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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러시아 로마노프 역사 ㅣ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4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3년 5월
평점 :
작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를 인상적으로 봤는데.
유럽을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주요 인물들의 초상화들을 보면서 그동안 잘 몰랐던 합스부르크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역시 그림을 곁들이니 이해가 훨씬 쉬웠는데 러시아를 대표하는 로마노프
왕조를 명화로 설명해주는 이 책도 기대가 되었다.
악의 축으로 공공의 적이 된 러시아의 역사에 대해선 '러시아 역사 다이제스트 100'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은 방대한 러시아 역사 속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로마노프 왕조에 초점을
맞춘다. 로마노프 가문은 순수 러시아 출신이 아닌 독일 출신으로 로마노프 가문이 러시아 권력에
접근한 시점은 류리크 왕조의 이반 뇌제의 황비로 로만 유리예비치의 딸 아나스타시야가 선택되면서
부터였다. 하지만 아나스타시야가 독살이 의심되는 급사를 하면서 로마노프가는 위기를 맞지만 그녀의
아들 이반이 당연히 왕이 될 거라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치 영조처럼 아버지 이반 뇌제가 아들
이반을 때려 죽이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반 뇌제 이후 가짜들이 설치는 등 예측불허의 혼돈의
시기를 거쳐 3년간 차르의 공백기를 극복하고 로마노프 왕조의 미하일 로마노프가 등극하게 된다.
이후 미하일의 아들인 알렉세이가 후계자를 제대로 지명하지 않은 채 사망하면서 딸 소피아와 아들
표트르 대제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는데 어릴 때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표트르 대제와 관련한 작품을
본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누나 소피아가 권력을 먼저 잡지만 여자라 본인이 직접 여제가 되진
못하고 섭정을 하던 사이에 힘을 기른 표트르 대제가 누나를 몰아내고 권력을 잡은 후 러시아의 개혁을
이끈다. 하지만 표트르 대제도 아들 알렉세이가 사형 판결을 받고 의문의 죽음을 맞게 만들고 마는데
이반 뇌제에 이어 황위를 계승할 자신의 아들을 죽게 만드는 엽기적인 사건이 또 발생한다. 표트르
대제도 갑작스런 죽음을 맞으며 아내 마르타가 예카테리나 1세로 즉위하면서 러시아 최초의 여제가
탄생한다. 이후 안나 여제, 엘리자베타, 예카테리나 대제까지 생각보다 여제들이 많았는데 남자들이
시원찮다 보니(?) 여제들이 계속 등장한 것 같다.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암투는 어디에서나 있지만
러시아는 특히 막장드라마를 방불케했는데 로마노프 왕조의 역사가 남동생이 누나를, 남편이 아내를
유폐하고, 아버지가 아들을, 아내가 남편을 죽여 이루어진 역사다 보니 왕이 되어도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이렇게 파란만장한 로마노프 왕조의 역사를 주요 인물들을 그린
그림을 보면서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함께 버무리니 훨씬 정리하기가 수월했다. 이 책이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의 4권인데 합스부르크가, 부르봉가, 영국을 다룬 다른 책들도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