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법칙 - 권력, 유혹, 마스터리, 전쟁, 인간 본성에 대한 366가지 기술
로버트 그린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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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그린의 책은 '권력의 법칙'과 '인간 관계의 법칙'을 읽어봤는데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들려줘서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그야말로 인간과 관련한 각종 법칙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로버트 그린의 신간인 이 책은 기존 책들과 같이 '법칙' 시리즈였는데 과연 '오늘'에

대한 어떤 법칙을 알려줄 것인지 궁금했다. 


이 책은 그동안 로버트 그린이 내놓았던 여러 책들의 핵심 내용들을 뽑아 하나의 성장과정으로 일년 

동안 매일 한 가지 주제씩을 소화해낼 수 있도록 구성해놓았다. 사실 책 제목은 '오늘의 법칙'이지만

원제가 'THE DAILY LAWS'여서 '매일의 법칙'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를 

급진적인 현실주의자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우리 모두가 빠져 있는

온갖 망상을 깨부수고 가장 깊숙한 인간 본성과 우리 뇌의 실제 작동방식에 정신의 주파수를 맞추도록

해줄 것이라고 얘기한다. 한 마디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에 제대로 적응해서 잘 살아갈 수 있는

팁을 제공해주겠다는 것인데 3개월 단위의 단계적인 성장과정을 치밀하게 설계해놓았다. 1~3월에는

자신의 내면 속 진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후의 모든 진로 선택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자신의

인생 과업을 찾아내어 이를 숙달시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4~6월에는 직업 세계에서 벌어지는 권력 

게임에 참여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특히 감정 조정의 선수들인 위장 불참자와 그 밖의 해로운

부류들을 간파하는 방법과 기만과 조종 기술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7~9월에는 유혹,

설득의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인생의 전략가가 되는 방법을, 마지막 10~12월에는 모든 인간 행동의

이면에 놓인 동기를 꿰뚫어보고 고차원적인 자아를 실현해 극한까지 정신을 확장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마무리를 한다. 마치 일력처럼 하루 한 페이지 내지 한 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없는 분량을 소화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총 366일(2월 29일도 있다) 동안 차분히 하루 한 주제씩만 확실히 익혀도

일년 후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가 완전히 달라질 것 같다. 다가오는 2022년에 이 책의 진도에 따라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너무 적나라한 인간 본성과 이에 대한 다양한 기술들을 

알려줘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씁쓸한 생각도 들었지만 각자도생의 무한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

들에게 21세기 마키아벨리가 들려주는 주옥같은 얘기들은 분명 세상을 살아가는 유용한 기술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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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 최신 언어로 읽기 쉽게 번역한 뉴에디트 완역판, 책 읽어드립니다
혜경궁 홍씨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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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비극과 정조의 즉위, 독살설 등은 조선시대를 다룬 드라마 등 여러 콘텐츠에서 자주 등장하는

얘기여서 친숙한데 여전히 그 진실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특히 이덕일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를 

보면 사도세자가 결코 미친 게 아니라 사도세자를 미치광이라고 증언한 그의 부인이자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지은 이 책 '한중록'이 단순히 자신의 한 많은 삶을 하소연하는 책이 아닌 친정을 

비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쓴 책이라고 고발했다. 그렇다 보니 이 책에 과연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지

궁금했는데 총 6권으로 나눠 혜경궁 홍씨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와 그녀의 집안에 대한 변명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제1권에서 제3권까지는 저자가 세자빈이 되어 궁궐에 들어가 시아버지 영조와 남편 사도세자 사이의

불화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다가 결국 남편이 뒤주에 갇혀 죽는 참담한 사건이 일어나기

까지의 과정을 서술한다. 명문가라 할 수 있으나 당대에는 가문이 번창하진 않았는데 저자가 세자빈이

되면서 이후 부친인 홍봉한이 과거에 급제도 하여 점차 외척으로 가문이 흥하게 된다. 문제는 사도세자와

영조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였다는 데 있었는데 저자도 영조가 화평옹주 등을 극진히 사랑하는

것과 달리 사도세자에 대해선 그리 애정이 없고 엄하게만 대하다 보니 사도세자도 영조를 무서워해서

점점 사이가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도세자가 미친 게 영조 탓이 크다는 점을 은연 중에 적고 있는데

효장세자를 잃고 어렵게 얻은 아들에게 영조가 왜 그렇게 대했는지는 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화평옹주 등 딸을 대하는 태도와는 너무 달라 아무리 딸바보(?) 아버지라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

대한 냉정한 태도는 무수리 소생으로 가까스로 왕이 된 자신의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암튼 이 책에선 사도세자가 광증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무참히 살육하는 등 살얼음판을 걷는 날들이

연속되다가 종사을 위해 사도세자의 모친 선희궁이 영조에게 사도세자의 잘못을 직접 고하고 분노한

영조가 결단을 내려 참극이 벌어진 것으로 서술한다. 자신도 같이 자결하려 했지만 세손을 위해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는 혜경궁 홍씨의 얘기를 사실 그대로 믿는다면 정말 그녀의 처절한 삶이 애달프다

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선 골수 노론 집안인 친정에서 소론과 손을 잡은 사도세자를 몰아내기 위해

사도세자를 모함했고 혜경궁 홍씨도 친정편을 들어 사도세자의 죽음을 방치했다는 주장도 있다.


전반부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과 심경을 서술했다면 후반부는 철저하게 자기 친정의

비호와 변명으로 일관한다. 부친인 홍봉한과 작은 아버지 홍인한, 동생 홍낙임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고 계속 강변하는데, 부친 홍봉한은 사도세자가 죽을 때 뒤주를 들여놓았다는 의혹을 받았고

홍인한은 세손 정조의 대리청정이나 그가 즉위하는 걸 방해했다는 죄로 정조가 직접 죽였던 인물이다.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의 오빠 김귀주와 화완옹주의 양자 정후겸, 정조의 오른팔 노릇을 했던 홍국영

등이 모함을 했다거나 오해라고 주장하면서 정조도 모두 잘못된 일임을 이해했고 순조가 임금이 되면

억울함을 풀어주기로 했다면서 나름 여러 가지 증거들을 들고 있는데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 너무 자화자찬식으로 자기 친정을 비호하면서 친정 사람들에겐 거의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만 주장하고 있는데 당시 노론의 중심이었던 친정이 사도세자의 죽음이나 정조의 즉위를

방해한 것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저자는 사도세자가 미쳐서 영조가 죽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쪽으로 몰고 있으나 설령 자식이 미쳤다고 해도 죽일 필요까지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사도세자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정조가 왕이 되는 걸 꺼려 하는 게 당연지사이니 일련의 사태에

저자의 친정이 전혀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보통 정상적이면 사도세자나 정조

편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을 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데 방관자로 일관한 것 자체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나 싶다. 암튼 한중록에 기록된 내용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쉽지 단정하기가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으로 인해 당시의 상황을 좀 더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궁중의

여인이 남긴 궁중문학으로서의 가치는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데 혜경궁 홍씨라는 실존 인물의 인생을 

보면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는 단어가 딱 맞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왕세자와 결혼하여 미래가 보장된

인생이었다가 남편이 시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하루 아침에 목숨조차 어떻게 될 것인지 모르는

벼랑 끝 상황을 내내 겪으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결국 이 책을 남겼으니 그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그녀가 겪었을 시련과 고통의 나날들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아들이 가까스로 왕이 되었음에도

친정이 풍비박산 나는 상황을 보아야 했던 한 여자의 원통함이 절절히 담겨 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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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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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챈들러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대표적인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인데 그의 명성에 비하면

내가 읽어 본 작품은 데뷔작인 '빅 슬립'밖에 없어 제대로 평가하기는 좀 어렵다. '빅 슬립'도 전자책으로

매일 조금씩만 읽다 보니 집중도가 훨씬 떨어져서 그 진가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하드보일드라는 장르 자체가 나하고는 조금 안 맞는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번에 그의

단편들을 모은 이 책으로 다시 한 번 시험해볼 기회가 생겼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필립 말로가 직접 등장하는 작품은 아니고 필립 말로와 비슷한

스타일의 사립탐정들이 주인공 역할을 하며 기이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다섯 편의 단편들을 수록하고 

있다. 먼저 스타 재즈 음악가인 킹 레오파디 살인사건을 다루는데 그의 시체가 돌로레스라는 여자의

침대에서 발견되면서 누명을 쓰게 될 위기에 처한 돌로레스를 스티브라는 탐정이 진실을 밝혀내면서

구해낸다. 두 번째 작품도 앞선 작품도 비슷한 구성이었는데 월든이란 남자의 죽음과 거기에 사용된

총, 사건에 연루된 여자, 사립 탐정의 등장, 전혀 의외의 범인까지 유사한 느낌이었다. 3인칭 시점이어서

그런지 앞의 두 작품은 좀 몰입이 잘 되지 않았는데 세 번째 작품은 1인칭 시점으로 훨씬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잘 읽혔다. 펜러독 부인의 사라진 진주 목걸이를 찾기 위해 거구의 남자인 월터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헨리라는 남자를 찾아갔다가 오히려 그에게 진압(?)당한 후 그와 절친이 되어

목걸이를 찾아나서는 얘기를 담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범죄조직과 거래까지 하는데 뭔가 느낌이

오더니 역시나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친 남자들의 브로맨스가 펼쳐졌는데 그래도 나름

훈훈하게(?) 마무리를 했다고 할 수 있었다. 네 번째 작품은 가장 분량이 적었는데 여기서도 호텔이 

배경이 되어 여자가 연루된 사건이 펼쳐졌고, 마지막 작품도 클럽, 총격사건, 여자, 거친 남자의 

전형적인 공식 아래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진수를 잘 보여줬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하드보일드 스타일

과는 좀 취향이 맞지 않는 편인 것 같았는데 오히려 현실감은 다른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들에 비하면 

좀 더 있지 않나 싶다. 다만 시대 배경이 좀 오래된(1930~1940년대?) 미국인지라 확 몰입이 되진 않는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섯 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필립 말로의 형제들이라 해도 

좋을 것 같았는데 역시 레이먼드 챈들러의 진가를 알려면 필립 말로 시리즈를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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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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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조선을 걷다'라는 책을 통해서도 조선시대에 맹활약을 한 인물들의 삶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조선의 천재들만 모아 그들의 인생을 다루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 이름이 낯설지 

않아 확인해 보니 예전에 읽었던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의 저자였다. 이 책에서는 총 9명의

조선시대 천재들을 다루고 있는데 익히 알고 있던 인물들도 있었지만 잘 몰랐던 인물들도 더러 있었다.


시대 순으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첫 번째 중인공은 생육신 중 한 명인 김시습이었다. 김시습의 천재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8개월 만에 스스로 글을 알았다고 하고 '시습'이란 이름도 '배우면 곧 익힌다'는

의미로 최치운이 지어준 이름이라 하니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신동이라는 소문이 대궐에까지

퍼져 세종이 김시습을 승정원으로 불러 박이창에게 확인시켰고 비단 50필을 내려주면서 직접 가져가게

하니 김시습이 비단의 끝과 끝을 이어 묶어 허리에 잡아메고 갔다고 한다. 그야말로 떡잎부터 남달랐던

김시습은 세조가 일으킨 계유정난과 이어진 단종 폐위 사건을 보며 벼슬길에 안 나가고 세상을 떠돌며 

살게 되었으니 세조의 쿠데타가 아까운 인재 한 명을 낭비시켰다고 할 수 있다(그래서 최초의 한글소설

금오신화가 나올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5천원권의 주인공 이이는 그의 어머니와 세트로 자주 

언급되는데 아홉 번 과거를 보아 모두 장원급제하여 '구도장원공'이라 불렸으니 요즘 고시 3관왕 정도는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수준이었다. 서인의 영수로 여겨졌지만 서인과 동인 사이를 잘 조율했던 그가

49세로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정쟁이 극한으로 치닫기 시작했고 그가 십만양병설을 주장하며 경고했던

임진왜란이 터지면서 그의 부재를 절감하게 된다. 송강 정철은 국어 교과서에서 여러 가사작품들을

만나서 친숙한 인물인데 천재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이 책에선 시인으로 천재로 취급해준 것 같다.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겨 조선시대 최고의 문장가라 여겨지지만 독선적인 성격 탓에 서인의 두목 역할을

하면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된다.


이산해는 조금은 낯선 인물인데 성호 이익이 김시습과 함께 조선의 천재로 인정했다고 한다. 정치적으론

동인으로 정철의 맞상대였다고 할 수 있는데 정철과는 달리 성품이 온화한 편이어서 동인들이 대거

화를 당한 기축옥사에서도 무사했다. 유일하게 여성으로 선정된 허난설헌은 '조선을 걷다'에서도 자세히

살펴봐서 복습이라 할 수 있었는데 여성으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지만 않았으면 좀 더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준다. 신경준도 거의 잘 몰랐던 인물인데 '산경표'를 완성한 

실천적 천재 지리학자로 김정호 이전에 최고의 지리학자라 할 수 있었다. 정약용은 너무 유명한 인물이라

새삼스런 측면이 있었고, 김정희도 정약용과 같이 모진 유배생활 속에서 추사체를 완성하고 세한도 등

엄청난 작품들을 남겨 오히려 유배생활이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황현은 

한일합병이 되자 죽음으로 저항했던 인물이었다. 이렇게 9명의 조선 천재들을 보면 대부분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천재라 할 정도의 능력을 가졌어도 시대를

잘못 만나면 제대로 꽃 피우지 못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론 불운했을지라도 자신들의 역량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과 책들로 영원히 이름을 남기지 않았나 싶다. 조선의 대표적 천재 9명의 삶을 통해 굳이 

천재가 아니어도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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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그와 다시 마주하다 - 우리가 몰랐던 제갈량의 본모습을 마주해보는 시간
류종민 지음 / 박영스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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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문화 컨텐츠다 보니까 기본적인 스토리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고

각자의 성향에 따라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좋아하는 사람도 제각각이다. 삼국지에 스타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신출귀몰한 지략의 소유자인 제갈량

이라 할 수 있는데 예전에 그가 쓴 '장원'이란 책도 읽은 적이 있지만 과연 실존 인물로서의 제갈량의

모습도 소설과 같은 모습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 책은 삼국지의 열혈 독자이면서 특히 제갈량에 큰 

관심을 가진 저자가 제갈량의 일생을 총 50개의 소주제로 나눠서 제갈량과 관련한 여러 논란에 대한

진실을 파헤친다.   


제갈량의 출생부터 유비에게 임관하기 전까지의 삶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어릴 때 부모를 모두 잃고

숙부에 의해 길러졌다고 한다. 그리고 조조의 서주대학살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고 하는데 제갈량이 

최강자인 조조에게 가지 않고 유비에게 간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청년 시절엔 자신을 관중, 악의에

비교할 정도로 자신감이 과도했고 글자 한자 한자에 집중하기보단 실용적이고 다양한 지식을 흡수했으며

키 큰 미남에 배우자의 외모나 성격보단 집안 배경을 보고 결혼을 했다고 한다. 제갈량의 본격적인 

등판은 유비의 삼고초려로부터 시작되는데 삼고초려가 사실인지 논란이 있으나 저자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제갈량의 활약상은 적벽대전에서 절정에 이르는데 화살 십만 개를 얻고 동남풍을 불게 

해 기적과 같은 승리를 견인한다. 그러나 이는 소설 속 얘기이지 역사서에는 동남풍을 불게 했다는

얘기는 전혀 언급이 없다고 한다. 제갈량이 방통이나 법정을 라이벌로 견제하지 않았느냐 하는 질문엔

아니라고 대답하고, 유비가 제갈량의 말이라면 무조건 OK를 한 건 아니라며 두 가지 사례(유종을 

공격해 형주를 차지하라는 것과 입을 함부로 놀린 장유라는 인물을 용서해주라는 것)를 제시한다. 

관우가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제갈량이 일부러 구원하지 않았다는 설이 있는데 저자는 유비와 

제갈량이 관우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고 본다. 


이릉대전 발발부터 사망까지의 기간에는 유비의 동오원정을 제갈량이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이유,

유비의 유언이 진짜 제갈량이 황제가 되라는 취지였는지, 맹획과의 고사인 칠종칠금이 실제 있었던

일인지 등을 다룬다. 무엇보다 이 시기에 제갈량의 최대 사업은 북벌이었는데 다섯 번의 북벌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 이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북벌 과정에서 위연이 제안한 자오곡 계책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이고 읍참마속의 주인공 마속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건 마속이 패배

후 도망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갈량 사후부터 촉의 멸망까지에선 제갈량의 청렴함과 제갈량이 47세가

넘어서야 얻은 제갈첨의 얘기 등을 들려주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위인들이라 할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이나 율곡 이이도 제갈량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고 한다. 이렇게 이 책에선 제갈량이란 역사속

위대한 인물의 실제 모습을 여러 자료들을 바탕으로 최대한 검증하는데 소설 속에서 신출귀몰한 능력을

선보였던 제갈량이 아닌 좀 더 인간미가 보이는 제갈량을 만나볼 수 있었다. 비록 소설에서 과장된 

측면이 없진 않지만 제갈량은 능력이나 인품 등 어느 면에서도 본받을 점이 많은 훌륭한 인물이 아닌가

싶은데 요즘 대선판을 보면 정말 자질들이 떨어지는 자들이 후보라고 설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제갈량 같은 인물이 다시 나오기 어렵겠지만 제갈량의 진면목을 제대로 살펴보면서 그의 진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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