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 줘

 


  한창 잘 자다가 한 번 끙 소리를 내며 뒤척이는 작은아이가 아버지를 부릅니다. 작은아이가 잘 자다가 끙 소리를 낼 적에는 쉬가 마렵다는 뜻입니다. 나즈막한 목소리로 작은아이한테 말을 겁니다. “쉬 할까? 쉬 할까?” 작은아이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말을 하지도 몸을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작은아이 살짝 안아 마루에 놓은 오줌그릇 앞에 세웁니다. 바지를 내리고 “쉬, 쉬.” 하고 말하면 이내 쉬를 줄줄 눕니다.


  밤오줌을 누고 싶은 큰아이가 끙 소리를 내며 일어납니다. 깊이 자고 싶은데 오줌도 누어야 하니까 어쩌는 수 없이 끙 소리를 내고는 일어납니다. 아직 혼자서 마루에 있는 오줌그릇으로 가지 못하고, 아버지를 일으켜세웁니다. 작은아이 쉬 누이고 드러누운 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일으켜세우느냐 싶지만, 두 아이는 오줌 누고 싶은 때가 다른걸요. 큰아이가 쉬 다 누도록 기다린 뒤 방으로 들어갈 즈음, 큰아이는 으레 “안아 줘.” 하고 두 팔을 벌립니다. 말없이 팔만 벌리는데, 이때에 안지 않을 어버이는 없겠지요.

  고작 이 미터 들어가는 길에 살풋 안아 자리에 눕힙니다. 자리에 누운 큰아이는 입이 찢어지도록 하품을 하고는 이불깃 손으로 살그마니 쥐며 이내 곯아떨어집니다. 아버지는 밤오줌 누고 개운한 두 아이 사이에 드러눕습니다. 아침까지는 조용하겠구나. 4346.6.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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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밟기

 


  밤에 아이들 쉬를 누일 적에 불을 안 켠다. 불을 안 켜도 자다 일어나면 어느 만큼 앞을 볼 수도 있고, 앞이 아직 새까맣더라도 천천히 발걸음 떼면 어디가 문턱이고 마루인지 헤아릴 수 있다. 그런데 어젯밤 또 아이들 장난감을 콱 밟았다. 어젯밤에는 장난감을 콱 밟고는 오른다리에 힘이 쪽 빠지며 주저앉는다. 뭘까. 얼마나 뾰족한 것을 밟았기에 이렇게 아플까. 동이 틀 무렵 발바닥을 쳐다본다. 발바닥 한복판에 시커멓게 핏물 고인다. 그나마 찢어지지 않고 이렇게 속으로 핏물만 고이네. 바늘에 실을 꿴 뒤 달구어서 피고름을 빼야겠구나. 그렇지만, 아이들 밥 먹이고 이것저것 치우고 하면서 좀처럼 바늘 달구어 피고름 뺄 겨를을 내지 못한다. 얘들아, 마음껏 어지르며 놀아도 좋은데, 이것 논 다음 저것으로 넘어갈 적에는 제발 한쪽으로 몰아넣든지 치우든지 하자. 발바닥 너무 아프구나. 4346.6.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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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5 00:58   좋아요 0 | URL
아이구..얼마나 아프셨겠습니까.
지금은 어떠하신지요?..
나중에, 벼리와 보라가 부모가 되어서 아버지의 글을 읽을 때엔
비로소 그 마음을 감사히 잘 알겠지요.
그리고 모든 어버이의 사랑,은 누구나 이러리라 생각하는 밤입니다..

숲노래 2013-06-25 02:06   좋아요 0 | URL
아이들 불러서
바늘 달구어 핏물을 뺐어요.
이 모습 다 보여주었지요.

아프냐고 묻기에
조용히 있다가 넌지시
"안 아파." 하고 말했어요.

그래도 장난감 어지른 것 안 치우더라구요 ^^;;
같이 치워야지요~~
 

쉰밥, 쉰국

 


  이제 참말 여름이다. 아침에 지은 밥이 남으면 낮에 벌써 살짝 쉰내 돌고, 아침에 끓여 남은 국을 저녁에 먹을 수 없으며, 저녁에 남은 밥이나 국 또한 이듬날 아침에 먹지 못하고 버려야 한다. 겨울에는 하루쯤 묵은 밥도 맛나게 먹을 수 있었지만, 여름이니 끼니마다 밥을 새로 지어야 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끼니마다 밥도 국도 새로 하며 아이들과 살아왔다. 스텐냄비로 밥과 국을 끓이니 그때그때 새로 할밖에 없기도 하다.


  아이들이 밥이나 국을 남기면 모조리 아버지 몫이다. 아이들이 밥이나 국을 조금만 먹으면 내가 먹어야 할 몫이 늘어난다. 잘 살피고 가누어야 한다. 아이들이 저희 밥과 국을 제대로 안 먹으면 아무 주전부리 없이 다음 끼니까지 쫄쫄 굶어야 하는 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끼니마다 즐겁게 맛나게 신나게 먹어야지. 더 마음을 쏟고, 더 생각을 기울여 아침저녁으로 아름다운 밥을 차리자. 4346.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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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 뛰어

 


  뛴다. 뛴다. 또 뛰고, 다시 뛴다. 아마 큰아이만 하던 나이였지 싶은데, 나도 뛰기를 되게 좋아했다. 어릴 적 퍽 오래 살던 5층짜리 아파트에서 1층 나들간 다섯 칸 계단 있는 자리에서 으레 뛰면서 놀았다. 아무도 없어도 혼자 뜀뛰기를 하며 논다. 그러면 뛰면서 나는 쿵쿵 소리가 퍼져 이웃집 아주머니들 시끄럽다며 한말씀 하시곤 한다. 꾸중을 들은 뒤에는 쿵 소리 작게 나도록 뛰려고 한다. 이쪽 나들간에서 몇 번 뛰다가 저쪽 나들간으로 가서 뛰고, 또 저쪽 나들간으로 옮겨서 뛴다. 다섯 칸 계단을 뛰어도 바닥에 잘 내려앉을 수 있게끔 땀 뻘뻘 흘리면서 뛴다. 여섯 살 사름벼리는 제 아버지 어릴 때마냥 쉬지 않고 뛴다. 누나 뛰는 모습 한참 지켜보던 동생도 고 작은 몸과 발을 콩콩 놀리며 같이 뛴다. 4346.6.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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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똥

 


  작은아이가 또 바닥똥을 눈다. 작은아이는 두 돌 지난 세 살인데, 큰아이와 달리 똥을 눌 적에 오줌그릇(또는 똥그릇)에 앉지 않는다. 사내는 가시내와 달리 앉아서 쉬를 해 버릇하지 않아 똥을 누는 버릇 들이기까지 훨씬 오래 걸리려나. 하루에 한두 차례, 또는 서너 차례 바닥똥 눌 때마다 똥바지 빨아야 하고, 바닥에 고이는 똥오줌물 치워야 한다. 치우는 일이야 훌쩍 해내지. 다만, 이 아이 언제쯤 똥을 잘 가려서 스스로 씩씩하게 눌까 궁금하다. 틀림없이 작은아이 스스로 ‘아이, 똥이 마렵네.’ 하고 느낄 텐데, 아버지한테 무언가 시키고 싶어 이렇게 바닥똥을 누나. 4346.6.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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