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반죽 : 척척 처대고 꾹꾹 누르는 반죽하기도 놀이를 하듯 누리다 보면 살림하는 빛을 알아채고, 신나는 하루를 보낼 테지. 손수 빚어서 굽는 빵이 너한테 가장 맛나단다. 손수 지어서 차리는 밥이 너한테 아주 맛있단다. 아이야, 어버이로서 너희한테 알려주거나 보여주거나 가르칠 수 있는 길이라면, 언제나 손수짓기요 살림짓기요 사랑짓기요 슬기짓기요 숲짓기요 새로짓기란다. 너희 온몸에는 너희가 온마음으로 펼쳐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빛이 춤을 춘단다. 2019.11.1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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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톨스토이 글쓰기 : 톨스토이 님은 제대로 죽을 생각으로 늘그막에, 다시 말해 곧 죽음길로 가는구나 하고 느끼던 무렵에, 모든 끈을 풀어놓으면서 오직 딸아이한테 글월을 꾸준히 남겼다. 딸아이는 아버지가 집을 몰래 빠져나가서 길에서 조용히 죽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저한테 글월로 틈틈이 보내 주기를 바랐다. 아버지 톨스토이는 아이 말을 따랐다. 꽤 오랜 나날을 딸아이하고도 같이 살아왔지만 아마 이때가 가장 크고 넓고 깊게 마음을 열어서 ‘아이한테 삶을 슬기로이 사랑하는 살림길을 남긴’ 나날이지 싶다. 나는 톨스토이라는 분을 놓고서 ‘러시아 옛이야기(민화)를 하나하나 갈무리해서 아름드리 책으로 어린이부터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한 일’이 가장 빼어난 발자취라 느끼고, 이다음은 《국가는 폭력이다》란 책을 마무른 대목이라고 느낀다.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술자리 같은 데에서는 꽤 흔히 말한다지만 그무렵(뿐 아니라 오늘날에 이르도록) 톨스토이처럼 나라(정부)·학교·군대·교회·병원 들이 모두 우리를 사슬처럼 친친 감고 조이면서 바보가 되도록 내몬다고 낱낱이 밝히고 이야기를 엮은 이도 드물지 싶다. 더 나은 정부 지도자나 교사나 군인이나 종교인이나 의사가 있을 수 있을까? 더없이 마땅하게도 더 나은 지도자나 교사도 군인도 종교인도 의사도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제 보금자리에서 사랑빛으로 살아가면서 슬기로이 살림을 지을 줄 알면 넉넉하다. 모든 말이나 글은 아이한테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 입이나 손에서 끄집어낼 노릇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이 말이나 글은 언제나 노래여야 하겠지. 스스로 아름다이 빛나면서 아이들이 마음밥으로 삼을 말이나 글을 펼칠 적에 비로소 ‘어버이·어른’이란 이름이 걸맞으리라 본다. 톨스토이 님 책쓰기나 글쓰기는 모름지기 ‘어른으로서 책쓰기’요 ‘어버이로서 글쓰기’였다고 느낀다. 2002.2.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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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19.


《자작나무 세 그루》

 하인츠 야니쉬 글·마리온 괴델트 그림/이옥용 옮김, 가문비, 2006.1.13.



아이들이 들려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하면 내가 어릴 적에 느끼거나 겪은 일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나는 어릴 적에 그런 말이 모두 막히거나 잘렸다. 스스로 느끼거나 겪은 대로 말할 뿐이지만 어른들은 참 못마땅하다고 여겼다. 이를테면 차멀미라든지 어머니나 이웃집 아주머니 화장품 냄새 따위였는데, 버스이든 택시이든 작은아버지 자가용이든, 이런 차에 타면 머리가 어지러웠다. 화학덩이 냄새로 고단했다. 학교에서 무슨 자리를 펴서 어머니들이 우루루 몰릴 적에는 모두 화장을 얼마나 짙게 하시는지 그야말로 쓰러질 판이었다. 인천은 공장도 수두룩한데 어떻게 그곳에서 살아남았는지 용하기만 하다. 오늘도 공장도시 한켠에서 시름시름 앓는 어린이가 무척 많지 않을까? 《자작나무 세 그루》를 열세 해 만에 다시 편다. 아이들이 꽤 재미나게 읽고 누린다. 아, 2006년이 생각난다. 이 그림책을 꾸민 책마을 벗님이 나한테 한 자락 선물해 주면서 “책이 참 좋은데, 안 팔려. 이상하지 않니? 안 좋은 책이 안 팔리면 모르겠는데, 좋은 책이 안 팔리면 힘들더라.”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때에도 오늘에도 이 그림책은 참 사랑스럽다. 자작나무 세 그루가 살아가는 숲, 자작나무 세 그루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선 이곳.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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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오늘 읽기 2019.11.20.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앤서니 J 노첼라 2세와 세 사람 엮음/곽성혜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7.11.30.



큰아이하고 바닷길을 걷다가 문득 쑥꽃을 본다. 조그맣고 짙붉은 꽃송이를 줄줄이 매다는 쑥이다. 쑥꽃을 알면 가을날 들길이나 골목길을 거닐면서 문득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볼 만하다. 쑥꽃을 모르면 얘가 어떤 숨결이나 이웃인지 하나도 알 턱이 없다. 느끼지도 못하겠지. 우리 집 쑥은 이모저모 알뜰히 훑어서 쓰느라 꽃을 피울 겨를이 없다. 뜻밖에 쑥꽃은 바깥마실을 하며 알려주는 셈이네. 아이가 코에 대고 큼큼하더니 냄새가 참 좋단다. 곧이어 다른 들꽃을 보면서 아주 좋은 냄새를 느끼고, 산국 곁에서도 한참 냄새를 누렸다. 가만 보면 화장품이나 향수를 비롯한 것들은 이런 들꽃이며 들풀이며 나무가 베푸는 수수하면서도 푸르고 그윽하면서도 정갈한, 더구나 우리 몸이며 눈을 틔우는 냄새를 흉내낸 화학덩이일 테지. 우리 곁에 숲을 두면 화장품이나 향수가 아예 없어도 될 노릇 아닐까.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를 한달음에 읽었다. 나로서는 예전에 다 읽거나 들어서 아는 얘기였다만, 이런 얘기가 처음이거나 낯설, 또는 못 믿을 이웃도 있으리라 여긴다. 과학이나 문명이란 이름을 앞세워 으레 돈벌이 싸움질에 써먹었고, 요새도 이와 같다. 한국이며 미국이 국방과학비를 억수로 써댄다. 그나저나 옮김말은 매우 아쉽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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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도 우리는 친구! 세계 작가 그림책 15
이자벨 카리에 글.그림, 김주열 옮김 / 다림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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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58


《싸워도 우리는 친구》

 이자벨 카리에

 김주영 옮김

 다림

 2016.3.18.



  아이들하고 살아가며 병원이라는 곳도 학교라는 곳도 가까이할 일이 없습니다. 군청이든 면사무소이든 가까이할 일도 없습니다. 아이들하고 가까이하는 곳은 우리 집 마당이요 뒤꼍이며, 멧골하고 바다에다가, 들녘이고 살뜰한 이웃집입니다. 우리는 온하루를 우리가 누리려는 삶에 들입니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뛰놉니다. 얼마나 화끈하게 노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놀고서 잠들면 밤새 거의 안 깨어나거나 쉬를 하러 한 판쯤 살짝 일어나서 별바라기를 하고서 꿈나라로 갑니다. 모름지기 잘 놀고 잘 먹고 잘 웃고 잘 노래하고 잘 크는 아이는 아플 일이 없지 싶어요. 사춘기라는 때도 없이 꽃철을 마주하면서 눈부시게 피어나지 싶습니다. 그런데 아름자리나 보금자리나 숲자리 아닌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드문드문 사회 물살에 살짝 젖어요. 이때에 아이들은 가끔 툭탁질을 합니다. 《싸워도 우리는 친구》는 어느 날 문득 툭탁질을 하느라 시커먼 기운을 가득 피운 두 아이가 어떻게 이 시커먼 구름을 스스로 걷어내어 새롭게 마실길이며 놀이길이며 꿈길이며 사랑길을 가는가를 보여줍니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되어요. 스스로 알아요. 사랑이기에 기쁘고 꿈이기에 반가워요. 노래이니 신나고 춤이니 멋들어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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