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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평점 :
스티븐 킹은 그의 명성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 작품들 위주로 여러 권 읽었지만
그의 명성이 전혀 무색하지 않은 것임을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었다.
탐정소설이라 할 수 있는 '미스터 메르세데스', '파인더스 키퍼스'를 비롯해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만나봤는데 이번에는 그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호러물을 가지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스티븐 킹의 소설들은 첫 문장부터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데, 이 책에서도 흔한 비유지만 인생을 영화에
비유하면서 시작한다. 가족과 친구들이 주연이고, 동네 주민, 직장 동료 등이 조연이며, 그 밖의 출연진과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등장하는데,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제5의 인물이자 변화 유발자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뀌놓기도 한다면서 찰스 제이컵스라는 남자가 주인공 제이미 모턴의 제5의 인물이란
말로 얘기가 시작된다. 여섯 살 소년이던 제이미 모턴은 동네 목사로 부임한 찰스 제이컵스와 첫 만남을
가지는데 전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발한 재주를 가진 찰스 제이컵스는 금방 제이미는 물론 마을
사람들의 신망을 얻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내와 아이를 잃게 된 찰스 제이컵스는
신과 믿음을 부정하는 충격적인 설교를 끝으로 마을에서 떠나고 제이미와 찰스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극적으로 재회하게 되는데...
제이미 인생의 제5의 인물인 찰스 제이컵스 목사의 변신은 좀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았다.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그가 불의의 사고로 처자식을 잃게 되면서 그토록 믿었던 신을 불신하게 되는 건
어떻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었다. 신의 뜻이라고 받아들이기만 너무나 충격적이고 고통스런
일이었기에 찰스가 신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한참 시간이 흘러 찰스는 자신의 특기인 전기를 이용해 불치병을 치료한다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비슷한 노릇을 하고 있었다. 찰스가 마을을 떠난 사이 제이미는 밴드의 리듬 기타를 맡으며
아스트리드와 사귀는 등 나름의 역사를 써 가지만 마약에 손을 대면서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 찰스 제이컵스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그가 벌이고 다니는 부흥회에 큰 우려를 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제이컵스가 계획한 마지막 실험에 아스트리드를 두고 협박을 받은 제이미는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실험에 마지못해 참여하게 된다. 왠지 금단의 영역을 건드린
듯한 실험은 섬뜩하기 그지 없었는데 딱 악마를 불러내는 것 같은 오싹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기 자극이 과연 불치병 치유에 효과가 있는지는 모호하지만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인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받으며 위험한 방법을 쓰는 게 과연 올바른
행위인지 찰스 제이컵스와 제이미는 논쟁을 벌인다. 종교나 신을 팔아서 장사를 하는 자들이나
그들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모두 한심하긴 마찬가지인데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어떤 소재가 되었던지 능수능란하게 요리해내는 특급 셰프 스티븐 킹의 현란한 솜씨이다.
이 책은 마지막 부분에 호러적 요소가 있긴 했지만 제이미와 찰스 제이컵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아직 내 인생에선 제5의 인물이라 부를 만한 사람이
등장하지 않은 것 같은데 기왕이면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제5의 인물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