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국의 성 1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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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가미가 며칠 동안 학교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그의 하숙집을 찾아가지만 신흥 종교인 '인류 협회'와

관련된 자료만 발견한다. 그래서 그의 행방이 걱정되던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 멤버들은 인류

협회의 성지가 있는 가미쿠라로 에가미를 찾아나서지만 에가미가 머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

협회 총본부에서는 그와 사흘 후에 만날 수 있다면서 만남을 허락하지 않는데...

 

시리즈물을 읽다 보면 후속편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 아직 후속편 자체가 안 나온

거라면 어쩔 수 없이 작가가 작품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려야겠지만 이미 원서는 출간된 지 오래

되었음에도 번역이 안 되었다면 정말 속상한 일인데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이 작품도 한참 전에 나왔음에도 국내에 상륙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작인 '쌍두의 악마'를 읽은 지 6년도 훌쩍 넘은 시점이니 정말 오래 기다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쌍두의 악마'에서 마리아가 예술가 마을로 들어가 아리스 등이 찾으러 갔다면 이번에는 에가미가

'인류 협회'라는 신흥 종교의 본산에 들어가 그를 찾으러 멤버들이 총출동한다.

인류 협회는 머나먼 은하계에서 UFO를 타고 찾아온 구세주를 기다리는 좀 황당한 사이비 종교로

보이지만 여왕이라 불리며 마치 연예인 수준의 인기를 끌고 있는 미모의 대표 노사카 기미코를

내세워 나름의 교세 확장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여왕님이 살고 있는 '성'에 들어간 에가미를

아리스를 비롯한 멤버들이 찾아가지만 면회조차 거부당하고 며칠 뒤에 간신히 만나게 되지만

성스러운 동굴을 보초 서던 사람이 살해되면서 멤버들 전혀 감금 아닌 감금 상태가 되고 만다.

11년 전 마을에서 일어났던 의문의 사건까지 얽히면서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성에서 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된 추리소설연구회 멤버들은 사건 해결과 성 탈출의 두 가지 길을 각각 모색한다.

아무리 종교단체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사건이라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막는 인류협회의

속셈과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지가 정말 궁금한 가운데 아직까지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는 여왕님을 과연 알현(?)할 수 있을런지 2권을 어서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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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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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은 그의 명성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 작품들 위주로 여러 권 읽었지만

그의 명성이 전혀 무색하지 않은 것임을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었다.

탐정소설이라 할 수 있는 '미스터 메르세데스', '파인더스 키퍼스'를 비롯해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만나봤는데 이번에는 그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호러물을 가지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스티븐 킹의 소설들은 첫 문장부터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데, 이 책에서도 흔한 비유지만 인생을 영화에

비유하면서 시작한다. 가족과 친구들이 주연이고, 동네 주민, 직장 동료 등이 조연이며, 그 밖의 출연진과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등장하는데,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제5의 인물이자 변화 유발자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뀌놓기도 한다면서 찰스 제이컵스라는 남자가 주인공 제이미 모턴의 제5의 인물이란

말로 얘기가 시작된다. 여섯 살 소년이던 제이미 모턴은 동네 목사로 부임한 찰스 제이컵스와 첫 만남을

가지는데 전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발한 재주를 가진 찰스 제이컵스는 금방 제이미는 물론 마을

사람들의 신망을 얻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내와 아이를 잃게 된 찰스 제이컵스는

신과 믿음을 부정하는 충격적인 설교를 끝으로 마을에서 떠나고 제이미와 찰스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극적으로 재회하게 되는데...

 

제이미 인생의 제5의 인물인 찰스 제이컵스 목사의 변신은 좀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았다.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그가 불의의 사고로 처자식을 잃게 되면서 그토록 믿었던 신을 불신하게 되는 건

어떻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었다. 신의 뜻이라고 받아들이기만 너무나 충격적이고 고통스런

일이었기에 찰스가 신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한참 시간이 흘러 찰스는 자신의 특기인 전기를 이용해 불치병을 치료한다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비슷한 노릇을 하고 있었다. 찰스가 마을을 떠난 사이 제이미는 밴드의 리듬 기타를 맡으며

아스트리드와 사귀는 등 나름의 역사를 써 가지만 마약에 손을 대면서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 찰스 제이컵스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그가 벌이고 다니는 부흥회에 큰 우려를 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제이컵스가 계획한 마지막 실험에 아스트리드를 두고 협박을 받은 제이미는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실험에 마지못해 참여하게 된다. 왠지 금단의 영역을 건드린

듯한 실험은 섬뜩하기 그지 없었는데 딱 악마를 불러내는 것 같은 오싹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기 자극이 과연 불치병 치유에 효과가 있는지는 모호하지만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인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받으며 위험한 방법을 쓰는 게 과연 올바른

행위인지 찰스 제이컵스와 제이미는 논쟁을 벌인다. 종교나 신을 팔아서 장사를 하는 자들이나

그들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모두 한심하긴 마찬가지인데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어떤 소재가 되었던지 능수능란하게 요리해내는 특급 셰프 스티븐 킹의 현란한 솜씨이다.

이 책은 마지막 부분에 호러적 요소가 있긴 했지만 제이미와 찰스 제이컵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아직 내 인생에선 제5의 인물이라 부를 만한 사람이

등장하지 않은 것 같은데 기왕이면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제5의 인물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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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 - 12가지 법칙으로 다가오는 피할 수 없는 것들
케빈 켈리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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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자연스레 사용되고 있고

각종 기술들이 급속도로 발전하여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운 격동의 시절을 살아가는 지금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벅차지만 세상의 변화를 마냥 넋 놓고 지켜볼 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증강현실', '메타 이노베이션' 등 나름 관련된 내용의 책들을 종종 읽어 대략의 큰 그림만

그려보았지만 여전히 뭔가 아쉬운 감이 있던 차에 피할 수 없는 미래의 정체를 12가지 법칙으로

제대로 정리하고 있는 이 책을 만나니 뜬구름 잡기였던 미래의 윤곽이 조금은 또렷해졌다.

 

세계 최고의 과학 기술 문화 전문잡지인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 중 한 명인 저자는

앞으로의 30년을 빚어낼 불가피한 기술의 힘을 '되어가다', '인지화하다', '흐르다', '화면 보다',

'접근하다', '공유하다', '걸러내다', '뒤섞다', '상호작용하다', '추적하다', '질문하다', '시작하다'의

12가지 단어로 정리하여 변화의 큰 흐름을 보여준다. 먼저 '되어가다'는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 완성된 것이 아닌 과정에 불과함을 얘기한다. 지난 30년 동안 경이로운 출발점을, 진정으로

대단한 것을 만들 튼튼한 기반을 구축한 시기였지만 앞으로는 지금의 것을 뛰어넘는 다른 것이 올

것이라고, 가장 멋진 것은 아직 발명되지 않았고,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이보다 시작하기에 좋은 때는

없었다는 말로 마무리하는데 4차 산업혁명이 이제 걸음마 단계임을 생각하면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정말 상상조차 하기 쉽지 않다. '인지화하다'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 키워드인 인공지능과 직접 연결되는 부분이다. 저렴한 병렬 계산, 빅 데이터, 더 나은 알고리즘으로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기존에 인간이 하던 일들을 인공지능과 이를 장착한 로봇이 대체할 것이 분명해서 이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모든 것이

고정된 것에서 유동적인 것으로 '흐르는' 세상이 되었다. 책을 예로 들면, 종이책은 내용이나 판본,

대상, 완결성이 모두 고착되어 있지만 전자책은 형태나 판본을 얼마든지 개인이 수정할 수 있고,

무료로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차이가 있는데, 흐름은 1단계인 고정됨, 드뭄에서 2단계인 무료,

흔함, 3단계인 흐르기, 공유하기를 거쳐 4단계인 개방하기, 되어가기로 이동해갈 것임을 여러 예를

통해 잘 보여줬다. '화면 보다'는 각종 디지털 기기의 화면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접하는 현재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얘기였고, '접근하다'는 탈물질화, 실시간 주문형, 탈중심화,

플랫폼 시너지,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더 이상 소유가 아닌 접근을 통해 보다 민첩하고 활기찬 세상을

예측했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된 반면 무수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맞고 필요한 것만을 '걸러내고', 기존 것의 재배치와 재활용을 통한 '뒤섞기'로

무한한 창작물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VR의 급격한 발전은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단계로 이끌 것이고,

자신은 물론 주변의 모든 것을 측정하고 기록해 흐름을 '추적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질문하기'를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오늘과 다른 새로운 미래를 '시작할' 수 있음을 알려줬다. 이 책에서 선정한 12가지의 불가피성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라서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쉽게

눈치챌 수 있지만 이를 세상을 움직이는 변화의 원리로 받아들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듯 싶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도 있듯이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변화의 큰 흐름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직면하게 될 역동적인 미래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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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가 될 때
김소월 외 지음 / 북카라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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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는 그리 친한 게 지낸 편은 아니지만 가끔이나마 시를 읽으면 사막처럼 메마르고 삭막했던 마음에

감수성이라는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이 촉촉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 시인들의 작품을 비롯해 사랑을 주제로 한 다양한 시들을 모은

시집인데, 친숙한 작품은 오랜만에 재회한 연인을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을, 처음 만나는 작품들은

설레는 첫만남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김소월의 '초혼' 정도가 기존에 

알던 구면이라면 나머지 대부분의 작품들은 이 책을 통해 접한 새로운 얼굴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나마 김용택, 안도현, 김남조, 유치환 등 시인 이름이라도 아는 경우는 처음 만난 어색함이 덜했다.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오래도록 못 잊을 사랑 하나', '아름다운 약속의 날',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 '가장 오래도록 빛나는 너'라는 총 6장으로 나눠서 시들을 분류해

소개하고 있는데, 각 장마다 그다지 명확한 구분 기준에 따라 분류한 것은 아닌 듯 싶었다.

각 장마다 11~12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단순히 시만 소개하고 있어 솔직히 이 책의 기획 의도랄까

해설같은 걸 같이 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이 책에 실려 있는 시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다 보니 잊고 지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불현듯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는데 사랑에 관한

시는 아무래도 지금 사랑하고 있는 상태여야 더 와닿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는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면 그냥 진부한 수사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가슴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단어 하나하나가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과

시인이 얘기하고자 하는바가 어렴풋하게나마 전해져온다.

그런 점에서 오랜만에 읽은 사랑에 관한 시집은 이미 전멸한 줄 알았던 내 몸 안의 사랑 세포를

일시적으로나마 소생시키는 역할을 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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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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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의 책은 '골든 슬럼버'를 비롯해 '사신 치바''바이바이 블랙버드',

'남은 날은 전부 휴가'를 읽어봤는데 독특한 설정과 다양한 인물들이 엮어내는 얘기가 늘 흥미진진해서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은 그의 최초 연애소설집이라고 해서

과연 어떤 얘기일까 정말 궁금했는데, 전에 읽은 '바이바이 블랙버드'도 일종의 연애소설로 볼 수 있지만

전형적인 로맨스물과는 사뭇 달라 이사카 고타로표 연애소설은 그만의 색깔이 있을 것 같았다.

 

총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가장 큰 묘미는 각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후속 작품에서

계속 등장해서 각 작품이 마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어떤 작품에선 주연이었다가 다음 작품에선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엑스트라가 되기도 하고 비중

있는 조연 역할을 맡기도 하는 등 얽히고 설킨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재미가 나름 솔솔했다.

일본인 선수가 복싱 헤비급 타이틀에 도전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해서 설문조사를 하다가 만난 두 남녀,

복싱 선수의 누나의 소개로 복싱 선수인지 모르게 연락을 주고 받게 된 여자, 아내의 가출로 회사에서

큰 사고를 쳤던 남자와 아내 사이의 통장을 통한 화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악성 손님에게 시달리던

직원을 기발한 재치로 구해준 인연으로 사귀게 된 두 남녀가 한참 세월이 지나 새로운 인연으로

만나게 된 사연, 학창시절 자신을 왕따시켰던 동급생과 업무관계로 다시 만나 그녀가 개과천선을 했는지 살펴보는 모습 등 각각의 단편들이 독립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서로 다양한 인연으로 연결되어

사람 사이의 인연이라는 게 정말 언제 어디서 어떤 사이로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게다가 각 작품마다 미스터리 요소가 적지 않아 반전의 묘미까지 제대로 담아냈는데

사실 본격(?) 연애소설이라기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질긴 인연의 끈을 잘 풀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이사카 고타로와의 만남은 옛 친구를 다시 만난 그런 느낌이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처럼 이사카 고타로와의 인연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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