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숟가락 16
오자와 마리 지음, 노미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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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푸른책

- 함께 뛰어넘을 언덕



《은빛 숟가락 16》

 오자와 마리

 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9.7.15.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윗자리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고단한 살림이 되기 일쑤입니다. ‘윗자리’란 여럿입니다. 먼저, 나이가 많은 자리입니다. 둘째, 돈이 많은 자리입니다. 셋째, 이름이 높은 자리입니다. 넷째, 주먹힘이 센 자리입니다. 다섯째, 동무나 이웃을 많이 거느린 자리입니다. 여섯째, 벼슬이 높은 자리입니다.



‘난 마음속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안심했다. 왜냐면 지금까지 호토리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양심이 찔려서 괴로웠기 때문이다.’ (17쪽)


‘저녁은 먹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가족은 내가 오디션에 떨어져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꺼림칙해서 괴로워하던 그 정보를, 호토리는 처음부터 알고 있던 데다 거짓말까지 했다는 사실에 상처받았다.’ (31쪽)



  군대라는 곳에서는 벼슬이 높은 이가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위아래 틀을 깬다고 해서 무시무시하게 다그치는데, 싸움터에서는 그자리에서 바로 죽여도 된다고까지 하지요.


  삶터에서는 어떤가요?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든지, 장관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지자체에서는 시장이나 군수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면? 학교에서 교장·교감·교사가 시키는 대로 학생이 따르지 않는다면?


  가만히 생각해 봐요. 우리는 윗자리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할 까닭이 없어요. 윗자리이건 아랫자리이건 저마다 할 말을 할 줄 알아야 하고, 한쪽이 다른쪽을 밀어붙일 수 없어요. 서로 이야기를 해서 가장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길을 찾아서 함께 나아갈 노릇이에요. ‘시킴질’ 아닌 ‘이야기’로 맺고 풀 노릇입니다.



“그냥이라니. 몇 시인지 알아? 이런 시간에 돌아다니는 초등학교 6학년은 없어.” “얼마든지 있어. 이 주변 애들은 전부 중학교 입시를 치러서 밤 10시 넘어서까지 학원에 가 있어.” (50쪽)



  시킴질이 판치기에 막질(갑질)이 판쳐요. 시킴질이 드세니 바른소리나 바른말이 자꾸 막혀요. 더 생각해 볼까요? 어린이가 어른 곁에서 바른소리나 바른말을 할 적에 ‘어린이가 들려주는 바른소리나 바른말을 고분고분 듣고 따르면서 바르게 살림을 가다듬거나 추스르려고 하는 어른’은 얼마나 될까요?


  아주 없거나 아예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생각보다 참으로 적습니다만, 이제는 조금씩 ‘어린이 바른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마음을 열어 삶을 바꾸려는 어른’이 늘어난다고 느껴요.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묻고 싶어요. 어린이나 푸름이 여러분이 바른소리나 바른말을 마음껏 펼 수 있는 나라이거나 집이거나 마을이거나 배움터인가요?


  어른한테 묻고 싶습니다. 어른이 말하니까 어린이나 푸름이는 잠자코 있거나 따르기만 해야 하는가요? 어른으로서 바른소리나 바른말에 어느 만큼 마음을 열면서 스스로 새길을 즐겁게 나아가는가요?



“어릴 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여러 가지로 최악이었어. 그 베란다에서 형이 나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최악이었을지 몰라. 그래도 엄마를 많이 좋아했는데, 난 그무렵의 일을, 분명 잊지 않고 있어.” (66쪽)



  여러 아이하고 어른이 얼크러지는 삶자리를 오롯이 사랑으로 그려내는 《은빛 숟가락 16》(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9)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무척 긴 만화가 될 테고, 앞으로 어떤 마무리가 될는지 지켜보는 만화이기도 한데, 혼자 먹든 함께 먹든 서로 따사로운 손길로 지은 밥차림을 서로 즐거운 눈빛으로 이야기를 터뜨리면서 서로 사랑을 누리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뜻을 줄거리로 삼습니다.


  더없이 따스한 삶을 그리지만, 이 따스한 삶 곁에서 맴도는 아이나 어른이 많다지요. 사랑받지 못한 집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이 있고, 사랑받지 못한 생채기나 멍울이나 응어리를 그대로 품은 채 어른 몸이 된 뒤에 아이를 낳으니, 도무지 제 아이한테 사랑을 어떻게 펴야 좋을는지 몰라 헤매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이런 여러 사람 곁에서 가없이 너른 마음이 되는 사람이 있고, 이냥저냥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있어요.



“엄마는 분명 루카보다 더 상처받았을 거야.” “그런데도 질리지도 않나 봐.” “텟짱하고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이번엔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텟짱하고 헤어지고 나서 엄마는 무척 열심히 살지 않았을까? 일 관련된 자격증을 따고. 집에서도 그래. 네가 없어졌을 때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너도 기억하잖아?” “결국 형도 엄마 편이구나.” “형은 언제나 네 편이야.” “그럼 만일 엄마가 시게키랑 결혼하게 되면, 나 형이랑 산다?” “응, 그래.” (71∼72쪽)



  마음이 아픈 아이는 어떤 어른이 될까요? 사랑이 가득한 아이는 어떤 어른이 될까요? 집에서 받은 생채기를 학교에서 더 받아야 한다면, 이 아이는 앞으로 어떤 어른으로 클까요? 집에서 받은 사랑을 학교에서 더욱 받는다면, 이 아이는 또 앞으로 어떤 삶길을 그릴 만할까요?


  오늘날 이 나라 학교는 삶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자리이기보다는, 대학교나 회사에 어떻게 더 잘 붙이는가에 사로잡힌 자리라고 느낍니다. 앞으로 이 나라 학교는 삶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자리로 달라져야지 싶습니다. 대학교에 가고 싶으면 누구나 갈 수 있어야겠고, 회사에서 일자리를 얻고 싶으면 누구나 회사에서 일자리를 얻어 새롭게 하루를 열 수 있어야겠어요.


  졸업장으로 금긋는 터전은 이제 끝내면 좋겠습니다. 기쁘게 어울리는 터전이 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푼푼이 살림을 나누는 마을이 되면 좋겠어요. 집이나 땅을 돈으로 사고파는 나라가 아니라, 오순도순 어울리면서 꿈을 키우는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길을 이룰 만할까요?



“(너희) 엄마가 그랬어. 자기는 엄마로서는 실격이었기에, 루카의 마음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대. 난 루카가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더는 만날 수 없대. 내 시간을 낭비시킬 수는 없다고 했어. 전혀 낭비가 아닌데 말이지.” (94쪽)



  엄마답지 못한 엄마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낳은 뒤에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에 섣불리 ‘잘못’이라 못박기보다는, 낳은 사랑을 찬찬히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비록 기르는 사랑을 아직 모른다 하더라도, 오늘부터 기르는 사랑을 배우면 되어요. 둘레에서 나긋나긋 기르는 사랑을 알려주면 참으로 좋겠어요.


  만화책 《은빛 숟가락》에서 다루는 밥차림에도 익히 나오는데, 아주 놀랍거나 대단한 밥차림이 아니어도 됩니다. 같이 부엌에 모여서 같이 반죽을 하고 그릇을 다루며 설거지를 합니다. 같이 자리를 펴고 같이 앉아서 마주봅니다. 곁밥이 많아도 좋으나, 곁밥이 하나여도 좋아요.


  때로는 집에서 차리지 못하고 사다 먹을 수 있어요. 사다 먹는 밥차림이어도 즐겁게 노래하는 마음이 된다면 무엇을 먹더라도 웃음꽃이 피어나고 수다판이 벌어집니다. 가게에서 파는 과자 한 조각으로도 즐거이 저녁자리를 누릴 만해요. 잔칫밥을 차렸어도 사랑스러운 기운이 흐르지 않으면 답답하고 더부룩하고 괴롭고 힘들 테지요.



“확인해 볼래? 루카랑 형의 친부가 엄청난 쓰레기인지 어떤지. 찾으려고 생각하면 찾을 수 있어.” “혹시 형은 이미 만난 적 있어?” “없어. 방금 루카가 한 말이랑 똑같이, 찾아도 어차피 대미지를 입을 뿐이라고 생각했거든.” (104∼105쪽)


‘사는 세계가 너무 다르다는 걸 루카도 알아챘다. 부인은 국내 유수의 호텔 그룹 총재의 손녀에 다도 종갓집 딸이기도 했다. 부인을 버리고 우리를 낳아준 어머니와 맺어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그는 14살 때 만나던 같은 상대와 같은 일을 반복해서, 일순간이나마 친모에게 꿈을 꾸게 했을까.’ (139쪽)



  집안을 잇는 길이란 어느 일을 돈이 오래오래 되거나 이름이 널리널리 퍼지도록 붙잡는 길이 아니지 싶습니다. 예부터 흐르고 흐르던 포근한 사랑을 오늘 새롭게 가꾸어서 한결 밝히기에 집안길이 되지 싶어요. 먼먼 옛날부터 숱한 어버이가 숱한 아이한테 나누어 주면서 새롭게 받은 사랑을 오늘 되새기면서 앞으로 활짝 피어나도록 북돋우기에 집안길이 된다고 느낍니다.



“아니, 아직 모르겠지만,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꼭 뛰어넘을 거야.” “응, 알겠어.” “형은?” “형은 루카를 응원할게.” “응? 형도 뛰어넘어.” (154쪽)



  어제를 뛰어넘어 오늘에 이릅니다. 아쉽거나 서운했던 어제를 내려놓고서 오늘을 맞이합니다. 즐겁게 누린 어제였으면 오늘은 새로 찾을 즐거운 길을 생각하면서 아침에 기지개를 켭니다.


  더 잘 하고 싶기에 뛰어넘지 않아요. 껑충껑충 자라는 키처럼 깡총깡총 뛰놀면서 홀가분하게 하늘로 두 팔을 뻗는 신바람을 누리려고 뛰어넘습니다. 어떤 울타리가 코앞에 있어도 가뿐히 뛰어넘어요. 어떤 담벼락이 둘레에 높다랗다지만 사뿐히 뛰어넘지요.


  사랑은 울타리로 둘러쳐서 막지 못합니다. 사랑은 담벼락으로 꽁꽁 싸매어 가두지 못합니다. 모든 응어리도 멍울도 생채기도 달래면서 녹이는 사랑이에요. 모든 미움도 시샘도 짜증도 가볍게 다독이면서 활활 태우는 사랑이에요.


  바람을 타는 새처럼 날아오르고 싶기에 뛰어넘습니다. 온누리를 가르는 별똥처럼 별하고 별 사이를 나들이하고 싶기에 뛰어넘어요.


  우리 함께 뛰어넘어 볼까요? 나이로 금을 긋는 어른들 판에서 사랑으로 손을 잡는 아이들 판으로 바꾸어 볼까요? 돈이나 이름이나 주먹으로 금을 가르는 어른들 나라에서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푸른 놀이마당으로 고쳐 볼까요? 벼슬을 내세워 억누르거나 시킴질에 막질을 일삼는 어른들 마을에서 사랑으로 뛰놀고 웃음꽃을 피우는 맑은 보금자리를 지어 볼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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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의 눈을 통해 절망의 바다 그 너머로
크리스 조던 지음, 인디고 서원 옮김 / 인디고서원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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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90 : 플라스틱을 버렸으니 플라스틱을 먹지


《크리스 조던》

 크리스 조던

 인디고서원

 2019.2.18.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은 미드웨이섬을 ‘피헤마누’라 부르는데, 이는 하와이어로 ‘우렁찬 새소리’라는 뜻이다. (22쪽)


부모는 알을 깨는 것을 도와주는 대신 노래를 불러 주고 부드럽게 밀어주면서 토닥일 뿐이다. (36쪽)


어미새가 모르는 사실은 배 안에 든 먹이에 독극물과 날카로운 것들이 함께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들은 새끼의 연약한 뱃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44쪽)


제가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슬픔을 느끼라는 것입니다. (77쪽)


여러분 주위에서 나의 존재에 대한 억압이 시도 때도 없이 가해질 겁니다. 집중해서 잘 들어 보면 내가 아니라 사회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의 목소리입니다. (90쪽)



  우리 집에서 열세 살을 누리는 어린이는 새를 즐겁게 그립니다. 날아오르는 새를 보고는 아직 척척 그리지 못하지만,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바라보면서 착착 그려냅니다. 아침 낮 저녁으로 언제나 새가 노래하는 집에서 살아가니 척 보면 어느 새인지 알아차리고, 무엇을 하며 어떤 열매를 즐기는지도 알아요.


  요즈막에는 노랫소리를 듣고는 “아, 이 새로구나.”라든지 “저 새가 무슨 일일까?” 하고 말합니다. 아주 마땅한 일인데, 새는 찍찍 짹짹 깍깍 하고 울지 않습니다. 늘 다르게 소리를 낼 뿐 아니라, 새마다 소리가 달라요. 우리는 이 다른 새를 얼마나 다르다고 여기면서 만날까요?


  사람이 새한테 무슨 짓을 일삼는가를 사진으로 담아서 온누리에 알린 이야기가 흐르는 《크리스 조던》(크리스 조던, 인디고서원, 2019)을 읽습니다. 새를 사진으로 찍는 이분은 아름답거나 멋스러이 날아오르는 새도 사진으로 찍지만, 새가 먹이인 줄 알고서 삼킨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진으로 낱낱이 찍습니다.


  새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는 섬에서 새하고 동무나 이웃으로 같이 지내면서 그곳에서 그만 죽고 만 새를 보면 배를 가른다지요. 아니, 배를 가를 일도 없다지요. 어느새 죽고 말아 살점이 사라진 주검을 보면 새뼈 한복판에 그동안 삼킨 온갖 플라스틱하고 비닐이 잔뜩 있대요.


  새는 왜 플라스틱을 삼킬까요? 더구나 새는 왜 플라스틱을 새끼한테 먹이라며 줄까요? 새로서는 플라스틱인 줄 모르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이 별나라 바다이며 땅뙈기를 온통 플라스틱 쓰레가터로 망가뜨리기 때문이지요.


  우리 집에 깃드는 마을고양이 가운데 더러 비닐이 목에 걸려 캑캑대는 아이가 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비닐을 먹이로 잘못 알고 확 달려가서 낚아채어 입에 넣었다가 캑캑대더군요. 새하고 고양이뿐일까요? 바다에 사는 고래나 상어를 비롯한 숱한 바다님도 비닐이며 플라스틱이 몸에 쌓일 테지요.


  그러니까 사람인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다시 우리 밥차림으로 오르는 셈입니다. 땅에 파묻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땅뙈기에 찬찬히 스며들 테니, 논밭에서 자라는 모든 열매에 플라스틱 기운이 스밉니다. 둘레를 봐요. 밭자락에 가득한 비닐을. 마늘밭도 배추밭도 상추밭도 그저 비닐투성이입니다.


  무엇을 먹어야 즐거울까요? 무엇을 심어야 아름다울까요? 우리 곁에 누가 있는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크리스 조던》은 군말을 붙이지 않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온누리를 마음껏 날아다니던 새가 가슴에 품은 플라스틱을 사진으로 차곡차곡 담아서 보여줄 뿐입니다. 생각은 이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 스스로 하라고 이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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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과학, 우주에서 마음까지
브루스 스터츠 외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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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08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과학, 우주에서 마음까지》

 존 랭곤·브루스 스터츠·앤드레아 지아노폴루스

 정영목 옮김

 지호

 2008.12.22.



우리에게 이런 발견이 중요해 보이는 것은 소리 같은 자연적인 대상에서도 수학적인 법칙을 찾았기 때문이다. (185쪽)


운동은 물질세계를 가능하게 해준다. 운동이 없으면 우주의 변화도 없을 것이다. 변화가 없으면 시간도 없을 것이다. (283쪽)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나아가서 어떤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그 바이러스나 가까운 친척 바이러스에 면역이 생긴다. 중국인은 천 년 전에 이 사실을 깨닫고 이 지식을 활용하여 천연두에 이미 감염된 사람의 살갗으로 만든 가루를 조제해서 천연두 발생을 통제했다. (335쪽)


육천 년은 긴 시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구에서 인간의 역사가 기록된 기간은 지질학적 시간이라는 잣대로 보자면 눈 깜짝할 사이이다. (390쪽)


과학은 보통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가장 좋고 믿을 만한 자료는 대개 과학자들 자신의 기초 저작들이거나, 가장 최근에 특정 분야를 다룬 개론서와 분석들이다. (462쪽)



  이 별에서 살아가는 과학자는 여러 연장을 갈고닦아서 머나먼 별을 살핀다거나 눈앞에 있는 아주 작은 알갱이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여러 연장을 바탕으로 무언가 보고 느껴서 배울 만해요.


  흔히 과학은 ‘뭇눈(객관)’이라 하지만 이는 올바르지 않은 말이라고 느껴요. 왜냐하면 ‘어느 과학자가 본 눈’을 이야기할 뿐이거든요. 그리고 과학자라는 사람 스스로 ‘느끼’지 않는다면 그이가 무엇을 ‘보았’는지 모릅니다. 느끼기에 본 바를 ‘생각’할 수 있고, 이 생각을 글이나 숫자로 엮어서 풀어내지요.


  유럽하고 미국에서 과학자로 일한 사람들 발자취를 바탕으로 별하고 사람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과학, 우주에서 마음까지》(존 랭곤·브루스 스터츠·앤드레아 지아노폴루스/정영목 옮김, 지호, 2008)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책이름에 ‘우주’뿐 아니라 ‘마음’을 읽어서 밝히겠노라 하고 적는데, 막상 마음 이야기는 한 줌뿐이고 갖가지 학설하고 이론하고 공식이 바탕이 됩니다.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학설하고 이론하고 공식이란 ‘과학자 한 사람이 보고 느낀 바를 갈무리한 길’입니다. 우리는 학설이나 이론이나 공식대로 살지 않아요. 통계대로 살지도 않습니다.


  혈액형에 따라, 별자리에 따라, 남녀에 따라, 어른아이에 따라, 겨레나 나라에 따라, 고장이나 마을에 따라, 이래저래 통계에 학설에 이론에 공식을 들이밀곤 하지만, 다 다르기에 ‘뭇눈’을 세운다는 길은 말이 되지 않아요. 다시 말해, 과학을 알자면 과학이론이나 과학학설이나 과학공식을 모두 집어치워야 합니다. 그저 과학을 뭇눈 아닌 우리 눈으로 보아야 할 뿐입니다.


  내가 너를 알려면 오직 너를 볼 뿐입니다. 다른 숱한 사람을 헤아리고서 통계를 잡거나 이론이나 학설을 세운들 내가 너를 알까요? 네가 나를 알 적에도 매한가지예요. 아저씨는 다들 어떻다는 둥, 그 나이에는 어떻다는 둥, 이런 틀을 세운다면 아무것도 알 길이 없습니다.


  과학이든 수학이든 문학이든 철학이든 ‘다 다른 눈으로 다 다른 빛을 보면서 다 다른 길을 찾아서 다 다른 삶을 맞아들이’면서 실마리를 풉니다. 우리가 세우거나 얻을 공식이나 이론이나 학설이 있다면 ‘어떤 공식이나 이론이나 학설도 쓸모없다’라는 공식이나 이론이나 학설 하나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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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셈틀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20.1.26.)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셈틀이 없던 지난날에는 모두 종이에 손으로 적으며 어마어마한 종이꾸러미를 칸칸이 채우며 사전을 엮었습니다. 셈틀이 있는 오늘날에는 그리 넓지 않은 곳에서 한결 빠르면서 푸짐하게 말꾸러미를 건사하며 헤아릴 만합니다. 그러나 손으로 다 했어도 썩 느리지 않아요. 사전을 쓰는 사람은 종이사전을 뒤적이며 매우 빠르게 척척 찾거든요. 글판을 두들겨서 찾든 종이를 넘겨서 찾든 엇비슷한데, 외려 종이를 넘길 적에 더 빠르기도 합니다. 가만 보면, 종이꾸러미는 아무리 오래 만져도 힘든 티를 안 내는데, 셈틀은 대여섯 시간쯤 만지면 힘든 티를 내요. ‘기운을 내렴, 셈틀아. 곧 같이 쉬자.’ 새달에 새롭게 태어날 《우리말 수수께끼 놀이》 애벌글을 돌아보며 틀린글씨를 짚습니다. 더 할까 하다가 윙윙윙 붕붕붕 애쓰는 셈틀을 쉬어 주어야겠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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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5.


《내가 끓이는 생일 미역국》

 바람하늘지기 기획, 고은정 글·안경자 그림, 철수와영희, 2020.1.20.



두 아이가 자라는 동안 미역국을 얼마나 끓였나. 곁님을 만나 새삼스레 끓인 미역국이요, 곁님 입맛에 맞추어 요모조모 가다듬고 추스르기를 열네 해에 이르니, 어머니가 물려준 손길에 새로운 마음을 담아서 거뜬히 한 솥을 끓여낸다. 두 아이더러 아버지나 어머니 없이 혼자 미역국을 끓여 보라고 맛차림을 종이에 적어서 건넨 뒤 스스로 하도록 이끈 지는 몇 해째이지? 미역을 불리고, 더 맛나게 하려면 다시마도 불리고, 말린표고가 있으면 이 아이도 같이 불리고, 브로콜리나 시금치를 데쳤으면 이 풀물을 섞기도 하는, 또 무랑 마늘을 먼저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볶고서 미역을 잘게 썰어 볶고는, 배춧잎도 척척 썰어서 같이 끓이면 ‘우리 집 미역국’이 짠. 그렇다. 우리 집은 미역국에 아무런 고기를 안 쓴다. 무·마늘·미역 세 가지로만 끓이기도 하고, 배추랑 된장이랑 청국장가루를 곁들이기도 하며, 설날에는 떡국떡에 달걀을 풀기도 한다. 《내가 끓이는 생일 미역국》을 찬찬히 넘긴다. 미역국 그림책이라니! 얼마나 멋진가! 쉬우면서도 새롭고, 집마다 사람마다 달리 끓이는 길이 끝없는 미역국! 한 해 내내 새로 태어난 날이라 여기면 날마다 갖가지 미역국을 끓여도 즐겁다. 아침에 큰솥으로 끓인 미역국이 저녁에 동났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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