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음각 陰刻


 음각으로 표현하다 → 오목새김을 하다 / 오목하게 새기다

 우리 현실이 음각되어 있음을 → 우리 삶이 담긴 줄을 / 우리 오늘을 새긴 줄을


  ‘음각(陰刻)’은 “[미술] 조각에서, 평평한 면에 글자나 그림 따위를 안으로 들어가게 새기는 일. 또는 그런 조각”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오목새김·우묵새김’으로 고쳐씁니다. ‘넣다·담다·담아내다·아로새기다’로 고쳐쓰고요. ‘새기다·새김·새김질·새겨넣다·새겨놓다·새김글·새김글씨·새김무늬’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음각(陰角)’을 “[수학] 고정된 반직선이 시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돌아서 생긴 각”으로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그 당대의 노동 현실이 인상적으로 음각되어 있다

→ 그무렵 일판을 뜻깊게 아로새겼다

→ 그즈음 일마당을 낯깊게 새겼다

《고르게 가난한 사회》(이계삼, 한티재, 2016) 198쪽


사물(대상)에 음각(陰刻)되어 있는 흔적들을 세심하게 좇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 그곳에 오목새김을 한 자국을 찬찬히 좇는 길하고 다르지 않다

《무한한 하나》(김대성, 산지니, 2016) 231쪽


나의 도시가 정문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 이 서울을 들목에 오목하게 새겼다

→ 우리 마을을 앞에 우묵하게 새겼다

《나의 9월은 너의 3월》(구현우, 문학동네, 2020) 13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저택 邸宅


 호화로운 저택 → 눈부신 큰집 / 빛나는 우람집

 으리으리한 저택에 산다 → 으리으리한 집에 산다

 대신들의 저택은 → 나리 큰집은 / 벼슬꾼 사는 큰집은


  ‘저택(邸宅)’은 “1. 규모가 아주 큰 집 2. 예전에, 왕후나 귀족의 집 3. [북한어] 어떤 사람을 존경하여 그의 살림집을 이르는 말 ≒ 저사(邸舍)·저제(邸第)·제관(第館)”처럼 비슷한말을 붙여서 풀이합니다. ‘저사·저제·저택’은 모두 “= 저택”으로 풀이하는데, 이런 한자말은 딱히 쓰임새가 없어요. 모두 털어낼 만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큰집·큰집안·큼직집’이나 ‘크다·큰·큰것·큰쪽·큰큰·큼직하다·큼지막하다’로 손볼 만합니다. ‘커다랗다·크다랗다·크나크다·크디크다·크낙하다·크넓다’나 ‘너른집·너른집안’으로 손보면 됩니다. ‘집’이나 ‘우람집·우람집안’으로 손보고요. ‘우람하다·우람이·우람빛·우람꽃·우람별’이나 ‘으리으리집·으리으리꽃·으리으리빛·으리으리·으리으리하다·으리번쩍’으로 손볼 만해요. ‘어마어마·어마어마하다·엄청나다’나 ‘함박·함박만하다·함지박·함지박만하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저택’을 두 가지가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저택(沮澤) : 낮고 물기가 많은 땅. 또는 수초가 무성한 곳

저택(?宅) : [역사] 대역 죄인의 집을 헐어 버리고 그 자리에 못을 만들던 형벌



고관의 저택에도 하수도는 흐른다

→ 나리 큰집에도 수챗길은 흐른다

→ 벼슬꾼 집에도 밑물은 흐른다

《모닥불》(안도현, 창작과비평사, 1989) 29쪽


그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저택을 갖게 될 꿈에 부풀었어요

→ 그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큼직한 집을 얻는 꿈에 부풀어요

《새들의 아이 미나》(에릭 바튀/이수련 옮김, 달리, 2003) 12쪽


이 숲에 큰 저택이 있었잖아

→ 이 숲에 큰집이 있었잖아

→ 이 숲에 우람집이 있었잖아

《파란 만쥬의 숲 1》(이와오카 히사에/오경화 옮김, 미우, 2011) 149쪽


작은 오두막집이 아니라 거대한 대저택이었다

→ 오두막집이 아니라 함박만했다

→ 작은집이 아니라 우람했다

→ 커다란 집이었다

→ 큰집이었다

→ 으리으리했다

《집으로 가는 길》(리 캐롤/오진영 옮김, 샨티, 2014) 310쪽


저택의 지붕을 찢어 내고

→ 지붕을 찢어내고

→ 큰집 지붕을 찢어내고

《6》(성동혁, 민음사, 2014) 14쪽


아, 그 큰 저택이요?

→ 아, 그 큰집이요?

→ 아, 그 함박집이요?

《바 레몬하트 30》(후루야 미츠토시/이기선 옮김, AK comics, 2016) 86쪽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저택이 아름답다

→ 그림밭으로 쓰는 큰집이 아름답다

→ 그림숲으로 삼는 커다란 집이 아름답다

《헤밍웨이를 따라 파리를 걷다》(김윤주, 이숲, 2017) 121쪽


이곳 옥인동에 자신의 대저택과 딸 부부의 집을 지었답니다

→ 이곳 옥인동에 제 큰집과 딸네 집을 지었답니다

→ 이곳 옥인동에 제가 살 큰집과 딸네가 살 집을 지었답니다

《서울 골목의 숨은 유적 찾기》(안민영, 책과함께어린이, 2017) 39쪽


이렇게 되기 전까진 큰 저택에서 매일 산더미 같은 밥을 실컷 먹으며

→ 이렇게 되기 앞서까진 큰집에서 늘 멧더미 같은 밥을 실컷 먹으며

→ 이렇게 되기 앞서까진 너른집에서 수북한 밥을 날마다 실컷 먹으며

→ 이렇게 되기 앞서까진 우람집에서 넘치는 밥을 노상 실컷 먹으며

《불멸의 그대에게》(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7) 3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695 : 올라갔다 인플레이션


이와 반대로 쌀 이외의 것은 가격이 올라갔다. 이른바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 이와 달리 쌀 빼고는 값이 올라갔다

→ 이와 달리 쌀 말고는 값이 껑충 뛰었다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이나가키 히데히로/조홍민 옮김, 글항아리, 2017) 45쪽


  값이 오른다고 하니 ‘오른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저 ‘오르다·올라가다’라는 낱말을 쓰는데, 일본한자말로는 ‘물가상승’이라 하고, 영어로는 ‘인플레이션’이라 합니다. 우리는 얼결에 세 나라말을 쓰는 셈입니다. 세 나라말이건 다섯 나라말이건 쓸 수도 있으나, 이보다는 ‘오름값·오름길·오름꽃’처럼 우리 나름대로 새롭게 낱말을 엮을 만합니다. ㅍㄹㄴ


인플레이션(inflation) : [경제] 통화량이 팽창하여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계속적으로 올라 일반 대중의 실질적 소득이 감소하는 현상 ≒ 인플레·통화 팽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694 : 시골 촌뜨기


시골 촌뜨기 무사를 놀리는 표현으로

→ 시골뜨기 싸울아비를 놀리는 말로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이나가키 히데히로/조홍민 옮김, 글항아리, 2017) 28쪽


  한자 ‘촌’을 붙인 ‘촌뜨기’는 ‘시골뜨기’를 가리킵니다. 이미 ‘시골 촌(村)’이라는 한자인걸요. “시골 촌뜨기”라 하면 겹말입니다. ‘시골뜨기’로 바로잡습니다. ‘시골내기’나 ‘시골사람’이라 하면 되고, “시골 촌뜨기 무사”라면 “시골 싸울아비”처럼 고쳐쓸 수 있습니다. ㅍㄹㄴ


촌(村) : 1. 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 주로 도시보다 인구수가 적고 인공적인 개발이 덜 돼 자연을 접하기가 쉬운 곳을 이른다 = 시골 2. 도시로 떠나온 사람이 고향을 이르는 말 = 마을 3.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

촌뜨기(村-) : ‘촌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파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꽃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29


1994년에 ‘새터’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이제는 시골에서도 이 이름을 듣지만, 그무렵에는 낯설었는데, “새내기 새로 배움터”를 줄인 낱말이라고 하더라.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바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이나 ‘신입생 환영회·교육회’를 우리 나름대로 풀어낸 얼개이다. 시골에서는 사람들이 땀흘려 맨손으로 새로 일군 터전을 ‘새말·새마을·새골·새고을·새터’라 한다. 여러모로 보면 시골마을 이름에서 살며시 딴, 또는 시골마을 이름을 새롭게 살린, 함께 즐겁게 어울리자는 뜻을 품은 ‘새터’라고도 여길 만하다.



산들바람 선들바람

우리말은 ‘ㅏ·ㅓ’하고 ‘ㅗ·ㅜ’가 늘 맞물린다. ‘산들바람’이 있으면 ‘선들바람’이 있다. 사람들은 으레 ‘선선하다·서늘하다’만 쓰지만, ‘산산하다·사늘하다’라는 우리말이 있다. ‘사늘하다’를 세게 나타내니 ‘싸늘하다’이다. ‘산들바람’이라면 산산히 드나드는 바람이다. ‘선들바람’이라면 선선히 드나드는 바람이다. 산들바람 같은 매무새에 말씨이기에 ‘사근사근’하다. 선들바람 같은 몸짓에 말결이라서 ‘서글서글’하다. ‘산들·선들’은 그냥 가볍거나 그냥 시원하기만 한 바람이지 않다.


산들바람 (산들 + 바람) = 산산하다 : 1. 산산하다고 느낄 만큼 부는 바람. 보드라우면서 가볍게 감싸듯 시원한 바람. 2. 마음·몸짓·말글·모습이 보드라우면서 가볍게 감싸듯 마주하거나 다가오다.


선들바람 (선들 + 바람) = 선선하다 : 1. 선선하다고 느낄 만큼 부는 바람. 부드라우면서 조금 가볍게 감싸듯 시원한 바람. 2. 마음·몸짓·말글·모습이 부드러우면서 퍽 가볍게 감싸듯 마주하거나 다가오다. 거칠거나 까다롭게 굴지 않다.



하얀눈이

독일 옛이야기에 나오는 ‘Schneeweisschen’을 영어로는 ‘Snow White’로 적는다. 이 말씨를 일본에서는 ‘しらゆきひめ(白雪姬·白雪公主)’로 옮겼다. 우리는 일본말씨를 그대로 소리만 따서 ‘백설공주’라 쓰는데, 이제는 독일말 ‘Schneeweisschen’과 영어 ‘Snow White’를 우리말씨로 가만히 풀어서 ‘하얀눈이’로 쓸 만하다. ‘하얀눈꽃’이나 ‘흰눈꽃’처럼 이름을 붙여도 어울린다.


하얀눈이 (하얗다 + -ㄴ + 눈 + -이) : 얼굴빛과 살빛이 겨울눈처럼 하얀 사람. 《그림 동화》에 담긴 독일 옛이야기에 나오는 아가씨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 하얀눈꽃·흰눈꽃. ← 백설공주白雪公主)



온누리

따로 낱말책에 없지만, 일찍부터 누구나 흔히 쓰던 낱말 가운데 ‘온누리’하고 ‘온나라’가 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에 안 실렸으니 ‘온 누리’나 ‘온 나라’처럼 띄어야 할까? 아니면 ‘온마리·온바탕·온몸·온통’처럼 붙여쓰기를 해야 어울릴까? 우리는 붙여쓰기를 할 노릇이다. 낱말책이 없던 먼먼 옛날부터 누구나 ‘온마음·온몸·온마을’을 그저 한 낱말처럼 삼았다. 우리나라 낱말책은 ‘온누리·온나라’뿐 아니라 ‘온마음·온마을’조차 아직 올림말로 못 다룬다. 이제는 ‘온’을 오롯이 볼 노릇이다. 온빛과 온꽃을 보고, 온말과 온글을 보며, 온숨과 온나무를 품을 노릇이다.


온누리 (온 + 누리) : 1. 모든 숨결이 함께 있고 어울리고 살고 지내는 곳. (← 우주, 세상, 세계) 2. 우리가 살아가는 별에 있는 모든 나라. (← 전세계, 지구, 지구촌) 3.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나 자리나 터. (← 사회, 세상, 세계) 4. 처음 이 땅에 와서 마지막으로 이 땅을 떠나기까지 살아온 날. (← 평생, 일생) 5. 널리 움직이거나 일하거나 어울리거나 지내는 곳 6. 오늘 있는 곳. 오늘 살아가는 자리. 오늘 있는 터전. (= 이곳. ← 지상, 현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