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총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김예진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를 본 김에 후속작인 이 책을 바로 손에 들게 되었다. 마침 숙제도 

밀린 게 없어서 딱 타이밍이 맞았다고 할 수 있는데 국명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인 이 책은 '그리스

관 미스터리'와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로 연이은 걸작을 내놓은 이후라 그런지 엘러리 퀸이 조금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었다. 미국 작가임에도 로마, 프랑스, 네덜란드, 그리스. 이집트를 

찍고 드디어 미국에 본격 상륙하게 되었는데 딱 미국에 어울리는 총과 지극히 미국적인 로데오 쇼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준다. 


대부분의 살인사건은 소위 클로즈드 서클이라 칭하는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져 한정된 용의자 중 누가 

범인인지를 맞추는 게 본격 미스터리의 기본 공식이라 할 수 있다. 국명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로마

모자 미스터리'에서 로마 극장이라는 수많은 관객들이 있던 장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무려 2만명의 관중이 가득 찬 콜로세움이라는 경기장에서 로데오 쇼를 하던 중 대담하게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2만명의 용의자이자 목격자가 있다 보니 사건 수사가 결코 녹록하지 않는데 

사건 발생 즉시 아무도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통제를 하고 일일이 소지품 검사를 했지만 피해자를 죽인 총은 결국 발견되지 않는다. 귀신처럼 말을 타고 달리던 피해자를 단 한 발로 저격한 살인자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고 퀸이 열심히 수사를 하지만 또다시 열린 로데오 쇼에서 첫 번째 사건과 판박이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한참 후에야 그동안 종적도 찾을 수 없었던 총을 찾아낸 엘러리 퀸은 트레이드 

마크인 독자에의 도전을 한다. 쉽게 짐작도 가지 않던 사건의 진실은 총의 발견과 함께 급물살을 타게 

되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놀라운 진실을 보여준다. 국명 시리즈가 작가와 독자와의 공명정대한 

두뇌 싸움이라 한다면 이 책에서 보여주는 진실에 이르는 과정은 좀 비약이 있다랄까 뭔가 명쾌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총을 숨기는 방법 등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 있어 트릭으로서는 좀 

우연에 의존한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암튼 예상하기 어려운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범인의 

정체는 의외성이란 본격 미스터리의 반전 묘미를 주기에는 충분했는데 전작들에서 많은 것들을 

쏟아내다 보니 점점 더 기상천외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듯한 느낌도 드는 작품

이었다. 이제 단 국명 시리즈가 단 3권 밖에 남지 않았는데 남은 작품들에서는 과연 어떤 흥미로운 

얘기가 등장할지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탈리아 데이 (대형 지도 + 할인쿠폰 증정) - 2020-2021년 전면 개정판 Terra's Day Series 1
전혜진.윤도영.박기남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03년 유럽 여행을 할 때 이탈리아의 대표 도시들은 대략 구경한 적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패키지라

수박 겉핥기라 할 수 있어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았다. 그 당시엔 별 준비 없이 그냥 가서 뭐가 뭔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놓친 부분이 많은 것 같아 다녀오고 나서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이탈리아를 갈 기회가 생긴다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보고 싶은 차에 이 책을 

통해 미리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관광대국답게 이탈리아에는 볼거리가 넘쳐서 어디를 가야 할지 선택지가 너무 많은데, 이 책에선 먼저

이탈리아 추천 명소 22곳을 먼저 소개한다. 로마의 콜로세오(콜로세움은 라틴어 표기법이고 이탈리아

표기법으로는 콜로세오란다)~팔라티노 언덕~포로 로마노를 필두로 바티칸 박물관과 산 피에트로 

대성당, 트레비 분수, 피렌체 두오모, 피사의 사탑, 베네치아 곤돌라 등 전에 이탈리아 갔을 때 만났던 

곳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반면, 티볼리의 빌라 데스테, 아씨시의 산책로, 요즘 핫한 아말피 해안,

친퀘테레 하이킹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명소들로 가득했다. 이렇게 맛보기로도 벌써 눈호강을 

하고 난 후 여행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19가지 유용한 정보를 거쳐 베스트 코스 4가지를 추천하는데

이탈리아의 4대 도시의 핵심을 보는 코스가 내가 예전에 갔던 일정과 비슷했다. 여행 준비와 관련한

7가지 테마와 이탈리아 여행 전 꼭 알아두어야 할 기초 지식 10가지를 마스터하면 드디어 본격적인 

이탈리아 여행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관광의 4대 도시라 할 수 있는 로마, ,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는 물론 나폴리, 아말피 해안,

바리, 레체 등 각 지역의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하여 인근 소도시들까지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이탈리아에 이렇게 가볼 곳이 많은지는 정말 몰랐다. 각 거점도시마다 가는 방법과 시내 교통을 먼저 

알려주고 본격적인 여행을 떠나는데 역시 이탈리아의 대표 주자인 로마로 시작한다. 도시 전체가 

관광지라 할 수 있는 곳답게 섹션 A~I까지 무려 9 구역으로 구분하여 집중 탐구를 하고 당일치기가 

가능한 인근 도시인 티볼리, 오르비에토, 아씨시까지 로마는 며칠을 머물도록 좋을 정도로 볼거리가

넘쳤다. 특히 바티칸 박물관에 대해서는 소장 작품들까지 자세히 수록하고 있는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비롯해 여러 명작들을 지면으로나마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전에 하루 정도 로마를 둘러

봤는 데도 못 본 곳이 너무 많아서 이 책에서 알려준 여러 장소들을 꼭 찾아보고 싶다. 로마 근교의 

도시 중 아씨시는 얼마 전에 봤던 '이탈리아 아트 트립'에서도 다녀와서 친근한데 이 책에서는 28개의

성 프란체스코의 벽화가 지면 관계상 제대로 실려 있지 않지만 앞의 책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그림을

보고 싶은 사람은 앞의 책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로마 다음의 거점 도시로는 나폴리가 등장하는데

예전의 명성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폼페이, 카프리, 쏘렌토와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 아닌가 싶다.

요즘에는 오히려 아밀피와 포시타노가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은데 남부 해안의 멋진 풍광을 잠시나마 

감상할 수 있었다. 다음으론 르네상스의 대표 도시인 피렌체가 등장하는데 여기도 대부분 둘러봤던 

곳이라 반가웠다. 우피치 미술관이나 두오모 전망대 등 미처 못 가본 곳들 위주로 다음 번에 꼭 가보고

싶다. 다음 거점 도시는 밀라노인데 여기도 친숙한 편이었는데 2003년에 갔을 때 마침 두오모가 공사 

중이어서 가림막을 하고 있어 제대로 못 봤던 아쉬움을 언젠가 달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

타자인 베네치아까지는 구면이라 낯설지 않았지만 동남부(장화 모양의 뒷축 부분) 바리와 레체 지역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생소한 곳들이었다. 이렇게 이탈리아 전역을 누비고 나니 비록 책이지만

이탈리아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았는데 특히 미술작품들을 상세하게 소개해줘서 미술책이라

해도 될 정도였다. 요즘 이탈리아가 코로나로 열병을 앓고 있어 쉽게 갈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지만

언젠가 이 책을 가지고 이탈리아 전역을 누비는 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 관계의 법칙 인간 법칙 3부작
로버트 그린 지음, 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 관계의 법칙이라고 하면 데일 카네기의 고전인 '인간관계론'이 먼저 떠오르지만 로버트 그린의 

책인 '권력의 법칙'을 예전에 인상적으로 읽은 기억이 남아 있어 로버트 그린표 인간 관계의 법칙은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로버트 그린은 '권력의 법칙'을 비롯해 '전쟁의 기술', '유혹의 기술'의 3부작이

유명한데 이 책도 알고 보니 '유혹의 기술'의 에센셜 에디션이었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

이란 책을 통해 행동심리학적 관점에서 6가지 설득의 법칙을 제시하였다면 로버트 그린은 이 책을 

통해 과연 어떤 유용한 유혹의 기술을 알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선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관계를 주도하는 9가지 유형과 관계를 주도하는 24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유혹자의 유형을 9가지나 유형화시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세이렌(원초적인 욕망의 지배자),

레이크(억눌린 욕구를 해방시키는 정열가), 아이디얼 러버(마음속 이상을 실현시켜주는 구원자),

댄디(추종자를 불러 모으는 중성의 마력), 내추럴(향수를 자극하는 천진한 어린아이), 코케트(무심함

이라는 차가운 무기), 차머(기쁨과 편안함을 주는 무한한 긍정성), 카리스마(본능적으로 타고난 강렬한

호소력), 스타(대중의 동경을 읽는 눈)로 구분하면서 각각의 유형의 대표적인 인물들을 역사속에서 

소환한다. 지금은 스타벅스의 로고로 더 유명해진 세이렌으로는 클레오파트라를, 여성이 원하는 

환상의 유횩자인 레이크로는 리슐리외 공작을, 아이디얼 러버로는 그 유명한 카사노바와 1920년대 

할리우드 인기 배우였다는 루돌프 발렌티노를 언급하는데 루돌프 발렌티노는 여성적인 댄디로도 

거론된다. 남성적인 댄디로는 니체와 릴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살로메가, 자연스러운 호소력의 

소유자인 내추럴로는 찰리 채플린이, 차가운 코케트로는 트루먼 커포티를, 자신을 낮추어 모든 것을 

얻는 차머에는 저우언라이가, 대중을 이끄는 놀라운 흡입력의 소유자인 카리스마로는 맬컴 엑스, 

신화적 스타로는 케네디가 등장한다. 각 유형별 대표 인물들을 통해 9가지 타입 분류가 나름 이해

되었지만 솔직히 좀 비슷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실제 이를 적용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음으로 관계를 주도하는 전략 24가지를 소개하는데, 크게 '상대의 숨은 욕망을 겨낭하라', '혼란과

고립 속으로 몰아넣어라', '빠져나갈 틈을 주지 마라', '최후의 일격을 던져라'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다양한 기술(?)을 알려주는데 전반적으로 유혹하려는 상대와의 밀당에 능해야 할 것 같았다. 각각의 

전략마다의 구체적 적용 사례는 물론 잘못되는 반전의 경우까지 소개해줘서 유혹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에겐 여러 모로 도움이 될 책이었다. 이 책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유혹의 기술'이란 책의

요약본(?)이라 할 수 있었는데, 프롤로그로 들어가는 앞 페이지 하단에 작은 글씨로 적어 놓아서 전혀 

다른 책인 것처럼 출간하는 건 좀 아쉬운 부분이다. '유혹의 기술'을 안 본 사람에겐 별 상관이 없지만 

'유혹의 기술'을 이미 본 사람이라면 요약본을 볼 필요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마케팅 차원에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일 수 있지만 굳이 숨길 필요가 없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암튼 이 책을

보고 나니 두꺼운 원래 판본에서는 훨씬 풍부한 내용이 담겨 있을 거라 추측이 되는데 기회가 되면 

원본 '유혹의 기술'을 통해 유혹의 기술을 제대로 습득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산 직전인 제스는 진통이 와서 병원에서 아기 아빠인 애덤에게 계속 연락을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고

엄마가 곁을 지키는 가운데 아들 윌리엄을 낳는다. 뒤늦게 나타난 애덤은 낯선 여자의 향수 냄새와 술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귀와 목에 립스틱 자국을 잔뜩 묻힌 채 아기를 안아보려 하지만...


'미 비포 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문구에 혹해서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사실 '미 비포 유'도 영화로만 봐서 소설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왠지 가슴 아픈 사랑 

얘기가 아닐까 나름 추측을 했다. 10년 전 제스가 윌리엄을 출산하는 순간부터 얘기가 시작하는데

자기 아이를 가진 여자가 출산을 하는데 술 먹고 여자와 놀다가 출산 후 나타난 남자를 용서하기란 

정말 쉬울 것 같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제스와 애덤은 헤어지고 제스가 싱글맘으로 윌리엄을 혼자 

키우는데 그래도 아빠인 애덤과의 연락을 아예 끊지는 않고 가끔씩 윌리엄의 소식을 전해주고 만날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러다 10주년(?) 기념은 아니고 윌리엄과 애덤이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라는 아픈 엄마의 부탁을 받고 제스는 큰 맘을 먹고 프랑스에서 고성을 개조한 호텔을 운영 중인 

애덤을 만나러 윌리엄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아빠와의 만남을 마냥 좋아하는 윌리엄과는 달리 여전히 

예전의 묵은 감정이 남아 있는 제스는 여전히 한참 젊은 여자와 함께 있는 애덤을 보면서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설정의 얘기가 어떻게 전개가 될 것인지는 솔직히 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아직 철이 안 든 것 같은

남자와 지극히 현실적이 된 애엄마 사이에는 여전히 씻을 수 없는 감정의 골이 있지만 아들인 윌리엄을 

매개로 두 사람의 관계도 조금씩 진전된다. 각자 새로운 썸녀, 썸남이 있지만 여전히 미련이 있는 것 

같은 두 사람은 결국 사고를 치게 되고 엄마가 걸린 헌팅턴병을 물려받은 제스는 자신도 엄마처럼 

앞으로 힘겨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내지 못하지만 오히려 애덤이 더 적극적으로 나온다.

그리고 10년 전 그날의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면서 '미 비포 유'와는 달리 해피엔딩으로 훈훈한 마무리를 

한다. 딱 여성 작가 특유의 아기자기한 얘기가 계속 펼쳐지는데 아이를 둔 남녀가 다시 재결합해가는

힘겨운(?) 여정 속에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다시 진정한 사랑과 가족의 결합을 이루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주영아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추리소설에 입문하던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으로 시작해서 

애거서 크리스티와 엘러리 퀸 등으로 확장해나갔는데 특히 해문의 아동용 추리소설 시리즈인 팬더

추리걸작시리즈와 자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이 시리즈의 6권이었는데 아동용이라 앞에 삽화가 들어가

있어 목 잘린 시체가 T자형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지금이야 온갖 섬뜩한(?)

장면들을 많이 봐와서 목 잘린 정도로는 끄떡도 안 하지만 순진했던(?) 그 시절에는 이 책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이 상당히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웠다. 암튼 그 당시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책이었고 특히 

본격 미스터리에 있어 이 작품만큼 명쾌한 작품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강산이 몇 번 지나 이번에 다시 

읽어 보니 예전 기억도 새록새록 나면서 가물가물해진 스토리들을 다시 맞춰보는 재미를 맛보았다.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인 이 책에선 책 제목처럼 이집트 십자가라 불리는 T자형 

십자가에 목이 잘린 채 매달린 시체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사실 정확하게는 이집트 십자가도 아니지만

충분히 상징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끔찍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자가 과연 누구인지 천하의

엘러리 퀸도 속수무책이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곳에는 항상 광신도 집단이 주변을 맴돌고 피해자

사이에 숨겨진 관계와 그들이 저지른 악행이 낳은 원한이 이렇게 끔찍한 사건을 낳게 되었다지만 과연

피해자들 주변에 숨어 있는 살인범의 정체가 누구일지는 범인과 결정적인 트릭을 알면서 봐도 정말 

흥미진진했다. 아동용 판본에선 사이비 교주 하라크트가 이끄는 신도들이 나체촌을 만들고 벌어지는 

해프닝(?)이 생략되었던 것 같은데 나름 감초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여러 사연과 비밀을 간직한 

인물들이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가려 하지만 이미 알고 보는 내가 속아 넘아갈 턱은 없고 

앞부분이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세 번째 살인 이후는 정말 진도가 급물살을 탔다. 

마지막에 광활한 미 대륙을 횡단하는 숨가뿐 추격전은 범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봤다면 정말 같이 

쫓아가면서 누굴지 궁금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는 것처럼 따라갔다. 국명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독자에의 도전이 알고 보면 정말 우스울 정도인데 모르고 볼 땐 머리를 쥐어 

짜내야 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새삼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다시 봐도 이 책은 본격 미스터리의 

손꼽히는 명작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을 처음 읽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시켜주면서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직 안 읽은 4권의 국명 시리즈가 남아 있어 

시간 날 떄마다 한 권씩 꺼내보는 재미를 누려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