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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
송주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는 아이스크림이 있다면 그림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이 책은
무려 7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총 7부에 세부적으로 4가지씩 얘기가 담겨 있으니 총 28가지의 다채로운
방법들을 소개하는데 역시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사실 각종 미술 관련
책에서 다양한 그림들을 소개하지만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감상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책은 그다지
없는데 이 책에서 과연 어떤 방법들을 알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서 감상자 개인의 경험이 더해지는 과정으로 이 사이를
조율하는 감상 테크닉이 스토리텔링이라고 얘기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김홍도의 풍속도첩 중
'노상파안'을 예로 들면서 설명한다. 먼저 그림 속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피고, 몇 가지 지식들을 덧붙여
정황을 파악하며 그림 속 주인공의 스토리를 상상하는 방법은 어느 작품에나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감상법이라 할 수 있었다. 현대미술 작품에는 제목이 없는 '무제'인 작품들이 많은데 이는 그림을 보는
방법도 하나일 수 없고 정답이 없음을 대변해준다. 직전에 '난처한 미술 이야기 1'을 통해 선사시대
미술을 살펴봤었는데, 이 책에서도 '마카판스갓 조약돌'을 웃는 얼굴 이모티콘과 장욱진의 '얼굴'과
비교하면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현생 인류에게 미친 영향에 관해 몰랐던 얘기들을 들려준다.
현생 인류에게 있는 1~4%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면역력, 출산 능력, 통증 민감도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반면, 비만과 당뇨, 코로나에 취약한 점에선 부정적으로 작용했고 데니소바인 유전자는 티베트
고원의 높은 고도 적응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또 놀라운 사실은 미라의 피부를 갈아 만든 갈색
물감 머미 브라운이 오랫동안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반전 있는 그림 보기'에선 다빈치의 생모가 코커스 지역 출생의 노예라는 흥미로운 설과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소설 '베니스의 개인상인'의 모티브인 루벤스의 작품 '한복 입은 남자'가 사실은
중국인이라는 점, 독일 드레스덴 고전거장회화관에서 봤던 페르메이르의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 등의 복원에 얽힌 얘기(사실 전에 읽은 '처음 읽는 비밀 미술관'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
등을 들려준다. 풍속화가로 명성이 높았던 윌리엄 호가스가 판화 저작권법 제정의 일등공신이란 점
등 여러 유명 작품과 작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현대 미술가의 성공 비결에 네트워크가 중요함을
칸딘스키를 대표 사례로 들고, 아라리오 갤러리나 페이토 갤러리 전시로 친숙해진 정강자 작가가
자신의 미술 선생님으로 그녀와 얽힌 여러 사연들도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미술교육에 대해 얘기하는데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영희'가 사실 교과서 속 이름은 '영이'인데 일본식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었다.
이렇게 이 책에는 미술과 관련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가득 실려 있었는데 평범한 사람들이 미술에 어떻게
다가가는 것이 좋은지를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