room for One More”를 우리말로 옮깁니다. “언제나 한 사람 더 깃들 자리”쯤 될 테지요. 처음 이 그림책을 큰아이를 무릎에 앉혀 읽던 즈음에는 “가장 넓은 집”이라는 책이름이 어쩐지 안 어울린다 싶었어요. 이제 와 되읽자니 “한 사람 더 깃들 자리”라는 영어가 새삼스럽고, 누구라도 기쁘게 맞이하면서 즐거이 도란도란 수다꽃에 살림꽃을 피우는 하루를 사랑으로 들려주려는 이야기였다고 깨닫습니다. 우리는 오늘 어떤 곳을 집으로 삼는가요? 한 사람 더 깃들어도 되나요? 새랑 풀벌레랑 개구리랑 뱀이랑 오소리랑 고라니랑 멧돼지랑 꿩이랑 들꽃이랑 나무가 살며시 깃들 수 있나요? 새봄에 제비를 맞이할 처마가 있는 집인가요?


ㅅㄴㄹ


#SorcheNicLeodhas #NonnyHogrogian #AlwaysRoomforOneMor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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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ery Worst Monster (Paperback)
Hutchins, Pat / Greenwillow / 198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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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4.8.

그림책시렁 1219


《The Very Worst Monster》

 Pat Hutchins

 Mulberry

 1985.



  2023년 무렵, 우리 집 두 아이는 어머니 키를 넘었고, 아버지 키에 가깝게 자랍니다. 이런 두 아이를 바라보는 둘레에서는 “애들 다 키웠네.” 하고 말하지만, 저는 두 아이를 ‘키운’ 일이 없습니다. 언제나 두 아이하고 함께 살아왔을 뿐입니다. 바깥에서 본다면, 제가 집일하고 바깥일을 나란히 도맡으면서 두 아이를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놀리는 하루를 고스란히 누린 아버지라는 나날이겠지요. 이렇게 바라보곤 하는 눈길을 그러려니 하고 흘려보냅니다. 왜냐하면, 참말로 두 아이하고 보낸 모든 하루는 오롯이 몸이며 마음에 새겨지면서 어버이랑 어른이란 숨결로 거듭나는 길을 일깨우는 빛이었거든요. 《The Very Worst Monster》를 읽고 다시 읽었습니다. 팻 허친스 님은 누구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픈 마음을 이 그림책에 담았으려나 하고 곱씹어 보았습니다. 어린이가 읽기를 바라기도 했을 테지만, 어린이 곁에 있는 어른이 좀 읽고 생각해 보기를 바랐을 테지요. 삶을 딱딱하게 굴지 말라고, 하루를 따분하게 보내지 말라고, 아이 마음에 깃든 하늘빛을 바라보라고, 어른 누구나 속으로 뻗어가는 아이다운 얼을 늘 느끼라는 마음이라고 여깁니다. 훌륭해야 하지도, 가장 좋아야 하지도 않습니다. 서로 사랑으로 살면 돼요.


#TheVeryWorstMonster #PatHutchins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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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꿈은 뭐야? -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는 그림책
박희정 지음 / 꿈꾸는늘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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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4.8.

그림책시렁 1223


《아빠 꿈은 뭐야?》

 박희정

 꿈꾸는늘보

 2021.12.24.



  꿈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없이 언제나 꿈입니다. 사랑은, 나쁠 수도 좋을 수도 없이 늘 사랑입니다. 온누리 모든 꿈과 사랑은 크지도 작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훌륭하지도 않습니다. 꿈하고 사랑은 한결같이 푸르면서 파랗게 빛나기만 합니다. 《아빠 꿈은 뭐야?》를 되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빠’는 아이가 태어난 뒤에 달삯꾼(월급자)이 되었답니다. 숱한 사내는 집안을 꾸리려고 으레 돈을 버는 곳에 하루를 바칩니다. ‘집안을 지키려고 집밖에서 돈을 벌며 스물∼마흔 해를 가볍게(?) 보내’는 숱한 사내·돌이·아버지는 꿈을 키울 틈이 없다시피 합니다. 그저 ‘한몸 바쳐 집안이 아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맴돕니다. ‘아이가 크면 바깥일을 마치고 집에서 하루 내내 지내려는 마음’이 있는데 막상 나이를 먹으면 아무도 안 쳐다보곤 해요. 집을 떠나 돈을 벌기도, 집에 머물며 아이를 보기도, 나란히 고단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는 가시버시가 아이를 낳기 무섭게 쫙 갈라서듯 일을 해야 하는 듯 팽개쳐 왔고, 우리 스스로 이 틀에 길들었습니다.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아름답고 즐거울까요? 아들이라면? 딸이라면? 앞으로 어떤 꿈이 사랑으로 피어날까요? 이 대목을 좀더 못 짚고 끝내는 줄거리는 아쉽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으니

유치원에 보낼 서울로 가고

그 서울에 남아

학교에 보낸다는 줄거리로

무슨 ‘꿈’을 밝힐 수 있을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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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지의 선물 다산어린이 그림책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정숙경 옮김 / 다산어린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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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3.4.2.

그림책시렁 1174


《벤지의 선물》

 이치카와 사토미

 남주현 옮김

 두산동아

 1996.10.29.



  나라 어느 곳으로 움직이든 시골버스·시내버스를 타기에 그 고장 수수한 사람들 모습을 가만히 봅니다. 무엇보다도 그 고장 어린이·푸름이를 버스에서 지켜보는데, 한둘만 움직이는 아이들은 늘 아무 말이 없고, 손전화를 조용히 받습니다만, 셋이 넘어가면 시끄러울 뿐 아니라 막말이 끝없습니다. 그나마 큰고장·서울은 얌전한 듯한데, 시골버스에서 만나는 시골 아이들은 너덧이나 대여섯쯤 모이면 아주 막말판으로 떠들어요. 게다가 아무도 뭐라 안 합니다. 무리지은 철없는 아이들을 똑바로 보며 “너희가 읊는 모든 말은 너희한테 돌아간단다. 너희가 이 버스에서 마치 뭐라도 된 듯 읊는 막말은 바로 너희 마음을 갉고 깎는단다.” 하고 들려주면, 이 말을 하는 한동안은 입을 다물 뿐 다시 시끄럽습니다. 《벤지의 선물》을 모처럼 되읽었습니다. 어쩐지 혼자 게걸스러운 듯싶던 ‘털복숭이’는 털을 깎아내니 날씬하다지요. 옷을 짓는 털실을 어떻게 얻느냐를 상냥하게 밝히는 이 그림책은 ‘사나운 척 떠벌이 아이들’이 얼마나 허우대만 내세우는지 가볍게 타이르는 듯합니다. 오늘날 숱한 길잡이(교사)나 어버이(학부모)는 그대 아이들이 길과 버스에서 얼마나 막말질을 일삼는지 모를 테지요? 스스로 빛일 적에 빛을 받습니다.


#いちかわさとみ #市川里美

#PleaseCometoTea

#ベンジーのおくりもの

#ノラとくいしんぼうのひつじ


ㅅㄴㄹ



막말(욕)을 말끝마다 붙이면 뭔가 대단하거나 세다고 여기는 딱한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이 아이들은 혼자 있을 적에는 ‘어른’들 앞에서 끽소리도 못 하리라. 그들끼리 무리를 지어 길바닥이나 버스에서 시끄럽게 떠들 뿐이다.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골목 안쪽에 숨어서 담배를 태우는 이들을 타이르는 ‘어른’을 이제는 볼 수 없다. 아마 ‘무리지은 아이들’이 무서워 보일 수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이 무리지어 담배를 태우는 아이들 한복판을 말없이 가로지르거나 이 앞에 서서 “너희가 버리는 꽁초는 너희 주머니에 넣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렴. 이 골목에 너희가 버리는 꽁초는, 바로 너희 집에서 너희 방이나 마루에 쓰레기를 버리는 꼴하고 똑같아.” 하고 들려준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스스로 ‘어른’이라고 여긴다면, ‘무리를 지어 길에 침을 뱉거나 막말(욕)을 끝없이 읊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아이들’을 볼 적에 상냥하게 타일러 줄 수 있기를 빈다. 나무라거나 다그치거나 호통을 하지 말고, 나긋나긋 부드럽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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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텔레비전 베틀북 그림책 45
고미 타로 지음, 김난주 옮김 / 베틀북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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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4.2.

그림책시렁 1156


《신기한 텔레비전》

 고미 타로

 김난주 옮김

 베틀북

 2003.4.15.



  밤하늘을 바라보면 뭇별이 반짝이는 초롱잔치를 누립니다. 낮하늘을 올려다보면 물방울이 구름송이로 번지는 춤잔치를 즐깁니다. 별빛은 고요한 어둠길을 가로질러 이 땅으로 찾아옵니다. 물방울은 바다에서 출렁출렁 노닐다가 사르르 바람을 타고 날아오릅니다. 먼 옛날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하루를 읽었고, 들빛을 보며 오늘을 알았어요. 그러나 이즈막에 이르러 하늘이 매캐한 먼지로 가득하면서 밤에도 낮에도 하늘바라기를 하는 사람이 확 줄어듭니다. 손에 조그마한 판을 쥐고서 하늘보기를 아예 잊기까지 합니다. 《のはらのテレビジョン》은 1996년에 처음 나오고, 한글판은 《신기한 텔레비전》이란 이름입니다. 그런데 ‘のはら’는 ‘들·들판·들녘’을 가리킵니다. ‘놀라운(신기한)’이 아닌 ‘들에서 보는’ 보임틀(텔레비전) 이야기예요. 들판에 놓은 보임틀은 돼지코가 없습니다. 그저 놓고서 가만히 봅니다. ‘들녘보임틀’은 들빛을 담아내고 들꽃 같은 풋풋한 내음이 번지고 들바람처럼 싱그러운 살림을 펼칩니다. 그러고 보면 누구나 ‘손가락 찰칵이’가 있어요. 손가락으로 네모틀을 그려서 찰칵 찍으면 마음에 오늘 이야기가 깃듭니다. 셈틀도 손전화도 끄고서 마음밭을 열어 하늘빛과 들빛을 듬뿍 담아 봐요.


ㅅㄴㄹ


#五味太郞 #のはらのテレビジョン #GomiTaro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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