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11.20.

숨은책 785


《보수동 그 거리》

혜광고등학교 외 글

효민디엔피

2021.12.10.



  띄어쓰지 않고 붙여쓰는 ‘헌책’이라 말하면 놀라는 분이 많습니다만,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함께한 삶말인 ‘헌책’입니다. ‘헌책’하고 맞설 ‘새책’인데, 국립국어원은 아직 우리말 ‘새책’을 낱말책에 안 싣습니다. ‘헌책·새책’은 “값을 매겨서 파는 자리”에서 달리 쓰는 낱말일 뿐입니다. 책숲(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은 새책이 아닌 헌책입니다. 숱한 사람들 손길이 닿고 손때가 타거든요. 그러나 어느 누구도 책숲에서 “헌책을 읽는다”고 말하지 않아요.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사람들 삶내음이 깃든 ‘헌책’이요, 이제는 ‘손길책·손빛책’처럼 새말을 지어서 한결 깊고 넓게 헤아릴 노릇이지 싶어요. 정갈한 손길을 거친 책은 일흔 해를 묵어도 정갈합니다. 사나운 손길이 닿은 책은 한 해가 안 되어도 너덜합니다. 《보수동 그 거리》는 부산 혜광고등학교 푸름이가 노래(시)로 바라본 보수동 책골목 이야기를 갈무리합니다만, 푸름이도 길잡이(교사)도 헌책집을 ‘낡고 퀘퀘하고 먼지투성이에 옛날(추억)’이라는 줄거리로만 쳐다봅니다. 한숨이 나옵니다. 겉이 아닌 속을 읽으라는 헌책인 줄 모르는군요. 껍데기에 갇히면 헌책도 새책도 책도 왜 우리 곁에서 푸르게 숲빛인 줄 못 보고 못 누릴 수밖에 없습니다.


ㅅㄴㄹ


세월과 함께 늙어버린 / 책의 허름한 모습에 /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 오랫동안 빛을 받으며 / 바랜 책의 껍데기는 / 제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다 // 따스한 햇살 아래 /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으며 / 헌 책의 첫 장을 넘겨본다 (햇살 아래서-황지민/2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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