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3.


《機械仕掛けの愛 6》

 業田良家 글·그림, 小學館, 2019.10.5.



볕날을 누린다. 한낮에 볕을 쬐면서 풀을 베거나 빨래를 널면서 “살짝 덥구나” 하고 느낀다. 그러나 어스름이 끼는 저녁이면 어느새 서늘하고, 밤에는 “살짝 춥네” 하고 느낄 만하다. 마을논 한 배미가 사라지고 잿더미(시멘트)로 뒤덮였다. 살림을 잊어가는 시골이다. 두고두고 짓던 논밭에 잿더미를 부으면, 그 땅은 죽음자리로 뒤바뀐다. 서울을 줄여서 숲으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 새로 뭘 더 때려박거나 올리지 말고, 이제는 잿더미를 걷어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한테 어떤 삶터를 물려줄 셈인지 생각해야 한다. 《機械仕掛けの愛 6》을 읽었다. 한글판은 2014년에 두걸음까지 나오고 더 안 나온다. 한글판을 기다리기보다는 일본판을 사읽는 쪽이 빠르겠지. 아니, 한글판은 더 안 나올 수 있다. 《토리빵》이나 《문조님과 나》나 《버섯 강아지》나 《내 마음속의 자전거》나 《천상의 현》을 보아도 어렵잖이 알 만하다. ‘마스다 미리’는 제발 그만 옮기고, 《기계장치의 사랑》이야말로 뒷자락과 새이야기를 옮기면서 이 나라에 ‘생각씨앗’을 심을 일이라고 본다. 사람은 자꾸 사람빛을 잃어가고, 사람꽃(로봇·AI)이 차츰 사람빛을 담고 나누는 길로 간다고 느낀다. 살림손을 잊고서 살림꾼하고 등지니, 사람다운 빛이 스러진다.


ㅅㄴㄹ


#고다요시이에 #기계장치의사랑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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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


《꼬마 정원》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레나 안데르손 그림/김석희 옮김, 미래사, 1994.12.10.



볕날을 잇는다. 어제 해놓고서 집안으로 들인 빨래를 내놓아 햇볕을 먹인다. 아침해가 유난히 반짝이면서 따뜻하다. 이 봄볕을 머금으면서 나무가 무럭무럭 줄기를 올리고, 새로 가지를 뻗고, 잎망울을 터뜨린다. 낮에 읍내 나래터를 가려 했으나 15시 시골버스가 안 들어온다. 또 이렇구나 하고 여기면서 집으로 돌아와서 노래꽃 한 자락을 마저 쓴다. 두바퀴를 달려서 면소재지로 간다. 들바람은 벌써 여름바람이다. 오늘치 일을 마치고서 일찍 등허리를 편다. 저녁에 느즈막이 일어나서 소쩍새 노래를 듣는다. 별을 헤아린다. 《꼬마 정원》은 2000년에 처음 만났다.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한글판으로 옮기는 곳이 있어서 놀랐고, ‘레나 안데르손’이라는 이름을 머리에 또렷이 새겼다. 이 나라를 떠나야 한 숱한 아기는 머나먼 나라에서 ‘새아이’로 살아야 했다. 삶자리를 고이 찾기도 했지만, 헤매고 떠돌면서 벅차게 살아야 한 사람이 참으로 많다. 이 나라는 ‘새아이’를 품지 못 할 만큼 비좁은지 돌아볼 노릇이다. ‘한겨레’란 ‘하나인’ 겨레이기도 하지만 ‘하늘빛’으로 ‘커다란’ 겨레이기도 하다. 우리가 참다이 한겨레라면, ‘하나’만이 아닌 ‘하늘빛·커다란’으로 아우를 줄 알아야지 싶다.


#LinneasArsbok #LenaAnderson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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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1.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

 배성호 글, 철수와영희, 2024.5.5.



돌담 너머로 가지를 뻗은 뽕나무하고 무화과나무를 조금 쳐내서 마당에 놓았다. 천천히 말라가다가, 비가 오니 빗물을 머금고서 잎이 새삼스레 푸르다. 바람이 잔잔하고 날은 시원하다. 조그마한 후박꽃을 한 송이 따서 혀에 얹는데 온몸으로 달콤한 맛이 훅 번진다. 꽃을 더 훑고 싶지만 무럭무럭 익은 뒤에 열매를 누리자고 생각한다. 밤에 이르자 구름이 모두 걷히고서 별이 나온다. 멀거니 고개를 들고서 빙그르르 살핀다. 반짝이는 별을 늘 바라보는 하루라면, 별빛을 마음에 담고서 살림을 짓겠지. 별이 반짝이지 않는 밤을 맞이하는 터전이라면, 모든 사람이 밤하늘 별처럼 다 다른 숨빛인 줄 잊으리라 본다.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를 읽었다. ‘어린이날’을 세운 뜻이 훌륭하다고 여기는데, 좀 다르게 볼 수 있다. “낙엽을 태우며”를 쓴 이효석 못지않달까. 서슬퍼런 지난날 숱한 사람들은 징용·징병·위안부로 끌려갔고, 배를 곪다가 죽었다. 이런 때에 기름진 고기밥과 얼음(빙수)과 달달이(설탕)를 그토록 먹을 수 있던 집안이라면, “어떤 어린이한테 어떤 빛과 이야기”를 들려줄 만했을까? ‘어린이’란 이름을 높인 마음은 훌륭하되, ‘어린이·젊은이·늙은이’는 나이로 가른다. ‘아이·어른’이란 이름은, 나이가 어린 사람이 ‘철’이 들면서 스스로 피어나는 길을 짚는다. ‘어린이·아이’는 비슷하되 다른 낱말이다. 옆나라 글을 너무 많이 뒤바꾼(번안) 채 퍼뜨렸고, 《어린이》란 책을 곰곰이 보면 거의 ‘일본것(일본문화)’을 고스란히 따왔다. 우리 아버지가 《어린이》 글뜸(영인본)을 갖추셨기에 1982∼87년에 이 글뜸을 틈틈이 읽었다. 어릴 적에는 몰랐으나, 나중에 여러 책을 읽다 보니 《어린이》에 담긴 글과 그림이 여러모로 창피한 우리 민낯을 드러낸다고 느꼈다.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가 이 모두를 담기 어려울는지 모르나, 너무 치켜세우기보다는 ‘우리 옛자취에서 배울 대목’을 헤아리면서, 좀더 넓고 깊게 다루기를 바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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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30.


《나쓰메 소세키, 추억》

 나쓰메 쿄코·마쓰오카 유즈루 글/송태욱 옮김, 현암사, 2016.11.30.



비는 멎는다. 구름바다를 이룬다. 이따금 해가 비추고, 뭇새가 날아다니면서 들려주는 노래가 아침과 낮을 덮는다. 바람이 잔잔히 흐르는 하루가 저물 즈음에는 풀벌레노래하고 개구리노래가 온통 감싼다. 어제 쏟은 함박비로 하늘을 얼마나 씻었는지 궁금하다. 오늘 바람내랑 풀내가 매우 싱그럽다. 《나쓰메 소세키, 추억》을 읽고서 몇 해쯤 잊었다. ‘떠난이’는 ‘남은이’가 이런 글을 쓸 줄 알았을까? ‘남은이’로서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말을 ‘떠난이’ 곁에 남기고 싶을까? 먼저 떠난 사람을 헤아리는 마음은 ‘그리움’이나 ‘기림’일 수 있지만, ‘지긋지긋’이나 ‘지겨움’일 수 있다. ‘추억(追憶)’이란 ‘돌이키다·돌아보다·되새기다·떠올리다’를 가리킨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우리말로 우리 삶자락을 나타내기보다는 중국말과 일본말로 삶자취를 옮기려고 애쓰곤 한다. “나라에서 뽑은 길잡이(교사)”가 “나라에서 엮은 글(교과서)”로 가르치는 곳을 오래오래 다닐수록 우리말과 우리글을 더 잊는다. ‘대졸·고졸·중졸’한테서 사투리를 모으지 않는다. ‘국졸·무학’인 분한테서 사투리를 찾고 모은다. 글을 배울수록 말을 잊고 잃는 줄 알아챈다면,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글결이 빛나는지 깨달을 수 있을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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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9.


《내 옆에 은하 5》

 아마가쿠레 기도 글·그림/박소현 옮김, 소미미디어, 2023.4.13.



간밤부터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말밑 꾸러미》 넉벌손질이 어느덧 열흘째를 맞이한다. 고흥교육청으로 가서 폐교임대 계약서를 새로 쓴다. 빌림삯은 언니한테서 빌려서 냈다. 빗길을 천천히 걷는다. 이 길을 걷는 시골사람은 없다. 다들 쇳덩이로 부릉부릉 내달릴 뿐이다. 아마 뚜벅이는 바보로 여길 만하다. 뚜벅뚜벅 걷는 사람은 읽고 쓰고 말할 줄 알 텐데, 걸어다니지 않는 사람은 읽지도 쓰지도 말하지도 않으면서 힘을 부린다고 느낀다. 누구나 걸어다닐 적에는 자랑책(베스트셀러)이 아닌 읽을거리가 태어나면서 서로 북돋았다고 느낀다. 누구나 쇳덩이에 몸을 실은 뒤부터 자랑책이 부쩍 늘고, 온살림을 사랑으로 담는 책이 밀리거나 잊힌다고 느낀다. 《내 옆에 은하》는 모두 여섯걸음으로 매듭짓는다. 아끼면서 천천히 읽었다. 한 자락은 남겼다. 다섯 자락 느낌글을 모두 쓰고 나서 마저 읽고 싶다. 얼른 읽고서 되읽을 수 있으나, 때로는 두고두고 남긴다. 모든 책을 그때그때 읽어도 즐겁고, 나중을 헤아려 곁에 두어도 즐겁다. 미리 사놓고서 문득 손길이 닿을 적에 펴도 즐겁고, 몇 해나 열 해 남짓 묵히고서 쥐어도 즐겁다. 빨리 가야 하지 않으니 틈을 둔다. 살림도 숲도 사랑도 빨리 가지 않는다. 모두 느긋이 넉넉히 나아간다.


#おとなりに銀河 #雨?ギド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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