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상식에 딴지걸다 - 지적인 사람은 절대 참을 수 없는, 황당하고 뻔뻔한 역사의 착각
안드레아 배럼 지음, 장은재 옮김 / 라의눈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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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통 역사적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상식들이

종종 아무런 근거없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역사를 소재로 하는 영화, 소설, 드라마 등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이 발휘된 부분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져 어떻게 보면 역사왜곡이란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이 책에선 우리의 잘못된 역사 상식을 하나하나 찾아내 바로잡고 있다.


뿔 달린 투구를 쓴 모습으로 익숙한 바이킹이나 콜로세움에서 사자들의 먹이로 던져지는

기독교들의 모습이 각인되어 있지만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보통 후대에 만들어진 작품 등에서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내 왠만한 사람들은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잘못된 상식을 반박하는 근거들을 오목조목 제시한다.

원탁의 기사로 유명한 아서왕도 전설일뿐 실존인물이란 증거라 전혀 없었고,

무적함대를 물리친 엘리자베스 1세가 단 것을 너무 좋아해 

제대로 치아가 남아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 수 있었다.

클레오파트라가 현재 기준으로는 물론 당시 기준으로도 미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나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빅토리아 여왕의 원래 이름이 알렉산드리나였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영화 '300'으로도 유명한 테르모펠레 전투는 스파르타의 정예군 300명이 페르시아대군과 맞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바이런의 시에서 연유된 것으로 여러 사전들은 300명 보다 훨씬 많은 전사들이

참전했음을 기술하고 있고, 의적으로 익숙한 로빈 후드도 월터 스코트 경의 소설로 인해

셔우드 숲에서 영원히 살게 된 것이었다.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놓고 쏜 윌리엄 텔도

실존 인물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알려준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잘못된 상식들을 보면 대개 전설이나 구전되던 얘기들이

유명 작가 등에 의해 소설 등의 문학작품에서 기정사실화되고 이런 걸 대중들이 그대로 믿으면서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창조된 얘기임을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카더라' 통신이 세상에 퍼지면서 어느 순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은 진실인 것처럼 여겨져

버리는 일들이 이 책에서 그 실체가 폭로되는데 링컨이 편지 봉투 뒤에 게티스버그 연설문을 썼다거나

넬슨 제독이 트라팔가 해전에서 죽기 원했다는 얘기(화려한 제복을 입었을 뿐임), 나폴레옹이

키가 작았다는 얘기(당시로서 중키에 해당했음) 등은 모두 과장되거나 왜곡된 얘기에 불과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얼마나 쉽게 역사가 왜곡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한 치의 의문도 갖지 않고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역사가 그릇된 정보 위에 쌓아올린 모래성이나

다름없다면 도대체 무얼 믿어야 할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 책에서 폭로한 여러 잘못된

역사적 사실들도 반론 차원의 문제제기이지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싶다.

같은 사실을 두고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보고 느끼는 게 인간이란 사실을 생각한다면

결국 역사라는 것도 인간의 해석이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금도 의문이 없는 명백한 사실은 존재하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그동안 우리가 당연히 여겼던 사실들을 나름의 근거를 바탕으로 반박한 이 책은

기정사실로 알고 있는 많은 사실들이 얼마나 사상누각인가를 흥미로운 사례들을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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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 왜 지금 사랑이 중요한가
주창윤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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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사랑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삶에서 사랑의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사랑이 뭔지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사랑의 고수라고 해도 항상 사랑에 성공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사랑의 오묘함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누구나 알고 싶어하지만 알기 어려운 사랑의 본질에 대해

다양한 분야들을 넘나들며 분석하고 있다.


사랑을 이루는 핵심요소는 전통적으로 열정과 낭만이지만

지금은 인정욕구와 불안감이 또 다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와 자신의 가치를 확신하지 못하는 불안감을

사랑으로 극복하고 싶어하지만 요즘과 같이 가벼운 인스턴트 사랑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들은 속칭 '썸타기'를 한다.

상처받는 것도 싫고 사랑의 실패로 인한 감정소모를 최소화하는 썸타기가

어찌 보면 실용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실존적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인데 그로부터 구원해줄 수 있는 게 바로 사랑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문학, 미술, 영화 등의 예술작품들을 소재로 삼아 사랑의 본질에 접근한다.

플라톤이 스승 소크라테스에게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을 보리밭으로 데리고 가서 절대 뒤돌아 갈 수 없고 앞으로만 걸어가면서

보리밭에서 가장 크고 실한 이삭 하나를 가져오라고 얘기한다.

플라톤이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하자 그게 바로 사랑이라고 소크라테스가 대답하는데

정말 사랑이 얼마나 선택하기 어려운 일인지를 잘 비유한 사례였다.

정현종 시인의 '섬'이나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영화 '비포 선라이즈',

'이터널 션사인' 등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이나 시, 영화 등의 장면들을 가져와서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해석하고 있는데 뜬 구름 잡는 것 같던 사랑이란 것의 정체가 

막연하게나마 윤곽이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의 분류나 역사를 보면 사랑에 얼마나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천해왔는지를 잘 알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신에 대한 절대적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 사이에 위치하다가

중세 시대에는 종교적 의미의 숭고한 사랑이 귀부인에 대한 이상화로 나타났고,

18세기 전후에는 사랑도 개인화되어 감정이 사랑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섹스도 비난의 대상이 아닌 관심과 즐거움대상으로 간주되었다.

미디어 네트워크가 발달한 현재에는 사이버 사랑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비개인화된 상황에서 사회적 안정감이 떨어지고 불안이 커져 사랑이 더욱 중요해지게 되었다.

과학, 심리학, 사회학 등 여러 학문을 통해 사랑의 정체를 밝히고자 한 이 책을 통해

사랑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고 느끼게 되었다.

물론 사랑을 이론으로 아무리 떠들어봐야 현실에 닥치면 모든 게 백지상태가 되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게 바로 사랑의 위대함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사랑이 뭔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제대로 알고 임한다면 좀 더 충실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런 점에서 사랑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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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으로 읽는 인문학 클래식 - 당당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이현성 지음 / 스타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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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자연스레 고전들에 대한 재조명이 되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우리와 친근한 중국의 고전들은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은 드물지만

그 책들의 유명한 문구들은 누구나 접해 본 적이 있을 것인데

아무래도 중국 고전들이 대대로 우리 조상들이 익혀 온 기본서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중국 고전들을 읽기가 그리 녹록하지 않은 상황인지라 대부분 요약된 책이나

편집한 책 정도만 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고전의 길잡이가 되는 책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 책은 중국 역사 속의 대표적인 고전들의 핵심 내용을 잘 간추리고 있다.


이 책에선 여러 중국 고전들을 '정치와 외교', '병법과 지도자', '역사서에서 얻은 가치',

'처세와 방법론'의 네 가지 테마로 분류하고 있다.

보통 중국 고전이라고 하면 제자백가의 대표적인 사상가인 공자와 맹자, 노자와 장자의 책들을

연상하기 쉽지만 이 책에선 각 사상의 대표 서적들은 따로 다루지 않고

그보다는 한 수 아래(?)라 할 수 있는 책들을 언급한다.

시작은 '정관의 치'라 불렸던 태평성대를 이룬 당나라 태종의 '정관정요'가 맡았다.

제왕학의 교본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의 핵심 내용으로 부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먼저

다스리며, 자기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겸허하게 행동하고 신중하게 말하라는 네 가지 조건을

제시하는데 낯설지 않은 내용이지만 실천에 옮기긴 어려운 일들이라 할 수 있었다.

법가의 대표적인 책인 '한비자'에선 인간 불신의 관점에서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세를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했는데 핵심은 '법', '술', '세'임을 잘 보여줬다.

전국시대 책사들의 언론 활동과 술책이 담긴 '전국책'은 사마천이 '사기'를 저술할 때 중요한

사료로 삼았다는 책이고, 우리나라에서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사랑받는 인물인

제갈량의 저서 '제갈량집' 역시 예리하게 인간을 통찰하고 분석한 전형적인 '인간학' 서적이었다.


병법서에는 너무 유명한 '손자'와 '오자'를 비롯해 '삼십육계'와 '육도삼략'이 다뤄지는데,

그나마 '삼십육계' 는 전에 읽은 적이 있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대략은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싸움의 기술이 거론되고 있지만 역시 최상의 전술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는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한 얘기를 한다고도 할 수 있었는데,

결국 병법이나 지도자가 되는 것도 인간을 얼마나 잘 알고 다루는지에 달렸음을 알 수 있었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역사서라 할 수 있는 '사기'는 단순히 중국의 초기 역사를 정리한 사서를

뛰어넘는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보고서라 할 수 있었는데 너무 방대한 책이라

감히 엄두가 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책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로 더 친숙하지만 역사서인 진수의 '삼국지'도 비교해서 읽어보면

더 재밌을 것 같고, '춘추좌씨전'이란 이름이 더 익숙한 '좌전'은

동란기의 정치, 외교, 전술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처세와 방법론'에서는 관포지교로도 유명한 중국의 대표적인 재상 관중의 연설을

모은 '관자',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장양호의 '삼사충고',

안지추가 후손들을 위해 남긴 '안씨가훈'이 소개되는데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익숙한 교훈들이 담겨 있었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책들의 핵심 내용들이 완전히 새롭거나 인상적이진 않지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중국 고전들과 친해지기 위한 길잡이가 되기엔 적절한 책이었다. 

각 장의 마지막엔 해당 책에 나오는 명언들까지 정리해놓고 있어 각 명언들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확인할 수도 있었는데 중국 고전을 읽는 재미와 읽어야 하는 필요성을 함께 일깨워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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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사회
알렉스 벤틀리 외 지음, 전제아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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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 시대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모방을 얘기하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지는 말 같지만 현재의 인간 사회가 있기까지는 역시 모방이 큰 역할을 해왔다.

몇 명의 혁신가들이 새로운 것들을 선도하면 이를 급속하게 사회 전반으로 전파시켜

동일한 수준으로 올라오게 하는 건 모방이 있었기에 가능한데

이 책에서는 모방에 과연 어떤 의미담겨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인간을 흔히 사회적 동물이라고 부르는데 그만큼 인간이라는 종이

진화에 성공한 원인 중 상당 부분이 협동 덕분이다.

다른 동물들도 학습능력이 있지만 인간은 그 어떤 동물보다도 정교한 사회적 모방자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한다는 것은 고도의 적응 전략이다.

책에선 인류가 매우 뛰어난 모방자란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입증하고 있는데,

먼저 덴마크의 외딴 섬 삼소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풍력 에너지로 이를 대체한 사례는

소수의 개별 학습으로 시작된 변화를 다른 사람들이 모방한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개별 학습과 모방 혹은 사회 학습은 행동 확산을 위한 기본 요소이자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현상인데,

고전적인 확산 모형은 인구 집단의 구성원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비롯하는데

문제는 새로운 세대가 유입될 경우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이 책에선 특정 아이디어나 행동이 처음 시작한 사람으로부터 전체 인구로 순식간에 퍼지는

폭포 현상을 흥미롭게 다루는데 사회적 확산의 다양한 모형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렇게 모방은 인류 사회의 자연스런 현상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인류 사회의 선택에 대한 분류법을 단순화하여

사람들이 베낄 때 그것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유도해 받아들이는 지시적 모방과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베껴서 자신이 누구를 베꼈는지 알지 못할 때인 비지시적 모방으로 나눈다. 

지시적 모방은 한 마디로 유명인 및 베스트셀러 등을 따라하는 것이라면

비지시적 모방은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너무 많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모방방법은 배경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사회에서

행위자들 간의 상호작용에 집중하며, 예측하는 법을 배우고 교체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선택 지도를 보여주는데, 서로 다른 선택지 가운데 개인이 독립적인 선택을

하는 '합리적 선택', 유사한 선택지 가운데 개인이 독립적 선택을 하는 '무작위 추측',

서로 다른 선택지 가운데 주변 사람을 모방한 선택인 '지시적 모방', 유사한 선택지 가운데

주변 사람을 모방한 선택인 '비지시적 모방'의 네 구역으로 나눌 수 있었다.

개별 학습은 혁신으로, 사회 학습은 확산으로 모방의 의미를 다양하게 분석한 책이었는데

선택 지도를 통해 모방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저평가된 모방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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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융합 - 인문학은 어떻게 콜럼버스와 이순신을 만나게 했을까
김경집 지음 / 더숲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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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여러 분야를 통섭하는 게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각 전문분야의 시각에서는 발견하지 못했을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고

상상력과 창조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다양한 분야들의 융합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데

이 책도 인문학적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서로 무관할 것 같은 역사 속 인물들의 만남을 주선한다.


먼저 콜럼버스와 이순신이 첫 만남의 주인공이다.

1492년이 콜럼버스가 인도로 가기 위해 항해를 시작했던 의미 있는 해라면

그로부터 100년 후인 1592년엔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이 일어난다

(이 책에선 임진년 조일전쟁이 바른 표현이라 한다).

100년이란 시간 간격과 동서양의 서로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이

과연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은데 은이 둘을 묘하게 이어준다.

콜럼버스가 서인도제도에 도착한 후 유럽 제국들이 아메리카 대륙의 은을 착취해간다.

약탈한 은으로 중국의 도자기, 비단 등을 구입하는 무역이 활성화되던 와중에

우연히 포르투갈인을 통해 조총만드는 법을 배운 일본이 이를 바탕으로 조선을 침략하게 되는데

이를 물리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니

좀 억지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나비효과의 전형이라볼 수도 있었다.

코페르니쿠스와 백남준은 변화와 혁신의 공통점을 가졌는데, 코페르니쿠스가 천동설이 지배하던

중세에 지동설을 주장함으로써 기존의 세계관을 완전히 뒤흔들었다면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은 이전까지 미술에서 꿈도 꾸지 못한 시간과 동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다음으론 에밀 졸라와 김지하는 같은 듯 다른 행보를 보인 두 사람의 얘기를 다루는데,

간첩조작사건으로 회자되는 드레퓌스 사건에서 용감하게 그가 무죄임을 외쳤던 에밀 졸라와는

달리 대표적인 저항시인이었던 김지하의 어색한 행보는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어찌 보면 세상 사람들이 불의에 침묵할 때 용기 있게 이를 고발하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 에밀

졸라와 같은 살아 있는 양심이 존재해야 세상의 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아쉬움이 남는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낸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신화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었고,

대한민국 축구의 4강 신화의 주역인 히딩크와 거장 렘브란트의 조국인 네덜란드는

'자유로운 개인'에 대한 신념을 가졌기에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반적으로 느낀 점은 단순히 인문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준다는 점이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고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함에 있어서 인문학이 상당한 역할을 하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도

내가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지 제대로 모르고 있던 부분들이었다.

김홍도의 '씨름도'나 김정희의 '세한도'에 얽힌 다양한 의미와 사연들도 신선했는데

어떤 특정 텍스트에만 매몰되지 않고 마음껏 질문하고

다양한 답을 찾아내는 힘이 바로 인문학의 힘이라 할 수 있었다.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이 종종 이른 9월에 찾아와서 비싼 값에 제수상을 차려야 했던 사람들이

추석 날짜의 변경을 제안했다는 부분은 정말 생각도 못한 점이었는데,

왜 추석이 꼭 음력 8월 15일이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암기식의 지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들을 고려하고 검토하는 사고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인문학은 저자의 말대로 '내가 묻는 것'에서 출발해서

'물었던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목적이 아닌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과 미래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진정한 실용의 힘이 바로 인문학의 힘임을 잘 가르쳐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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