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6.15.

오늘말. -랑


어린 날을 떠올리면, 여리고 골골대는 몸이지만, 어떤 일을 맡으면 온힘을 다하였습니다. 힘이 모자라니, 작건 큰건 용을 써야만 할 수 있습니다. 누가 거짓말을 시키면 거짓말을 도리도리했습니다. 거짓말을 입밖으로 뱉으면 속이 확 타들어가더군요. 하늘은 늘 우리가 착한지 안 착한지 지켜본다고 느꼈어요. 주먹으로 윽박지르거나 두들겨패더라도 꼬박꼬박 참다운 말을 읊으며 살았습니다. 거짓을 일삼는 무리가 주먹을 휘두를 적에는 얼핏 무서워 보일 수 있습니다만, 사랑이 한 톨도 없는 마구잡이는 무서울 일이 없습니다. 어깨동무도 이웃빛도 없는 무리는 늘 끼리끼리 갇혀서 스스로 무너져요. 팔짱은 두 가지입니다. 불구경을 하는 팔짱이 있고, 서로돕기를 하려고 다가와서 끼는 팔짱이 있습니다. 짝을 맞추어 너랑 나랑 아름답게 웃는 살내음을 나누려는 손길이기에 따뜻합니다. 걸음을 맞추어 나하고 네가 곱게 노래하는 꽃빛을 나누려는 하루이기에 포근합니다. 코앞에서 으르렁거리는 놈을 봐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속으로 환하게 피어날 꿈을 넉넉히 바라볼 노릇입니다. 어느 자리에서건 매한가지예요. 첫째도 막째도 사랑이 사람꽃입니다.


ㅅㄴㄹ


곱다·너그럽다·따뜻하다·따사롭다·따스하다·다솜·다솜빛·다솜꽃·포근하다·폭신하다·푸근하다·푹신하다·후덥다·도와주다·돕다·-랑·-과·-하고·부축·서로돕다·사람·사람결·사람됨·사람길·사람빛·사람꽃·사람답다·사랑·살내음·살내·아름답다·아름길·아름꽃·아름빛·어깨동무·이바지·이웃사랑·이웃빛·팔짱·착하다·참되다·참답다·참하다 ← 휴머니즘, 박애(博愛), 박애주의, 사해동포(四海同胞), 사해동포주의


-째·-째판·탕·바탕·바퀴·돌림·땀·판·마당·때·대·날·곳·군데·꼭지·자락·자리·짝·걸음·발·발자국·벌·섶·줌 ← 회전(回戰), 라운드(round)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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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지음, 이영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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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까칠읽기 20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알에이치코리아

 2020.7.15.



  얼굴을 알리고 이름값을 높인 사람이 ‘날씨’가 걱정이라고 말하면서 ‘숲’을 품자고 외치고 ‘풀밥’을 어떻게 먹을는지 헤아려야 한다고 들려주는 《두 번째 지구는 없다》(타일러 라쉬, 알에이치코리아, 2020)는 나쁘지 않다. 다만, 왜 날씨가 비틀리고, 왜 숲이 망가지고, 왜 고기밥이 널리 퍼졌는지를 어떤 눈으로 짚는지에 따라 줄거리는 확 다르게 마련이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별에서 가장 허울스럽고 헛되게 돈을 쏟아붓는 데는 ‘싸움판’이다. 싸움판 가운데 첫째는 총칼이다. 둘째는 나라(정부)이다. 셋째는 배움터(학교)이다. 넷째는 돌봄터(병원)이다. 다섯째는 일터(기업)이다. 이 다섯 곳은 얼핏 달라 보여도 뒤에서 숨은 사슬로 이은 한덩이인데, 여기에 솜씨(과학·기술)를 얹은 여섯고리는 “돈 먹는 수렁”이다. 타일러 라쉬 님은 이 여섯 가지 가운데 무엇을 짚었을까? 글쎄, 여섯 가지를 뺀 채 ‘듣기에 달콤한 목소리’만 이래저래 여러 값(숫자·통계)을 앞세워서 엮었구나 싶다.


  총칼을 만들고 거느리느라 돈을 얼마나 쏟아붓는가. 총칼로 죽이고 죽는 동안 온누리는 얼마나 망가지는가. ‘스텔스 전투기’뿐 아니라 ‘그냥 전투기’ 하나에 돈을 얼마나 들이는가. ‘핵폭탄’뿐 아니라 ‘그냥 미사일’ 하나에 돈을 얼마나 쏟아붓는가.


  널뛰는 날씨를 걱정할 수 있으나, 온누리 싸움판을 등지거나 아예 말을 안 한다면, ‘비공식 국방비와 군사무기연구개발비’를 들추지 않는다면, ‘군사무기 탓에 사라지는 들숲바다가 얼마나 아픈지’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멀쩡한 젊은이를 싸울아비로 돌리면서 넋을 망가뜨릴 적에 얼마나 끔찍한 뒷일이 생기는지’를 모른다면, ‘환경책’이 아니라 ‘허울말’에서 맴돌고 만다.


  이 별을 아름답게 가꾸는 길에 이바지하는 나라(정부)가 몇이나 될까. 왜 벼슬자리(공무원)가 그토록 많아야 할까. 배움터를 다닐수록 숲을 등지는데, 사람들이 초·중·고등학교를 다닐수록 집안일을 잊고 시골을 잃는데, 무엇을 가르치거나 들려주는 배움터인가. 숲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스스로 돌봄님(의사)이니, 돌봄터(병원)가 따로 있어야 할 까닭이 없다. 풀 한 포기가 바로 돌봄물(약)이니, 숲사람으로 살아가면 모든 ‘병의학 커넥션’을 걷어낼 수 있다. 다섯째하고 여섯째 이야기는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살펴서 어떤 고름과 수렁으로 이 별을 어지럽히는지 찾아낼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Tyler Rasch


나는 버몬트의 숲, 자연 속에서 자랐다

→ 나는 버몬트숲에서 자랐다

6


계절의 냄새도 알고, 계절에 따라 비 내릴 때 여향이 다른 것도 알고

→ 철냄새도 알고, 철에 따라 빗빛이 다른 줄도 알고

6


좋은 흙과 안 좋은 흙의 차이를 냄새로 안다

→ 기름진 흙과 죽은 흙을 냄새로 가린다

6


그걸 모르는 삶은 너무 슬픈 것 같다

→ 이를 모르는 삶은 너무 슬프다

→ 이를 모른다면 삶이 참 슬프다

6


자연이 나의 기본설정을 만들어 주었다

→ 나는 숲으로 밑거름을 이루었다

→ 내 바탕은 숲이다

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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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6.13. 하루서울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아마 이듬해에도 쉽지 않을 수 있지만, 2025년이나 2026년에 선보일 ‘노래그림책’ 이야기를 하려고 서울마실을 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책을 짓는 사람도 “올해에 선보일 책”이 아니라 “이듬해나 다다음해에 선보일 책”을 오늘부터 어떻게 꾸리고 가꾸고 돌보아야 하는가 하고 이야기합니다.


  오리발이나 고니발이라 할 만합니다. 오리나 고니가 물에 떠서 부드러이 움직일 적에, 물밑으로는 두 발로 끝없이 헤엄질을 합니다. 어느 날 짠 태어난 책만 바라본다면, 책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모르기 일쑤일 텐데, 몇 달 만에 뚝딱 태어날 수 있는 책은 드뭅니다. 글쓴이도 엮는이도 펴낸이도 적잖은 나날을 물밑에서 오래오래 바칩니다.


  이러구러 서울마실을 하루치기로 다녀옵니다. 서울에서는 14:40 시외버스를 탔고, 고흥 시골집에는 21시가 살짝 안 될 즈음 닿습니다. 그나마 서울길은 짧아서 외(편도)로 여섯 시간 만에 돌아오는데, 두 아이가 아버지한테 여쭈어요. “아버지, 서울 어땠어요?” 두 아이를 마주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시끄럽지. 시끄럽고 또 시꼽고 끝없이 시끄럽지. 참말로 시끄럽더라. 얼마나 시끄러운지, 서울사람은 이 별에 새나 풀벌레나 개구리가 있는 줄 아예 생각조차 못하겠던걸. 시끄러운 터전에 내내 둘러싸인 나머지, 하늘이 파란지 구름이 하얀지 모를 뿐 아니라, 밤에 별을 볼 마음이 아예 없어.” 하고 속삭입니다.


  서울에서는 왜 별이 안 보일까요? 서울하늘이 매캐하기 때문일까요? 매캐한 탓도 어느 만큼 있으나, 이보다는 서울사람 스스로 별을 잊기 때문에 별을 잃습니다. 사랑을 잊는 사람은 사랑을 잃습니다. 벼슬판(정치)을 놓고 말한다면, 사람(백성·국민·시민)을 잊는 우두머리는 사람을 잃습니다. 너무 뻔해요. 뻔해서 할 말조차 없습니다.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이바지하는 길(정책)을 내놓는다는 벼슬아치(공무원) 가운데, 어린이나 푸름이를 돌보는 살림꾼(가정주부)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요? 없을 테지요.


  우두머리 한 놈만 얼뜬 나라는 없습니다. 우두머리 탓을 안 해야 하지는 않되, 남을 탓하는 굴레를 쓰다 보면, 막상 서울에 새노래도 개구리노래도 풀벌레노래도 몽땅 사라진 채 그저 시끌벅적 왁자지껄할 뿐인 줄 우리 스스로 놓치거나 잊습니다. 얼뜨기를 탓하는 글을 안 읽어야 하지는 않습니다만, “얼뜨기를 탓하는 글만 읽느라 바쁜 나머지, 살림숲을 일구고 사랑하는 글을 읽을 틈이 없다”면, 얼뜬 우두머리 탓에 이 나라가 망가지기도 하지만, 막상 우리 스스로 이 나라를 망가뜨리는 굴레를 나란히 퍼뜨리고 마는, 슬프고 끔찍한 얼거리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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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3.2.20. 보행자 지옥



  서울은 시끄럽다. 부산과 인천도 시끄럽다. 광주와 순천도 시끄럽다. 대전과 포항도 시끄럽다. 골목으로 접어들어서 거닐면 덜 시끄럽다만, 어느새 쇳덩이가 앞뒤로 들어와서 빵빵댄다. 사람이 느긋이 걷기도 모자란 골목 어디나 한켠에 다른 쇳덩이가 한참 서기에, 걷는 사람은 이쪽 쇳덩이한테서 비키고 저쪽 쇳덩이한테서 비켜야 한다. 그렇지만 쇳덩이를 모는 이들은 “좁은 골목길이 가뜩이나 더 좁은 까닭은, 걷는 사람 때문이 아닌, ‘무단주정차를 한 다른 쇳덩이’” 때문이지만, 언제나 걷는 사람한테 빵빵대면서 담벼락에 바싹 붙으라고 윽박지른다.


  서울이나 큰고장에 바깥일을 보러 다녀오면 힘을 쪽 뺀다. 우리나라는 서울도 시골도 ‘쇳덩이나라(자동차 친화정책)’인 터라, 쇳덩이를 몰지 않으면서 걷는 사람한테는 끔찍한 불수렁이다. 거님길이 얼마나 울퉁불퉁하고 지저분한지 모르는 분이 많다. 젊은 엄마가 억지로 쇳덩이를 장만해서 아기를 쇳덩이에 실어서 부릉부릉 모는 까닭을 알 만하다. 우리나라 모든 거님길은 아기수레를 밀면서 다니기에는 대단히 괴롭고 벅차며 아슬아슬하거든.


  다시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길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있다. ‘걷는수렁(보행자 지옥)’이다. 할매할배가 남은 오래골목(구도심)을 보면, 마을 할매할배가 날마다 아침낮저녁으로 틈틈이 비질을 한다. 오래골목을 거닐면 길바닥도 정갈하고 고즈넉할 뿐 아니라, 마을 할매할배가 가꾸는 풀꽃나무에 새가 내려앉아서 노래하고, 벌나비가 춤추며 풀벌레가 노래하고, 이따금 개구리까지 노래를 보태니, 서울마실·큰고장마실을 할 적에 몸마음을 쉴 수 있다.


  이와 달리 큰길을 걸어야 할 적에는 길바닥이 어마어마하게 지저분하고 돌과 못과 깨진 병조각이 춤출 뿐 아니라, 곤드레꾼이 게운 속엣것이 곳곳에 있고, 길담배를 태운 이들이 버린 꽁초가 널렸는데, 길장사를 하는 분도 많고, 가게마다 길에 살림을 잔뜩 내놓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서울 큰길’을 걸어서 지나야 할 적에는 귀도 눈도 몸도 마음도 다 아프다.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고샅과 골목은 ‘아이 차지’였다. 아이들이 고샅과 골목에서 맨발로 뛰놀 수 있어야 마을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가면 갈수록 서울과 큰고장과 시골읍내까지, 걸어다니는 어린이를 아예 볼 수 없다고까지 느낀다. 다만, 우리나라 여러 고을 가운데 부산은 아직 “걷는 어린이”가 꽤 있다. “걷는 어린이”를 보기 어려운 고을이나 마을이라면, “어린이도 어른도 살기 어려운 불수렁(지옥)”이라는 뜻인데, 이 얼거리를 알아보는 이웃이 늘어나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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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6.11. 우리 집 두꺼비



  우리 집에는 개구리도 두꺼비도 함께산다. 우리 집에는 구렁이도 뱀도 함께산다. 우리 집에는 작은새도 큰새도 함께산다. 우리 집에는 나비도 애벌레도 함께산다. 우리 집에는 해도 바람도 비도 찾아든다. 우리 집에는 별도 무지개도 노을도 깃든다. 큰고장하고 서울에서 서른두 살까지 살았다. 서른세 살부터는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지낸다. 작은아이 나이에 한 살을 더하면 시골내기로 보낸 나날이니, 아이들하고 품는 시골집 숨빛이란 하루하루 우리 이야기를 가꾸는 밑거름이라고 느낀다.


  어릴 적부터 “나무를 심어서 ‘우리 집 나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누리는 꿈을 그렸다. 아직 큰고장하고 서울에서 지내던 무렵에는 둘레에서 빙글빙글 웃으면서 “서울에서 마당 있는 집을 꿈꾼다고? 돈 많이 벌어야겠네? 서울에서 나무를 심는 마당을 건사하려면 네가 쓴 책을 100만 자락은 팔아야 하지 않아?” 하면서 놀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 집 나무하고 살아가는 숲집”을 그릴 노릇이더라. 그래서 ‘우리 집 나무’ 곁에는 ‘우리 집 두꺼비’가 있어야겠고, ‘우리 집 구렁이’에 ‘우리 집 제비’에 ‘우리 집 범나비’에 ‘우리 집 매미’에 ‘우리 집 미리내’가 나란해야겠다고 느꼈다.


  곰곰이 보면, 그리 멀잖은 지난날에는 큰집이건 작은집이건, 가멸집이건 가난집이건, 누구나 ‘우리 집 나무’하고 ‘우리 집 두꺼비’하고 ‘우리 집 미리내’를 누렸다. 멀잖은 지난날에는 누구나 트인 하늘을 맞이했고, 아침저녁으로 파란하늘을 누렸다. 오늘날에는 가멸집이 아니고서는 하늘을 보기 어렵다. 서울이나 부산이나 인천만 가 보더라도 높다란 잿집이 하늘을 틀어막는다. 하늘을 보면서 걸으려고 하면 가게에 부딪히고 사람물결에 휩쓸린다.


  내가 그리는 꿈에는 ‘우리 집 물잠자리’에 ‘우리 집 반딧불이’가 있다. ‘우리 집 바람님(요정)’도 있고, ‘우리 집 깨비’에다가 ‘우리 집 숲아씨(마녀)’까지 있다. 나는 그린다. 나는 꿈씨를 심는다. 나는 오늘을 가꾼다. 나는 이 하루를 노래한다. 나는 날갯짓하는 마음으로 뚜벅뚜벅 걸으면서 푸른별을 푸르게 느끼고 파란별을 파랗게 마시려고 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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