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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드래곤 2 - S코믹스 ㅣ S코믹스
미요시후루마치 지음, 윤선미 옮김, 시마다 리리 원작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4.14.
아이도 어른도 자란다
《부엌의 드래곤 2》
시마다 리리 글
미요시 후루마치 그림
윤선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3.2.16.
《부엌의 드래곤 2》(시마다 리리·미요시 후루마치/윤선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3)을 천천히 읽고서 되읽습니다. 요사이는 이만 한 그림꽃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조금씩 맛보듯 읽고서, 가늘게 한숨을 고르면서 처음부터 또 읽고 다시 읽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느새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그림이 꽤 많고, 퍽 읽히고 팔리는 듯싶습니다. 그런데 숱한 ‘웹툰’은 그림감이나 줄거리가 매우 좁아요. 온누리를 두루 바라보거나 헤아리는 눈썰미가 서툴면서, ‘사람만 살지 않는 푸른별’을 고루고루 그림꽃으로 담아내는 길로는 다가서지 못 한다고 느낍니다.
다만 웹툰만 눈이 좁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눈이 좁으니, 글도 좁고 그림도 좁고 그림꽃도 좁고 웹툰도 좁을 뿐입니다. ‘사회·문화·정치·경제·종교·문학·철학·과학’ 모두 자꾸만 좁게 나아간달까요.
우리말을 살피면, ‘좁다 = 좋다’입니다. 두 낱말은 밑동이 같습니다. 좁기에 좋아하고, 좋아하니 좁습니다. 두루 품거나 헤아리는 길이라면 ‘좋아하’지 않고 ‘사랑’합니다. 어느 하나만 콕 집어서 바라보려 하기에 ‘사랑’이 아닌 ‘좋아하는’ 굴레에 스스로 가둡니다.
하나로 좁혀서 좋아하는 이들을 ‘전문가’라고 합니다. ‘전문가’인 분들은 어느 하나는 솜씨가 있을는지 모르나, 다른 곳에서는 서툴고 엉성하기 일쑤입니다. 이를테면 ‘의학 전문가’이면서 살림을 잘 하는 이는 참 드뭅니다. ‘문학 전문가’이면서 아기를 잘 돌보는 이는 참 드물어요. ‘정치 전문가’이면서 어깨동무(성평등)를 삶으로 선보이는 이도 그야말로 드뭅니다.
한자말 ‘전문가’를 우리말로는 ‘꾼’이라 합니다. 꾸릴 줄 알거나 일굴 수 있기에 ‘꾼’일 텐데, 오늘날 꾼은 좋아하는 하나만 ‘꾹’ 눌러서 들어가느라, 막상 둘레나 이웃이나 숲이나 온누리를 헤아리는 눈빛을 잊고 잃었습니다.
《부엌의 드래곤》은 그림 하나만 좋아하려고 하던 젊은이가 어떻게 ‘좁은’ 눈길을 스스로 벗고서 ‘사랑’이라는 길을 찾아나서느냐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이 그림꽃에 나오는 젊은이는 처음 태어난 나라에서는 설자리가 없어서 멀디먼 나라까지 배움길을 갔습니다. 어디에서든 그림만 붙잡으면 좋다고 여겼으니, 제 나라에서 일자리를 못 찾더라도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멀디먼 나라에 깃드는 동안 낯선 아이가 찾아왔고, 낯선 아이인 ‘미르’를 미르 아닌 도마뱀으로 잘못 여긴 젊은이는 어느새 조금씩 눈길을 틔웁니다.
좁게 좋아하던 젊은이가 눈을 틀 수 있는 실마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림 하나만 좁게 좋아했기에 둘레에 눈을 감았지만,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갖은 서울살림(도시문명)에 마음을 안 빼앗겼어요. 서울살림에 물들거나 길들지 않은 젊은이였던 터라, 미르를 보고도 몰라보았으나 뜻밖에 따스하게 품는 하루를 살았고, ‘도무지 도마뱀일 수 없’도록 덩치가 자라고 불을 뿜고 하늘을 나는 미르 곁에서 비로소 마을과 숲과 별과 온누리를 살피는 눈길을 천천히 틔웁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누구를 좋아하기는 매우 쉽습니다. 누구나 사랑하기는 매우 어려울 듯싶습니다. 그러나 어느 하나만 좋아하기가 훨씬 어렵지 않을까요? 어느 하나만 좁게 좋아하려면 이 하나를 뺀 모두 눈감아야 하는데, 외곬로 치닫는다면 거꾸로 삶이 하나도 없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바보짓만 남는다고 느껴요. 어느 하나에 목을 매달지 않을 줄 아는, 스스럼없이 사랑을 길어올리면서 하루를 짓는 오늘을 품는 매무새이기에 활짝 웃고 노래하는구나 싶습니다.
숱한 보임꽃(영화·연속극)은 사랑을 안 다룹니다. 숱한 보임꽃은 ‘사랑척·사랑시늉·사랑타령’을 다룹니다. 숱한 보임꽃은 ‘좋아해!’에 얽매입니다. 숱한 보임꽃을 곁에 둔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철들지 않은 채 마음도 눈도 매무새도 좁다랗게 뒹굴밖에 없습니다.
아이도 자라고 어른도 자랍니다. 우리는 날마다 생각이 자라고 꿈이 자라면서 사랑이 자라기에 사람이라는 몸을 입고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라지 않는 사람은 낡아버립니다. 겉보기로 매끈한 몸매에 얼굴이라서 젊지 않습니다. 얼굴과 몸매에 매달릴수록 스스로 좁혀서 그만 죽음길로 달려갑니다. 마음을 가꿀 사랑씨앗을 바라볼 줄 안다면 언제나 스스로 깨어나서 노래하게 마련입니다.
어떤 어버이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태어난 아기는 늘 사랑으로 반짝이는 눈망울입니다. 우리가 어버이요 어른이라면, 우리 곁에 찾아온 모든 아기와 아이를 반짝반짝 사랑이라는 눈망울로 마주하고서 품으리라 봅니다. 겨우내 눈밭에서 고이 자던 풀꽃나무가 새롭게 잎눈이며 꽃눈을 틔우는 봄을 느껴 봐요. 마음눈하고 사랑눈을 활짝 틔워요. 어린이 손을 잡고서 환하게 눈을 틔우는 어른으로 한 발짝 내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그 아이가 알려준 거야. 너에게 큰일이 생겼다고.” “네?” “접시를 깨고, 주의를 끌고, 널 입원시키고 이 집에 돌아왔을 때 모습을 드러냈어. 네가 걱정되었나 봐. 그러니 혼내지는 말고.” “도마뱀 군, 그랬구나. 내가 호낼 리가. 고마워.” (16∼18쪽)
“소문을 듣기로는 역 앞 빵집 아저씨가 끌려갔대.” “끌려가요?” “국가보안국에 잡혀갔단 뜻이야. 그 집 빵 맛있었는데.” “어, 어째서요?” “드문 일도 아니야. 조금만 수상해도 연행하니까. 외국인과 얘기를 해도 그렇고.” (102쪽)
“사냥용 오두막이라도 있던 게 아닐까 해. 사람이 없어져도 숲에서 태어나는 건 어쨌든 숲으로 돌아와. 그것을 상기시켜 줘서 이곳이 좋아.” (109쪽)
“또 좀 커졌나? 이제 우리 집 지붕에 닿을지도 모르겠다. 으으, 우리 집으론 돌아갈 수 없어. 도마뱀 군에게 거기는 이제 작으니까∼!” (139쪽)
‘그리고 싶다. 이것을. 도마뱀 군이 보여준 것을 그린다. 내가 그려내면 아주 조금이나마 지금의 순간을 남길 수 있어. 우리는 그런 세계의 일부다.’ (151쪽)
#台所のドラゴン #縞田理理 #みよしふるま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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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냄새가 나
→ 냄새가 좋아
5쪽
그건 키운 양육자 나름이니까
→ 키운 사람 나름이니까
→ 키우기 나름이니까
58쪽
동그란데 가끔씩은 네모야
→ 동그란데 가끔은 네모야
64쪽
그것을 상기시켜 줘서 이곳이 좋아
→ 그렇게 떠올리니까 이곳이 좋아
→ 그처럼 생각하기에 이곳이 좋아
109쪽
그곳에 사는 건 국비유학생인 외국인입니다
→ 그곳에는 이웃나라 나라배움이가 삽니다
12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