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밟기

 


  밤에 아이들 쉬를 누일 적에 불을 안 켠다. 불을 안 켜도 자다 일어나면 어느 만큼 앞을 볼 수도 있고, 앞이 아직 새까맣더라도 천천히 발걸음 떼면 어디가 문턱이고 마루인지 헤아릴 수 있다. 그런데 어젯밤 또 아이들 장난감을 콱 밟았다. 어젯밤에는 장난감을 콱 밟고는 오른다리에 힘이 쪽 빠지며 주저앉는다. 뭘까. 얼마나 뾰족한 것을 밟았기에 이렇게 아플까. 동이 틀 무렵 발바닥을 쳐다본다. 발바닥 한복판에 시커멓게 핏물 고인다. 그나마 찢어지지 않고 이렇게 속으로 핏물만 고이네. 바늘에 실을 꿴 뒤 달구어서 피고름을 빼야겠구나. 그렇지만, 아이들 밥 먹이고 이것저것 치우고 하면서 좀처럼 바늘 달구어 피고름 뺄 겨를을 내지 못한다. 얘들아, 마음껏 어지르며 놀아도 좋은데, 이것 논 다음 저것으로 넘어갈 적에는 제발 한쪽으로 몰아넣든지 치우든지 하자. 발바닥 너무 아프구나. 4346.6.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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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5 00:58   좋아요 0 | URL
아이구..얼마나 아프셨겠습니까.
지금은 어떠하신지요?..
나중에, 벼리와 보라가 부모가 되어서 아버지의 글을 읽을 때엔
비로소 그 마음을 감사히 잘 알겠지요.
그리고 모든 어버이의 사랑,은 누구나 이러리라 생각하는 밤입니다..

숲노래 2013-06-25 02:06   좋아요 0 | URL
아이들 불러서
바늘 달구어 핏물을 뺐어요.
이 모습 다 보여주었지요.

아프냐고 묻기에
조용히 있다가 넌지시
"안 아파." 하고 말했어요.

그래도 장난감 어지른 것 안 치우더라구요 ^^;;
같이 치워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