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예술가들 - 스캔들로 보는 예술사
추명희.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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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술가들은 아무래도 일반인들과는 뭔가 다른 게 있다고 흔히 생각하는데 그들의 삶도 일반인들보다

훨씬 파란만장한 것 같다. 특히 예술가들이 이성들에게 좀 인기가 있다 보니 화려한(?) 연애사를 자랑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래서 아마 이 책의 제목에 '발칙한'이란 표현이 들어간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음악가 15명과 미술가 15명의 시끌벅적한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음악가 쪽 저자는 알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의 저자였는데 음악가들의 사생활 뒷조사(?)

전문가라 할 수 있었다.


음악가쪽에선 대부분 등장인물과의 가상 인터뷰로 시작을 하는데 먼저 가짜 뉴스에 시달렸던 비발디로

시작한다. 사제이기도 했던 비발디가 제자였던 안나 지로와의 스캔들로 곤혹을 치루는데 법원 결정까지

받았음에도 염문설이 수그러들지 않자 비발디는 고향 베네치아를 떠나 빈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악처라는 얘기가 있지만 이 책에선 그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이들

부부가 금슬이 좋았다고 한다.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의 정체 탐구를 거쳐 남편 파가니니의 목숨같은

바이올린을을 박살내버린 아내 비안키의 얘기를 들려준다. 아무래도 남성 음악가와 그의 연인들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마리 플레옐이란 여성 피아니스트는 베를리오즈를 배신하고 부자와 결혼했다 리스트와

바람이 나서 국민 불륜녀의 오명을 썼고, 바람둥이 리스트도 카롤리네를 사랑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끝내 결혼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이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의 사랑은 일부러 그런 사람들만 골랐는지

모르겠지만 평탄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음악가들 못지 않게 미술가들도 사생활이 원만한 경우는 드물었는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다 빈치로 

포문을 연다. 다 빈치는 결혼을 하지 않은 동성애자였고 그와 견줄 수 있는 르네상스 대표 미술가인 

미켈란젤로도 결혼을 하지 않은, 남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미적 취향을 가졌다. 중세 이후로 

동성애가 금기시되었다가 최근에는 좀 관대해진(?) 편인데 마지막을 장식한 앤디 워홀과 데이비드 

호크니 모두 동성애자였다. 바람둥이 나쁜 남자들도 스타 미술가들의 기본 캐릭터(?)라 할 수 있었는데 

카미유 클로델을 망가뜨린(?) 로댕이나 정력을 주체 못한 피카소, 프리다 칼로를 더 유명하게 만들어준 

디에고 리베라 등의 활약상을 만날 수 있었다. 아들 때문에 마지못해 결혼했던 까칠한 남자 폴 세잔이나 

의외로 갈라라는 한 여자에게 충실했던 달리 등 그동안 몰랐던 얘기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예술가

들은 역시 좀 개성과 민감한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다 보니 사생활에서도 바람 잘 날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예술가들의 파란만장 로맨스는 그들의 빛나는 작품의 소중한 재료가 된 것 같은데 

역시나 뒷담화같은 예술가들의 흥미진진한 사연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금 더 이해

하게 되는 시간을 마련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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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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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 중 한 명인 애거서 크리스티와는 초등학교 시절 처음 만났다. 이 

책의 저자가 표현한 대로 해문출판사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80권 짜리 '빨간책'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에

입문했는데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나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들을 볼 때와는

차원이 다른 작품들이었다. 초딩이 보기에는 좀 난이도(?)가 있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금방 매력에 

빠져 유명 작품들은 대부분 읽은 것 같은데 대략 30권 정도는 읽은 것 같다.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덕후(?)라 할 수 있는 역사학자인 저자가 그녀의 작품들을 16가지 키워드로 재조명하고 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빨간책을 읽었던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과연 어떤 얘기가 담겨 있을지 솔깃할 것 같다.


총 16개의 키워드는 '탐정', '집', '독약', '병역면제', '섹슈얼리티', '호텔', '교육', '신분 도용', '배급제',

'탈것', '영국성', '돈', '계급', '미신', '미시사', '제국'으로 각 키워드와 관련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과 그녀의 삶, 그리고 당시의 시대 상황들을 엮어낸다. 먼저 '탐정'에선 그녀의 대표 캐릭터인

푸아로가 왜 벨기에인인지 관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캐릭터를 만들려다 근처에 살던 벨기에

난민 집단에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녀의 또 다른 시그니처 캐릭터 미스 마플은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에 등장하는 셰퍼드 의사의 누나 캐롤라인을 묘사하다가 노처녀 탐정을 창조하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가장 화두인 '집'과 관련해선 애거서 크리스트의 놀라운 능력을 알려준다. 그녀의 작품에 유독

다양한 집이 많이 등장해 집에 관심이 많은 줄은 알았지만 부동산 투기꾼이라 불릴 정도로 집을 많이

사고 팔았다고 한다. '독약'은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살해도구였는데 그것도 그녀의 전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대전 당시 간호사였다 약제사로 활약했으니 그때의 경험과 전문성을 작품 속에 잘 녹여낸

게 아닌가 싶다. '병역 면제'는 세계대전 당시 병역면제자들이 그녀의 작품 속에 종종 등장한 것과 관련해

설명하고, '섹슈얼리티'에선 비교적 그녀의 작품 속에서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이유를 탐구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속에 집, 탈것 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호텔'과 관련해선 '버트램 호텔에서'란

작품이 가장 많이 언급되지만 안 읽어본 작품이라 와닿진 않았고, '교육'에선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녀가 사립학교 출신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그렸었던 경향을 얘기한다. '신분도용'에선 그녀의 유명한

실종사건을 시작으로 작품 속 신분도용 사례들을 거론하고,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비롯해 유난히 작품

속에 탈것을 많이 등장시킨 그녀가 자동차에 열광했음을 알려준다. '영국성'과 관련해선 그녀가 가장

힘들 게 썼던 작품으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꼽았던 걸 언급하면서 원제인 '열 명의 흑인 꼬마들'이

인종차별적 뉘앙스로 인해 미국판에선 제목이 바뀌었다고 한다. '돈', '계급', '제국'에선 지금 보면

조금은 민감한 사안들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와 '미신', '미시사' 등 그녀의 작품과는 좀 무관한 듯한

주제들도 흥미롭게 다룬다. 애거서의 덕후라는 저자는 16개의 테마로 관련된 그녀의 작품들 속 문장들을

술술 뽑아내는데 읽었던 작품들도 이런 문장들이 있었나 싶어 그녀의 작품들을 읽은 지가 너무 오래

되었음을 새삼 실감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소원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녀의 팬들은 물론 그녀의 작품 속 배경인 20세기 초중반의 영국 등의

사회상을 엿보는 데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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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 새로운 행동, 믿음, 아이디어가 퍼져나가는 연결의 법칙
데이먼 센톨라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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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화두였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금방 코로나가 모든 화제의 중심이 되는 등 격변하는

세상을 따라가기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급변하는 세상에서 변화에 적응하는 건 어떻게 

보면 생존의 필수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정작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변화가 일어나는 방식에 대해 저자가 네트워크과학에 기반하여 20년 넘게 

연구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 기대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총 4부에 걸쳐 변화를 가로막는 세 가지 미신부터 변화를 일으키는 전염 인프라 설계, 25%의 티핑 

포인트, 부조화, 붕괴, 혁신의 발견을 다루는데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먼저 변화를 가로막는 3대 미신으로는 인플루언서 미신, 바이럴리티 미신, 고착성 미신을

제시한다. 유명인사가 변화의 동력이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이 책에선 인플루언서들은 오히려 주위의

혁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 의한 대항 영향력에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해서 위험 감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위 입소문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행동은 바이러스처럼 전파되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인지도가 높다고 해도 기존 사회규범에 반할 경우에는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낳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여기서 한국의 산아제한 계획이 성공한 사례가 구글 글래스의 실퍠 사례와 비교되며 고착성 

미신과 관련해 소개되는데 한국의 산아제한 성공은 뒤에서도 계속 언급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의문이 생기는데 저자는 전염 인프라를 설계하라고 주문한다.

단순한 전염의 확산은 감염된 사람과 접촉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만 복잡한 전염은 사람들의 저항을

극복해야 하는데 네 가지 장애물로 협응, 신뢰성, 정당성, 열광을 제시한다. 여기서 약한 유대 네트워크와

강한 유대 네트워크로 나눠 각각 불꽃놀이와 그물에 비유하는데, 복잡한 전염을 일으키기 위해선 강한

유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전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그 필수적인 요소로 넓은 가교와 

관련성을 제시하며 다양한 사례들로 설명한다. 말콤 글래드웰의 책 '티핑 포인트'와는 약간 다른 개념

이지만 새로운 행동이 충분한 추진력을 얻어 그것의 수용 가능성에 대한 모든 사람의 의견이 갑자기

변하는 지점인 티핑 포인트가 25%임을 여러 실험과 사례로 입증하는데 이러한 티핑 포인트를 역이용

하는 중국 정부의 교묘한 여론 조작은 섬뜩할 지경이었다. 이러한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눈덩이 전략이 적절함을 사례를 통해 잘 알려주는데, 마지막 장에서 앞서 소개한 변화를 위한 7가지

전략을 다시 한 번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이 책은 그동안 어떤 책에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변화와

혁신의 구조와 설계에 대해 풍부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어 세상을 바꿀, 아니 자기 주변

이라도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정말 유용한 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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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로리 - 새장 밖으로 나간 사람들
조시 맬러먼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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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지구의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그린 작품들을 많이 만나왔다. 좀비, 외계인 

등이 지구를 점령하거나 코로나가 창궐한 지금 상황과 같이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가 대다수 

사망하고 간신히 살아남은 자들의 분투를 그린 작품들이 적지 않아 웬만한 스토리로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데 이 책에선 괴생명체를 보거나 접촉하면 미쳐버리는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전작인 '버드 

박스'를 보지 않은 상태여서 후속작인 이 책부터 보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들긴 했는데 금방 책 제목

이자 주인공인 맬로리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버드 박스'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짐작은 갔는데(이래서 시리즈는 순서

대로 읽어야 더 재밌고 놓치는 부분이 없다) 안대를 하고 있는 맬로리가 크리처로부터 톰과 올림피아를 

지키기 위해 맹인학교를 떠나는 부분부터 얘기가 시작된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그들의 

새로운 아지트인 야딘 캠프장에 낯선 남자가 찾아오는데 뜬금없이 인구조사를 하러 왔다고 한다. 

크리처로 인해 세상이 엉망이 된 상태에서 인구조사라니 맬로리가 의심을 하는 게 당연했는데 남자가 

두고 간 기록물에는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맬로리의 부모님이 세인트이그네이스에 살아있는 걸로 

되어 있자 맬로리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을 찾으러 눈 없는 기차를 타러 떠나는데...


거의 강박증 상태인 맬로리를 보면 왠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도 연상되었는데 '눈먼

자들의 도시'가 갑자기 사람들이 눈이 멀게 되는 상황이라면 이 책에선 크리처를 보지 않기 위해 자발적

안대 등을 하는 상황이 좀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발적 시각 장애상태를 잠시도 놓지

않는 맬로리에 비해 16살이 된 아이들은 좀 더 자유로운(?) 생활을 원한다. 특히 톰은 맬로리의 집요한

강요를 마지못해 따르긴 하지만 그들이 기차에 타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마치 영화 

'설국열차'의 새로운 버전인 듯한 느낌이 드는 열차 속에선 크리처로부터 안전하다며 눈을 뜨고 다니는

사람들과 여전히 눈을 가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맬로리가 공격을 받아 기차에서 

떨어지면서 이들 가족에게는 일촉즉발, 예측불허의 시간들을 겪게 된다.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한 것 같지만 끔찍했던 세상이 너무 싱겁게 돌파구를 마련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무래도 전작을 

먼저 읽고 봤다면 맬로리에게 훨씬 더 몰입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선 맬로리가 좀 과잉반응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도 늘 그녀가 되뇌는 해이해진 상태라 할 수 있는 톰과 올림피아가 무슨 

사고를 칠지 걱정하는 마음을 오갔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인간이 얼마나 한 치 앞도 모르면서 

살아가는지를 새삼 실감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그리는 세상이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지만 

인간들은 그 와중에도 끝까지 투쟁하며 생존한다는 희망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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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수업 - 조그맣고 꿈틀거리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
김태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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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동용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 곤충들의 신비한 세계에 매료되었고 방학숙제로 곤충채집을 

하면서 나름 곤충친화적인(?) 생활을 잠시 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크면서 곤충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도시에서 살다 보니 곤충이라고는 모기, 바퀴벌레 등 집에 서식하는 해충들만 보면서 

곤충이라면 딱 질색을 하곤 했는데 이 책은 왠지 그동안 멀어진 곤충과의 관계를 복원시켜주면서 

잘 몰랐던 곤충들의 비밀을 가르쳐 줄 것 같았다.


'메뚜기 선생님'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저자는 현재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로 활동 중인데

이 책에선 총5부에 걸쳐 자신이 경험한 곤충과 관련한 다양한 얘기들을 들려준다. 곤충학자이다 보니

일반인들이 겪지 않을 에피소드들이 무궁무진했는데 '여대 나온 남자'란 점도 이색적이었다. 한국 

곤충학계의 대표적인 학자라는 김진일 교수가 재직 중인 성신여대 대학원을 나오는 등 그가 곤충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충분히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현재 우리는 자연사박물관이 별도로 없는 상태인데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의 여치 표본 등을 보면 우리도 어서 빨리 자연사박물관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초에 서울대박물관에서 '지식의 수집과 박물관'이란 기획전시를 봤는데 여러 

동식물들 표본을 보니 인상적이었다. 처음부터 거창하진 않겠지만 일단 박물관을 세우면 전시품들은 

차차 갖추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생물에 대한 연구가 늦은 편이라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서양인들이 남긴 우리 곤충 

기록들이 적지 않았다. 그나마 초충도 등 그림에 곤충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고 조선시대 조정 대신들이

쓴 익선관이 매미 날개 모양을 본 뜬거나 사찰의 나비 모양 경첩 등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한중일 

초충 문화를 비교한 부분도 흥미로웠는데, 특히 얼마 전에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황제의 애완곤충으로

등장한 여치 등은 중국 사람들이 충롱이란 작은 통에 넣어다닐 정도로 반려곤충(?)이라고 한다. 곤충은

식량자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외국에선 곤충 스낵 등이 판매되고 있다고 하고 우리도 말벌주 등을

만들어 먹는 것 같다. 곤충학자이다 보니 심지어 '곤피아'를 꿈꾸는 지경이었는데 그만큼 곤충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곤충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보니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이 적지 않았는데 북한의 표본들을 외국 자연사박물관서 보는 모습을 보면 북한 지역 생물에 

대해서도 제대로 살펴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곤충과는 쉽게 가까워질 수는 없겠지만 지구란

별에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로서의 곤충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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