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3.13. 

뭘 들여다보니? 

 

네 발을 보면, 네가 잘못하더라도 꾸짖을 수 없다. 

 

아버지 도와주려는 마음으로도 고맙다. 

  

네 마음껏 훨훨 날아라. 

 

이제 귤은 더 안 나온다니, 마지막 귤까기 아이가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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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병우


 공병우 님하고 함께 살았던 집식구는 공병우 님을 어떻게 바라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공병우 님이 살던 무렵에 만나뵌 일이 없을 뿐더러, 공병우 님이 쓴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공병우 님 집식구를 알 수 있지는 않으니까요. 그저, 공병우 님이 남긴 글과 사진을 돌아보면서 당신 삶결을 더듬을 뿐입니다. 아마, 앞으로 쉰 해나 백 해쯤 뒤라면 공병우 님 집식구 이야기를 알 길이란 오늘보다 훨씬 적을 테며, 이백 해나 오백 해 뒤에 공병우 님을 되새길 사람들은 당신 글과 사진으로만 당신을 읽거나 살피겠지요.

 사진밭에서 공병우 님을 생각하거나 말하는 일은 대단히 드뭅니다. 공병우 님을 생각하거나 말하는 자리는 안과 의사인 공병우 박사와 세벌식 한글타자기를 만든 한글운동꾼 공병우 님입니다. 그러나 공병우 님은 짧고 굵게 사진쟁이로 살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나이 일흔을 넘긴 때에 누구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던 사진일을 했습니다.

 공병우 님이 누구보다 거룩하거나 대단하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또한, 공병우 님한테는 의사나 한글운동꾼이나 사진쟁이라는 이름이 그다지 걸맞지 않구나 싶습니다. 그저 공병우 님은 당신 삶을 좋아하면서 아름다운 길을 걸으려고 온힘을 쏟은 멋진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신 목숨을 고마이 여기며 기쁜 나날을 마음껏 누리려고 온땀을 바친 착한 사람이 아니랴 싶어요. (4344.3.2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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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3-22 23:18   좋아요 0 | URL
공병우님이란면 세벌식 타지기를 만드신 그 안과 의사분이신가요?

파란놀 2011-03-23 07:42   좋아요 0 | URL
네.. 글에 썼잖아요. ㅋㅋㅋㅋ

카스피 2011-03-23 22:1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런^^;;;;
 
도시의 속살 - 도시여행자 김대홍이 자전거 타고 카메라에 담은 우리 도시 이야기
김대홍 지음 / 포토넷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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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사람, 작은 자전거, 작은 이야기
 [책읽기 삶읽기 45] 김대홍, 《도시의 속살》



 인천에 살면서 서울로 마실을 하거나 서울로 일거리를 찾아 떠나는 일은 많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인천으로 마실을 다니거나 인천으로 일거리를 찾아 오가는 일은 드뭅니다.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밀양이나 청도에 살면서 부산이나 대구로 마실을 하거나 일거리를 찾아 떠나기는 할 테지요. 그러나 부산이나 대구에 살면서 밀양이나 청도로 마실을 다니거나 일거리를 찾아 오가는 일은 얼마나 될까요.

 오늘날 웬만한 일거리는 더 커다란 도시에 많습니다. 더 작은 도시나 시골로 들어가면 일거리가 없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일 일거리라 한다면 더 큰 도시에 많을밖에 없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린 커다란 도시에 더 돈 될 만한 일이 많다 할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더 커다란 도시로 몰리다 보니, 조금 더 작은 도시는 볼품을 잃거나 빛이 바랩니다. 더 커다란 도시는 더 커다랗게 되어야 하고, 더 작은 도시는 커다란 도시에 지지 않으려고 아웅다웅합니다.


..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산길은 걷기 좋다. 길은 고둥을 닮았다 ..  (92쪽)


 군 한 곳에 5만이 살든 10만이 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7만이거나 8만이라면 더 낫다 할 수 없고 좀 모자라다 할 수 없습니다. 5만이면 5만대로 즐겁고 10만이면 10만대로 괜찮습니다.

 군이 굳이 시가 될 까닭이 없습니다. 읍이 반드시 군으로 홀로서야 하지 않습니다. 면이 애써 읍이 되어야 하거나 리를 꼭 면으로 올려야 하지 않습니다.

 아니, 리가 면이 된대서 올라간달 수 없고, 면이 읍이 되니까 올라가는 셈이 아닙니다. 서울이 되어야 할 부산이나 대전이 아닙니다. 광역시가 되어야 할 통영이나 창원이 아닙니다.

 인천에서 태어나 살던 때, 인천보다 작은 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인천이 큰도시라서 부럽다’는 말이랑 ‘서울하고 가까우니 좋겠다’는 말을 곧잘 했습니다. 서울사람은 인천을 시골로 여겼으나, 서울하고든 인천하고든 제법 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인천만 하더라도 대단한 도시로 여겼습니다.

 인천을 떠나 아홉 해쯤 서울에서 살던 때, 서울에서 살아간다니 인천에 있는 동무들은 부러워 하거나 남다르게 바라봅니다. 다른 곳으로 돌아다니면 ‘서울 깍쟁이’라고 했습니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삶은 서울내기가 아니지만, 서울이라면 다 똑같은 서울내기가 되고 맙니다.

 서울을 떠나 충북 충주시 끄트머리 음성하고 맞닿은 멧골자락으로 들어가서 지내던 때, 도민이 되니 이것저것 새롭게 느낍니다. 큰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이제 온나라 어디이든 길이 잘 뚫렸’으니까, 어느 시골에서든 서울로 손쉽게 오갈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서울사람은 술자리에서 인천사람이 일고여덟 시쯤이면 자리를 털고 바지런히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줄을 모르고, 서울사람은 한낮부터 시골사람이 얼른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길을 재촉해야 하는 줄을 모릅니다.


.. 3000원짜리 칼국수는 푸짐하다. 익지 않은 김치와 푹 익은 김치, 오징어포 무침을 곁들여 든든하게 저녁을 먹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에 홀려 두부 파는 노점 앞에 섰다. 한 모를 사고, 사진기를 꺼내 찍으려 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이거 비싼 거죠?”라고 묻는다. “쫌요.”라고 하니, “무척 좋은 직장 다니시나 봐요.”라고 말한다. DSLR카메라가 비싸긴 하다. DSLR카메라를 갖고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직장 다닌다’고 믿는 아주머니와 나는 같은 시대 같은 동네에 산다 ..  (139∼141쪽)


 《도시의 속살》이라는 이야기책을 읽습니다. 누리신문 〈오마이뉴스〉 기자로 일하던 김대홍 님이 남녘땅 여러 도시를 자전거나 기차나 버스를 타고 오가며 마주한 사람과 삶과 터전 이야기를 그러모은 책입니다. 오늘날 신문기자나 잡지기자 가운데 ‘자가용 아닌 자전거’라든지 ‘자가용 아닌 기차나 버스’를 타고 이 땅 곳곳을 두루 돌아다니며 마주한 이야기를 신문에 이어싣는 일은 아직 없다고 느낍니다. 두 다리로 내 고향을 느낀다든지, 자전거로 이웃마을을 만나는 일이란 좀처럼 볼 수 없다고 느낍니다.

 자가용이 오늘날처럼 두루 퍼지지 않던 꽤 예전에는 신문기자이든 잡지기자이든 기차나 버스를 타고 취재를 다녔겠지요. 때로는 취재 자동차를 탔겠지만, 맨몸으로 골골샅샅 다니던 이들이 꽤 있었겠지요.

 나날이 새로 쏟아지는 숱한 여행책을 들여다보면 으레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거쳐 찾아가는 길’을 ‘서울에서 길을 떠나는 틀’로 보여주기 일쑤입니다. 하나같이 판박이라 할 만하고, 한결같이 뻔하다 할 만합니다.

 찬찬히 읽으면, 《도시의 속살》도 여느 여행책하고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남녘땅 도시를 ‘자전거와 기차와 버스’로 만난다는 대목이 다르다 할 뿐, 남녘땅 도시를 만나며 풀어내는 이야기 얼거리는 매한가지입니다. 도시마다 어떠한 발자취였고 어떠한 오늘날 모습인가를 짚는데, 좀 많다 싶도록 ‘지나온 발자취’ 이야기가 크게 차지합니다.


.. 6070거리는 옛날 드라마 세트장 같다. 안성장터 특징이 담겨 있지 않아 아쉽다. 우리는 사라진 것들을 아쉬워하지만 지금도 먼 훗날 아쉬워할 것들을 숱하게 지우는 중이다 ..  (200쪽)


 이야기책 《도시의 속살》이라 한다면, 말 그대로 ‘속살’이란 ‘이름과 힘과 돈이 있던 사람들이 벌인 좀 많이 알려진 옛이야기’가 아니라, ‘이름도 힘도 돈도 없으나 예쁘며 즐거이 살아온 하나도 안 알려지거나 동네에서만 살가이 아닌 삶이야기’에 눈길을 맞추었다면 훨씬 재미나지 않았겠느냐 생각합니다.

 그러나, 《도시의 속살》은 ‘자전거와 기차와 버스’로 한결 천천히, 조금 더 느리게, 값싸면서 호젓한 밥과 술과 잠집을 마주하며 누리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애써 다큐멘터리 영화나 사진처럼 ‘아주 가난하거나 몹시 꾀죄죄해 보이는’ 밑바닥 사람들을 파헤치려 하지 않습니다. 국수장수이건 두부장수이건 스스럼없이 만납니다. 시골 장마당이건 멧길이건 그렁저렁 돌아다닙니다.

 더 돋보여야 할 이야기란 없습니다. 더 뒤처져야 할 이야기란 없습니다. 모두 사람들이고, 모두 삶이며, 모두 이야기입니다.

 요즈음 번쩍번쩍 눈부시다 해서 이야기가 훨씬 많을 도시일 수 없습니다. 이제 많이 기울어졌다 하기에 이야기가 하나도 없는 도시일 수 없어요.

 이야기란 언제나 어디에나 있습니다. 이야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로 갈릴 뿐입니다.


.. 작은 자전거라 속도가 느린 단점은 곧 도시여행에선 장점이었다. 느리니 그만큼 찬찬히 보고 많이 볼 수 있었다. 웬만하면 옆길로 새고 많이 보자는 여행 목적과는 잘 들어맞았다. 작고 귀여운 자전거라서 사람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자연스레 사람들이 말을 걸어 왔고, 아이들은 ‘태워 달라’라고 조르며 사진모델이 돼 주었다 ..  (317쪽)


 자가용으로 씽씽 달리면 ‘가려는 곳’까지 거침없이 빨리 갑니다. 자전거로 씽씽 달려도 ‘가려는 곳’에 자가용만큼은 아니지만 무척 빨리 갑니다.

 자가용으로 달려도 느리게 20킬로미터 밑으로 달릴 수 있으면 마을을 조금이나마 느끼겠지요. 자전거로 달려도 20킬로미터 넘게 달린다면 마을이건 동네이건 시골이건 도시이건 느끼기 어렵겠지요.

 작은 사람이 작은 자전거를 타고 작은 마을을 찾아다닐 때에 작은 이야기를 작은 손으로 작게작게 길어올립니다. 큰 사람은 큰 비행기를 타고 큰 나라를 찾아다니며 큰 이야기를 뽑아오겠지요. (4344.3.22.불.ㅎㄲㅅㄱ)


― 도시의 속살 (김대홍 글·사진,포토넷 펴냄,2010.9.15./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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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 - 우리 동네 에너지 농부 이야기 희망제작소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총서 6
이유진 지음 / 이매진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원고지 석 장 느낌글 004] 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


 《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 같은 책은 아직도 읽히기 어려울까 궁금합니다. 이웃나라 일본 원자력발전소가 뻥뻥 터지기도 했는데, 아직도 우리는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에 기대어 바닷마을은 바닷마을대로 더럽히고, 큰도시 사람은 큰도시 사람대로 지구별이 어떻게 무너지고 이웃마을이 어떻게 지저분해지는지를 안 느끼며 살아도 괜찮을까 궁금합니다. “석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온갖 갈등과 환경파괴는 생산국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석유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나라 국민은 생각국의 비극을 잘 알지 못한다(15쪽).”는 말이 아니더라도, 동네에서 살아가며 동네에너지는 동네에서 풀어야 합니다. 내 살림집에서는 내 살림집대로 풀어야 합니다. 인천에 화력발전소를 밀어넣고 서울과 경기에서는 걱정없이 전기를 쓴다든지, 고리·월성·영광·울진에 원자력발전소를 몰아넣고 경상도와 전라도는 근심없이 전기를 쓰는 일은 사라져야 합니다. 밥과 옷과 집에다가 전기까지 내 손으로 일구기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 하나는 내려놓아야 합니다. 자가용을 내려놓든 아파트를 내려놓든 텔레비전을 내려놓든 셈틀을 내려놓든 하면서, 물질문명이 아니라 아름다울 삶을 찾아야 합니다. 작은 삶일 때에 사랑스럽습니다. (4344.3.22.불.ㅎㄲㅅㄱ)

─ 이유진 씀, 이매진 펴냄, 2008.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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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3.12. 

혼자서 옷을 입겠다는 어린이. 참 착하고 예쁘지요. 

 

아버지 어머니 일할 때에 혼자서 책을 보아 주는 어린이. 참 고마우며 미안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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