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 세상의 변화를 읽는 디테일 코드
팔란티리 2020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4월
품절


제레미 리프킨은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맺어지는 상호적 관계 속에서 확인되는 부분적인 자아만이 있을 뿐, 각 개인의 독특한 자아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네트워크상에서 자아는 고정된 단일의 실체를 갖기보다는 관계에 따라 늘 유동적이고 파편화되어 존재하는 것이다.-19쪽

자아와 정체성이란 개념의 차이
자아는 심리적인 것 또는 즉자적인 것이고,
정체성은 사회적 관계망 안에서 부여되는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25쪽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란 말 그래도 양면성을 가진다. 집단의 구성원이 되는 개인을 중시하고 모든 것이 개인을 중심으로 조직화되지만, 그 개인의 존재는 네트워크 안에서 의미를 갖고 유지하기 때문이다.-31쪽

학자들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크게 도구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의례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구분한다. 도구적이라는 것은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이 무언가 목적하는 정보를 얻거나 설득하기 위한 것이고, 의례적인 것이란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를 위한 것, 또는 인간관계를 위해서 오가는 것을 지칭한다.-36쪽

과거의 가족이 일종의 '말이 필요 없는 관계'인 동시에 '재산과 운명을 공유하는 상호 의존적 관계'였다면, 이제는 '의사소통으로 유지되거나 소원해지는 관계'로서 '구성원 간의 요구를 공유하는 관계'라고 규정할 수 있다.-44쪽

우리시대의 친밀성의 코드화 과정에는 휴대전화나 미니홈피, 블로그 등의 영향이 커 보인다. 대중적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특성은 이것이 사회적 발언을 위한 장이라기보다는 스몰토크의 교환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이다.

즉 친밀성을 형성하고 유지, 확대하기 위한 고요한 코드가 스몰토크인 것이다.-45쪽

휴대전화가 시대적인 코드와 맞아떨어지는 것은 각 개인이 하나씩 '내 번호'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46쪽

자기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다지는 구심력 있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을 중심으로 그물처럼 퍼져 있는 인간관계망을 스몰토크를 통한 친밀감의 교류로 관리하는 원심력 있는 노력도 효과적으로 하는 인간이 미래 사회의 리더가 될 것이다.-49쪽

'소셜 서치'는 검색 결과의 적합성을 결정할 때 같은 지식에 대한 다른 이용자들의 이용 상황을 고려하는 유형의 검색이다.-117쪽

위키피디아의 모델은 집단 지성이 우수한 개인 지성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계적 검색은 개인의 경험 지식의 중요성을 증대시킨다.

지석의 속성이 과거보다 상대적이고 가변적이게끔 만든다.

관계적 검색은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암묵적인 지식을 형식적인 지식으로 변화시키는 경향이 있다.-124쪽

지식 서비스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라고 전제할 수 있고,
자료 서비스란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 간에 같은 수준과 내용의 지식이 거래됨을 전제로 할 수 있다.-140쪽

지식 서비스가 자료 서비스와 다른 중요한 특징은 지식 서비스는 제공자와 수혜자 사이의 지식수준의 차이를 전제로 하는 반면, 자료 서비스는 제공자와 수혜자의 지식수준이 비슷하다고 전제한다는 점이다.
정보 서비스와 자료 서비스의 차이는 제공하는 것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가 하지 않는가에 있다. 자료 서비스는 제공되는 것에 대해 제공자와 수혜자 간 해석의 차이가 전혀 없는 경우를 의미하고, 정보 서비스는 그 해석의 차이 또는 활용의 다양성을 가정한다고 할 수 있다.-141쪽

지식 서비스는 지식을 추상화하고 코드화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세 가지 기능을 가지게 되며, 추상화와 코드화를 통해 지식의 가치를 최대화시키는 역할(사적 역할)과 특정 부문에 전유되는 가치 있는 지식을 공공의 지식으로 이동시키는 역할(공적 역할)을 가진다고 규정할 수 있다.-144쪽

인터넷은 승자의 독점적 경향을 강화해서 양극화를 부추기지만 동시에 승자의 위치를 유지하기는 힘들게 만듦으로써 불확실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을 생물학에서는 '붉은 여왕'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쟁을 통해서 진화하지만 경쟁 상대 간의 상대적 지위가 지속적으로 변하하기 때문에 영원한 승자가 결국 나타나지 않으며, 상대방보다 더 빠르게 뛰어야 앞서기 때문에 계속 속도를 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188쪽

컴퓨터 게임은 이제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미래의 주요한 라이프스타일 가운데 하나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현실과 게임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전방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미래 사회를 위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230쪽

앨빈 토플러에 따르면, 권력은 물리적 힘(완력)과 경제력(부), 그리고 지식(정신)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여기서 물리적 힘은 저품질의 권력으로 융통성이 적고 응징의 차원에서 활용된다. 경제력은 중간 품질의 권력으로 처벌 대신 현물의 보상(보수와 뇌물)으로 활용된다. 지식은 고품질의 권력으로, 이것은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약자인 경우에도 모두 소유할 수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이렇게 권력과 권위 구축의 매커니즘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력과 물리적인 힘이 중심이었다면, 새로운 시대에는 고품질의 권력인 정보의 중요성이 절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253-254쪽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예술과 문화의 생산-유통-소비의 방식에 전격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316쪽

특별한 이벤트가 일상화된 것이 현대의 삶이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상의 미학인 것 같다.-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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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중텐 지음, 박경숙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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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족의 문화방식이나 생활방식이 항상 그 민족의 문화적 성격을 구현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이 만났을 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은 중국인의 성격이 '내향적'이기 때문이고, 서양 사람들이 만났을 때 악수하고 포옹하는 것은 서양인의 성격이 '외향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양문화의 상징물은 '십자가'이며, 중국 문화의 상징물은 '태극도'다. 하나는 점에서 출발하여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다른 하나는 양극으로 구성된 원 안에서 상호작용한다.

문화의 핵심은 민족문화의 사상핵심으로, 민족의 생존과 발전의 총강령이다.-16쪽

중국 문화의 사상핵심은 단체의식이며, 서양 문화의 사상핵심은 개인의식이다-18쪽

일반적으로 개인의식을 사상의 핵심으로 하는 민족은 대부분 성격이 외향적이며, 단체의식을 사상핵심으로 하는 민족은 대개 내향적이다.-19-20쪽

가장 일상적인 것이 결국은 가장 정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의 핵심은 가장 강령적인 것으로, 가장 보편적인 현상에서 찾아 볼 수 있다.-21쪽

혈연관계가 '함께 먹는 것'의 관계이고, 형제가 '같은 음식을 먹는 사람'이라면, 비혈연관계를 혈연관계로 바꾸고, 다른 사람과 형제가 되는 데 가장 간편한 방법은 바로 다른 사람과 한솥밥을 먹는 것이다.-64쪽

중국적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식기는 젓가락이다.-73쪽

의복은 의지이다. 의복은 몸에 의지하고 자신은 타인에게 의지하며, 이로써 방대하고 복잡한 사회관계라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된다.-134쪽

음식은 비교적 보수적인 반면, 복식은 비교적 유행에 민감하다.

음식이 구습을 답습하는 연로한 선생이라면, 복식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쫓는 아가씨 같다.-137쪽

중국인에게는 유행에 대해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하나는 '임기웅변'이고, 다른 하나는 '앞장서지 않는 것'이다.-141쪽

중국인의 임기웅변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윗사람을 따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무리를 따르는 것이다.-145쪽

체면의 가장 큰 실리는 체면이 있으면 환영받는다는 것이다.-188쪽

체면이 있으면, 쓸 줄도 알아야 한다. 체면이 있는데 쓰지 않으면 바보다. 남용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 체면은 인정과 같아서 쓰지 않을 수 없고, 또한 남용해서도 안 된다. 인정을 많이 베풀수록 손해를 보며, 체면을 많이 쓰면 닳아 없어진다.-194쪽

중국의 처세규칙
첫째, 눈치껏 행동해야 하며, 둘째, 사리분별을 해야 한다. 눈치껏 행동한다는 것은 상대의 안색을 살펴서 그의 얼굴이 어떤지를 아는 것이다. 사리분별이란 예의를 알고, 자신이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202쪽

말이 되고 안 되고는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눈에 거슬리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248쪽

세상 물정에 밝기 위해서는, 첫째,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이 자신의 신세를 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의 특징
첫 번째 특징은, 남의 안색을 잘 살피고, 정보에 빠르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색하지 않고 큰일을 간단하게 처리하고, 사전에 떠벌이지 않으며, 사후에 자신의 노고를 자랑하지 않는다.
세 번째,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다.-251쪽

양심과 의리는 인정 법칙의 두 수문장이다. 하나는 '마음에 들이대는 칼'이고, 다른 하나는 '몸에 들이대는 잣대'다 하나는 충신이고, 하나는 간신이다. 하나는 마음을 수양하며, 하나는 외부를 제약한다.-261쪽

인정은 보통 실제적인 내용으로, 다른 사람에게 일을 주고, 집을 주고, 배우자를 찾아주는 것이다. 반면, 인정미는 일종의 태도이고 경향이며 정서일 뿐 실제적인 내용이 없다. 다시 말해, 인정미는 인정의 곡조와 맛이고, 형식과 감각이며, 인정 때문에 어떤 사람이나 일, 사물에 부여되는 형식미이다.-263쪽

가정의 특징은 바로 '공사불분, 내외구별'이다.-337쪽

결혼의 목적이란 첫째는 남녀 가족이 '친척의 인연'을 맺는 것이며, 둘째는 남자 쪽 가족을 위해 '혈통'을 계승하는, '인연 맺기'와 '혈통 계승' 두 가지뿐이다.-378쪽

중국 전통사회에서 결혼의 목적
첫째는 의무를 다하는 것
둘째는 친척의 인연을 맺는 것
셋째는 혈통을 잇는 것
넷째는 생활하는 것-379쪽

중국에서 아이는 가정생활의 중심이다.-386쪽

가장 전형적인 '잘못된 사랑'은 '지나친 사랑'이다.-388쪽

중국의 부모들이 자녀에 관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교육, 직업, 결혼 세 가지 문제다.
첫 번째, 교육문제는 가장 기본이다.
두 번째, 직장문제가 가장 관심사다.
세 번째, 결혼문제가 가장 골치 아프다.-393쪽

공자는 일찍이 '유익한 친구'의 세 가지 조건을 말한 적이 있다.
우선 정직한 친구다.
다음은 너그러운 친구다.
세 번째는 '박학다식한 친구'다.

'해로운 친구'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외모는 당당하지만 관료적이고 상투적이며 의례적인 말만 하는 친구
두 번째는 상대방에게 아첨만 하는 사람
세 번째는 호언장담하고 허튼소리나 하는 사람-428-429쪽

군자가 친구를 사귈 때는 다음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자연스러워야 한다.
두 번째, 공리를 초월한다.
세 번째,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
네 번째, 관용을 많이 베푼다.
다섯 번째, 용기가 있어야 한다.-429-431쪽

친구를 사귀려면 '친분'을 중시해야 한다.-432쪽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사귀려면, 우선 진심을 다해야한다.
두 번째는 충성해야 한다.
세 번째는 신뢰해야 한다.
넷째는 적절한 상황 대처로, 구속되거나 구차하지 않는 것이다.-434쪽

일반적으로 '사람을 사귀는 태도'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목적이 있다.
두 번째, 이해를 쫓는다.
세 번째, 만남과 헤어짐이 잦다.
-436-437쪽

의협심의 첫 번째 특징은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다.

의협심의 두 번째 특징은 의리를 따지는 것이다.

의협심의 세 번째 특징은 생사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다.-443-444쪽

의협심과 독야청정에는 오히려 유사한 점이 있다. 우정을 그 모든 것보다 중시했다는 점이다.-446쪽

중국인의 우정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든 사람의 교제에 일정한 '울타리'가 있다는 것이다.-450쪽

전통 중국 사회는 엄격한 의미에서 '개인'은 없고, '국가'도 없으며, 많은 '울타리'만 있을 뿐이다.

중국인이 우정을 특별히 중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개인의 힘은 너무 미미하고, 국가는 의지할 수 없었다. 따라서 폭넓게 친구를 사귀고, 많은 울타리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461쪽

중국인이 마작을 좋아하고 한담을 좋아하는 것은 모이고, 뭉치고,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470쪽

한담은 '합리적이고 합법적이다'

한담이라는 무기가 두 번째로 대단한 점은 '신속하게 전파 된다'는 것이다.

한담이라는 무기의 세 번째 절묘한 점은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479-485쪽

한담에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한담이 있고, 사람을 해치는 한담이 있다. 사람을 즐겁게 하는 한담이 상상력과 창조성을 표현한다면, 사람을 해치는 한담은 주로 '평형심'과 '복수심'에서 나온다.-504쪽

한담과 잡담의 차이는, 전적으로 내용에 달려 있지 형식에 있지 않다.-5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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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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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포기Porgy>에 나오는 대사를 살짝 바꿔치자면, "행복은 잠시 머물렀다 지나간다". 행복의 느낌을-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떠올리기 쉽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일시적인데다 손에 잡히지 않으며, 거품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만족감을 행복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족감이란 행복함과 비참함 사이의 타협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수많은 순간들을 훗날 되돌아보면 완전한 행복의 순간을 정확히 집어 내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만족감이 지배하던 긴 기간을 기억해 내기는 꽤나 쉽다.-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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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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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수사란 범인이 저지른 실수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범죄는 어렵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범죄자라도 단 하나의 실수도 저지르지 않는 법은 없다. 완전범죄는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범인을 쫓는 경찰은 그들이 저지른 실수들을 쫓는 것이다.-259쪽

살인이 잔혹한 것은, 살인이 피해자를 죽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가족의 생활과 마음까지 서서히 죽여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족을 죽이는 것은 살인자 본인이 아니라 그 가족들 자신의 마음이야.-280쪽

가장 두려운 것은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야.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아무도 자극도 없는 인생을 보낼 바에야 죽는 편이 낫다는 그런 지향성-303쪽

주위의 눈이란 그런 것이다. 진실이 자신에게 직접 닥쳐와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지 않는 한, 인간은 그것과 직면할 수 없다. 자신에게 가장 편하고 안락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설득력을 지닌 해석을 '진실'로 채택하는 것뿐이다.-377쪽

거짓말은 반드시 들통이 나. 진실이란 건 말이지. 네 놈이 아무리 멀리까지 가서 버리고 오더라도 반드시 너한테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어-5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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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사람들은 이럴 때 적당히 빠져나갈 샛길을 만들어낸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철저히 구경꾼으로서 호기심을 불태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사건의 바깥에 두고, 그 사건에서 철저히 멀어지는 것이다. 또는 형사나 탐정이 된 기분으로 사건을 추리하면서 범인을 추적해본다. 또는 희생당한 여자를 폄하하면서, 그런 무서운 사건에 휘말려든 것은 피해자들 쪽에도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이며, 그러므로 자신에게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꽤 합리적인 논리를 만들어낸다.
그보다 더 단순한 '망각'이라는 방법도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들을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는 것이다.-38쪽

병실이란 한 인간이 자신에 대해서나 타인에 대해서나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를 확인하는 곳이고, 그런 자신의 모습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장소이다. 지금까지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했던 애정과, 쌓아왔다고 확신했던 인간관계가 그저 거짓과 무관심과 착각과 기대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절망에 빠지는 일이 종종 있다. -189쪽

진정한 악이란 이런 거야. 이유 따위는 없어. 그러므로 피해자는 자기가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는지 모르는 거야. 원한, 애증, 돈, 그런 이유가 있다면 피해자도 납득을 할 수 있겠지. 자신을 위로하거나 범인을 미워하거나 사회를 원망할 때는 그 근거가 필요한 거야. 범인이 그 근거르 제시해주면 대처할 방법이라도 있지. 그러나 애당초 근거 같은 건 없었어. 그거야말로 완벽한 '악'이야.-203쪽

거짓말하기는 쉽다. 문제는 그 거짓말을 늘 잊어버린다는 데 있다.-305쪽

사람은 누구나 죽기 직전에 과거의 모든 기억을 떠올린다. 흘러간 모든 시간들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른다.-380쪽

작문은 사방에 널린 언어를 조합해서 만들 수 있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 시를 쓰는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내시경을 넣고 거기에서 조직의 일부를 떼내 표본을 만드는 것과 같다.-387쪽

인간이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야. 절대로 그러지 못해. 물론 사실은 하나뿐이야. 그러나 사실에 대한 해석은 관련된 사람의 수만큼 존재해. 사실에는 정면도 없고 뒷면도 없어. 모두 자신이 보는 쪽이 정면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야. 어차피 인간은 보고 싶은 것밖에 보지 않고, 믿고 싶은 것밖에 믿지 않아.-4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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