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6.13. 하루서울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아마 이듬해에도 쉽지 않을 수 있지만, 2025년이나 2026년에 선보일 ‘노래그림책’ 이야기를 하려고 서울마실을 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책을 짓는 사람도 “올해에 선보일 책”이 아니라 “이듬해나 다다음해에 선보일 책”을 오늘부터 어떻게 꾸리고 가꾸고 돌보아야 하는가 하고 이야기합니다.
오리발이나 고니발이라 할 만합니다. 오리나 고니가 물에 떠서 부드러이 움직일 적에, 물밑으로는 두 발로 끝없이 헤엄질을 합니다. 어느 날 짠 태어난 책만 바라본다면, 책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모르기 일쑤일 텐데, 몇 달 만에 뚝딱 태어날 수 있는 책은 드뭅니다. 글쓴이도 엮는이도 펴낸이도 적잖은 나날을 물밑에서 오래오래 바칩니다.
이러구러 서울마실을 하루치기로 다녀옵니다. 서울에서는 14:40 시외버스를 탔고, 고흥 시골집에는 21시가 살짝 안 될 즈음 닿습니다. 그나마 서울길은 짧아서 외(편도)로 여섯 시간 만에 돌아오는데, 두 아이가 아버지한테 여쭈어요. “아버지, 서울 어땠어요?” 두 아이를 마주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시끄럽지. 시끄럽고 또 시꼽고 끝없이 시끄럽지. 참말로 시끄럽더라. 얼마나 시끄러운지, 서울사람은 이 별에 새나 풀벌레나 개구리가 있는 줄 아예 생각조차 못하겠던걸. 시끄러운 터전에 내내 둘러싸인 나머지, 하늘이 파란지 구름이 하얀지 모를 뿐 아니라, 밤에 별을 볼 마음이 아예 없어.” 하고 속삭입니다.
서울에서는 왜 별이 안 보일까요? 서울하늘이 매캐하기 때문일까요? 매캐한 탓도 어느 만큼 있으나, 이보다는 서울사람 스스로 별을 잊기 때문에 별을 잃습니다. 사랑을 잊는 사람은 사랑을 잃습니다. 벼슬판(정치)을 놓고 말한다면, 사람(백성·국민·시민)을 잊는 우두머리는 사람을 잃습니다. 너무 뻔해요. 뻔해서 할 말조차 없습니다.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이바지하는 길(정책)을 내놓는다는 벼슬아치(공무원) 가운데, 어린이나 푸름이를 돌보는 살림꾼(가정주부)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요? 없을 테지요.
우두머리 한 놈만 얼뜬 나라는 없습니다. 우두머리 탓을 안 해야 하지는 않되, 남을 탓하는 굴레를 쓰다 보면, 막상 서울에 새노래도 개구리노래도 풀벌레노래도 몽땅 사라진 채 그저 시끌벅적 왁자지껄할 뿐인 줄 우리 스스로 놓치거나 잊습니다. 얼뜨기를 탓하는 글을 안 읽어야 하지는 않습니다만, “얼뜨기를 탓하는 글만 읽느라 바쁜 나머지, 살림숲을 일구고 사랑하는 글을 읽을 틈이 없다”면, 얼뜬 우두머리 탓에 이 나라가 망가지기도 하지만, 막상 우리 스스로 이 나라를 망가뜨리는 굴레를 나란히 퍼뜨리고 마는, 슬프고 끔찍한 얼거리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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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