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부채질

 


  여름이 되며 아이들을 가끔 찬물로 땀을 씻겨 본다. 마당에 놓은 큰 고무통에 곧 물을 받아 아이들 물놀이를 시킬 만하리라 생각한다. 밤에 아이들 재우면서 두 아이한테 부채질을 해 준다. 하루에 두 차례쯤 물로 씻겨도 곧바로 뛰놀며 땀을 내는 아이들은 머리카락이며 얼굴이며 등판이며 촉촉하다. 자장노래 다섯 가락 부르면서 부채질을 한다. 왼손과 오른손에 부채를 하나씩 쥐고 부채질을 한다. 지난해 여름에도 이렇게 부채질을 했고, 그러께 여름에도 이렇게 부채질을 했구나. 아이가 셋이라면 혼자서 세 아이한테 부채질 해 주기는 어렵겠네 싶다.


  누워서 ‘두 손 부채질’을 하자면 팔을 엇갈린다. 왼손으로는 오른쪽에 누운 아이한테 부채질을 하고, 오른손으로는 왼쪽에 누운 아이한테 부채질을 한다. 아이들이 깊이 잠들 무렵, 한 아이씩 머리카락 쓸어넘기며 부채질을 한다. 머리카락 안쪽까지 스민 땀내를 살살 말린다. 날마다 땀 푸지게 쏟으며 무럭무럭 자라겠구나. 놀아야 아이답고, 놀 때에 구리빛 해말갛다. 4346.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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