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 보면 알지 - 호랑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74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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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8.8.

그림책시렁 1614


《먹어 보면 알지》

 이지은

 웅진주니어

 2025.7.15.



  “호랑수박의 전설”이라는 일본말씨로 작은이름을 붙인 《먹어 보면 알지》입니다. 이미 “-의 전설” 같은 일본말씨를 잇달아 썼으니 그리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말은 ‘범’일 뿐, ‘호랑(虎狼)’이 아닙니다. 지난날 전두환이 1988년 서울여름마당을 내세우며 ‘범돌이’가 아닌 ‘호돌이’라고 쓰면서부터 ‘호랑’이라는 말씨가 확 번졌어요. 어린이한테 보여주는 그림책이며 어린이하고 함께 읽을 글이라면, 무엇보다 우리말글을 찬찬히 짚고 다루는 눈썰미를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아무 줄거리나 짜도 되지 않듯, 아무 말이나 써도 되지 않습니다. 《먹어 보면 알지》를 펴면, 숲짐승이 산송장(좀비)처럼 두발로 걸으며 “수박!”만 외치는 꼴은 소름이 돋습니다. 일부러 이렇게 그린 듯싶은데, 아무리 뭇짐승을 산송장으로 다루더라도 네발짐승은 네발로 걸어야 맞습니다. 네발로 다닐 개와 고양이더러 억지로 두발로 서라고 시키면 참으로 몹쓸짓이에요. 괴롭힘질(동물학대)입니다. 수박은 워낙 무겁고 덩이가 크기에 바구니에 여럿 못 담습니다. 일부러 소름(스릴)을 다루는 줄거리를 짰구나 싶지만, 쥐어짜는 억지스런 재미가 아니라, 아이가 수박씨 한 톨을 심어서 손수 돌보는 줄거리로도 얼마든지 멋스럽고 재미날 수 있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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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아이
남우주 지음 / 우주상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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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8.8.

그림책시렁 1598


《달 아이》

 남우주

 우주상자

 2023.10.31.



  나이를 어질게 머금기보다는, 나이를 거꾸로 잡아먹는 사람이 숱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에는 가장자리가 없고, 구석이나 귀퉁이도 없습니다. 모든 곳이 가운데인 별입니다. 모든 나라와 마을이 가운빛이요, 모든 사람은 가운꽃입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어른인 줄 잊으면서 저마다 “가운꽃인 나”를 잃습니다. 《달 아이》는 ‘달아이’라기보다 ‘달순이’를 다루는구나 싶습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되, ‘받아서 비추는 때’하고 ‘못 받아서 어두운 때’가 있어요. 스스로 빛을 내는 돌이 아닌, 다른 돌이 비추어야 빛을 받아서 밝은 달이기에, 그만 ‘남이 나를 쳐다보아 주지 않으면 어둡게 갇히’기 일쑤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이 별에서 뭇숨결은 어떻게 어울리나요? 풀꽃나무도 헤엄이도 벌레도 짐승도 ‘암수(여성+남성)’가 나란합니다. 사람도 ‘암수(순이+돌이)’가 나란할 적에 비로소 아름답게 사랑으로 나아갑니다. 달아이를 다루든 별아이를 다루든 꽃아이를 다루든, 그저 ‘아이’를 다룰 노릇입니다. 아이를 아이로 바라볼 때라야, 모든 아이가 시나브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아봅니다. 아이어른은 늘 하나인 한빛에 한씨에 한꽃입니다. 부디 둘(암수)을 가르지 말고 하나(하늘)로 보기를 빕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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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멀린 팽크허스트 리틀 피플 빅 드림즈 1
리즈베스 카이저 지음, 아나 산펠립포 그림, 박소연 옮김 / 달리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8.8.

그림책시렁 1612


《에멀린 팽크허스트》

 리즈베스 카이저 글

 아나 산펠립포 그림

 박소연 옮김

 달리

 2018.12.12.



  영국에서 애멀린 팽크허스트(1858∼1928) 님이 어떻게 담벼락에 맞섰는가 하고 단출히 들려주는 《에멀린 팽크허스트》입니다. 영국은 1918년에 가시내가 비로소 한끗몫(한 표 행사)을 누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뉴질랜드에서는 ‘케이트 셰퍼드(Kate Sheppard 1847∼1934)’ 님이 앞장서면서 1893년에 처음으로 가시내 한끗몫을 누렸다고 하지요. 가시내가 한끗몫을 뒤늦게 누린 까닭은 알기 쉽습니다. 우두머리부터 벼슬아치가 죄다 사내밭이요, 고을지기에 마을지기까지 온통 사내밭인걸요. 보금자리를 이루는 터전에서는 어느 한 사람만 기둥일 수 없습니다. 엄마아빠에 아이가 나란히 기둥입니다. 이와 달리 ‘나라’라는 틀을 세울 적에는 아직도 사내밭입니다. 그런데 ‘그냥 사내’가 아닙니다. ‘돈·이름·힘을 거머쥔 사내’끼리 담벼락을 칩니다. ‘돈·이름·힘을 거머쥔 사내’는 ‘돈·이름·힘을 거머쥔 가시내’만 조금 담벼락으로 받아들입니다. 오늘날 숱한 나라나 벼슬판을 보면 ‘그냥 사내밭’이기보다는 ‘돈꾼밭·이름꾼밭·힘꾼밭’이라고 해야 어울립니다. ‘돈·이름·힘을 안 쥐’면 순이돌이 모두 나라일이나 벼슬을 못 잡거든요. 이제부터는 모든 담벼락을 허물면서 ‘그들끼리’를 걷어낼 때라고 느낍니다.


ㅍㄹㄴ


《에멀린 팽크허스트》(리즈베스 카이저·아나 산펠립포/박소연 옮김, 달리, 2018)


어려서부터 무척 영특했어요

→ 어려서부터 무척 똑똑했어요

→ 어려서부터 무척 훌륭했어요

4쪽


특히 옳은 일을 위해 싸우는

→ 더욱이 옳게 일하려 싸우는

→ 게다가 옳게 일하려 싸우는

4쪽


번번이 실패하면서 왜 계속 평화적으로 싸우느냐고요

→ 노상 넘어지면서 왜 자꾸 착하게 싸우느냐고요

→ 늘 깨지면서 왜 내내 맨몸으로 싸우느냐고요

→ 걸핏하면 끝나면서 왜 그냥 곱게 싸우느냐고요

1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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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014 : 많은 배려 속 있


많은 배려 속에서 살고 있다

→ 곁에서 늘 돌봐준다

→ 둘레에서 많이 봐준다

→ 헤아려 주는 분이 많다

《뉘앙스》(성동혁, 수오서재, 2021) 59쪽


“많은 배려 속에서 + 살고 있다”는 틀린 옮김말씨입니다. 먼저 “많이 배려해 주셔서 살아간다”쯤으로 손질하고서, “둘레에서 많이 봐준다”로 더 손질할 만합니다. “곁에서 늘 돌봐준다”나 “헤아려 주는 분이 많다”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배려(配慮) :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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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015 : 원고지 편지 게 평온케 했


원고지에 편지를 쓰는 게 나를 평온케 했다

→ 글종이에 글월을 쓰면 따사롭다

→ 종이에 글월을 쓰면 고즈넉하다

→ 종이에 글을 쓰면 차분하다

《뉘앙스》(성동혁, 수오서재, 2021) 22쪽


“무엇하는 + 게 + 나를 + 무엇케 했다”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입니다. “무엇을 + 하면 + 무엇하다”로 가다듬습니다. “글종이에 + 글월을 쓰면 + 따사롭다”라 할 만합니다. “종이에 + 글을 쓰면 + 차분하다”라 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원고지(原稿紙) : 원고를 쓰기 편리하게 만든 종이. 자수(字數) 계산이 편하도록 일정한 규격을 갖추고 있다 = 원고용지

편지(便紙/片紙) :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 ≒ 간독·간찰·서간·서독·서소·서신·서장·서찰·서척·서한·서함·성문·신·신서·이소·찰한·척한·편저

평온(平穩) : 조용하고 평안함”을 가리킨다고 해요. ‘평안(平安)’은 “걱정이나 탈이 없음. 또는 무사히 잘 있음 ≒ 안평·평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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