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를 하자 1 - ~이누니혼 인쇄 제판부~, S 코믹스
세노 소루토 지음, 정우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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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29


《인쇄를 하자! 1》

 세노 소루토

 정우주 옮김

 소미미디어

 2019.4.5.



“추워? 이 추위는 뭔가요?” “이 CTP의 기계를 식히기 위해서지. 앗, 사람보다 기계가 중요하다는 건 아니야!” (7쪽)


“카미야, 넌 우리 회사에서 인쇄한 걸 다 읽었어?” “아? 아, 아니요?” “난 다 읽어. 실수가 생기면 큰일이니까.” (32쪽)



《인쇄를 하자! 1》(세노 소루토/정우주 옮김, 소미미디어, 2019)는 인쇄소에서 기계를 마주하는 일을 맡은 젊은 아가씨가 처음으로 부딪히는 갖가지 이야기를 다루려 한다. 처음에는 이런 이야기가 찬찬히 흐르다가, 뒤로 갈수록 샛길로 빠진다. 아, 샛길로 빠지니 나로서는 재미없다. 샛길로 빠지는 흔한 이야기는 그냥 흔하지 않은가. 인쇄소라는 곳에서 오직 인쇄소답게 맞이하는 새삼스럽고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참으로 많을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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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곤두박춤 (2019.4.6.)

―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

인천 동구 금곡로 5-1

032.766.9523



  동시를 이야기하는 자리를 〈아벨서점〉 시다락방에서 꾸리기로 했습니다. 사뿐히 인천마실을 하는데, 헌책집 〈아벨서점〉 셈대 한켠에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반대’ 알림글이 있습니다. 인천시가 또 뭔 일을 꾸미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왜 이렇게들 커다란 발전소를 세우려고 목돈을 쏟아부을 생각일까요? 집집마다 햇볕을 모으는 판을 올려도 되고, 고속도로에 지붕을 씌워 햇볕을 모아도 됩니다. 찻길 지붕에 햇볕판을 놓는 일은 좋다고 하지만 법을 다루는 기관이 달라서 말을 맞추기 어려우리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라고, 삶터를 아름답게 가꾸는 길을 찾으라고 공무원이라는 벼슬자리를 두지 않을까요?


  두멧시골에 조용히 깃들다가 읍내로만 나와도 먼지구름을 봅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여러 도시를 찾아가거나 고속도로를 달릴 적에도 먼지구름을 만납니다. 오늘날 이 나라에서 이 먼지구름 말고 커다란 골칫거리가 또 무엇일까요? 전기를 더 많이 얻는 길을 찾기도 해야겠다고 하더라도 먼지구름부터 풀면서, 또 먼지구름을 늘리지 않거나 줄이는 길을 찾을 노릇일 텐데요.


  빠듯하게 인천에 닿았기에 애써 책집에 깃들어도 책을 들출 짬이 없습니다. 그래도 1분이란 쪽틈을 내어 《over the hills and far away》(Alan Marks, North-South books, 1994)에 《the BFG》(Roald Dahl, puffin books, 1982)에 《the Giraffe and the Pelly and Me》(Roald Dahl, puffin books, 1985)를 골라듭니다. 한글로 나온 로알드 달 님 동화책을 읽긴 했습니다만, 옮김말이 더없이 엉성한 터라, 로알드 달 님쯤 되는 동화책이라면 영어로 적힌 책도 두 벌쯤 장만해 놓을 생각입니다.


  참말로 결이 다르더군요. 로알드 달 님은 어린이가 읽을 수 있도록, 아니 ‘어린이부터 읽을’ 수 있도록 영어를 쉽게 썼습니다. 이와 달리 한글판은 ‘어린이조차 읽기 까다롭’도록 옮김말이 엉성하고 번역 말씨에 일본 말씨가 춤을 춥니다. 왜 이다지도 말씨 하나를 못 추스를까요. 매캐한 먼지구름이 춤을 추는 고장에서 벼슬아치 노릇을 하는 분들도 자꾸 막삽질로만 흐르고, 책마을에서 아이들한테 이야기로 씨앗을 심는 일을 할 어른들도 책에 담는 말씨가 몹시 엉성하고 …….


  헌책집 〈아벨서점〉 책지기님이 부디 기운을 내시기를 바라는 뜻으로 노래꽃 한 자락을 새로 씁니다. 연필로 정갈히 옮겨서 가만히 건넵니다. 날아오르고 싶기에 신나게 곤두박질을 칩니다. ㅅㄴㄹ


곤두박질 (숲노래)


별비가 내려

밤하늘을 죽죽 지르는

빛줄기가 꽃처럼

자꾸자꾸 떨어져


무화과가랑잎이 퍼석

후박가랑잎이 투툭

동백가랑잎이 타탁

살짝 놀래키며 춤춰


곤두박듯 하다가

확 솟구치고

옆으로 재게 날더니

빙그르르 돈다


제비떼 멋지다

날갯짓이 저렇구나

하늘에 무지개 그리듯

곤두박춤잔치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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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무슨 책을 읽을까 (2019.6.8.) 

― 인천 배다리 〈삼성서림〉

인천 동구 금곡로 9-1

032.762.1424.



  책을 놓고서 언제나 한 가지입니다. 무슨 책을 읽을까입니다. 그러나 무슨 책을 읽을까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무슨 책을 읽어 무슨 생각을 할는지, 또 무슨 삶으로 나아가려는 몸짓이 될는지, 또 무슨 슬기를 스스로 길어올려 무슨 사랑이 되도록 스스로 일어서려는 하루가 될는지로 차근차근 잇습니다.


  눈에 뜨이는 책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널리 알려지거나 많이 읽히는 책을 우리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눈에는 뜨이되 속이 비었다면? 널리 알려졌으나 알맹이가 허술하다면? 많이 읽힌다지만 숲을 노래하는 사랑이 하나도 없다면?


  고등학교를 다니며 〈삼성서림〉을 처음 만나던 때부터 느꼈는데, 이곳에는 예전이나 요즘이나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이 한켠에 곱상히 있습니다. 한창 읽히는 그림책도 있고, 제법 묵은 그림책도 있습니다. 어떤 그림책이든 반갑게 들여다보면서 살살 쓰다듬습니다. 1980년대 첫머리에 ‘백제’ 출판사에서 꾸러미로 낸 그림책이 ‘문선사’로 옮겨서 다시 나온 적 있어요. 헌책집에서 이 그림책을 만날 적마다 얼마나 새삼스러운지 몰라요. 《암소 브코트라》(프링거 요한네슨/김훈 옮김, 문선사, 1984)를 펼칩니다. 투박하면서 살가운 그림결입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문화수준은 당시의 유럽 제민족 사이에서 아주 높았고, 건국 수백년의 12세기 후반부터는 자기 국어를 사용하는 대학이 세워졌는데, 그것은 유럽 문화사상 하나의 빛나는 금자탑이었던 것입니다. (그림책 풀이글)


  이 그림책 곁에 《작은 동물 세 마리》(마가릿 와이즈 브라운/양평 옮김, 문선사, 1984)가 있습니다. 이 그림책도 투박하면서 살갑습니다. 그래요, 이렇게 이야기로 꽃을 피우니 아름다이 그림책이지 싶습니다. 이러한 그림책은 아기부터 할머니까지 나란히 둘러앉아 읽을 만합니다.


  옛이야기 숨결이 그림책에서 새롭게 흐른다고 할 만합니다. 옛날 옛적부터 온 집안이 조그마한 칸에 둘러앉아서 이야기밥을 먹었어요. 그림책이란 이야기밥 같다고 느껴요. 요즘은 너무 어른스러운 그림책이 많은 듯합니다. 아무래도 어른으로서 서울살이가 팍팍하거나 고단한 나머지 빈자리가 넉넉한 그림책으로 마음을 달래려 하네 싶은데, 팍팍하거나 고단한 나날을 어른스러운 줄거리나 흐름으로만 담기보다는, 앞으로 새롭게 가꾸고 싶은 꿈까지 헤아리면서 아이들한테 빛이라는 씨앗을 심도록 더 다스린다면 좋겠어요.


  그림책 《암소 브코트라》나 《작은 동물 세 마리》가 왜 아름다울 뿐 아니라 두고두고 읽힐 만할까요? 아주 투박하게 이야기를 엮거든요. 아주 투박한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면서 어느새 즐거운 기운이 솟거든요.


  조그마한 《밤과 낮 사이의 기나긴 독백》(L.린저/홍경호 옮김, 삼중당, 1975)을 눈여겨보다가 《니진스키의 고백》(바슬라브 니진스키/이덕희 옮김, 문예출판사, 1975)이란 책을 슬쩍 집어드는데, 책 귀퉁이에 ‘책은 만인의 것, 부광서림, 부산대 신정문 앞, T96-4030, 항상 감사합니다’라 적힌 팔림띠가 있습니다. 아. 1970년대 끝자락에 부산 한켠에 있던 책집에 꽂혔다가 ‘팔리지 못한’ 채 어느 창고에 묵혔던 책이 곳곳을 돌고 돌아서 인천까지 온 셈입니다.


  팔리지 못한 책은 반품이란 길을 지나서 으레 종이쓰레기터(폐지처리장)로 갑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종이로 다시 태어나는 길을 가기도 할 테고, 그곳에 갔다가 고마운 손길을 타고서 새로 숨을 더 잇는 길을 가기도 합니다. 헌책집이란 책에 새숨을 불어넣어서 ‘넌 아직 더 읽을 값이 있단다’ 하고 속삭이는 살림터라고 느껴요. ‘넌 앞으로 더 빛날 수 있단다’ 하고 귀띔하는 보금자리이기도 하겠지요.


  무슨 책을 읽으면 즐거울까요? 빛나는 책을 읽으면 즐겁겠지요. 무슨 책을 읽으며 마음이 빛날까요? 사랑을 꿈꾸는 슬기로운 사람들 살림살이를 숲바람으로 노래하는 책을 읽기에 우리 마음이 빛나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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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14.


《정주진의 평화 특강》

 정주진 글, 철수와영희, 2019.11.13.



사전을 쓰는 하루란 요일도 쉼날도 없으며 방학이든 말미이든 없다. 언제나 똑같이 하루를 쪼개어서 바지런히 글몫을 추스른다. 달력을 안 보고 살다 보니 마감날이 다가온다거나 살짝 지난 줄 놓치기도 한다. 이래서는 안 될 노릇이라 여겨 신나게 마감을 하다가 슬쩍 막혀 자전거를 탄다. 해가 기울기 앞서 면소재지로 달려서 붕어빵을 3000원 어치 산다. 내 몫은 생각 않고 세 사람 몫만 헤아리는데, 하나를 덤으로 주시네. 반바지에 반소매에 맨손으로 자전거를 타다가 살짝 스산하다고 느낀다. 이제 장갑을 낄 철이로구나. 그러고 보니 보름이 지나면 섣달이네. 《정주진의 평화 특강》을 읽었다. 푸름이한테 평화를 들려주려고 애쓰는 목소리가 반갑다. 그래, 요즈막이 수능이라던가 하는 듯한데, 푸름이한테 입시나 대학이나 취업 걱정이 아닌 평화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이 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돈 잘 벌거나 이름있는 대학에 들어가도록 푸름이를 다그치는 짓이 사라지기를 빈다. 어깨동무하면서 하루를 환하게 누리는 기쁜 노래를 꿈꾸는 푸름이로 나아가도록 평화랑 사랑을 들려주는 어른이 늘기를 빈다. 노래하고 웃고 떠들고 춤추고 어깨동무하지 못하는 곳이라면 그곳은 학교도 사회도 나라도 마을도 아니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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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13.


《도토리시간》

 이진희 글·그림, 글로연, 2019.10.10.



이틀 사이에 두 곳 손님을 책숲에서 맞이한다. 어제는 강원 원주에서 마을책집을 꾸리는 분이 오셨고, 오늘은 고흥 풍남초에서 교감으로 일하는 분이 오셨다. 어제 오신 손님은 아이들을 몹시 좋아하고 말도 재미나게 섞을 뿐 아니라, 우리 사전하고 책도 잔뜩 장만하는데다가, 틀박이 학교가 얼마나 우리 마음을 망가뜨리는가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오늘 오신 손님은 아이들이 가까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사전이며 책을 하나도 안 쳐다보는데다가, 부디 우리 집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와서 교육·문화 혜택을 받으라는 말만 했다. 책숲에 오시는 손님은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는가를 보면 어림하기 쉽다. 아이들은 어른들 기운을 바로 알아챈다. 우리하고 이웃이 되려는지, 우리한테서 뭔가 가져가거나 바라는 뒷셈이 있는지 이내 느끼면서 가까이하거나 멀리하더라. 《도토리시간》을 넘기며 생각한다. 우리 책숲이 인천이란 고장이나 다른 도시에 머물렀다면 이 작은 도토리 같은 보금쉼터 노릇을 하겠지. 그러나 우리 책숲이 시골에 있을 적에도 농약·비닐·기계·졸업장·이름값·은행계좌 같은 겉모습을 털어내고 홀가분히 마음을 쉬는 놀이터 구실을 할 테고. 모든 사람이 마당이며 다락이며 마루이며 뜨락이며 숲을 누릴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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