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주영아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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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추리소설에 입문하던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으로 시작해서 

애거서 크리스티와 엘러리 퀸 등으로 확장해나갔는데 특히 해문의 아동용 추리소설 시리즈인 팬더

추리걸작시리즈와 자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이 시리즈의 6권이었는데 아동용이라 앞에 삽화가 들어가

있어 목 잘린 시체가 T자형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지금이야 온갖 섬뜩한(?)

장면들을 많이 봐와서 목 잘린 정도로는 끄떡도 안 하지만 순진했던(?) 그 시절에는 이 책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이 상당히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웠다. 암튼 그 당시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책이었고 특히 

본격 미스터리에 있어 이 작품만큼 명쾌한 작품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강산이 몇 번 지나 이번에 다시 

읽어 보니 예전 기억도 새록새록 나면서 가물가물해진 스토리들을 다시 맞춰보는 재미를 맛보았다.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인 이 책에선 책 제목처럼 이집트 십자가라 불리는 T자형 

십자가에 목이 잘린 채 매달린 시체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사실 정확하게는 이집트 십자가도 아니지만

충분히 상징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끔찍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자가 과연 누구인지 천하의

엘러리 퀸도 속수무책이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곳에는 항상 광신도 집단이 주변을 맴돌고 피해자

사이에 숨겨진 관계와 그들이 저지른 악행이 낳은 원한이 이렇게 끔찍한 사건을 낳게 되었다지만 과연

피해자들 주변에 숨어 있는 살인범의 정체가 누구일지는 범인과 결정적인 트릭을 알면서 봐도 정말 

흥미진진했다. 아동용 판본에선 사이비 교주 하라크트가 이끄는 신도들이 나체촌을 만들고 벌어지는 

해프닝(?)이 생략되었던 것 같은데 나름 감초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여러 사연과 비밀을 간직한 

인물들이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가려 하지만 이미 알고 보는 내가 속아 넘아갈 턱은 없고 

앞부분이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세 번째 살인 이후는 정말 진도가 급물살을 탔다. 

마지막에 광활한 미 대륙을 횡단하는 숨가뿐 추격전은 범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봤다면 정말 같이 

쫓아가면서 누굴지 궁금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는 것처럼 따라갔다. 국명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독자에의 도전이 알고 보면 정말 우스울 정도인데 모르고 볼 땐 머리를 쥐어 

짜내야 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새삼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다시 봐도 이 책은 본격 미스터리의 

손꼽히는 명작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을 처음 읽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시켜주면서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직 안 읽은 4권의 국명 시리즈가 남아 있어 

시간 날 떄마다 한 권씩 꺼내보는 재미를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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