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수업 - 조그맣고 꿈틀거리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
김태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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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동용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 곤충들의 신비한 세계에 매료되었고 방학숙제로 곤충채집을 

하면서 나름 곤충친화적인(?) 생활을 잠시 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크면서 곤충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도시에서 살다 보니 곤충이라고는 모기, 바퀴벌레 등 집에 서식하는 해충들만 보면서 

곤충이라면 딱 질색을 하곤 했는데 이 책은 왠지 그동안 멀어진 곤충과의 관계를 복원시켜주면서 

잘 몰랐던 곤충들의 비밀을 가르쳐 줄 것 같았다.


'메뚜기 선생님'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저자는 현재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로 활동 중인데

이 책에선 총5부에 걸쳐 자신이 경험한 곤충과 관련한 다양한 얘기들을 들려준다. 곤충학자이다 보니

일반인들이 겪지 않을 에피소드들이 무궁무진했는데 '여대 나온 남자'란 점도 이색적이었다. 한국 

곤충학계의 대표적인 학자라는 김진일 교수가 재직 중인 성신여대 대학원을 나오는 등 그가 곤충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충분히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현재 우리는 자연사박물관이 별도로 없는 상태인데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의 여치 표본 등을 보면 우리도 어서 빨리 자연사박물관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초에 서울대박물관에서 '지식의 수집과 박물관'이란 기획전시를 봤는데 여러 

동식물들 표본을 보니 인상적이었다. 처음부터 거창하진 않겠지만 일단 박물관을 세우면 전시품들은 

차차 갖추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생물에 대한 연구가 늦은 편이라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서양인들이 남긴 우리 곤충 

기록들이 적지 않았다. 그나마 초충도 등 그림에 곤충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고 조선시대 조정 대신들이

쓴 익선관이 매미 날개 모양을 본 뜬거나 사찰의 나비 모양 경첩 등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한중일 

초충 문화를 비교한 부분도 흥미로웠는데, 특히 얼마 전에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황제의 애완곤충으로

등장한 여치 등은 중국 사람들이 충롱이란 작은 통에 넣어다닐 정도로 반려곤충(?)이라고 한다. 곤충은

식량자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외국에선 곤충 스낵 등이 판매되고 있다고 하고 우리도 말벌주 등을

만들어 먹는 것 같다. 곤충학자이다 보니 심지어 '곤피아'를 꿈꾸는 지경이었는데 그만큼 곤충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곤충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보니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이 적지 않았는데 북한의 표본들을 외국 자연사박물관서 보는 모습을 보면 북한 지역 생물에 

대해서도 제대로 살펴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곤충과는 쉽게 가까워질 수는 없겠지만 지구란

별에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로서의 곤충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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