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트 보네거트의 책을 즐겨 읽고 있습니다. 그가 제2의 마크 트웨인으로 평가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라는 에세이를 봤습니다. 오랜만에 낄낄거리며 책을 읽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유머러스한 사람들은 휴머니스트인 경우가 많습니다. 마크 트웨인, 커트 보네거트, 더글러스 애덤스, 빌 브라이슨, 아이작 아시모프 등이 생각납니다. <나라 없는 사람>도 커트 보네거트의 에세이입니다.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와 겹치는 내용이 많았지만 재밌습니다.

 

 

 

"나는 과학기술을 생략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왜곡하는 소설은 섹스를 생략함으로써 빅토리아 시대의 삶을 왜곡하는 소설만큼이나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p25

 

 커트 보네거트는 SF 소설가로 분류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나 평론가들은 누군가가 과학기술에 대한 글을 썼다고 해서 너무나 쉽게 SF 소설가로 분류하고 폄허하는 거 같습니다. 이에 커트 보네거트는 작가나 평론가들이 과학기술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위의 말을 합니다.

 

 

 "빌리지도 말고 빌려주지도 마라." 그러나 인생에서 끊임없이 빌리고 빌려주는 것, 다시 말해 상호 호혜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무엇보다 너 자신에게 충실하라." 폴로니우스의 이 말은 결국 이기주의자가 되라는 말이다! -p43

 

 마치 저에게 훈계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너무나 이기주의자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커트 보네거트 덕분에 다시 상호 호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기주의자가 되면 오히려 세상이 더욱 살기 힘들어집니다. 빌리고 빌려주는 것 그것이 훨씬 기분도 좋고 또 아름답습니다.

 

 

 "전자 공동체에는 실체가 없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인간은 춤추는 동물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대문을 나서서 뭔가 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리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냄새를 피우기 위해서다. 누군가 다른 이유를 대면 콧방귀를 뀌어라." -p66

 

 멋진 말입니다. 샤워를 하고 단장을 하고 대문 밖을 나서서 뭔가를 합시다. 집에 틀어박혀 있기 위해 우리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은 분명 아닐겁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화씨 9.11>의 제목은 레이 브래드버리의 뛰어난 SF 소설 <화씨 451>을 패러디한 것이다. 화씨 451도는 종이로 된 책이 불에 타는 온도다. <화씨 451>의 주인공은 서적을 태우는 일을 하는 시청 소속 공무원이다. -p101

 

 커트 보네거트가 <화씨 451>이 뛰어난 SF 소설이라고 하니 어떤 소설인지 궁금합니다. 서적을 태우는 일을 하는 주인공이라니 어떤 이야기,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궁금합니다.

 

 

 마크 트웨인이 쓴 소설 <신비한 이방인>을 읽어보고 싶은데 검색이 안되네요. 단편 소설 같은데 어느 책에 수록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커트 보네거트가 만일 우리가 지옥에서 뛰쳐나온 악마인 양 여겨지면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책입니다.

 

 

 

 

 

 

 

 

 

 

 

 

 

 

 

 그의 대표작 <제5 도살장>도 읽고 있습니다. 또 한 명의 위대한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쁩니다. 유머와 휴머니즘을 겸비한 작가를 만나서 무척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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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20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비한 이방인>이 여러 개의 제목으로 번역본이 나왔기 때문에 검색해서 찾기 힘듭니다. 최근 번역본이 ‘책읽는귀족‘ 출판사에 나온 《미스터리한 이방인》입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7-08-28 15:59   좋아요 0 | URL
ㅠㅠb cyrus님 좋은 정보 진심 감사합니다. 항상 받기만 하네요^^
 

 

 

 

 

 

 

 

 

 

 

 

 

 

 

 

  과학 저술가 이은희씨의 책을 찾던 중 발견한 중고책이다. 가볍게 읽었다. 허지웅씨의 글도 있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혹은 글을 모아 놓은 책이다. 아래는 이 책에서 발견한 읽고 싶은 책들이다.

 

 <안네의 일기>는 설명이 필요없는 유명한 책이다. 나도 집에 이 책이 있지만 아직 읽진 못해다. <문명의 충돌>도 많이 들어본 책이다. 읽고 싶다.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한 교사의 이야기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영화든 책이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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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올리다만 페이퍼를 다시 올립니다. 아래 소개하는 이 많은 책들을 다 읽을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좀 더 시간이 많았고 다양한 관심사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하긴 책을 10권 씩 동시에 읽었으니까요. 요즘은 시간이 없다보니 관심사도 '억제' 되는 거 같습니다. 뭔가 우선순위가 생기는 거죠. 일단 다른 책들은 미뤄두고 칼 세이건의 책을 읽자. 하리하라의 책을 먼저 읽자. 이런 식으로 되는 거 같습니다. 아래의 책들은 좋은 책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습니다.

 

 

 

 

 

 

 

 

 

 

 

 

 

 

 

 

 

 미국 부통령을 지냈던 엘 고어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다큐멘터리 영화로 아카데미에서 상까지 받았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습니다. <불편한 진실>은 지구 온난화에 대해 다룬 책이고 영화입니다. 330p 정도 밖에 안되네요. 읽어봄직한 분량입니다. 지구 온난화는 분명 인류의 생존을 다투는 중대한 문제이지만 뜨뜨 미지근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당장 그 결과가 눈에 보이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저자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냄비 속의 개구리' 라고 비유합니다. 냄비 속의 개구리는 물의 온도를 천천히 높이면 그대로 물 속에 있다가 죽습니다. 물의 온도를 빨리 높이면 갑자기 뜨거워져서 냄비 밖으로 뛰쳐나가겠지만 말입니다. 우리 인간들도 어쩌면 정말 '냄비 속의 개구리' 같은 지도 모릅니다. 비단 지구 온난화 문제 뿐만 아니라요. 저역시 마찬가지로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알게 되면 바뀔까요? 그래서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함께 볼 책으로 <지구 온난화의 비밀>이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해 다각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책은 스티븐 핀커의 <빈 서판>입니다. 인간의 본성은 '빈 서판' 이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인간에겐 언어 능력, 수학 능력 등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소프트 웨어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뇌과학의 발달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겟습니다. 스티븐 핀커는 여기저기서 만나 본 작가입니다. <사피엔스의 미래>, <마음의 과학>에서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그의 다른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등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빈 서판>을 검색해보니 901p 나 되네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도 그정도의 분량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이런. 아무래도 가까운 시일내에 만나보기 힘들 거 같습니다.

 

 

 

 

 

 

 

 

 이미지가 없는 책이다. <통섭>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 1>이다. 2권은 없는 건가?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리처드 도킨스라던가 다른 과학자들의 악평이 자자해서 왠지 손이 가지 않는 작가다. 유명한 과학저술가고 과학자이다. 최근에 갑자기 집단 진화론을 들고나와 학계에서 굉장히 까였다고 한다. 개미 연구로도 유명한 분이고 최재천 교수의 스승이기도 하다.   

 

 

 

 

 

 

 

 

 

 

 

 

 

 

 

 

 아직 커트 보내거트를 못 만나봤는데. 미국에서 '마크 트웨인 이후 가장 웃기는 작가' 라는 평을 받는다고 하네요. 이 작가의 소설 빨리 읽어보고 싶습니다.

 

 커트 보네거트의 단편 소설 <해리슨 버거론>을 읽고 싶은데 어느 책에 수록되어 있나요?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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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 갔다. 정시몬의 <철학브런치>를 빌리려고 했다. 월요일이라 자료실이 휴관이었다. 가방 속에는 이 책 한 권 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 읽었다. 역시 이은희씨의 책은 좋다. 이 책은 과학고전들을 소개해주는 책이다. 일종의 에피타이저다. 메인 요리를 하나씩 소개해보겠다. 이은희씨는 에피타이저만 먹고 메인 요리는 먹지 않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내게 말했다. 그런 우를 저지를 것만 같다.

 

 일단 책에서 좋았던 구절 하나만 짚고 가자.

 

  이처럼 엄청난 과학 이론을 다른 분야에 적용시킬 경우 일단은 법칙을 훼손시키지 않고 적용이 가능한지를 엄격하게 살핀 뒤 사용해야 하며, 섣부른 과학 이론의 적용은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p150

 

 과학 이론은 다른 분야에 적용시키는 것은 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다. 나또한 조심해야겠다. 비유로서는 가능하겠지만 함부로 적용시키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마틴 가드너의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 이다. 사이비 과학에 대한 폭로를 담은 책이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한다. 비판적이고 폭로하는 책들. 그런데 절판이다. 알라딘 강남정에도 없다. 도서관에는 있을까? 아니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정말 볼까? 보고 싶지만 보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아마도 패스~ 그런데 목차를 보니깐 조금 흥미가 더 생긴다.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도 비슷한 류의 책이다. 후에 칼 세이건의 책을 보고 더 보고 싶으면 이 책을 봐야겠다. 요새 칼 세이건에 빠져서 그의 책들을 하나씩 읽고 있다.

 

 

 

 

 

 

 

 

 

 

 

 

 

 

 

 해리 콜린스의 <골렘>을 찾다가 그의 또다른 책 <닥터 골렘>을 발견했다. 오히려 <닥터 골렘> 쪽이 더 끌린다. <골렘>은 과학의 허와 실을 이야기한 책이다. 그렇다면 <닥터 골렘>은 의학의 허와 실을 이야기한 책일터. 골렘은 메타포(은유)이다. 골렘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가끔은 인간 말을 안 듣고 문제가 되기도 한다. 과학이나 의학 또한 마찬가지다 인간이 만들었고 점차 그 힘이 강해지고 있지만 가끔씩 문제를 일으킬 때가 있다.  

 

 

 

 

 

 

 

 

 

 

 

 

 

 

 

 하워드 블룸의 <루시퍼 원리>는 기독교에서 악마의 이름으로 사용되는 '루시퍼'를 자연 법칙에 비유, 인류 역사의 전개 과정- 특히 인간의 악과 집단 광기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전쟁 등의 집단 광기로 표현되는 인간의 악한 본성에 대해 고찰하며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정직한 제목의 책이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세계사까지 한 번에 훑을 수 있는 빅 히스토리 책같다. 내가 좋아하는 류의 책이다. 평점도 높고 많이 팔린 책이다. 더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다. 너무나 유명한 책이고 그래서 더 안 볼 꺼 같은 책이다. DDT 같은 화학물질이 환경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가 밝힌 책이다. 기념비적인 책이며 문장도 아주 좋다고 들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안 볼 꺼 같은 책 중에 하나다.

 

 

 <하리하라의 과학고전 카페 1>은 과학고전을 소개한 책이니 만큼 읽고 싶은 좋은 책들이 즐비했다. 너무 많아서 2편은 다음에 써야겠다. <하리하라의 과학고전 카페 2>를 읽기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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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서야 <호모 데우스>에서 좋았던 구절들을 정리한다. 정리하면서 책을 다시 보니 정말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재밌고 좋은 책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성공은 야망을 낳는다. 인류는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딛고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p39

 

 위 문단은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한 글이 아닐까 싶다. 아직은 와닿지 않은 미래지만 언젠가 다가올 미래임이 분명하다.

 

  "상대성이론은 아무도 화나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소중한 믿음 가운데 어떤 것과도 모순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간과 시간이 절대적인지 상대적인지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만일 당신이 공간과 시간을 구부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마음대로 하라는 식이다. 가서 그것을 구부려라. 내가 무슨 상관인가? 반면 다윈은 우리에게서 영혼을 박탈했다. 당신이 진화른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것이 영혼은 없다는 이야기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것은 독실한 그리스도교도와 이슬람교도뿐 아니라 세속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인간은, 비록 분명한 종교적 교의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저마다 일생 동안 변하지 않고 자신이 주어도 그대로인 영원한 개인적 본질을 가졌다고 믿고 싶어 한다." -p149

 

 예전에 팟캐스트 지대넓얕 오프라인 방송에서 한 청중이 독실이님께 이런 질문을 했다. 진화론에 따르면 인류의 조상 유인원에서 점진적으로 현재의 인류가 되었는데 어느 시점에서 영혼이 생겨났느냐는 질문이었다. 이는 위의 문단에서 유발하라리의 "당신이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영혼은 없다는 이야기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독실님은 이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했고 신념으로서 종교를 믿는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다윈은 영혼이 설 자리를 없애버렸다. 그래서 일부 종교인들은 그토록 진화론을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 아래는 이와 대한 부연설명 글이다.

 

 "인간의 영혼은 진화하지 않았고 어느 화창한 날 영광스러운 완전체로 출현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화창한 날은 정확히 언제인가? 인류의 진화를 아무리 자세히 살펴봐도, 그 시점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난감하다.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인간은 남성의 정자가 여성의 난자를 수정시킨 결과로 생겨났다. 영혼을 지닌 최초의 아기가 있었다고 생각해보자. 그 아기는 어머니 아버지와 매우 비슷했다. 아기는 영혼이 있고 부모는 없다는 것만 달랐다. 각막이 부모의 각막보다 조금 더 구부러져 있는 아기가 태어나는 이유는 생물학적 지식으로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다. 아마 어떤 유전자에 일어난 작은 돌연변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혼의 '영'자도 없는 부모에게서 불멸의 영혼을 지닌 아기가 탄생하는 이유는 생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하나의 돌연변이, 또는 여러 개의 돌연변이가 일어난다고 해서 한 동물에게 죽음을 포함한 모든 변화에도 끄덕없는 본질이 생겨날 수 있을까?

 따라서 영혼의 존재는 진화론과 아귀가 맞지 않는다. 진화는 변화를 뜻하며, 영원히 지속되는 실체를 생산하지 못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지닌 것 가운데 인간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것은 유전자이고, 유전자 분자는 '영원한 것'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돌연변이 운반체이다. 이런 사실은 영혼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진화론을 거부할 수많은 사람들에게 끔직한 일이다." -p151~152

 

  "그런데 몇십 년, 몇백 년이 지나면 의미의 그물망이 풀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그물망이 만들어진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의 그물망들이 생기고 풀리는 것을 지켜보고, 한 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였던 것이 후손에 이르러 완전히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p207

 

 위 글은 매우 공감가는 글이다. 나또한 역사를 알게 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이 깨닫게 된다.

 

  "허구는 나쁜 것이 아니다. 허구는 꼭 필요하다. 돈, 국가, 기업 같은 허구적 실체에 대한 널리 통용되는 이야기가 없다면 복잡한 인간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똑같은 허구적 규칙들을 모두가 믿지 않으면 축구 경기를 할 수 없고, 허구 없이는 시장과 법원의 이점을 누릴 수 없다. 하지만 이야기는 단지 도구일 뿐이다. 이야기가 목표나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단지 허구임을 잊을 때 우리는 실제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되며, 그때 우리는 '기업을 위해 많은 돈을 벌려고' 또는 '국익을 보호하려고' 전쟁을 시작한다. 기업, 돈, 국가는 우리의 상상에만 존재한다. 우리는 우리를 도우라고 그것들을 발명했다. 그런데 왜 그것들을 위해 우리의 생명을 희생하는가?" -p247 

 

 모든 사람의 생명은 하나이다. 생명보다 귀중한 것은 없다. 그런데 어떻게 허구의 개념은 '국가'를 위해 전쟁을 하고 생명을 희생하는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마찬가지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문화는 새 지식을 찾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이것이 전근대 인류 문명 대부분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과학혁명이 인류를 그런 순진한 확신에서 해방시켰다. 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없는지 깨달았을 때 비로소 인간에게 새 지식을 찾아나설 매우 타당한 이유가 생겼고, 이것은 진보를 향해가는 과학의 길을 열었다." -p295

 

 "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멋진 문장이다. 과학에 대한 더할나위 없는 찬사이다.

 

 

 

 놀란만큼 똑똑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정리를 하면서 책을 훑어봤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유발 하라리의 저서가 또 번역되어 출간되어 기쁘다. <극한의 경험> 꼭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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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8-06 0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고 말기엔 아까운 책이죠.
리뷰 제목으로 뽑아주신 저 문장도 한번 읽고 넘어가기엔 아까운 문장이고요.

고양이라디오 2017-08-07 00:43   좋아요 0 | URL
hnine 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