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호텔방에서 불륜 관계로 보이는 남녀 중 한 명이 사망하자 상대방이 범인으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다.

엘리트 검사 출신인 사가타가 변호를 맏게 되자 검찰은 긴장하면서 에이스 여자 검사 쇼지를 투입하는데

너무 뻔해 보이는 사건에 과연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만 법정물은 생각보단 많이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아무래도 법정 안에서

벌어지는 공방을 잘 다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이 책에선 치정살인으로 보이는

현재 재판 중인 사건과 그 사건의 동기라 할 수 있는 7년 전 교통사고의 피해자 가족들을 번갈아 보여

주며 얘기를 풀어간다. 알고 보니 작가는 예전에 읽었던 제6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인 '고독한

늑대의 피'의 작가여서 구면이었는데 그동안 잊고 지내다 보니 초면이나 다름없었다. 7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다카세 부부는 사고를 낸 자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자 경찰에 가서

난리도 치고 해보지만 공안위원장 출신인 용의자와 경찰이 어떻게 조작을 했는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고통 속에 7년이 무심하게 지나가고 아내마저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자 마지막 소원이 아들을

죽인 범인을 꼭 내 손으로 처치하겠다는 것이었다. 태연하게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는 범인에게 아내가

접근하여 친해지면서 기회를 엿보고 드디어 호텔방에서 거사의 날이 다가오는데...


이미 7년 전 사건을 모두 드러냈기 때문에 재판에서 그다지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았지만 작가가 교묘

하게 독자들을 속이다가 거의 재판의 마지막 무렵이 되어서야 재판의 진상을 보여줘 제대로 당했음을 

알게 된다. 선입견에 빠져 재판이 당연히 어떨 거라 짐작하다가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제목처럼 

최후의 증인이 등장하는 순간에서야 뭐가 이상함을 알게 되고 사건의 모습이 그때서야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된다. 모든 게 7년 전 사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할 수 있는데 검수

완박이니 하며 경찰을 비대화시켜놓은 우리의 현실도 다카세 부부가 당한 끔찍한 일이 남의 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을 것 같다.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검사 출신의 사가타가 검사를 때려친 것도 비슷한 사정이 

있었는데 부패한 수사기관의 제 식구 감싸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싱겁게 끝날 것 같던 

재판이 최후의 증인이 등장하며 요동을 치면서 진실을 보여주는데 작가의 능수능란한 솜씨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이 책이 사가타 시리즈 1편이라고 하니 사가타가 맹활약하는 작품들을 다시 만나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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