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의 탐정소설로의 외도

미스터 메르세데스 ㅣ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구직행사장에 난데없이 나타난 회색 메르세데스로 인해

8명이 사망하고 많은 사람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홀연히 사라진 범인에게 미스터 메르세데스란 별명이 붙는데

담당형사였던 빌 호지스는 이 사건을 미제로 남겨둔 채 퇴직하고 만다.

TV나 보면서 무료한 은퇴생활을 보내던 호지스 형사가 아버지의 총을 만지작거리며

자살 생각을 할 무렵 자신이 미스터 메르세데스라는 자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는데...

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의 첫 탐정 추리소설이라니 단연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데다

2015년 에드가상 장편소설 부분까지 수상해서 올 여름 최고의 화제작 중의 하나인 작품이었는데

역시나 스티븐 킹의 작품은 뭔가가 달랐다.

구인행사장에 메르세데스를 몰고 대형사고를 친 범인은 은퇴한 형사 호지스를 자극하며 

원래 메르세데스의 주인이었던 여자처럼 자살하게 만드려고 하지만

오히려 호지스는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꼭 잡아야겠다는 목표를 가지면서 삶의 의욕을 되찾는다.

호지스는 편지를 바탕으로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차 주인인 올리비아 트릴로니에게서 어떻게 차를 훔쳤을까 다시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자신들이 정말 편견에 빠져 사건을 처리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차가 범죄에 사용되었음에도 피해자에게 관심도 없고 죄책감도 전혀 없는

비호감인 그녀가 실수로 차문을 잠그지 않았다고 단정하고 사건을 수사했는데

범인은 기발한 방법으로 차문을 열었던 것이었다. 전혀 잘못이 없는 올리비아 트릴로니를

비난했던 호지스는 그녀의 동생 제이니에게 조사를 의뢰받고 본격적으로 사건을 재조사하는데

덤으로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애초에 범인이 누군지를 대놓고 밝히기 때문에 범인이 누군지를 맞추는 본격 추리소설은 아니었지만

범인과 호지스가 벌이는 밀당(?)이 정말 아슬아슬했다. 겁도 없이 호지스에게 도발했던 범인은

올리비아와 동일한 수법을 써서 호지스를 자살로 몰려고 하지만

사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형사 호지스가 호락호락 당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호지스가 범인의 약을 살살 올리자 범인은 발끈해서 호지스의 왓슨 역할을 하는

제롬의 애완견을 독살하려 하지만 엉뚱한 결과를 낳고 말고

이에 열받은 범인은 직접 호지스를 겨냥하는 계획을 세우는데...

스티븐 킹의 작품들을 읽어 보면 늘 직설적이면서 톡톡 튀는 대사나

내면 심리 묘사를 하고 있어 쉽게 빠져든다.

이 책에서도 비정상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괴물이 되어 버린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은퇴하고 삶의 의욕을 잃었던 형사 호지스가 서로의 자존심을 건 치열한 대결을 벌이는데

훨씬 유리한 상황이던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호지스에게 점점 쫓기면서

극단적인 계획을 세우자 과연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궁금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엄청난 사건을 저지르려고 했던 그의 계획은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이런 괴물이 우리의 일상 속에 주변을 맴돌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기 그지 없다.

그나마 이 책에선 얼렁뚱땅 범인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지만

실제로 이런 자들이 있다면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암튼 스티븐 킹표 탐정소설은 하드보일드의 무늬를 띄면서도 아기자기한 재미가 적지 않았다.

역시나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의 생동감 있는 활약이 그의 작품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도 호지스 형사와 흑인 청년 제롬, 컴퓨터 전문가 홀리가 한 팀이 되어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한 판 대결을 벌이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왠지 후속편이 나올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나로선 스티븐 킹의 계속된 외도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