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11.20.

숨은책 668


《日帝의 韓國侵略政策史》

 강동진 글

 한길사

 1980.9.20.첫.1984.1.10.둘.



  일본에서 《日本の朝鮮支配政策史硏究》(東京大學出版部, 1979)라는 이름으로 먼저 나온 책이 이듬해에 한글판 《日帝의 韓國侵略政策史》로 나옵니다. 글쓴이 강동진(1925∼1986) 님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글로 나온 숱한 글하고 책’을 살핀 끝에 450쪽에 이르는 책을 남깁니다. ‘조선지배·침략정책’을 살피거나 다룬 글도 책도 없다시피 하기에 꿋꿋하게 외길을 파헤쳤다지요. 창피한 지난날이라 등돌린 사람이 있을 테지만, ‘피눈물나는 쓴맛을 거울로 삼아 새롭게 일어서도록 배우자’는 사람이 드문 탓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부끄러운 어제는 숨길 수 없습니다. 부끄럽기에 오히려 낱낱이 파고들면서 훌훌 털고 씻도록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발자취를 갈무리하거나 되새기는 뜻은 하나예요. 어제를 디딤돌로, 오늘을 새롭게, 모레를 날갯짓으로, 한 발짝씩 나아가려는 마음입니다. 어제를 읽으며 오늘을 바라보고 모레를 그립니다. 눈물을 바람으로 씻으면서 햇살을 웃음으로 맞이하려고 생채기를 살펴 다독이니 새살이 돋아 튼튼합니다. 어제를 잊는 사람은 오늘을 잃어버려 모레까지 휩쓸리거나 헤맵니다.


오늘까지도 이 시대(일제강점기)의 연구는 거의 공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본격적 연구가 되어 있지 않고 있다. 그 연구부진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으나, 국내에 사료가 많지 못하다는 원인 이외에도 연구자의 관심이 적다는 것도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2022.11.20.

숨은책 785


《보수동 그 거리》

혜광고등학교 외 글

효민디엔피

2021.12.10.



  띄어쓰지 않고 붙여쓰는 ‘헌책’이라 말하면 놀라는 분이 많습니다만,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함께한 삶말인 ‘헌책’입니다. ‘헌책’하고 맞설 ‘새책’인데, 국립국어원은 아직 우리말 ‘새책’을 낱말책에 안 싣습니다. ‘헌책·새책’은 “값을 매겨서 파는 자리”에서 달리 쓰는 낱말일 뿐입니다. 책숲(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은 새책이 아닌 헌책입니다. 숱한 사람들 손길이 닿고 손때가 타거든요. 그러나 어느 누구도 책숲에서 “헌책을 읽는다”고 말하지 않아요.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사람들 삶내음이 깃든 ‘헌책’이요, 이제는 ‘손길책·손빛책’처럼 새말을 지어서 한결 깊고 넓게 헤아릴 노릇이지 싶어요. 정갈한 손길을 거친 책은 일흔 해를 묵어도 정갈합니다. 사나운 손길이 닿은 책은 한 해가 안 되어도 너덜합니다. 《보수동 그 거리》는 부산 혜광고등학교 푸름이가 노래(시)로 바라본 보수동 책골목 이야기를 갈무리합니다만, 푸름이도 길잡이(교사)도 헌책집을 ‘낡고 퀘퀘하고 먼지투성이에 옛날(추억)’이라는 줄거리로만 쳐다봅니다. 한숨이 나옵니다. 겉이 아닌 속을 읽으라는 헌책인 줄 모르는군요. 껍데기에 갇히면 헌책도 새책도 책도 왜 우리 곁에서 푸르게 숲빛인 줄 못 보고 못 누릴 수밖에 없습니다.


ㅅㄴㄹ


세월과 함께 늙어버린 / 책의 허름한 모습에 /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 오랫동안 빛을 받으며 / 바랜 책의 껍데기는 / 제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다 // 따스한 햇살 아래 /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으며 / 헌 책의 첫 장을 넘겨본다 (햇살 아래서-황지민/2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2022.11.17.

숨은책 783


《月刊 稅金 1호》

 민병호 엮음

 세금사

 1975.10.1.



  오늘날 남녘에서는 ‘낛’을 북녘말로 여기는데, ‘낛 = 나가시 = 공전(公錢) = 세금’인 얼거리입니다. 나라가 서면 “나라가 거두어서 나누어 쓰는 돈”이 생기니, 이를 가리킬 말이 있게 마련이고,‘세(稅)·세금’을 예부터 ‘낛’으로 가리켰어요. 이웃나라는 오랜말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쓰는데, 우리나라만큼은 오랜말을 오늘말로는 좀처럼 못 삼아요. 《月刊 稅金 1호》를 헌책집에서 만나던 날, 한글로 ‘세금’조차 아닌 한자로 ‘稅金’이라 하면, 다달이 내면서 우리말 ‘다달이·달마다’도 아니고, 한글로 ‘월간’조차 아닌 한자로 ‘月刊’이라 하면 누가 알아보랴 싶더군요. 우리는 우리글이 있어도 우리 스스로 아끼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셈이랄까요. 작은 달책(월간잡지)을 손에 쥐고 펼치다가 뒤쪽에 붙은 알림판 “롯데 고구마깡”을 보며 새삼스럽습니다. “농심 고구마깡”이 아니니까요. ‘새우깡’은 일본 ‘가루비’에서 내놓은 ‘캇파 에비센’을 베꼈다고들 하지요. 처음에는 ‘롯데그룹 신격호·신춘호’가 하나였으나 둘이 다투다가 동생이 롯데그룹을 그만두고서 롯데공업을 차렸고, 나중에 ‘농심그룹’으로 이름을 바꾸었대요. ‘농심 신라면’도 일터지기(회사 대표) 이름에서 따왔고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2022.11.17.

숨은책 779


《혈(血)의 루(淚)》

 이인직 글

 서림문화사

 1981.10.30.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다니던 1991∼93년 무렵 ‘이광수·최남선 친일’을 찔끔 배웠습니다. 배움틀(교육과정)로는 일본바라기(친일)를 딱히 따지거나 나무라지 않고, 둘을 뺀 다른 일본바라기가 누구요 무슨 짓을 했는지 아예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무렵 짤막하게 “이인직 《혈의 누》는 신소설의 효시”라고만 가르치더군요. 막상 《혈의 누》는 어떤 글이요 줄거리인지 찾아보거나 읽을 길이 없고, 길잡이는 챙겨 주지 않았습니다. 헌책집에서 《혈(血)의 루(淚)》를 보는데 겉그림이 예스럽구나 싶어 집어들었습니다. 1906년에 썼다는 글을 읽으며 지난날 우리말씨를 엿봅니다. ‘여성’보다는 ‘계집’이란 말이 흔하고 ‘어기뚱·더적더적·아드득·모랑모랑·모짝’이나 ‘샐녘·피비·뱃나들이·발씨·드난·뒤웅박·숫접다·냅뜨다·돌쳐서다·떼거리·물속길’처럼 살려쓴 말씨가 눈에 띕니다. 그런데 이인직 이분은 1904년 러일전쟁 무렵 일본 육군성에서 통역으로 일했고, 이완용 심부름꾼으로 1910년 한일합방을 이끌었다지요. 1915년에 일본 우두머리를 기리는 글을 바치기도 하다가 1916년에 죽습니다. 한겨레 마음에 피눈물이 맺도록 나부대고서 썩 오래 살지도 못 했어요. 그래, ‘피눈물’이지요. ‘혈의 누·혈의 루’도 아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2022.11.7.

숨은책 770


《實錄 眞相은 이렇다, 惡名높은 金正一의 正體》

 김현수·오기완·이항구 글

 한국교양문화원

 1978.6.23.



  우리는 ‘우리말·우리나라’처럼 ‘우리’라는 낱말을 두루 씁니다. “우리 엄마”나 “우리 마을”처럼 쓰고, “우리 이야기”라 합니다. ‘나의(나 + 의)’는 일본말 ‘私の’에서 따왔는데, 일본은 영어 ‘my’를 ‘私の’로 옮겼고, 우리는 영어 낱말책을 일본사람이 엮은 대로 받아들인 터라, 이 부스러기가 오늘까지 퍼져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우리’를 줄여 ‘울’이고 ‘하늘(한울)’을 가리키는 바탕이며 ‘아우르다·어울리다·울타리’에 이 ‘울(우리)’이 깃들어요. 그렇지만 이런 우리말을 배움터에서 안 가르칠 뿐더러, 스스로 돌아보지 못 해요. 이처럼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살피지 않거나 못 하는 버릇은 《實錄 眞相은 이렇다, 惡名높은 金正一의 正體》 같은 책으로 쉽게 엿볼 만합니다. 북녘은 남녘을 헐뜯고, 남녘은 북녘을 깎아내리는 짓을 1948년 즈음부터 끝없이 해댔습니다. ‘한울타리’인 줄 잊기에 사납게 노려보며 할퀴고 쳐들어갑니다. ‘하늘빛(한울빛)’을 잃기에 손가락질에 삿대질이에요. 나라에서는 어깨동무 아닌 깎음질을 하는 책을 자꾸 찍었고 반공웅변·반공독후감을 시켰어요. 이 책에는 “발송 no.400-139 공음국민학교 78.10.13.” 같은 글씨가 찍혀요. 고창 시골배움터로도 뻗은 슬픈 자국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