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듯이

 


  하늘을 날듯이 걷는다. 아니, 하늘을 날듯이 달린다.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날갯짓이다. 마음속에 품은 나비가 되려는듯이 사뿐사뿐 하늘을 난다. 네 앞을 가로막을 걸림돌이란 없다. 네 앞에 파인 수렁도 낭떠러지도 없다. 네 앞에는 오직 풀밭과 꽃밭이 있다. 너는 숲에 깃들어 노래잔치 빚는 멧새와 같이 맑게 이야기하고 밝게 웃는 어린이란다. 몸도 마음도 하늘을 날듯이 살아간다. 생각도 꿈도 하늘을 날듯이 춤춘다. 사랑도 믿음도 언제나 하늘을 날듯이 사뿐사뿐 가볍다.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찰싹

 


  두 아이를 아버지가 맡아서 재운 지 언제부터였을까. 곰곰이 돌아보면,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처음에는 엄마순이 엄마돌이였다. 어머니 곁에 찰싹 달라붙어야 잠드는 아이들이었다. 두 살 되고 세 살 되면서 차참 엄마순이 엄마돌이에서 벗어나, 아이들은 스스로 꽃순이 되고 흙돌이 된다. 새벽에 글쓰기를 마치고 조용히 두 아이 사이에 누울라치면 어느새 알아채고는 왼쪽 오른쪽에서 나한테 찰싹 달라붙는다. 얘들아, 여름에도 찰싹 달라붙으면 서로 더운데. 그래도 이 아이들 이렇게 아버지 품에서 새근새근 잘 자니 고맙다. 따스한 햇볕이 온누리를 골고루 안아 주듯, 너희들 마음도 따스하게 사랑을 꽃피우면서 꿈속에서 꽃날개 훨훨 펄럭이기를 빈다.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고양이 꽃신


 

  읍내로 마실을 다녀오려고 아이들 데리고 마을 어귀로 간다. 버스때에 늦었나 싶었지만, 군내버스는 으레 몇 분 늦게 오기 마련이라 안 놓친다. 큰아이는 “아버지 잠깐만 기다려 봐.” 하더니 마을 꽃밭에서 노란 꽃, 아마 금계국 같은데, 꽃송이를 똑 따서 군내버스에 오른다. 이윽고 읍내에 닿아 내릴 무렵, 어느새 큰아이는 노란 꽃송이를 제 신에 꽂았다. 어라, 네 신은 꽃신이네.


  “벼리야, 네 신 한번 사진으로 찍자.” “응, 고양이 꽃신이야.” 옳거니. 네 신은 고양이 무늬 들어갔으니까, ‘고양이 꽃신’이로구나. 한참 읍내를 ‘고양이 꽃신’ 신고 걷다가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 잠깐만 기다려 봐요. 내가 뭐 줄게요.” 하면서 제 신에 꽂은 노란 꽃을 뽑아 내 가방에 꽂는다. 쳇. 이제 꽃이 시들 만하고, 너는 가볍게 뛰어다니고 싶어 아버지한테 넘기는구나. 꽃을 주려면 처음부터 줘서 ‘꽃아버지’로 삼아 주어야 하지 않니. 4346.6.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6-19 04:58   좋아요 0 | URL
앗, '고양이 꽃신'.
벼리의 예쁜 행동도
'고양이 꽃신' 사진도 정말 좋네요~^^
노란 꽃을 단 고양이가 "야~옹~" 하는 것 같아요. ㅎㅎ

숲노래 2013-06-19 07:24   좋아요 0 | URL
저도 어릴 적에 우리 아이처럼 놀았구나 싶어요... @.@
 

두 손 부채질

 


  여름이 되며 아이들을 가끔 찬물로 땀을 씻겨 본다. 마당에 놓은 큰 고무통에 곧 물을 받아 아이들 물놀이를 시킬 만하리라 생각한다. 밤에 아이들 재우면서 두 아이한테 부채질을 해 준다. 하루에 두 차례쯤 물로 씻겨도 곧바로 뛰놀며 땀을 내는 아이들은 머리카락이며 얼굴이며 등판이며 촉촉하다. 자장노래 다섯 가락 부르면서 부채질을 한다. 왼손과 오른손에 부채를 하나씩 쥐고 부채질을 한다. 지난해 여름에도 이렇게 부채질을 했고, 그러께 여름에도 이렇게 부채질을 했구나. 아이가 셋이라면 혼자서 세 아이한테 부채질 해 주기는 어렵겠네 싶다.


  누워서 ‘두 손 부채질’을 하자면 팔을 엇갈린다. 왼손으로는 오른쪽에 누운 아이한테 부채질을 하고, 오른손으로는 왼쪽에 누운 아이한테 부채질을 한다. 아이들이 깊이 잠들 무렵, 한 아이씩 머리카락 쓸어넘기며 부채질을 한다. 머리카락 안쪽까지 스민 땀내를 살살 말린다. 날마다 땀 푸지게 쏟으며 무럭무럭 자라겠구나. 놀아야 아이답고, 놀 때에 구리빛 해말갛다. 4346.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이들과 함께 살기

 


  살아가면서 투덜거릴 일 있을까 헤아려 보곤 한다. 짜증을 내거나 골을 부리거나 싫어할 만한 일이란 한 가지조차 없다고 느낀다. 옆지기한테 짜증을 낸다든지 아이들한테 골을 부린다든지 나 스스로를 싫어한다든지, 이런저런그런 일 생길 까닭이 없다고 느낀다. 다만, 이제껏 짜증이나 골부림이나 싫증을 곧잘 터뜨리기는 했는데, 이래저래그래 터뜨리고 보면, 바보스러운 짓이네 하고 곧바로 깨닫는다. 모든 일은 다 까닭이 있어서 나한테 찾아오기 때문이다.


  옆지기가 ‘시골에서 살자’고 노래를 불렀기에 시골에 와서 살아가지만, 옆지기가 노래하기 앞서 나 또한 ‘도시에서는 아무래도 사람이 사람답게 못 살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이 도시를 벗어나 아름다운 시골에서 아름다운 삶 일구는 하루를 빛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큰아이가 세 살이 되던 해 옆지기가 문득 말했다. ‘그냥 시골에 가요’ 하고. 이 말을 듣고 퍼뜩 깨우쳤다. 그래, 그냥 가서 살면 되잖아. 그냥 가서 그냥 즐겁게 살고 그냥 사랑스럽게 꿈을 이루면 되잖아.


  집안일을 도맡는다. 아이 돌보는 하루를 온통 도맡는다. 아침부터 밤까지 눈코 뜨거나 감을 새 없이 보낸다. 집살림 꾸리자며 할 일이 있고, 글과 사진으로 돈을 벌어야 할 일이 있으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한테 삶을 물려줄 일이 있다. 이 모두를 어떻게 해야 즐겁고 예쁠까? 늘 생각하고 날마다 되뇐다. 아무리 몸이 고단하거나 지치더라도 스스로 목청 가다듬어 노래를 부르면, 노래를 부를 때부터 몸이 나아진다. 시골집에서 시골물 길어서 마시면서 생각한다. 이 물처럼 아름답고 좋은 물이란 없지, 하고. 이 물을 마시면 내 몸은 튼튼해지고 싱그럽게 빛나지, 하고. 참말 생각대로 삶이 이루어진다. 물만 마시더라도 몸이 맑게 거듭난다고 느낀다.


  아이들하고 스물네 시간 붙어서 지내느라 글을 쓸 겨를이나 사진을 찍을 틈이 없다고도 말할 만하다. 그러나, 조각조각 말미를 내면 글도 잘 쓸 만하고, 사진도 얼마든지 찍을 만하더라. 게다가, 아이들과 살아가며 느끼고 겪으며 돌아보는 이야기가 아주 많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집살림 도맡는 동안 외려 지난날보다 글을 더 빨리 더 많이 쓴다고 느낀다. 사진도 참 자주 많이 찍는구나 싶다. 이러면서도 지난날에 쓴 글이나 찍은 사진보다 한결 탄탄하며 예쁘구나 하고 느낀다.


  나는 아이들한테 빛을 물려주는 어버이로 살아간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 새로운 빛을 토닥이며 아끼는 삶지기 되어 함께 먹고 자며 논다. 이 땅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집안에서 한 시간이라도 더, 일 분이라도 더, 집살림 여미고 아이들하고 복닥인다면, 이 나라는 얼마나 아름답게 거듭날까 하고 꿈을 꾼다. 이 나라가 자꾸 엉망진창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까닭이라면, 지식인이고 ‘안 지식인’이고 모두,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려 하지 않고, 아이들을 감옥과 같은 시설과 학교와 학원에 돈을 들여 집어넣기 때문 아닌가 느낀다. 가장 사랑스러운 보금자리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틈을 내어 가장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 눈망울 바라보면서 노래를 불러 보셔요. 4346.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