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에 관하여 - 죽음을 이기는 4가지 길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3
스티븐 케이브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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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물의 영장이자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해온 인간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란 운명에 맞서

인류가 존재한 이래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지만 딱히 묘수가 없었다.

그나마 의학기술의 발달로 점점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있지만

아직까진 죽지 않는 궁극의 목적에 도달하기엔 갈 길이 너무나 먼데

이 책에선 불멸의 삶을 살기 원하는 인류가 그동안 영생을 얻기 위해 걸어 온

네 가지 길을 살펴보면서 어느 길이 우리를 불멸로 이끌어줄 것인지를 검토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불멸의 네 가지의 길은 생존, 부활, 영혼, 유산이었다.

먼저 생존과 관련해선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맨 사례처럼 영원히 살기 위해

생명의 묘약을 찾으려고 무수히 노력을 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결국엔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달로 영원은 아니지만 점점 수명이 늘고 있긴 한데

여전히 불멸을 논하기엔 요원한 상태다.

한편으론 지금도 인구과잉과 노령화로 인한 각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인데

인간이 불멸이 되는 방법을 알아내게 된다면 그 후폭풍을 과연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부활은 예수로 대표되는 종교적인 관념과 연결된다. 죽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은

자신을 부활시켜줄 절대자에 대한 믿음이 되어 여러 종교들을 탄생시켰는데

죽음 이후의 별개의 차원에서의 영생이 보장된다는 것이라 전혀 검증할 수 없는 얘기들이다.

이 책에서는 부활이 가능하더라도 과연 부활한 자가

죽기 전의 자신과 동일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은 세포적인 차원에선 계속 변화한다고 할 수 있는데 부활의 재조립 견해는

한 인간의 다양한 버전이 가능하단 논리적인 문제를 야기하기에 채택하는데 문제가 있다.

프랑켄슈타인 등 과학기술의 발달로 가능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는 복제인간 문제도 마찬가지로

완전한 동일성을 인정하는 데 문제가 있기에 부활은 불멸의 방법으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불멸의 세 번째 방법으로 영혼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든다.

비록 육체는 죽지만 영혼으로는 영생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천국이니 내세니 하는 것들

역시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불교의 윤회사상도 영혼을 전제로 하는데 육체가 없는 영혼을 생각하기 힘들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불멸의 방법으로 의지하기엔 점점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

불멸의 마지막 방법은 유산으로 명예와 자손을 들고 있다. 

생물학적 수명에 한계가 있는 인간으로선 알렉산드로스와 같은 전설적인 영웅이 되어

영원한 명예를 누리는 것이 죽음을 극복하고 불멸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문화적 재생산을

시도했지만 그들이 영원히 기억되리라고 생각하기엔 시간의 망각을 이겨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마지막으로 자신을 닮은 핏줄을 남김으로써 불멸을 추구하는 방법이 있는데

역시 후손들과의 의식의 연속성 문제나 세상의 종말에는 속수무책인 단점이 있다.


이렇게 이 책에서는 그동안 인류가 죽음을 이기고 불멸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애써왔던 생존, 부활, 영혼, 유산의 네 가지 방법이 모두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영생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으로 본다.

물론 죽음을 이기려는 인류의 노력이 문명을 발달시키고

현재의 인류가 누리는 번영을 가져왔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불멸을 추구한 대가도 분명 치렀는데 문제는 우리가 불멸을 성취하게 되더라도

다른 심각한 문제들과 직면한다는 점이다.

영생은 삶의 소중함을 희석시키고 기존의 이룩한 문명 자체를 붕괴시킬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이 책은 불멸을 향한 욕망을 무력화시키는 지혜를 가르져준다.

먼저 끝이 없는 삶은 끔찍한 저주와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죽은 상태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말이 안 되는 것임을 깨달아 

죽음을 부정적으로 보는 본능을 억제하는 덕목을 개발하면 된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미치는 자아에 대한 뚜렷한 인식 능력,

무한한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떠올리는 능력을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기, 현재에 집중하기, 감사하기라는 세 가지 덕목을 통해 극복해낸다면

죽음의 두려움에서 한 발 벗어나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음을 알려준다.

책을 읽는 동안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이란 엄청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

쳤는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알게 되었는데 대부분 그 자체로는 부질없는 짓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인해

인간은 결코 완전하게 행복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동안 다른 책에서 많이 들어본

지금 현재에 충실하게 살면서 죽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면 죽음과 불멸의 노예에서 벗어나

자유와 행복한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인류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죽음과 불멸의 얘기를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정연하게

잘 정리한 책이었는데 쉽지는 않겠지만 죽음이나 불멸이란 허황된 관념에 집착하기 보다는 

얼마 전에 읽은 법륜 스님의 '지금 여기 깨어 있기'가 훨씬 더 중요함을 잘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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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고전 읽기 - 문학 + 인문사회를 가로지르는 고전 겹쳐읽기 프로젝트!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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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여러 책들을 읽었지만

여전히 고전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 접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 고전으로 불리는 책들의 가독성이 떨어지고 추상적인 내용이 많다 보니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인데 이 책은 이런 고전과의 만남이 어려운 점을 그나마 상대적으로

친근한 문학작품을 이용해 훨씬 수월한 방법으로 인문학과 친해지는 걸 시도한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아는 문학작품들로 시작해서

관련된 인문학 고전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좀 더 고전에 다가가기 쉽게 만들고 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입문용 10편의 문학작품의 면면을 살펴 보니 내가 제대로 읽은 작품은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정도밖에 없고

그나마 내용을 아는 작품이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와 최인훈의 '광장',

이름이라도 아는 작품인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카뮈의 '시시포스 신화' 등을 제외하고

이 책을 통해 첨 알게 된 작품인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보단 만만하지 않은 시작이었지만 한 장씩 읽어나가 보니

생각보단 부드럽게 문학작품과 고전과의 연결이 이어졌다.

첫 장인 '개인과 사회'에선 선의를 가진 권위주의적 지배자가 과연 개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는데 개인보다 사회나 국가를 강조하는 주장의 허구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법과 정의, 사회정의가 무엇인지에 관해선 플라톤의 '크리톤'을 통해 정의와 법적안정성 중

무엇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개인주의가 점점 만연한 요즘 사회에서 개인주의 역사와 그 실체를 알게 되는 기회와

국가와 개인의 관계 및 민족의 본질과 가치는 무엇인지를 적절한 문학작품과 인문학 서적을 통해 핵심만을 논의하는데 적은 분량임에도 중요한 논점을 자세하게 알려줘

그동안 어렵게만 생각했던 문제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시장과 관련해선 요즘 여러 가지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소개해서 그 사상적 기초를 확인할 수 있었고,

기계문명의 발달로 일상에서 소외된 인간의 모습이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으로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 무의식과 성욕, 자아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현대의 자화상과

과학기술의 발달이 진정 인간을 행복하게 해줄 것인지 등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직면한 다양한 주제들을 망라해서 뭐가 과연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가볍게 읽고 넘어간 원전의 내용들을 제대로 읽어보면 좀 더 깊은 의미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고전 소개서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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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2 -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한국어 글쓰기 강좌 2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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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비롯해 종종 글을 쓰면서 과연 내가 제대로 된 문장을 사용하고 있는가 하는

자문을 할 때가 있다. 나름 맞춤법 등 문법과 정확한 단어, 올바른 표현을 쓰려고

국어사전과 맞춤법검사기까지 사용하곤 하지만 아직 좋은 글을 쓰고 있는지는 자신이 없다.

아무래도 그때 그때 헷갈리는 단어나 문법을 찾아보는 임기응변식 대처말고는

글쓰기를 배운 게 대학입시용 논술을 배운 시절 외에는 없다 보니

체계적인 글쓰기 공부가 필요하단 생각은 하면서도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고종석의 문장 1, 2권은 나름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2권부터 만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사실 1권에서 어떤 내용이 다뤄졌는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무작정 2권부터 읽어도 될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손에 잡으니 실제 강의하듯이 서술되어 있어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먼저 좋은 글이 무엇인지에 대해 저자는 명료하고 아름다운 글이라고 한다.

자신이 쓴 '자유의 무늬'라는 글을 다시 퇴고하면서 실제 글쓰기에 있어서 어떤 게 좋은 문장인지를

잘 알려주는데, 불필요한 군더더기들을 없애고 오해의 소지 없게

가급적 명확한 글을 쓰는 게 좋은 글을 쓰는 기본적인 방법이었다.

양주동 선생과 같이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를 가지는 것도 좋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기 위한 구별짓기가 목적이라면 오히려 나쁜 글로 평가를 받았다.

조사나 접속부사, 접미사 등 우리가 흔히 틀리기 쉬운 부분들도 많은 예를 통해 알려주는데,

전반적으로 반복하거나 불필요한 부분들을 빼고 요점만 간결하게 쓰는 게 바람직한 글쓰기였다.

전략적 글쓰기 부분에서 등장하는 으르렁말과 가르랑말에 관해 얘기는

요즘 진보나 보수로 양분되어 정반대의 글쓰기를 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

자신의 반대세력에는 으르렁말을 써대고 자기 편에는 가르랑말로 옹호하는 이분법적 글쓰기가

썩 좋아보이진 않는데 무슨 일이든 첨예하게 대립되는 갈등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로마자표기법이나 외래어표기법은 여전히 내게 어려운 부분인데 매큔 라이샤워식,

문화부식, 예일식의 무려 세 가지 방식이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공식적인 정부의 로마자표기법이 있지만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데

뭐가 더 좋은 방법인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단어의 어원에 관한 얘기도 흥미로웠는데,

'을씨년스럽다'가 '을사년'과 관련있다는 생각은

그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단어라는 사실에서 여지없이 잘못된 것임이 밝혀졌고,

행주치마, 화냥년, 도루묵 등에 얽힌 민간설화도 말 그대로 그럴듯한 얘기일 뿐임을 알 수 있었다.

주로 쓰는 비유법으로는 크게 은유와 환유로 구별할 수 있는데,

야콥슨에 따르면 은유는 본관념과 보조관념의 유사성에 기초하고

환유는 본관념과 보조관념의 인접성에 기초한다는 기본 개념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 밖에 첫 문장을 시작하는 방법, 글의 구조를 짜는 방법을 비롯해

글쓰기와 관련한 다양한 묻고 답하기에 이어 세월호 참사 관련 글에 대한 첨삭지도까지

제대로 된 글쓰기 강좌를 수강한 느낌이 들었다. 일부러 글쓰기 강좌를 듣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이런 책이 좋은 글을 쓰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기회가 되면 1권을 통해 글쓰기의 기초를 확실히 다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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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5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5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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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시리즈가 벌써 8권까지 나와 있는 상태인데도 내가 따라가는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4권을 읽고 난 지도 한참 지났음에도 이제야 5권을 다 읽게 되었는데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짧게 끊어 읽기에 적당한 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짧은 챕터로 나눠진 이 책이 딱 제격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기존에 읽었던 4권까지와는 뭔가 좀 달랐다.

먼저 다루는 주제 숫자가 또 줄어들었는데, 1, 2권이 40개씩, 3, 4권이 30개씩 다뤘다면

이 책에선 20개로 줄었다. 전체 책 분량엔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좀 더 한 주제에 집중하고

자세한 내용을 담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주제를 다루는 방식도 크게 변했다.

주제에 대한 일방적인 설명방식에서 주제와 관련된 인물의 인터뷰를 싣는 형식으로의 변화를

시도했는데 색다른 신선한 발상인 점도 있었지만

문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분석이 약하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인간과 인생이란 큰 주제 아래 잘 모르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산거벽 등반 전문산악인이나 판화가 이철수, 마임이스트, 공연연출가 등

주로 문화, 예술 분야의 사람들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나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등

시민사회운동가들, 한대수나 신해철과 같은 대중연예인까지

각계의 인사들을 망라해서 다양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재미도 솔솔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정권 내지 사회비판적인 내용들이었다.

특히 용산 철거민 참사 유가족의 인터뷰는 용산 참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정말 충격적인 증언이라 할 수 있었다. 직류시스템을 주장하는 당대 최고의 발명가 에디슨에 맞서

교류시스템으로 개인의 부가 아닌 인류의 복지와 윤택한 삶을 위해 노력한 테슬라의 얘기는

우리가 진짜 알아야 하는 사람은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아쉬움을 주었다.

성공회대 연구교수 보노짓 후세인의 인터뷰는 백인에겐 약하고

흑인을 비롯한 동남아 아랍권의 같은 아시아인들에게 우월감을 가진

일그러진 한국인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여줘 민망함을 안겨주었다.

시리즈가 계속되면 어떤 것이나 매너리즘에 빠져 종전에 했던 것들을 답습하곤 한다.

지식e시리즈도 명실상부한 장수시리즈라 할 수 있는데 그 장수의 비결은

역시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초심으로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5권인 이 책은 기존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시도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담아내 지식e 시리즈가 지닌 품격을 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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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경제학
글렌 허버드 & 팀 케인 지음, 김태훈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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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수많은 국가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했는데

 

이들이 몰락하게 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원인들을 제시했는데 이 책은 경제 불균형이라는 조금 생소한 이유를 제시한다.

지금은 모든 위기의 원인이 경제문제로 환원되는 경향이 있지만

 

과거의 제국들이 붕괴된 원인을 경제에서 찾는다는 관점은 나름 신선했다.

특히 독보적인 초강대국의 지위에 있던 미국이 여러 위기로 인해

 

중국과의 양강 체제는커녕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내줄지 모른다는 위기론이 대두되는 분위기라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했는데 이 책에선 그에 대한 나름의 분석도 제시한다.


기본적으론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로마, 중국, 스페인, 오스만, 일본, 영국, 유럽,

캘리포니아 등의 사례 분석을 통해 경제 불균형이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이었음을 증명한다.

먼저 로마의 붕괴는 보통 게르만족의 이동이 주요 원인이라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뜻밖에도 5현제 중 한 명인 트라야누스의 즉위 시점부터 종말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드리아누스 방벽의 설치로 제국으 범위를 축소시키고 말았고,

 

세베루스의 은화 가치 절하로 급속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디오클레티아누스가 경제를

 

통제하면서 민간경제가 붕괴된 것이 로마의 급격한 쇠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얼마 전에 읽었던 '인류의 대항해'에서도 다뤘던 정화의 대원정이 나오는데,

 

이런 해외 교역을 중단한 것이 쇠퇴의 시작이었다. 외향적이고 개방적인 경제정책을

 

내향적이고 폐쇄적인 경제정책으로 바꾸는 순간 몰락이 시작됨을 보여준다.

무적함대 스페인도 대항해시대를 통해 식민지에서 막대한 은이 유입되면서 초강대국이 되지만

은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재정적자에 시달리며 국가파산에 이르고 만다.

관용과 다양성이 넘쳤던 오스만 제국은 예니체리 제도가 개혁의 걸림돌이 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기적같은 경제성장을 이룬 일본도 내부 경쟁이 약해지면서 성장 동력을 잃고 말았다.

한때 세계 최강의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은 미국과 같은 식민지에 대한

불평등한 잘못된 정책을 시행하면서 패권을 미국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지금도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유럽연합은 그리스 등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도덕적 해이가 전체의 위기로 확대되고 있고, 미국내 한 주에 불과하지만 

 

한 나라 못지 않은 경제력을 가진 캘리포니아는 공화, 민주 양당의 극단적 대립,

선출직 관료들의 짧은 임기로 인한 근시안적 포퓰리즘 정책이 위기의 원인이었다.


전체적으로 경제적인 불균형에서 쇠퇴의 원인을 찾고 있는 이 책은

그럼에도 미국이 결코 위기상황이 아니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 유럽 등 기존의 경쟁자들은 물론 중국 등도 결코 미국의 경제력을 따라잡은 적도,

 

따라잡기도 힘들다는 저자들의 예측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지켜보면 알겠지만

 

전형적인 자유주의 경제이론에 기초한 분석이라 할 수 있었다.

초반부에 여러 경제대국들의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데 우리도 끼워져 있어 더 흥미로웠지만

전반적으로 경제학적인 시각에서만 모든 문제를 바라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몰락한 나라들의 여러 사례들을 다루며 마지막에 간단하게 요약을 해놓았는데 경제적 불균형은

 

물론 정치적 역기능과 행태적 역기능을 같이 나열한 것처럼

 

강대국의 몰락을 단순히 경제적 불균형으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강대국들의 몰락과정을 나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현재의 미국의 위기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모습은 경청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모든 문제에는 다양한 분석과 해법이 존재하는데

 

이 책도 분명 한 가지 중요한 관점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89-90
다음은 카너만이 제시한 세 가지 요점이다.
사람들은 기준점을 가진다. 기준점보다 나은 결과는 이득이며, 나쁜 결과는 손실이다.
행동은 민감도 체감 원칙을 따른다. 우리는 절대적 가치가 아닌 상대적 가치에 따라 생각한다. 기준이 올라감에 따라, 즉 100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옮겨 감에 따라 100달러를 더 잃거나 버는 일의 중요성은 감소한다.
사람들은 손실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가진다. 동일한 손실이 이득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101-102
제한적 합리성은 지도자가 이상적인 경제정책을 선택할 능력이 제한되어 있음을 뜻한다. 무지는 궁극적인 속박이다. 특히 아직 경제원칙이 발견되기 전에 경제 위기에 시달린 국가들에게 더 그렇다. 또한 대중이 리더를 정할 때에도 선택할 수 있는 후보가 한정되어 있고, 그 후보의 정책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한계가 있다.
국가적 정체성은 성장과 국력에 필수적인 강력한 문화, 정치, 경제제도를 만든다. 그러나 이 힘은 구조적 변화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암시하기도 한다. 정치적 정체성은 양극화와 정체의 핵심 요소다.
지도자들은 손실 회피 성향 때문에 지위를 잃을까 봐 혁신에 거의 나서지 않는다. 역동적인 세계에서 경제적 변화는 종종 정치적 변화보다 빠르게 일어난다. 그러나 손실 회피 성향은 선도적인 경제가 개혁을 주저하게 만든다.
시간적 선호도 중요하다. 관료들은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해도 다른 날이나 다른 해로 필요한 필요한 변화를 늦춘다. 유권자들 역시 내일 누릴 수 있는 번영의 미래 가치를 습관적으로 할인하고 오늘 고통스러운 선택을 피한다.

120
경제 불균형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우리 평가에 따르면 로마의 경제 불균형은 가용 세수와 재정 경비를 지속적으로 맞추지 못한 데서 발생했다. 오늘날의 대다수 부국들처럼 로마는 과세, 화폐가치 절차, 독재적 중앙 기획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재정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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