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허수아비
베스 페리 지음, 테리 펜 외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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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62


《행복한 허수아비》

 베스 페리 글

 테리 펜+에릭 펜 그림

 이순영 옮김

 북극곰

 2019.10.10.



  예부터 들판에 허수아비를 세웠습니다. 사람이 들판에 없어도 마치 사람이 있는 듯 보이려고 하는 허수아비입니다. 흔히 말하기를 이 허수아비는 가을들에 익는 나락을 참새나 비둘기 같은 새가 쪼지 못하도록 막는 구실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참말 새를 쫓는 구실만 하던 허수아비일까요? 예부터 지구별 모든 곳에서 땅을 일구는 이들은 겨우내 새한테 모이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새가 겨울나기를 하도록 먹을거리를 늘 나누어 주던 흙지기가 가을에 새를 모질게 쫓지 않겠지요. 그런 뜻에서 허수아비는 상냥한 벗이었을 테고,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들판을 고이 바라보면서 나락이며 열매가 넉넉히 익도록 하려는 뜻이었을 수 있습니다. 《행복한 허수아비》를 펴면서 이런 생각이 한결 짙게 듭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허수아비는 들판에서 ‘새를 쫓기’보다는 ‘새가 찾아들지 않을 적에 외롭다’고 느낍니다. 새가 찾아와서 어깨에 내려앉는다든지 들판을 가로지를 적에 흐뭇하게 웃어요. 게다가 그림책 허수아비는 가슴팍에 둥지를 품고서 새알까지 고이 지켜본다고 합니다. 참말로 새는 허수아비에 둥지를 틀기도 해요. 새랑 사람은 오랜 이웃이거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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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 6
미쯔다 타쿠야 지음, 오경화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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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38


《메이저 세컨드 6》

 미츠다 타쿠야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7.8.31.



‘확실히 우라베가 말한 대로 나가이한테 미안해서 위축되어 있었어. 그렇게 내 센스를 믿고 진심으로 추천해 준 건데. 그런 우라베의 마음은 깡그리 무시하고. 아니, 이기려고 열심히 애쓰고 있는 모두의 마음도 깡그리 무시한 거야!’ (70∼71쪽)


“작년에 요추총판 장해가 온 뒤로 지금의 피칭 스타일로 바꿔서 완치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여기서 또다시 허리에 부담 주는 피칭을 했다간 말짱 꽝이야.” (99쪽)


“미후네? 그런 팀은 굳이 사전 조사할 필요도 없잖아.” “준준결승까지 올라온 팀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라고.” (160쪽)



《메이저 세컨드 6》(미츠다 타쿠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7)을 넘긴다. 아이들은 처음 맞닥뜨리는 일을 얼마나 재빠르게 알아차리면서 바로바로 움직일 수 있을까. 애써 마련해 놓은 틈을, 제대로 해보라며 건넨 자리를, 깊은 곳에서 흐르는 기운을 마음껏 펼치라고 하는 뜻을, 그때그때 어느 만큼 느낄 만할까. 부딪혀 보고서 안 되었다면 안 되었을 뿐. 그렇지만 제대로 부딪히려는 마음이 없는 채 엉거주춤하거나 헤맨다면 넋을 똑바로 차릴 노릇. 바로 오늘 이곳에서 반짝이는 별이 되고 싶기에 눈부신 땀방울을 실컷 쏟아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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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테가미 쿄코의 비망록 2 - 만화
아사미 요우 지음, 문기업 옮김, VOFAN 캐릭터원안, 니시오 이신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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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37


《오키테가미 쿄코의 비망록 2》

 니시오 이신 글

 아사미 요우 그림

 문기업 옮김

 학산문화사

 2019.10.10.



“저도 일에 일생을 바쳤어요. 평생 가정을 꾸릴 생각은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누군가를 좋아하더라도 금방 잊어버리잖아요.” (24쪽)


“오히려 스나가 선생님 입장에서는 이 ‘넌 시리즈’야말로 유일하게 자신을 위해 쓴 소설이었을지도 몰라요.” (152쪽)


“어제의 저와 오늘의 저는 결코 똑같지 않아요. 체험한 일을 몸은 기억하고 있어요. 제가 안심하고 아무런 저항도 없이 몸을 맡길 수 있었던 것은 카쿠시다테 씨가 지금까지 저에게 다정하게 대해 줬기 때문일 거예요.” (167쪽)



《오키테가미 쿄코의 비망록 2》(니시오 이신·아사미 요우/문기업 옮김, 학산문화사, 2019)이 한 해 만에 나온다. 첫걸음에서 살짝 응큼스런 그림결을 느끼기도 했으나 줄거리를 헤아려 그러려니 넘어갔으나, 두걸음에서는 응큼스런 그림결을 부러 더 집어넣으니 굳이 더 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몸매를 비추어 드러내는 그림은 안 그리면 좋겠다. 부디 줄거리를 살뜰히 짜서 이어가는 그림이면 좋겠다. 삶하고 마음하고 생각, 그리고 몸에 새기는 하루 이야기, 또 마음에 남지 못하고 사라지는 발걸음, 이 여러 가지를 제대로 짜면 아름만화가 되지 않겠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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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푸른 오디 : 매화나무에 이제 꽃이 지고 나서 감잎이 새로 오를 즈음 뽕나무에 뽕잎이 슬슬 오르더니 어느새 뽕꽃(또는 오디꽃)도 핀다. 뽕꽃(오디꽃)을 모르는 눈이라면 저게 무슨 꽃이냐고, 저렇게 못생긴, 벌레처럼 생긴 꽃이 어디 있느냐 할는지 모르지만, 뽕나무는 온힘을 다해 달달한 열매를 맺고, 바로 뽕잎을 먹고 자란 누에가 실을 내놓아 ‘비단’이란 멋진 천을 베푼다. 뽕꽃(오디꽃)을 빗대어 이야기(우화)를 쓴다면 무엇을 쓸 만할까? 2017.4.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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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르일로프 우화집 대산세계문학총서 46
이반 끄르일로프 지음, 정막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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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01 : 파리는 지구를 말끔히 치우는데, 너는?


《끄르일로프 우화집》

 이반 끄르일로프

 정막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6.2.7.



아무래도 폭풍 때문에 더욱 위험해지는 것은 바로 네가 아닐까! 물론 오늘날까지 자연의 악천후가 너를 굴복시키지도 못했고, 너의 고개를 숙이게 하지도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아직은 알 수 없잖아! (18쪽)


다른 신부들에게는 보물이 될 만한 신랑감들도 그녀가 보기에는 의젓한 신랑감이 아니라, 풋내 나는 젊은이에 불과했습니다! (30쪽)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어떤 유용한 물건이라도, 그 가치를 모르고 자신의 무식을 물건 탓으로만 돌립니다. 그 무식한 사람이 더 높은 직위에 있을수록 그는 그 물건을 못 쓰게 만들어버립니다. (67쪽)


질투 어린 사람들은 무엇을 보든지 간에 끊임없이 악담을 늘어놓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자신의 길을 걸어가십시오. (127쪽)



  옛 그리스 무렵에 숲살림 이야기를 사람살림 이야기에 빗대어 들려준 이솝이란 분이 있습니다. 그냥 사람살림 이야기를 해도 될 터이지만, 사람들 이름이나 집이나 마을을 고스란히 밝히면 싫어하거나 꺼리거나 미워할 수 있습니다. 슬쩍 숲살림으로 돌려서 이 짐승이나 저 새나 그 나무나 요 벌레하고 얽힌 이야기로 엮어서 들려주곤 해요.


  넌지시 알아채도록, 부드러이 깨닫도록, 조용조용 돌아보도록 이끄는 ‘숲살림 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이렇게 뭇숨결에 빗대어 사람살림 이야기를 그린 이들이 꽤 많습니다. 가만 보면 이 나라 옛이야기도 하나같이 ‘숲살림 이야기’라 할 수 있어요. 올챙이 이야기도, 풀개구리 이야기도, 참나무하고 대나무 이야기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를 둘러싼 숲에서 어떤 하루가 흐르는가를 찬찬히 지켜보고서 이를 사람살림에 견주어서 시나브로 익히도록 이끌었지 싶습니다.


  1769년에 태어나 1844년에 숨을 거든 러시아 분이 쓴 《끄르일로프 우화집》(이반 끄르일로프/정막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6)은 1800년대에 러시아가 어떤 터전이었나를 돌아보도록 하면서 이야기를 엮습니다. 그무렵 러시아는 썩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사랑스럽지 않았다더군요. 다만 수수한 마을이나 흙지기나 살림꾼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라지기에 벼슬아치 노릇을 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썩거나 비뚤어지거나 못났다지요.


  끄르일로프란 분이 쓴 숲살림 이야기는 모두 러시아 벼슬아치하고 나라지기를 나무라거나 꾸짖을 뜻으로 썼다고 합니다. 그때에 러시아 벼슬아치나 나라지기는 이 이야기를 얼마나 알아차렸을까요. 대놓고 따지지 않은 이야기라서, 슬쩍 눙치듯이 돌려서 밝힌 이야기라서, 숲에서 살아가는 짐승이며 푸나무이며 새를 빗댄 이야기라서 ‘내 이야기가 아니군’ 하고 지나가지는 않았을까요.


  이른바 ‘우화’란 이름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름을 까놓고 따지지 않을 테니 찬찬히 깨닫기를 바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엮어서 들려줄 적에는 한 가지를 잘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이솝이란 분이 남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숲짐승이나 새나 벌레나 푸나무가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솝이란 분은 숲살림을 곰곰이 보고서 알맞게 엮었어요. 누구를 미워하거나 나무라려는 뜻이 아니라,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스로 배우도록 이끌었구나 싶어요.


  이와 달리 끄르일로프라는 분은 엉터리 러시아 정치와 사회와 문화를 나무랄 뜻이 짙다 보니까, 이녁 이야기에 나오는 짐승이며 새이며 푸나무이며 얼결에 ‘나쁜 기운이 있는 숨결’인 듯 나타나곤 합니다. 참나무가 나쁜 나무가 아닐 터인데, 곰이 나쁜 짐승이 아닐 터인데, 혼인을 안 하고 나이를 먹는 분이 나쁜 뜻이 아닐 터인데, 어쩐지 ‘빗대는 이야기’가 좋고 나쁨을 싹 갈라서 매섭게 따지는 목소리가 되고 맙니다.


  무엇에 빗대어 이야기를 엮으려 한다면, 나무라거나 따지고 싶은 속내가 있더라도, 빗대어 말하려는 이웃 숨결을 조금 더 따사로이 들여다보면서 참하게 담아내야지 싶습니다. 이렇게 하기 어렵다면 그냥 정치비평 사회비판 문화평론을 하면 됩니다. 이를테면, 파리가 없는 지구를 떠올려 봐요. 매우 끔찍하겠지요. 파리는 사람한테 늘 놀림이나 손가락질을 받지만, 파리가 있기에 지구는 깨끗한 별이 되거든요. 엄청나게 말끔히 치워 주는 일꾼이 바로 파리이니까요. 그래서 “넌 파리만큼도 안 되는구나!”가 아닌 “파리는 지구를 말끔히 치우는데, 넌 사람 주제에 지구를 더럽히네?” 하고 따질 만하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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