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살기

 


  살아가면서 투덜거릴 일 있을까 헤아려 보곤 한다. 짜증을 내거나 골을 부리거나 싫어할 만한 일이란 한 가지조차 없다고 느낀다. 옆지기한테 짜증을 낸다든지 아이들한테 골을 부린다든지 나 스스로를 싫어한다든지, 이런저런그런 일 생길 까닭이 없다고 느낀다. 다만, 이제껏 짜증이나 골부림이나 싫증을 곧잘 터뜨리기는 했는데, 이래저래그래 터뜨리고 보면, 바보스러운 짓이네 하고 곧바로 깨닫는다. 모든 일은 다 까닭이 있어서 나한테 찾아오기 때문이다.


  옆지기가 ‘시골에서 살자’고 노래를 불렀기에 시골에 와서 살아가지만, 옆지기가 노래하기 앞서 나 또한 ‘도시에서는 아무래도 사람이 사람답게 못 살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이 도시를 벗어나 아름다운 시골에서 아름다운 삶 일구는 하루를 빛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큰아이가 세 살이 되던 해 옆지기가 문득 말했다. ‘그냥 시골에 가요’ 하고. 이 말을 듣고 퍼뜩 깨우쳤다. 그래, 그냥 가서 살면 되잖아. 그냥 가서 그냥 즐겁게 살고 그냥 사랑스럽게 꿈을 이루면 되잖아.


  집안일을 도맡는다. 아이 돌보는 하루를 온통 도맡는다. 아침부터 밤까지 눈코 뜨거나 감을 새 없이 보낸다. 집살림 꾸리자며 할 일이 있고, 글과 사진으로 돈을 벌어야 할 일이 있으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한테 삶을 물려줄 일이 있다. 이 모두를 어떻게 해야 즐겁고 예쁠까? 늘 생각하고 날마다 되뇐다. 아무리 몸이 고단하거나 지치더라도 스스로 목청 가다듬어 노래를 부르면, 노래를 부를 때부터 몸이 나아진다. 시골집에서 시골물 길어서 마시면서 생각한다. 이 물처럼 아름답고 좋은 물이란 없지, 하고. 이 물을 마시면 내 몸은 튼튼해지고 싱그럽게 빛나지, 하고. 참말 생각대로 삶이 이루어진다. 물만 마시더라도 몸이 맑게 거듭난다고 느낀다.


  아이들하고 스물네 시간 붙어서 지내느라 글을 쓸 겨를이나 사진을 찍을 틈이 없다고도 말할 만하다. 그러나, 조각조각 말미를 내면 글도 잘 쓸 만하고, 사진도 얼마든지 찍을 만하더라. 게다가, 아이들과 살아가며 느끼고 겪으며 돌아보는 이야기가 아주 많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집살림 도맡는 동안 외려 지난날보다 글을 더 빨리 더 많이 쓴다고 느낀다. 사진도 참 자주 많이 찍는구나 싶다. 이러면서도 지난날에 쓴 글이나 찍은 사진보다 한결 탄탄하며 예쁘구나 하고 느낀다.


  나는 아이들한테 빛을 물려주는 어버이로 살아간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 새로운 빛을 토닥이며 아끼는 삶지기 되어 함께 먹고 자며 논다. 이 땅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집안에서 한 시간이라도 더, 일 분이라도 더, 집살림 여미고 아이들하고 복닥인다면, 이 나라는 얼마나 아름답게 거듭날까 하고 꿈을 꾼다. 이 나라가 자꾸 엉망진창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까닭이라면, 지식인이고 ‘안 지식인’이고 모두,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려 하지 않고, 아이들을 감옥과 같은 시설과 학교와 학원에 돈을 들여 집어넣기 때문 아닌가 느낀다. 가장 사랑스러운 보금자리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틈을 내어 가장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 눈망울 바라보면서 노래를 불러 보셔요. 4346.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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