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 내가 좋아하는 것들 17
길정현 지음 / 스토리닷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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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8.24.

인문책시렁 446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

 길정현

 스토리닷

 2025.5.7.



  책벌레는 “오늘 읽든 나중 읽든 눈에 띄면 책을 산다”는 마음입니다. 오늘이 지나가고 나면 “눈앞에 있던 책”을 쉬 잊을 뿐 아니라, 다시 못 찾기 일쑤요, 요사이는 일찍 판끊기는 책이 수두룩합니다.


  책벌레로 살다 보니 ‘참하게 생긴 그릇’을 만나면 ‘언제 쓸는’ 지 몰라도 주섬주섬 장만하는 버릇이 붙었습니다. 이러다가 꾸지람을 듣고 꾸중을 먹었어요. 이제는 그릇을 새로 장만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다가 깨지거나 이가 나가더라도 ‘여태 이미 쟁인 그릇’을 꺼내서 쓰면 넉넉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을 읽습니다. 제가 책벌레라면, 이 책을 쓴 분은 ‘그릇벌레’일 테지요. 갖은 그릇을 눈여겨보고, 온갖 그릇을 챙기면서, 이 그릇에 담을 밥살림을 헤아리는 삶이라고 할 만합니다.


  2008년과 2011년에 아이를 낳으면서 온집안을 박박 뒤집어서 플라스틱 그릇을 치웠습니다. 알게 모르게 플라스틱 그릇이 많았습니다. 둘레에서 물려주거나 건네주면 그저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모임자리에서 한벌쓰기로 버리는 그릇도 건사해서 되쓰자고 여겼습니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그릇을 모조리 치운 자리에, 두 아이하고 누릴 살림그릇만 건사하다 보니, 아이를 이끌고서 어느 모임자리에 가든 ‘집에서 그릇과 수저’를 바리바리 챙깁니다. 두 아이랑 곁님이 쓸 밥살림을 등짐과 손짐으로 수북히 챙겨서 다니면 “뭘 그리 무겁게 싸들고 다니나? 그냥 한벌쓰기(1회용품)로 하면 될걸!” 하면서 혀를 차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책을 품고서 읽듯,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그릇을 품고 돌보고 건사합니다. “아이 밥그릇까지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하고 묻는 분한테, “네, 바로 코앞에 있네요.” 하고 대꾸하며 웃습니다. 제 어릴적을 돌아보면, 어디 나들이를 가는 날에는 ‘솥’까지 들고 다녔습니다. 예전에는 참말로 누구나 솥에 그릇을 모조리 집에서 챙겨서 다녔고, 알뜰히 추슬러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저 손쉽게 쓰고 버리려 하면서, 아니 땀흘려 이고 지고 나르기를 귀찮게 여기면서, 손살림을 등지고 이쁘장하게 꾸미는 옷차림에 기울면서, 물그릇 하나조차 안 챙기기 일쑤였으나, 이제는 물그릇쯤은 챙기는 사람이 다시 늘어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에도 나오는 말처럼, 자잘하다 싶은 살림거리를 손수 챙기고 살피고 돌보는 길이야말로 “내가 나를 살리면서, 내가 나부터 바라보는 사랑”이라고 느낍니다.


ㅍㄹㄴ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아주 소소한 것들임을 배우고 있는 요즘, 나는 내가 그럭저럭 괜찮게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25쪽)


우리 엄마도 연마제가 뭔지 아예 모르는 눈치인 걸로 봐서 평생토록 우리 가족 모두가 연마제를 먹어온 듯한데,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된 이상 사활을 걸고 깨끗하게 닦을 수밖에 없다. (47쪽)


애당초 내 마음 자체가 미니멀하지 못하다. (75쪽)


그때의 나는 그랬다. 그때 나는 온힘을 다해, 온마음을 다해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만큼이나 싫어하는 일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나의 그런 에너지 소모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101쪽)


유리 젖병의 특징은 명확하다. 오래 사용해도 착색이나 냄새 배임이 없고 소재 특유의 냄새도 없다. (179쪽)


+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길정현, 스토리닷, 2025)


그릇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줄곧 있었지만, 그 집중도가 정점을 찍었던 건 역시

→ 그릇을 사랑하고 줄곧 바라보지만 가장 사랑하고 바라보던 때는 바로

→ 그릇을 아끼고 줄곧 들여다보지만 가장 아끼고 들여다본 때는 아무래도

23쪽


그릇계에는 킨츠기(金繼ぎ)라는 공예 기법이 있다

→ 그릇밭에는 노란땜이 있다

→ 그릇길에는 이음꽃이 있다

24쪽


우리 집 주방에도 강렬한 색감의 무언가가 생겼군

→ 우리 부엌에도 눈부신 그릇이 생겼군

→ 우리집 부엌도 알록달록 빛나는군

53쪽


사실 스님들이 발우공양 하듯 식사를 마친 후 그 밥그릇에

→ 스님이 그릇모심 하듯 밥을 먹고서 이 밥그릇에

→ 스님이 모심길을 하듯 밥을 먹고서 이 밥그릇에

63쪽


정해진 용도대로만 사용한다면 에그 스탠드는 참 쓸 일이 드문 물건이다

→ 쓰임새대로만 본다면 달걀받침은 참 쓸 일이 드물다

→ 쓸모대로만 치면 달걀놓개는 참 쓸 일이 드물다

63쪽


이 문구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내용은 184쪽에서 자세히 논해 보기로 하자

→ 이 글월은 184쪽에서 좀더 낱낱이 짚기로 하자

→ 이 글은 184쪽에서 좀더 꼼꼼히 다루기로 하자

69쪽


이번에 해외 배송으로 전달받은 그릇 상자의 포장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 이참에 바깥받이로 온 그릇 꾸러미를 싼 모습이 유난했다

→ 요즈막 이웃받이로 온 그릇 꾸러미를 담은 모습이 남달랐다

79쪽


걷고 있는 음유시인의 모습이 몹시도 깜찍하게 표현된 것이 대표 이미지다

→ 나그네꽃이 걷는 모습을 몹시도 깜찍하게 담아 손꼽히는 그림이다

→ 떠돌별이 걷는 모습을 몹시도 깜찍하게 나타내 돋보이는 그림이다

79쪽


대부분 접시는 원래 원형이다

→ 그릇은 거의 동그랗다

→ 그릇은 워낙 둥그렇다

8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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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출판 - 작은 출판사를 꾸리면서 거지 되지 않는 법 날마다 시리즈
박지혜 지음 / 싱긋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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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8.24.

인문책시렁 447


《날마다, 출판》

 박지혜

 싱긋

 2021.11.11.



  날마다 책을 여러 자락 읽은 지 한참 됩니다. 언제부터 하루에 여러 자락씩 읽었나 하고 어림하니 1991년입니다. 푸른배움터(고등학교) 첫걸음을 맞이하던 그해에 ‘첫 수능·본고사·면접’을 치르는 또래였고, 배움터에서는 어떻게 불굿(입시지옥)에 맞춰야 하는지 터럭만큼도 못 이끌었는데, 그저 혼자서 낱말책을 날마다 외우듯 읽고, 책도 여러 자락씩 읽으면서 스스로 가다듬었습니다. 1991∼93년에는 하루에 1.5∼2자락을 읽고, 1994∼95년에는 하루에 2.5∼3자락을 읽습니다. 1995년 11월부터 1997년 12월 31일 사이에는 싸움터(군대)에서 보내느라 스물여섯 달 동안 책을 한 자락조차 구경조차 못 하는 나날입니다. 1998년에 삶터로 돌아오고 나서 지난 이태치 책을 게걸스럽게 읽으려고 하루에 4∼5자락을 읽고, 1999년에 책마을 일꾼으로 자리를 옮기고부터 하루에 7∼10자락을 읽습니다. 제가 몸담은 펴냄터뿐 아니라 이웃 펴냄터 책을 헤아리려고 용썼어요. 2002년 무렵에는 하루 10∼15자락으로 껑충 뜁니다. 낱말책(국어사전)을 여미는 일꾼으로 지내느라 하루 15자락을 읽어도 모자랐습니다. 2008년에 큰아이를 낳고부터는 아이를 도맡아 돌보느라 하루 5자락을 가까스로 읽을 동 말 동했는데, 아이가 자라는 동안 그림책과 동화책을 새삼스레 되읽고 챙기면서 다시 하루 10∼15자락을 읽는 삶으로 잇습니다.


  곰곰이 보면 그저 책벌레입니다. 책벌레로만 살려고 하다가 2004년에 처음으로 책을 내놓았고, 이제는 시골살림과 숲살림을 헤아리면서 이러한 살림길을 낱말풀이하고 여미어서 느긋이 노래(시)를 쓰곤 합니다. 요즈막은 ‘날마다 노래 1꼭지 쓰기’를 잇습니다.


  《날마다, 출판》은 “날마다 책을 펴내는 이야기”이지는 않습니다. 날마다 책짓기를 헤아리는 작은펴냄터 작은일꾼으로서 작은수다를 펴는 꾸러미입니다. 한 해 내내 책을 들여다보고 헤아리고 짚고 살피는 삶이란 무엇인지 돌아보는 꾸러미이기도 합니다. 이 책 첫머리에 나오듯, 책은 종이에 담기에 외려 가없이 꿈을 그리는 길을 연다고 할 만합니다. “고작 종이에?”라 여길 수 있지만, “겨우 종이에?”라고 여기기에 오히려 더 새롭고 즐겁게 이야기를 꾸립니다.


  나라에서는 무시무시하구나 싶은 돈을 퍼부으면서 ‘4차산업·메타버스·한류·ai·연구개발’을 일으키겠노라 하고 외칩니다만, 다 부질없다고 느껴요. 어떤 ‘첨단 부가가치 산업’을 꾀하든, 가장 밑바닥에 있는 ‘종이책’부터 찬찬히 여밀 줄 알 노릇이거든요. 아직 한글로 못 나온 아름다운 이웃나라 책이 수두룩합니다. 아직 우리는 우리말을 우리글인 한글로 제대로 못 그립니다. 온나라가 ‘문해력·리터러시’로 떠들썩하지만, 막상 우리말이 어떤 말결에 말씨에 말빛에 말밑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부터 드뭅니다. 우리말부터 안 가르치거나 못 가르치면서 한자와 영어부터 가르치려 한들, 제대로 가르칠 턱이 없습니다.


  배움터에서는 글판을 쓸 노릇입니다. 가장 투박한 길이 가장 빠르면서 가장 반짝이거든요. 배움터에서는 종이책을 쓸 노릇입니다. ‘웹툰 캐릭터 대잔치 교과서’가 아니라, ‘아주 수수하게 글과 그림만으로 엮은 배움책’을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베풀 노릇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갓 태어난 아기한테 엄마젖부터 물려야 하거든요. 아기는 엄마아빠 곁에서 ‘엄마말’과 ‘아빠말’부터 느긋이 천천히 익힐 노릇이거든요. 우리말과 한글을 뗀 아이는 ‘캐릭터 대단치’가 아닌 ‘말을 말답게 담은 그림책’부터 손에 쥐어야 비로소 글눈과 말눈을 틔워요. 이리하여 숱한 책마을 일꾼은 “날마다 책읽기·책쓰기·책짓기”를 하려고 땀흘립니다. 가장 투박하고 수수한 종이책을 조촐히 북돋우는 길이야말로, 아이어른을 함께 북돋우고 살리는 가장 즐겁고 아름다운 살림길이요 사랑손이요 사람빛이니까요.


ㅍㄹㄴ


종이라는 한계야말로 책이 지닌 가장 역동적인 가능성이다. (10쪽)


최근까지도 내가 기획과 편집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목 좋은 자리에서 살 사람이 줄 서 있을 때 가게 사장님이 나를 종업원으로 뽑았던 결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6쪽)


책 한 권에 100원 단위의 배본비가 붙어 있다는 것도 창고를 계약하는 순간에야 알게 된 출판 멍청이인 나에게, (57쪽)


큰 출판사에 앉아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원고를 수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67쪽)


책은 저자가 쓰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시작된다. (90쪽)


동시에 책을 많이 읽자고 권해 본다. 건강한 출판인이 되는 데 책만 한 영양제는 없다. (155쪽)


+


《날마다, 출판》(박지혜, 싱긋, 2021)


출판은 대자유일 수가 없다는 생각에 프롤로그를 모두 지워버렸다

→ 책짓기는 큰날개일 수가 없다 싶어서 머리말을 모두 지워버렸다

6쪽


빠져나갈 수 없는 족쇄를 찼다는 말에 불과하다

→ 빠져나갈 수 없었다는 말일 뿐이다

→ 빠져나갈 수 없이 굴레를 찼다는 말이다

6쪽


이번달에 또 앵꼬 나면

→ 이달에 또 바닥나면

→ 이달에 또 다 쓰면

→ 이달에 또 떨어지면

6쪽


이 풍전등화의 세계에서 단 하나 기댈 수 있는 지표는, 독자는 현명하다는 것이다

→ 이 아슬한 나라에서 딱 하나 기대는 눈금이 있으니, 사람들은 어질다

→ 이 기우뚱한 곳에서 딱 하나 길잡이가 있으니, 사람들은 똑똑하다

12쪽


가게 사장님이 나를 종업원으로 뽑았던 결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가게지기님이 나를 일꾼으로 뽑았을 뿐이다

→ 가게지기님이 나를 일꾼으로 뽑았으니 마땅하다

→ 가게지기님이 나를 뽑은 셈이고 더도 덜도 아니다

→ 가게지기님이 나를 뽑은 셈이고 아무것도 아니다

26쪽


남편과 생애 첫 월급 빵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 처음 겪는 달삯 구멍을 곁님과 이야기하며

→ 처음 달삯이 구멍나서 짝꿍과 이야기하며

45쪽


체면 차리느라 사기당하는 줄도 모르는 겉똑속멍 독성에 근원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나는 낯값 차리느라 낚이는 줄도 모르는 겉똑속멍에 고약하게 물들었다고 본다

→ 나는 꽃낯 차리느라 덮어쓰는 줄도 모르는 겉똑속명에 얄궂게 찌들었다고 본다

49쪽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 그야말로 어지럽다

→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 그야말로 널브러진다

→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다

→ 그야말로 골아프다

→ 그야말로 나뒹군다

102쪽


나도 처음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근거해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 나도 처음에는 큰물결이라 여겨 좀 버겁더라도

→ 나도 처음에는 돌개바람이라 여겨 꽤 힘들더라도

→ 나도 처음에는 몰붓기처럼 적잖이 만만찮더라도

104쪽


밥값 1/N 하는 거야 그냥 현금으로 주고받거나 이체하면 되지

→ 밥값 추렴이야 그냥 돈으로 주고받거나 보내면 되지

→ 밥값이야 그냥 맞돈으로 주고받거나 넘겨서 나누면 되지

135쪽


꾸준히 기업 정체성을 구축한 뒤에라야 충성독자가 양산된다는 점

→ 꾸준히 이곳 밑동을 닦은 뒤에라야 따르는 사람이 나온다는

→ 꾸준히 일터 밑뿌리를 세운 뒤에라야 서로꽃이 태어난다는

14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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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옹벽 擁壁


 옹벽을 쌓다 → 돌담을 쌓다 / 높이 쌓다

 옹벽이 무너지다 → 담이 무너지다 / 긴담이 무너지다 

 경사진 땅에 옹벽을 치고 → 비탈진 땅에 담을 치고


  ‘옹벽(擁壁)’은 “[건설] 땅을 깎거나 흙을 쌓아 생기는 비탈이 흙의 압력으로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만든 벽”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담·담벼락·막다·막는곳·우리·울·울타리’나 ‘돌담·돌담벼락·돌울·돌울타리’로 고쳐쓰고, ‘길·길턱·뒤’로 고쳐써요. ‘긴담·긴담벼락·긴울·긴울타리’나 ‘가시그물·가시덤불·쇠가시그물·쇠가시담’으로 고쳐쓰지요. ‘높다·높다랗다·높디높다·높직하다’나 ‘높끝·높꽃·높마루’로 고쳐써도 됩니다. ‘숨은담·숨은담벼락·숨은굴레·숨은돌·숨은바위’나 ‘하얀담·하얀담벼락·하얀굴레’로 고쳐쓸 수 있어요. ‘가로막다·막다·닫다’나 ‘금·띠·띳장·섶·자리’나 ‘벼락·턱·틀’로 고쳐씁니다. ‘까다롭다·어렵다·힘들다·힘겹다’나 ‘받치다·받침·받쳐주다·받이’로 고쳐쓸 만하고, “건드릴 수 없는·건드리지 못할·건드리면 안 될”이나 “넘볼 수 없는·넘보지 못할·넘을 수 없는·넘지 못할”이나 “손대지 못할·손댈 수 없는”으로 고쳐씁니다. ㅍㄹㄴ



옹벽으로 가서 신나게 낙서를 했다

→ 돌담으로 가서 신나게 끄적였다

→ 긴담으로 가서 신나게 끼적댔다

《동네 숲은 깊다》(강우근, 철수와영희, 2011) 92쪽


나는 무모한 탈출을 시도하며 옹벽에 몸을 던지는 듯

→ 나는 답치기로 달아나려고 띳장에 몸을 던지는 듯

→ 나는 그저 벗어나려고 담벼락에 몸을 던지는 듯

→ 나는 되는대로 내빼려고 담에 몸을 던지는 듯

《동화 쓰는 법》(이현, 유유, 2018)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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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목소리


 너의 목소리 → 네 목소리

 할머니의 목소리 → 할머니 목소리


  ‘-의 + 목소리’ 얼개에서는 ‘-의’를 덜기만 하면 됩니다. 때로는 말짜임을 손질해서 “너의 목소리는 좋았다”를 “너는 목소리가 좋았다”처럼 쓸 만합니다. “저쪽의 목소리는 신났다”라면 “저쪽 목소리는 신났다”나 “저쪽은 신나는 목소리였다”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미유키의 목소리에 겹쳐서

→ 미유키 목소리에 겹쳐서

《꼴찌천사》(오카다 준/손미선 옮김, 가람문학사, 2001) 98쪽


건너편의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 건너쪽 목소리는 울먹였다

→ 건너켠에서는 울먹였다

→ 건너에서는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여행》(고히야마 하쿠/양억관 옮김, 한얼미디어, 2006) 75쪽


라, 라, 라, 음의 목소리로 말하는 손

→ 라, 라, 라, 가락 목소리로 말하는 손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강미정, 문학의전당, 2008) 30쪽


누구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 누구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 누가 찾는 소리도 못 들었다

→ 아무런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 아무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 어떠한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 사람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신들이 사는 숲 속에서》(오카 슈조/김정화 옮김, 웅진주니어, 2010) 59쪽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어요

→ 그는 목소리가 부드러웠어요

→ 그 사람은 목소리가 부드러웠어요

→ 목소리는 부드러웠어요

《새내기 유령》(로버트 헌터/맹슬기 옮김, 에디시옹 장물랭, 2016) 4쪽


활짝 터져 나오는 꽃들의 목소리가

→ 활짝 터져 나오는 꽃들 목소리가

→ 활짝 터져 나오는 꽃소리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줄리 폴리아노·줄리 모스태드/최현빈 옮김, 찰리북, 2017) 11쪽


엄마의 성난 목소리가 직구로 날아왔다

→ 성난 엄마 목소리가 바로 날아왔다

→ 성난 엄마 목소리가 곧장 날아왔다

→ 엄마는 곧바로 성이 났다

→ 엄마는 왈칵 성을 냈다

《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윤선영, 북로그컴퍼니, 2017) 68쪽


꼬마 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 꼬마 쥐 목소리가 들립니다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모리야마 이야코·타카하시 카즈에/박영아 옮김, 북극곰, 2018) 27쪽


카로의 목소리가

→ 카로 목소리가

《눈구름 사자》(짐 헬모어·리처드 존스/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8) 20쪽


언론에서 올바름은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또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에요

→ 올바른 붓은 ‘목소리 없는 사람들한테 목소리가 되기’ 또는 ‘여린이 목소리가 되기’예요

→ 붓은 ‘목소리 없는 사람들 곁에 있기’ 또는 ‘여린이 목소리를 내기’여야 올발라요

《선생님 미디어가 뭐예요?》(손석춘, 철수와영희, 2019) 45쪽


친구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 동무들 목소리가 차츰 멀어요

→ 동무들 목소리가 이제 멀리서 들려요

《거인의 정원》(최정인, 브와포레, 2021) 9쪽


유리오의 목소리가 신호였을까

→ 유리오 목소리 때문일까

→ 유리오 목소리를 들어서일까

《식물기》(호시노 도모유키/김석희 옮김, 그물코, 2023) 13쪽


울타리 건너편에서 소리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 울타리 건너에서 엄마가 소리를 부릅니다

→ 울타리 건너에서 엄마가 부릅니다

《피아노》(이세 히데코/황진희 옮김, 천개의바람, 2025)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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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누구의


 누구의 이상형과 가까울까 → 누구 마음에 가닿울까

 누구의 단발머리가 더 잘 어울리나 → 누구 깡똥머리가 더 어울리나

 오늘은 누구의 생일이니 → 오늘은 누구 빛날이니

 누구의 몸값이 더 높을까요 → 누구 몸값이 더 높을까요

 누구의 과실인가요 → 누구 잘못인가요

 누구의 것일까 → 누구 것일까

 누구의 발에 공이 맞았나 → 누구 발에 공이 맞았나

 누구의 얼굴일까요 → 누구 얼굴일까요


  우리말 ‘누구’에는 ‘-의’를 붙이지 않습니다. “누구 아이예요?”처럼 묻고, “누구 책일까?”처럼 궁금해 하며, “누구 집인데 불쑥 찾아가니?” 하고 고개를 갸웃해야 알맞습니다. 그런데 “누구의 주제련가” 하고 첫머리를 여는 노래처럼, ‘누구’에 굳이 ‘-의’를 붙이려고 하는 사람이 자꾸 늘어납니다. 그저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 누가 돕지 않아도

→ 누가 도와주지 않고도

《전태일 통신》(전태일기념사업회 엮음, 후마니타스, 2006) 132쪽


누구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 누구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 누가 찾는 소리도 못 들었다

→ 아무런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 아무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 어떠한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 사람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신들이 사는 숲 속에서》(오카 슈조/김정화 옮김, 웅진주니어, 2010) 59쪽


그게 누구의 어떤 소설이었을까

→ 누가 쓴 어떤 글일까

→ 그 글은 누가 썼을까

《우물에서 하늘 보기》(황현산, 삼인, 2015) 25쪽


섬진강을 붉게 수놓는 고추잠자리는 누구의 영혼인가요

→ 섬진강을 붉게 물들이는 고추잠자리는 누구 넋인가요

→ 섬진강을 붉게 그리는 고추잠자리는 누구네 넋인가요

《무등산》(문영기, 문학의전당, 2015) 15쪽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 누구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 어느 사람 눈이냐에 따라

→ 어느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수다로 푸는 유쾌한 사회》(배성호, 책과함께어린이, 2016) 16쪽


둘 중 누구의 꿈도 서점 주인은 아니었다고 한다

→ 둘은 누구도 꿈이 책집지기는 아니었단다

→ 두 사람은 책집지기가 꿈이 아니었다고 한다

《여행자의 동네서점》(구선아, 퍼니플랜, 2016) 85쪽


도대체 누구의 생각이었을까요

→ 참으로 누구 생각이었을까요

→ 참말 누가 생각했을까요

《내일》(시릴 디옹·멜라니 로랑/권지현 옮김, 한울림어린이, 2017) 13쪽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를 할 것이냐는 질문과 같다

→ 이는 누구 이야기를 하려느냐고 묻는 셈이다

→ 이는 누구를 이야기하려느냐고 묻는 말이다

《동화 쓰는 법》(이현, 유유, 2018)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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