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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싱글맘인 여교사 유코는 어린 딸 마나미가 학교 수영장에서 익사하는 사건을 겪은 뒤 학교를 그만둔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자기 반 학생들에게 퇴직인사를 하면서 마나미가 실은 익사한 게 아니라
자기 반 A, B군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얘기하는데...
요즘 세상이 워낙 험해져 어린 학생들의 끔찍한 범죄 소식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고등학생은 물론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같은 반 여자애를 성폭행하지 않나
정말 충격적인 사건들이 끊이질 않는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소년범죄의 적나라한 단상을 고발하고 있다.
마나미를 죽인 두 명의 소년이 마나미를 죽인 동기가 정말 가관이다.
A군은 자신의 발명품을 통해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후반부의 고백에서 더 직접적인 동기가 드러난다),
B군은 자신을 무시한 A군에게 복수하기 위해 한 소녀의 생명을 빼앗아간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전혀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신들의 잘못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애당초 선악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고 자신 외엔 다른 존재의 소중함을 전혀 모르는 인간들이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에 나오는 냉혈한 피스 같은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인간들이어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도덕 관념마저 실종된
이런 인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현실이 정말 소름끼칠 뿐이었다.
가정이나 학교나 모두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최소한 사람으로서 갖춰야 하는 윤리관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으니 정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A군과 B군이 인면수심의 상태인 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탓이 큰 것 같았다.
자식들이 제대로 자라도록 지도해야 하는 부모들이 그 역할을 못해
결국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각 등장인물들의 사건과 관련된 고백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해자인 여교사 유코를 시작으로 반장인 미즈호, B군의 어머니의 일기,
이 사건 범인들인 B군과 A군의 고백을 거쳐 마지막으로 유코의 정리(?)로 막을 내린다.
고백이란 단어만 생각하면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내용이 펼쳐질 것 같지만
대부분 자신이 한 일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A군과 B군은 정말 구제불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학생들이 학교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절대 애들을 학교에 못 보낼 것 같다.
등교 거부하는 애들이 일본에는 많다고 하는데 이런 무서운(?) 애들이 다니는 학교라면
굳이 학교를 보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물론 학교를 안 보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겠지만...
한편으론 이들 살인자들에 대한 같은 반 아이들의 응징(?)도 그다지 보기 좋지는 않았다.
충분히 심정적으로 공감이 되었지만 왠지 그냥 장난으로 화풀이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심지어 잠시나마 학생들의 괴롭힘을 당하는 A군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근본적으론 유코가 법적으로 처벌대상이 안 되는 형사미성년자라고
A군과 B군에게 사적인 복수(?)를 가하려했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커진 것 같다.
우리도 형사미성년자가 만 14세이고 소년법에 촉법소년의 연령이 10세(내가 공부할 때는
12세였는데 더 내려갔나보다)여서 전혀 제재가 불가능한 것도 아닌데 어설프게 학생들에 의한
왕따 등으로 사적 처벌을 하려고 한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 아닌가 싶었다.
결국 A군과 B군은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데 유코 선생에겐 개인적인 복수가 되었을지는 몰라도
다른 범죄를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선 역시 아쉬운 대목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작년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했는데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미나토 가나에의 데뷔작인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작가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소재로 쓰인 소년 범죄는 범죄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수법이 악랄해지면서
이에 대한 대처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교육제도를 개선하고 소년범들에 대한 처벌 내지 제재가 정말 실효성이 있도록 하지 않으면
정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도 힘든 세상이 된 것 같아 아직 애가 없는 나도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사건들이 단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날이 빨리 앞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럼 나도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