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6.11. 우리 집 두꺼비



  우리 집에는 개구리도 두꺼비도 함께산다. 우리 집에는 구렁이도 뱀도 함께산다. 우리 집에는 작은새도 큰새도 함께산다. 우리 집에는 나비도 애벌레도 함께산다. 우리 집에는 해도 바람도 비도 찾아든다. 우리 집에는 별도 무지개도 노을도 깃든다. 큰고장하고 서울에서 서른두 살까지 살았다. 서른세 살부터는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지낸다. 작은아이 나이에 한 살을 더하면 시골내기로 보낸 나날이니, 아이들하고 품는 시골집 숨빛이란 하루하루 우리 이야기를 가꾸는 밑거름이라고 느낀다.


  어릴 적부터 “나무를 심어서 ‘우리 집 나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누리는 꿈을 그렸다. 아직 큰고장하고 서울에서 지내던 무렵에는 둘레에서 빙글빙글 웃으면서 “서울에서 마당 있는 집을 꿈꾼다고? 돈 많이 벌어야겠네? 서울에서 나무를 심는 마당을 건사하려면 네가 쓴 책을 100만 자락은 팔아야 하지 않아?” 하면서 놀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 집 나무하고 살아가는 숲집”을 그릴 노릇이더라. 그래서 ‘우리 집 나무’ 곁에는 ‘우리 집 두꺼비’가 있어야겠고, ‘우리 집 구렁이’에 ‘우리 집 제비’에 ‘우리 집 범나비’에 ‘우리 집 매미’에 ‘우리 집 미리내’가 나란해야겠다고 느꼈다.


  곰곰이 보면, 그리 멀잖은 지난날에는 큰집이건 작은집이건, 가멸집이건 가난집이건, 누구나 ‘우리 집 나무’하고 ‘우리 집 두꺼비’하고 ‘우리 집 미리내’를 누렸다. 멀잖은 지난날에는 누구나 트인 하늘을 맞이했고, 아침저녁으로 파란하늘을 누렸다. 오늘날에는 가멸집이 아니고서는 하늘을 보기 어렵다. 서울이나 부산이나 인천만 가 보더라도 높다란 잿집이 하늘을 틀어막는다. 하늘을 보면서 걸으려고 하면 가게에 부딪히고 사람물결에 휩쓸린다.


  내가 그리는 꿈에는 ‘우리 집 물잠자리’에 ‘우리 집 반딧불이’가 있다. ‘우리 집 바람님(요정)’도 있고, ‘우리 집 깨비’에다가 ‘우리 집 숲아씨(마녀)’까지 있다. 나는 그린다. 나는 꿈씨를 심는다. 나는 오늘을 가꾼다. 나는 이 하루를 노래한다. 나는 날갯짓하는 마음으로 뚜벅뚜벅 걸으면서 푸른별을 푸르게 느끼고 파란별을 파랗게 마시려고 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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