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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편지

 


  사진잔치 도록과 엽서를 부치려고 봉투를 쓴다. 방에서 쓸까 하다가 마당 평상 후박나무 그늘이 시원하리라 생각하며 밖으로 나온다. 평상에 엎드려서 봉투에 주소를 적는데, 평상에 떨어진 후박나무잎이 퍽 싱그러우면서 고운 빛이로구나 싶다. 후박나무 가랑잎을 줍는다. 큰아이가 이 모습 보더니 “나뭇잎 왜 주워?” 하고 묻는다. “가랑잎을 하나씩 넣어서 보내려고.” “그래? 그럼 내가 도와줄게.” 큰아이가 후박나무 가랑잎을 모아 온다. 그러더니 강아지풀도 꺾는다. 봉투 옆에 가랑잎과 강아지풀을 얌전히 쓸어 모은다. 4346.8.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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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순이’ 사진잔치 (도서관일기 2013.8.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책순이’ 사진잔치를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사업’을 꾀하는데, 전남 순천 〈형설서점〉도 뽑혀 이곳에서 벌이는 문화활동 가운데 하나로 내 사진잔치를 연다. 진흥원이 ‘도록 값·엽서 값·포스터 값’을 늦게 치러 주는 바람에 도록과 엽서와 포스터를 8월 2일에야 받는다. 인쇄소에서는 맞돈으로 값을 치러야 인쇄를 해 주니까. 어쨌든 8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전남 순천 〈형설서점〉에서 조촐하게 사진잔치를 연다.


  우리 아이들 책과 노닐며 살아온 여섯 해 발자국 가운데 지난 이태 사이 모습을 추려서 사진 200점을 그러모았다. 이 가운데 서른 점은 조금 크게 만들어서 붙인다. 백일흔 점은 조그마한 사진첩에 담아서 책방 곳곳에 두어 느긋하게 넘겨 보도록 할 생각이다.


  진흥원 지원금 백만 원으로 사진 만들고 도록과 엽서와 포스터를 만든다. 고작 백만 원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으랴 싶기도 하지만, 이만 한 돈을 받으면 이만 한 돈에 맞게 아기자기하게 할 길을 찾으면 되리라 생각하며 여러 날 머리를 기울여 요모조모 꾸몄다. 아주 적은 돈으로 도록을 만들어야 했기에 딱 16쪽짜리 A5판 작은 크기로 208부를 찍었다.


  책순이 무럭무척 자란다. 작은아이도 곧 책돌이로 자라리라. 앞으로 한동안 ‘책순이’ 이야기만 할 텐데, 작은아이가 책하고 신나게 노는 모습 흐드러지면, 이 모습은 ‘책돌이’ 이야기로 남달리 엮을 만할까 하고 헤아려 본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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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과 문방구와 찻집과

 


  오직 책방으로만 꾸리면서 살아남는 곳이 거의 다 줄었다. 오직 책방으로만 꾸릴 적에 참고서와 교재를 하나도 안 다루는 데는 어린이책 전문서점과 헌책방 몇 군데를 빼고는 아예 없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를 보면 문방구가 나란히 딸리고, 찻집을 곁에 둔다. 문방구와 찻집이 책방과 나란히 있으면 더 좋다고 여기니 이렇게 할 수 있겠지. 그러면, 조그마한 책방은?


  붕어빵 한 점 입에 물면서 손에는 조그마한 책 하나 쥘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기를 빈다. 차 한 잔 홀짝이면서 눈으로는 자그마한 책 하나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생겨나기를 빈다.

 

  그러니까, 커다란 찻집 건물 한쪽에 책방이 생길 수 있기를 빈다. 커다란 밥집 건물 한켠에 책방이 들어설 수 있기를 빈다. 차 한 잔 팔아서 건물까지 지었다면, 찻집 한쪽을 책방한테 내주어 사람들이 아름다운 마음밥 함께 누리도록 생각을 기울이면 더없이 아름다우리라. 밥 한 그릇 팔아서 건물까지 늘렸다면, 밥집 한켠을 책방으로 꾸며서 사람들이 사랑스러운 마음꽃 함께 피우도록 생각을 쏟는다면 참으로 사랑스러우리라.


  사라진 책방을 어찌하겠는가. 그러나, 책방은 얼마든지 새롭게 열 수 있다. 책방은 이제부터 새롭게 열어야 한다. 잘 팔릴 만한 책을 두는 책방이 아니라, 아름다운 빛을 보여주는 책을 두는 책방과, 사랑스러운 꿈을 나누려는 책을 두는 책방이 골골샅샅 조그맣게 문을 열어야 한다. 4346.8.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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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핑계

 


  어른들이 모이는 자리에 아이들 데리고 가면 여러모로 고단하다. 어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으레 ‘어른들 생각’만 하지 ‘아이들 생각’은 안 하기 때문이다. 모임을 하는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 술과 담배를 곁들이기를 바랄 뿐, 아이들을 어떻게 놀리거나 함께 놀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바깥밥 먹으러 다니는 자리 가운데 ‘아이들 먹을 만한 반찬’을 마련해서 주는 데도 드물다. 도시라면 제법 있을 테지만, 도시에서라도 ‘어린이 밥상’을 차림판에 따로 올리는 곳은 찾아보기 아주 어렵다.


  꼭 ‘어른들 모임’ 자리뿐 아니다. 어디에서고 아이들을 찬찬히 생각하지 않는구나 싶다. 밥집에서는 ‘어린이 밥상’을 따로 마련하지 않는다면, 찻집에서는 ‘어린이 마실거리’를 따로 마련하지 않는다. 술집이 줄줄이 늘어선 길거리를 생각해 보자. 술집은 어른들만 들어가는 자리라 하는데, 어른들 들어가서 노닥거릴 술집은 그토록 많으면서, 막상 아이들이 들어가서 쉬거나 놀거나 얘기할 ‘쉼터’는 찾아볼 수 없다.


  옷집을 생각해 보라. 어린이 옷을 파는 가게가 따로 있다. 그러나, 옷집을 빼고는 다른 어느 곳도 아이들 삶을 살피지 않는다. 어린이걸상 두는 가게는 얼마나 될까. 아이들은 누구나 으레 뛰고 달리며 소리를 지르고 싶어하는데, 이런 아이들 놀잇짓을 흐뭇하게 바라볼 만한 어른은 얼마나 될까.


  아이들은 온통 갇힌다. 갓난쟁이 적부터 시설(보육원, 어린이집, 유치원)에 갇히다가 학교(초·중·고)에 갇힌다. 학교에 갇히면서 학원에 함께 갇히고, 대학교바라기만 하도록 내몰린다. 대학교에 겨우 들어가면, 이제는 회사원 되라는 닦달을 받는다.


  아이들은 언제 놀아야 할까. 알쏭달쏭하다. 아이들은 아이들일 적에 놀 수 없도록 갇힌 끝에, 대학생이 되고부터 술집에 드나들고 술이랑 담배에 절어 지내는 길밖에는 아무런 놀이가 없는가. 어른들은 술과 담배 빼고는 할 줄 아는 놀이가 없어, 아이들한테 재미난 놀이를 못 물려주는가. 입을 맞추고 살을 섞는 몸짓 하나 빼고는 아이들한테 물려줄 놀이가 없는가.


  어른들이 모이는 자리는 되도록 안 가려 한다. 아이들도 고단하고 나도 옆지기도 고단하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지 못하도록 다스리거나 꾸짖어야 하는 어른들 모임자리는 어떤 뜻이나 보람이 있을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늘 ‘아이들 핑계’를 댄다. 우리 식구는 아버지나 어머니만 따로 움직이는 일이 드물고, 으레 아이들과 함께 온식구 함께 움직이는데, 아이들이 뛰놀 만하지 못한 데라면 갈 생각이 없다.


  집이 가장 좋다. 나는 언제나 아이들 입맛에 맞추어 밥을 짓고, 아이들은 이 집에서 마음껏 뛰고 놀고 소리를 지를 수 있다. 우리 집 둘레로도 아이들이 마음껏 지낼 만한 데가 차츰 넓어질 수 있기를 빈다. 4346.8.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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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아이

 


나이키 아디다스 필라
네파 노스페이스 케이투

 

면소재지 초등학교
세 아이
군내버스 타고
읍내 놀러가는
옷차림새.

 

요즘 시골아이.

 


4346.7.3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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