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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땅콩 대 붕어빵
정승희 지음, 이주미 그림 / 한솔수북 / 2020년 7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5.12.16.
맑은책시렁 341
《슈퍼땅콩 대 붕어빵》
정승희 글
이주미 그림
한솔수북
2020.7.7.
어린이한테 들려줄 이야기란, 어른으로서 여태껏 어질게 살아낸 나날을 담은 하루일 적에 빛납니다. 여태껏 살아온 나날이 빛나려면 ‘뜻을 이루’거나 ‘꿈을 펴’거나 ‘잘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가시밭길만 걷던 나날이든, 자꾸 넘어지거나 부딪히거나 깨지거나 다치기만 하는 나날이든 대수롭지 않아요. 뚜벅뚜벅 걸어온 길을 스스럼없이 들려줄 수 있을 때라야 이야기입니다.
《슈퍼땅콩 대 붕어빵》은 얼핏 두 아이가 맞붙으면서 풀어가는 응어리를 다루는 듯싶습니다만, ‘행복 집착 + 서울 애착’에 얽매이는 틀입니다. 아예 안 넘어지면서 푸짐하게 누려야 할까요? 엄마아빠가 서울 한복판에서 돈을 잘 버는 일자리를 오래오래 누리면서 커다란 잿집(아파트)에서 부릉부릉 몰면서 살아야 할까요?
아무래도 글을 쓰거나 그림을 맡는 분이 하나같이 서울에 살거나 서울곁에 있다 보니, ‘행복 집착 + 서울 애착’이라는 틀에서 못 벗어나는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삶이어야 좋거나 저런 삶이라면 나쁘다고 금을 긋는 틀로는, 어린글도 어른글도 못 된다고 느낍니다. 끄트머리가 어디 있나요? 비싼집이어야 ‘행복’일까요? ‘양복’을 빼입는 엄마아빠여야 ‘좋을’까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다 다르게 삶입니다만, 스스로 어디에서 어떻게 서는 삶인지 안 쳐다보니까, 이름이나 겉몸에 얽매여서 놀리고 괴롭히고 싸우고 다툽니다. 껍데기를 벗지 않고서야 삶이라 할 수 없고, 삶이라 할 수 없을 때에는 글이라 할 수 없습니다.
ㅍㄹㄴ
우리는 서울에서 살았는데 이제 경기도로 간단다. 오빠가 그렇게 먼 곳은 아니라고 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던 곳이 서울의 끄트머리라서 그렇다. (12∼13쪽)
아빠가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친구가 안 갚았다고 한다. 원체 잘못하는 게 많기 때문에 뭐 특별하지도 않다. 아빠는 잠깐만 고생하면 다시 서울로 갈 수 있다고 했다. (19쪽)
“지수야, 아빠가 예쁜 거 다시 사줄게.” “언제 사줄 건데? 거짓말!” 아빠는 더 크게 헛기침을 했고, 차는 왼쪽으로 꺾어져 이상한 길로 들어갔다. (24쪽)
“뭐라고? 붕어빵? 너 죽을 줄 알아!” 내가 지난번에 ‘붕어빵 뚱땡이’라고 말한 게 아직도 억울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바로 사과를 했었다. 저렇게 야비할 수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야비함에는 야비함! 나도 곧바로 붕어빵이라고 소리쳤다. 붕어빵이랑은 지구 끝까지 가도 웬수가 될 것 같다. 엄마는 왜 왕점을 만들어서 나를 세상에 내보냈을까?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103쪽)
기억을 쌓아 만든 헌것들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마음이 행복해지는 것 같다. 초록 대문 집에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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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땅콩 대 붕어빵》(정승희, 한솔수북, 2020)
왼쪽으로 꺾어져 이상한 길로 들어갔다
→ 왼쪽으로 꺾어서 낯선 길로 들어간다
→ 왼쪽으로 꺾고서 다른 길로 들어간다
24쪽
내가 지난번에 ‘붕어빵 뚱땡이’라고 말한 게 아직도 억울한 모양이었다
→ 내가 지난때에 ‘붕어빵 뚱땡이’라고 말해서 아직 못마땅한가 보다
103쪽
지구 끝까지 가도 웬수가 될 것 같다
→ 땅끝까지 가도 미워할 듯하다
→ 이 땅 끝까지 가도 미울 듯하다
103쪽
기억을 쌓아 만든 헌것들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마음이 행복해지는 것 같다
→ 하루를 쌓아서 헌것이 늘수록 우리 마음이 포근한 듯하다
→ 하루를 쌓아서 손때가 늘수록 우리 마음이 따뜻한 듯하다
161쪽
초록 대문 집에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 푸른닫이 집에서도 온갖 일이 있었다
16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