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로리 - 새장 밖으로 나간 사람들
조시 맬러먼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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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지구의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그린 작품들을 많이 만나왔다. 좀비, 외계인 

등이 지구를 점령하거나 코로나가 창궐한 지금 상황과 같이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가 대다수 

사망하고 간신히 살아남은 자들의 분투를 그린 작품들이 적지 않아 웬만한 스토리로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데 이 책에선 괴생명체를 보거나 접촉하면 미쳐버리는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전작인 '버드 

박스'를 보지 않은 상태여서 후속작인 이 책부터 보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들긴 했는데 금방 책 제목

이자 주인공인 맬로리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버드 박스'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짐작은 갔는데(이래서 시리즈는 순서

대로 읽어야 더 재밌고 놓치는 부분이 없다) 안대를 하고 있는 맬로리가 크리처로부터 톰과 올림피아를 

지키기 위해 맹인학교를 떠나는 부분부터 얘기가 시작된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그들의 

새로운 아지트인 야딘 캠프장에 낯선 남자가 찾아오는데 뜬금없이 인구조사를 하러 왔다고 한다. 

크리처로 인해 세상이 엉망이 된 상태에서 인구조사라니 맬로리가 의심을 하는 게 당연했는데 남자가 

두고 간 기록물에는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맬로리의 부모님이 세인트이그네이스에 살아있는 걸로 

되어 있자 맬로리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을 찾으러 눈 없는 기차를 타러 떠나는데...


거의 강박증 상태인 맬로리를 보면 왠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도 연상되었는데 '눈먼

자들의 도시'가 갑자기 사람들이 눈이 멀게 되는 상황이라면 이 책에선 크리처를 보지 않기 위해 자발적

안대 등을 하는 상황이 좀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발적 시각 장애상태를 잠시도 놓지

않는 맬로리에 비해 16살이 된 아이들은 좀 더 자유로운(?) 생활을 원한다. 특히 톰은 맬로리의 집요한

강요를 마지못해 따르긴 하지만 그들이 기차에 타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마치 영화 

'설국열차'의 새로운 버전인 듯한 느낌이 드는 열차 속에선 크리처로부터 안전하다며 눈을 뜨고 다니는

사람들과 여전히 눈을 가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맬로리가 공격을 받아 기차에서 

떨어지면서 이들 가족에게는 일촉즉발, 예측불허의 시간들을 겪게 된다.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한 것 같지만 끔찍했던 세상이 너무 싱겁게 돌파구를 마련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무래도 전작을 

먼저 읽고 봤다면 맬로리에게 훨씬 더 몰입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선 맬로리가 좀 과잉반응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도 늘 그녀가 되뇌는 해이해진 상태라 할 수 있는 톰과 올림피아가 무슨 

사고를 칠지 걱정하는 마음을 오갔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인간이 얼마나 한 치 앞도 모르면서 

살아가는지를 새삼 실감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그리는 세상이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지만 

인간들은 그 와중에도 끝까지 투쟁하며 생존한다는 희망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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