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 - 700만 년의 역사가 알려주는 궁극의 식사
NHK 스페셜 <식의 기원> 취재팀 지음, 조윤주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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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있어 먹는 건 여러 모로 중요하지만 이상적인 음식과 식사가 뭔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정답이 

없는 것 같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과 맛을 모두 만족시키는 음식을 찾기는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인류 진화에서 찾은 이상적인 식사법이라는 테마로 방송된 NHK의 스페셜 '식의 기원'이란 

프로그램의 내용을 책으로 담아냈다.


총 5장에 걸쳐 어떻게 보면 음식과 관련된 아주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데, 먼저 1장에선

밥이 우리 몸의 적군인지 아군인지에 대해 묻는다. 예전에는 밥심으로 산다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였는데

요즘엔 밥을 비롯한 탄수화물이 비만의 원인이자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견해가 대세가 된 듯하다. 

이 책에선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탄수화물의 역할을 살펴보는데 녹말이 연약한 인류의 목숨을 지켜준

귀한 음식으로 가열한 녹말을 먹으면서 뇌가 커졌다고 말한다.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안전하게 효과적

으로 섭취하게 되면서 뇌의 용량이 커지게 된 건 전에 '한 권으로 끝내는 세상의 모든 과학'이란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데 이 책에선 녹말의 가열 조리로 인류가 높은 지성과 우수한 신체 능력을

얻게 되어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음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저탄수화물 식단은 다이어트용

일 뿐 건강식은 아니며 탄수화물이 우리 몸에 가장 자연스러운 청정에너지임을 알려준다. 


다음으로 소금을 현명하게 섭취하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우리 혀가 소금을 민감하게 느끼게 된 이유가

땅 위에서 살아가기 위한 것으로 신장이 소변 속에서 빠져나간 나트륨을 다시 빨아들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소금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 등 만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하루 1.4 그램만

섭취량을 줄이라고 조언한다. 지방도 흔히 건강에 좋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오메가3와 오메가6가

특히 중요함을 강조한다. 오메가3는 인류를 번영의 길로 이끌고 멸종의 위기에서 구해냈다고 극찬을

하는데 오메가3를 많이 섭취하면 온 몸의 세포가 부드러워지고, 혈액순환이 건강하게 유지된다. 

무엇보다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이 중요한데 1:2의 비율을 넘어가면 사망 위험도가 급속하게 증가

한다고 한다. 술과 관련해선 인류의 조상은 생존을 술을 마셨다고 하고 서구와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대부분 술이 센 반면 아시아에선 술에 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나쁜 미생물이 크게 번식하지 않아

전염병으로부터 살아남았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맛있음을 느끼는 특별한

능력으로 진화했다고 하는데 다른 동물들은 먹지 않는 '쓴맛'을 '맛있음'과 연결해 더 많은 먹거리를

마련할 수 있었고 얼굴 형태가 변하면서 풍미를 맛이라고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음식과 관련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많이 들려주면서 각 장 끝에 실천편을 둬서 건강한 식생활을 돕고 있어 여러 모로

음식과 건강과 관련한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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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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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방에서 불륜 관계로 보이는 남녀 중 한 명이 사망하자 상대방이 범인으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다.

엘리트 검사 출신인 사가타가 변호를 맏게 되자 검찰은 긴장하면서 에이스 여자 검사 쇼지를 투입하는데

너무 뻔해 보이는 사건에 과연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만 법정물은 생각보단 많이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아무래도 법정 안에서

벌어지는 공방을 잘 다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이 책에선 치정살인으로 보이는

현재 재판 중인 사건과 그 사건의 동기라 할 수 있는 7년 전 교통사고의 피해자 가족들을 번갈아 보여

주며 얘기를 풀어간다. 알고 보니 작가는 예전에 읽었던 제6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인 '고독한

늑대의 피'의 작가여서 구면이었는데 그동안 잊고 지내다 보니 초면이나 다름없었다. 7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다카세 부부는 사고를 낸 자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자 경찰에 가서

난리도 치고 해보지만 공안위원장 출신인 용의자와 경찰이 어떻게 조작을 했는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고통 속에 7년이 무심하게 지나가고 아내마저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자 마지막 소원이 아들을

죽인 범인을 꼭 내 손으로 처치하겠다는 것이었다. 태연하게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는 범인에게 아내가

접근하여 친해지면서 기회를 엿보고 드디어 호텔방에서 거사의 날이 다가오는데...


이미 7년 전 사건을 모두 드러냈기 때문에 재판에서 그다지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았지만 작가가 교묘

하게 독자들을 속이다가 거의 재판의 마지막 무렵이 되어서야 재판의 진상을 보여줘 제대로 당했음을 

알게 된다. 선입견에 빠져 재판이 당연히 어떨 거라 짐작하다가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제목처럼 

최후의 증인이 등장하는 순간에서야 뭐가 이상함을 알게 되고 사건의 모습이 그때서야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된다. 모든 게 7년 전 사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할 수 있는데 검수

완박이니 하며 경찰을 비대화시켜놓은 우리의 현실도 다카세 부부가 당한 끔찍한 일이 남의 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을 것 같다.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검사 출신의 사가타가 검사를 때려친 것도 비슷한 사정이 

있었는데 부패한 수사기관의 제 식구 감싸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싱겁게 끝날 것 같던 

재판이 최후의 증인이 등장하며 요동을 치면서 진실을 보여주는데 작가의 능수능란한 솜씨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이 책이 사가타 시리즈 1편이라고 하니 사가타가 맹활약하는 작품들을 다시 만나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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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의 손길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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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과장 아카시의 조카 하리야와 후지제일병원 파견을 두고 경쟁 중인 흉부외과 의사 유스케는

아카시 과장으로부터 새로 흉부외과로 오는 인턴 중 2명 이상을 입국시키면 후지제일병원으로 보내

주겠다는 제안을 받자 흉부외과의 힘든 생활을 숨기려고 하는데...


미스터리도 여러 장르로 세분되는데 의학 미스터리도 그중 한 몫을 차지한다. 예전에 가이도 다케루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등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미스터리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의학

드라마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오직 최고의 흉부외과 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만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달려 온 유스케는 흉부외과 과장 조카와 경쟁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 솔깃한 제안을

받자 인턴들을 일찍 퇴근시키는 등 어떻게든 인턴들의 맘에 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바로 자신이 속였음을

들켜서 인턴들과의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한다. 그래도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본인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서 자신에 대한 인턴들의 불신을 조금씩 해소해나가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모든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다. 마침 아카시 과장이 예전에 논문을 조작하고 제약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괴문서가 병원 곳곳에 나돌면서 리더십에 위기를 맞은 아카시 과장이 다시 유스케에게 범인을

찾아내면 후지제일병원으로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하는데...


여러 의학드라마들을 통해 의사들의 생활 모습을 대략이나마 엿볼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의사가

단순히 의술만 좋다고 의사로서의 탄탄대로를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상당히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이다 보니 알력과 다툼이 없지 않았다. 다른 과와의 세력 다툼은 물론 같은 과 내에서도 줄 세우기

등 파벌 싸움으로 유스케처럼 요령도 없이 오직 훌륭한 흉부외과 의사가 되겠다는 신념만 가진 사람이

버텨내기에는 힘든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유스케는 자신의 의사로서의 실력과 소신을 바탕으로 한 

실전을 통해 인턴들의 마음을 돌려놓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아카시 과장의

위급한 상황마저 구해내지만 결국 그가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마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장면을 방불케했는데 작가도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가슴 뭉클한 의학 드라마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너무나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유스케가 다시 활약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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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 머리를 한 여자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움이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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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섬뜩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인디언인 어린 시절 친구들 루이스, 게이브, 리키, 캐스가 10년 전

인디언 자치 지구 내 연장자용 사냥 구역에서 엘크 사냥흘 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엘크들을 거의

학살 수준으로 죽였는데, 특히 루이스가 죽인 어린 암컷 엘크가 하필 임신한 상태의 엘크였다. 루이스는 

엘크를 잡아 살을 잘라내 보니 배아 또는 태아 상태였던 새끼 엘크가 있었고 루이스는 끝까지 자기가

처리한다.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한 루이스를 비롯해 엘크 사냥에 참가했던 4인방에게는 마치 엘크의

저주가 씌어진 듯 엘크 머리를 한 여자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저자가 블랙피트족 출신 북아메리카 원주민이어서 그동안 만났던 스릴러나 호러 작품과는 사뭇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엘크는 말코손바닥사슴으로 소머리에 사슴뿔을 한 모습이다. 얘기는 리키의 황당한

죽음으로 시작한다. 여전히 인디언(인디언도 인종차별적인 용어로 북미 원주민이 더 정확한 표현임)에

대한 차별이 있는 상황에서 리키는 주차장에서 엘크가 난동(?)을 부리자 이를 제압하려 하지만(진짜

엘크인지는, 엘크 귀신인지는 모르겠다) 결국 차량을 파손한 오해를 받고 백인들과 싸움 도중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다. 다음 타자는 사건의 발단이 된 루이스로 루이스도 엘크 머리를 한 여자를 보게 되면서

아내인 페타나 도서관 동료인 셰이니가 바로 엘크 머리를 한 여자가 아닌가 의심한다. 뭔가에 홀리면

정말 정신을 못 차린다고 엘크 머리를 한 여자에 제대로 꽂힌 루이스는 점점 맛이 가면서 제대로 큰

사고를 치게 되는데...


의도하지 않았지만 새끼를 밴 짐승을 무참하게 죽인 죄로 저주(?)에 걸려 혹독한 대가를 치리는 친구들의

얘기가 계속되는데 저주는 4인방으로만 만족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새끼를 죽인 데 대한 복수로

다음 세대에까지 마수를 뻗치는데 고난의 행군(?) 끝에 의외로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북미

원주민 작가의 호러 소설이다 보니 독특한 느낌과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는데 한 번의 치명적인 잘못이

처절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음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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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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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주에 괴롭힘을 당하던 여자를 위해 포주에게 마약 혐의를 뒤집어씌우려다 고스란히 찍혀 영상이

방송을 타면서 형사처벌까지 받을 위기에 처한 존 구티에레스 경위는 멘토르라는 남자로부터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신 어떤 여자를 집 밖으로 데려나와 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마지못해 존은 황당한 제안에 

응하지만 안토니아라는 특이한 여자는 두 가지 질문에 제대로 답하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하는데...


유럽 미스터리는 주로 영국이나 북유럽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독일, 프랑스쪽을 가끔씩 만나는데

스페인 미스터리는 정말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내가 읽은 작품도 '시체 읽는 남자' 정도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데 오랜만에 스페인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되어서 과연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기대가

되었다. 제목인 '붉은 여왕'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유명한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이 책에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특별수사를 진행하는 비밀 조직

'붉은 여왕 프로젝트'라 부른다. 유럽 각국에서 '붉은 여왕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가운데 스페인에선

안토니아가 바로 '붉은 여왕'이었다. 유럽 최대 은행 총재의 아들이 납치되어 시체로 돌아오자 과거의

사건으로 '붉은 여왕 프로젝트'를 그만뒀던 안토니아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멘토르는 존을 이용하고

안토니아가 수사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얘기가 진행된다. 곧이어 스페인 대부호의 딸 카를라가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범인이 요구하는 사항을 카를라의

아버지가 들어주지 않으면 카를라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안토니아는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기이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하는데...


전형적인 유괴살인범과는 다른 행태를 보이는 정체불명의 범인을 쫓기 위해 안토니아와 존의 어색한

콤비가 호흡을 맞춰가며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데 신출귀몰하는 범인에게 계속 당하며 점점 궁지로 

몰리지만 안토니아는 포기를 하지 않는다.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범인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범인은 안토니아의 아들마저 납치해 그야말로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안토니아의 사연도 서시히 드러나고 모두의 목숨이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는다. 안 

어울리는 안토니아와 존 콤비는 나름의 조화를 이뤄 결국엔 사건을 해결해내는데 아마 후속작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흥미로운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 스릴 넘치는 전개로 스페인의 스릴러도 

어느 나라 못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붉은 여왕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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