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단 한 번 죽은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과연 누구를 만나고 싶은가'라는 기발한 설정으로  

산 자와 죽은 자의 기묘한 만남을 엮어내는 이 책은 죽은 사람과의 만남을 가지려는 네 명의 산 자와

이들을 죽은 자와 중개해주는 츠나구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먼저 첫번째 주인공은 돌연사한 아이돌 스타 미즈시로 사오리를 만나고 싶어하는 평범한(?) 여자  

히라세 마나미였다. 산 자나 죽은 자나 모두 한 번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만인의 연인이었던 아이돌 스타를 만나겠다고 한 히라세 마나미도 그렇지만  

그녀의 신청을 받아들인 미즈시로 사오리도 뜻밖이라 할 수 있었다.  

정말 일생에 한 번밖에 기회가 없다면 정말 보고 싶은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을 위해 아껴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전혀 모르던 사람을 만나겠다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자신의 팬이긴 하지만  

모르던 사람을 만나겠다는 아이돌 스타나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녀들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집에서도 거의 내놓은(?) 마나미나 겉으론 화려해보이지만 그동안 아무도 자신을 만나겠다고 찾아 온  

사람이 없는 속 빈 강정같은 사오리는 전혀 예상 못한 사람으로부터 위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다음으론 츠나구를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어머니를 만나겠다고 나선 장남의 얘기로 어찌 보면  

가장 자연스런 만남이라 할 수 있었는데 생전에 못다했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세번째 만남은 가장 애매한 관계의 두 사람의 재회였다. 한때는 최고의 단짝이었던 여고생 아라시와  

미소노는 같이 들었던 연극부에서 공연하는 작품의 주연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 사이가 틀어진다.

주연은 당연히 자기 차지라 생각했던 아라시는 주연 자리를 미소노에게 뺏기자 미소노를 질투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자신들이 자주 다니던 길에 물을 틀어놓아 미소노가 빙판길에 사고를 당하길  

바라는데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미소노는 다음날 아침 등교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만다.  

자신이 한 짓을 미소노가 알까봐 두려움에 떨던 아라시는 용기를 내어 미소노를 만나겠다고 청하고  

미소노도 한때의 단짝을 기꺼이 만나겠다고 한다. 진실된 고백과 용서의 시간이 될 거라 예상했지만  

아라시와 미소노는 상투적인 얘기만 나눈 채 헤어지고 미소노가 남긴 메시지에 아라시는 경악하게 된다.



마지막 만남의 주인공은 7년간 행방불명이 된 약혼녀를 찾는 남자였는데 7년이나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 약혼녀를 기다려온 남자와 그런 남자를 두고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여자의  

애틋한 만남이 지켜보는 사람마저도 가슴 저리는 안타까움을 주었다.  

네 차례의 만남 중에 가장 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 커플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어찌 보면 황당한 산 자와 죽은 자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츠나구에게도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할머니로부터 츠나구 자리를 물려받은 아유미는 어릴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자살했다는

불운한 사연의 소유자인데 할머니에게 츠나구의 일을 배우면서

부모에게 있었던 일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흥미로운 얘기를 읽으며

과연 산 자가 죽은 자를 이렇게 이용해도 되는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로지 산 자만이 죽은 자를 불러낼 수 있고 죽은 자는 만날 것인지 여부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만남은 산 자들의 죽은 자에 대한 미련에 기인한 경우가 많았다.  

죽은 자의 실체가 과연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산 자의 욕망에 의한 만남이 좋은 결과를 맺는 경우도

있었지만(아무래도 죽은 자를 만나는 것만으로 마음 속의 응어리를 풀 수 있으니까...)  

만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듯이 죽음으로 영원한 이별을  

하기 전에 제대로 했으면 츠나구를 통한 만남을 가질 필요조차 없겠지만(아무리 잘했어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긴 할 것 같다) 살아남은 자는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츠나구를 매개로 죽은 자와의 관계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현실에 츠나구가 있어 죽은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면, 그리고 내가 죽은 다음에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과연 나는 누구와의 만남을 선택할까 하는 어려운 고민도 해봤는데(날 찾을 사람이 있긴  

할까 싶지만ㅋ),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하는 만남의 기회를 주선하는 츠나구가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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