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직접 목격하고픈 사춘기 소녀들의 얘기

소녀
미나토 가나에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검도를 하다 부상으로 검도를 그만 둔 단짝 친구 아쓰코와 유키는

최근 들어 서로가 좀 멀어진 느낌을 받던 와중에 죽음을 직접 목격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된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쓰코는 부상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 체육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노인노양센터에 자원봉사를 하기 시작하고,

유키는 난치병 아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낭독회 자원봉사 모집에 지원하는데...

 

데뷔작인 '고백'을 인상적으로 봐서 기대가 되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이었는데

민감한 시기의 여고생들의 심리적인 갈등을 죽음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전국 1등을 할 정도로 잘 나가는 검도선수였던 아쓰코는 중요한 시합에서 부상을 당하고 

학교 게시판의 악플로 인해 검도를 그만둔다.

한편 치매인 할머니에 의해 왼손을 다쳐 검도를 그만두었던 유키도

힘들어 하는 아쓰코를 위해 '요루의 외줄타기'라는 소설을 쓰지만

소설을 선생에게 도둑맞고 아쓰코와의 사이도 삐걱거린다.

뛰어난 검도 실력으로 명문 고등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부상으로 한순간에 온갖 비난을 받는  

처지가 되어버린 아쓰코와 치매 할머니로 인해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던 유키.

이런 힘든 상황에 처한 두 소녀는 서로 어색한 사이가 된 가운데

각자 죽음에 다가가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두 소녀가 죽음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그 당시 소녀들이 처한 환경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도 갔다.

물론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자살을 소녀들이 바로 시도한 것은 아니지만

사춘기 시절이면 통과의례처럼 누구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순간이 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사이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 고통을 슬기롭게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한 위험한 순간에 놓여 있던 아쓰코와 유키는 각자의 봉사활동을 통해 죽음의 위기도 극복하고

오해로 인해 서먹해진 관계도 회복하게 된다. 그런데 죽음은 엉뚱한 사람에게 찾아온다.

 

사실 소녀들의 삶에 대해선 잘 몰랐다. 소설이나 영화 등으로 짐작은 할 수 있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은 부분이라 그 시기의 미묘한 감정들은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이 책의 두 주인공 아쓰코와 유키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소녀들의 삶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학창시절의 여러 문제들, 특히 어른이 되어서도 어려운 인간관계로 빚어진 갈등들을 극복해가는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일종이라 할 수 있었는데 작가 특유의 미스터리식 이야기 구성으로

소녀들에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두 소녀가 각각 자원봉사를 해서 무관한 것 같지만 소녀들이 만나는 사람들로 인해 교묘하게 연결되는  

거나 그들 사이에 오해가 생기게 했던 유키의 소설 '요루의 외줄타기'의 비밀과 이를 훔쳐간 선생의  

최후까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딱 좋은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전에 읽었던 '고백'이 워낙 탄탄한 구성과 흥미로운 사건 전개, 의미있는 문제제기를 담았던  

작품이라 그에 비하면 좀 부족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죽음에 접근하는 사춘기 소녀들의 성장통을  

통해 그 시절의 소녀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작품이었다.

(소녀들에 대한 잘못된 환상은 이제 벗어던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