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량스푼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츠나구'의 작가 츠지무라 미츠키의 이 책은 사실 오래전부터 책장에 고히 모셔두었다가 이제서야 

책장에서 꺼내게 되었는데 분명 미스터리 성격의 작품일 거라 생각했지만 제목에 조금은 뜬금없이

계량스푼이 들어가 있어서 과연 어떤 내용일지 종잡을 수 없었다. '츠나구'에서도 죽은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좀 판타지스러운 얘기를 들려주었는데 이 책에서도 현실에서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년이 등장한다.


계량스푼은 초등학교 4학년인 주인공 남학생이 같은 반 친구인 여학생인 후미에게서 받은 선물로 두 사람 사이의 우정과 주인공의 후미에 대한 마음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나이보다 성숙한 언행을

하는 후미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나는 후미가 중심이 되어 학교에서 키우는 토끼 돌보기에 적극 

참여한다. 하지만 어느 날 학교에 무단침입한 의대생이 토끼들을 난도질하고 그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 후미는 말문을 닫고 모든것에 심드렁한 채 학교에도 나오지 않게 된다. 마침 그 사건이 

일어난 날 자신이 토끼 돌보기 당번이었다가 몸이 안 좋아 대신 후미에게 부탁했던 나는 더욱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데 토끼들에게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범인이 겨우 재물손괴죄로 제대로 처벌을 

받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욱 분개한다. 부잣집 아들이라 여러 수단을 동원해 의사가 

되는 데도 아무 지장이 없는 범인에게 후미를 위해 복수를 다짐한 나는 특별한 능력을 범인에게 

사용하기로 마음먹는다. 내가 가진 능력은 일명 '조건게임제시능력'으로, 어떤 조건을 제시해서 

클리어하지 못하면 특정 결과가 일어난다는 말을 해서 그대로 실현시키는 것이다. 이미 후미에게

사용한 적이 있지만 엄마가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한 능력을 범인에게 사용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사과하겠다는 범인과 일주일 후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는다. 그리고 같은 능력을 가진 엄마의 친척인

교수와 어떤 조건을 제시할 것인지 논의하면서 일주일을 준비하는데 결전의 날 나는 자신을 내던지는

충격적인 조건을 제시한다. 워낙 흉흉한 세상이다 보니 온갖 나쁜놈들이 판을 치는데 돈과 권력으로

제대로 처벌도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분통을 터트릴 때가 많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토끼살해범도

전형적인 악질 소시오패스라 할 수 있었는데 어린 주인공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게 해서 응징하려는 모습은 뭉클한 울림을 주었다. 어른들이 제대로 못하는 걸 어린 학생이

자신의 특별한 능력으로 해결하려는 게 안타깝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암튼 나름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어 다행이었는데 특별한 상황 설정을 잘 활용하는 츠지무라 미츠키의 솜씨가 잘 발휘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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