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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5 -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명과 미술 : 갈등하는 인간이 세계를 바꾸다 ㅣ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5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8년 12월
평점 :
양정무 교수의 '난처한(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는 우연히 플랑드르, 북유럽,
베네치아의 르네상스를 다룬 6권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그야말로 난처한 일이 없게 서양미술사를 공부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마침 회사 도서실에
난처한 미술 시리즈가 구비되어 있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명과 미술을 다룬
5권을 빌려왔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다루면 당연히 르네상스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집중 조명될 거라 기대가 되었지만 전혀 예상과는 다른 전개를 보여준다. 르네상스가 이탈리아에서
시작되게 된 배경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데 수많은 도시국가로 분열되어 있던 이탈리아에서 상인 계층이
성장하면서 미술 성장의 기반이 마련된다. 흔히 르네상스라고 하면 피렌체만 떠올리지만 이 책에선
파도바부터 출발한다. 조토의 작품들로 가득한 파도바의 스코로베니 예배당을 꼼꼼하게 살펴보는데
고리대금업으로 큰 부자가 되었던 스크로베니는 속죄와 구원을 위해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조토에게
예배당의 벽화를 맡긴다. 사실 이 책의 앞 부분은 예전에 읽었던 '이탈리아 아트 트립'에서도 상세히
다뤘기 때문에 복습하는 의미도 있었다. 다음 방문지인 아시시에선 프란체스코 성당에 있는 프란체스코
성인의 일대기를 담은 벽화가 핵심인데 역시 '이탈리아 아트 트립'에서도 나왔기 때문에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총 28점 중 조토가 참여한 부분이 있느냐를 두고 의견이 나뉘는데 정작 프란체스코가
프랑스인이란 의미인 걸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다음으론 피렌체와 라이벌 관계였던 시에나로 이동해
대성당에 있는 두초의 '마에스타'를 집중 조명하면서 앞서 본 조토와 두초의 스타일을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흑사병이 휩쓸고 간 후 여러 위기를 극복한 피렌체가 14세기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시작
하면서 피렌체 대성당을 필두로 한 여러 건축물에 자신들의 자부심을 담으려 했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르네상스가 시작된다.
15세기 피렌체는 대성당 돔 공사와 원근법의 발명이란 두 가지 변화를 맞이했는데 그 중심에는 청동문
프로젝트에서 기베르티에게 밀려 탈락한 브루넬레스키의 절치부심이 있었다. 특히 원근법은 미술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는데 거기에 메디치 가문의 예술 후원이 본격화되면서 르네상스는 피렌체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된다. 여기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아비뇽 유수때 아비뇽과 로마에 각각 교황이 있어
두 명이었다는 건 이전에 알았지만 피사에도 한 명이 더 있어 총 3명이던 시절이 있었단 점이다. 암튼
후원자인 메디치 가문의 취향에 맞게 헤라클레스류의 영웅적인 주제에서 비너스류의 감각적 주제의
그림이 더 유행하게 되었는데 보티첼리의 작품들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다빈치가
등장하고 밀라노 시절과 '최후의 만찬', 죽음에 얽힌 일화들이 소개된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는
살짝 언급하는 정도에 그쳐 솔직히 아쉬운 감이 컸다. 알고 보니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는 7권에서
제대로 다루는 것 같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르네상스가 어떤 배경 하에 태동하여 피렌체에서 만개
했는지를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을 순례하면서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