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내 몸은



내 몸은 어디서 왔나 하고 보면

집안일을 통 모르는 술꾼이면서

국민학교 교사인 아버지한테서도


홀로 집안일을 다 맡고 꾸리면서

아이한테 심부름 안 맡기려는 어머니한테서도

골고루 왔더라


두 어버이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서도

두 분이 어린날 놀고 본 숲에서도

두 사람이 겪고 살아낸 가시밭에서도


그리고

내가 오늘부터 그리려는 하루에서도

우리 보금자리가 있는 시골에서도


2025.9.7.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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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9.9. 쓰고 보낸다



  혼책(독립출판물)을 처음 내서 나누던 1994년부터, 첫책을 선보인 2004년을 거쳐, 2025년이라는 해를 살아가는 오늘에 이르도록 돌아본다. 글과 책을 왜 쓰고 왜 읽는가? 나부터 스스럼없이 배우고 익혀서 나누고 싶다. 나로서 새로 걷고 배우고 익히려고 한다. 너랑 내가 나란히 사랑을 길어올려서 웃는 나날을 마주하고 싶다.


  쓰고 나누는 내가 있다. 읽고 나누는 네가 있다. 듣고 보는 내가 있다. 알리고 노래하는 네가 있다. 우리는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한집안을 이룬다. 배우니까 나무가 나이테를 이으며 줄기가 든든하다. 우리는 ‘나이’가 “낳는 임(있음)”을 가리키는 줄 늘 새록새록 되새기면서 일어서는 하루를 배우면서 나눈다.


  우리말 ‘나이’에 ‘ㅎ’이 숨는다. 나는 푸른배움터를 다니며 이 얼개를 ‘고문(고전문학과 고전문법)’으로 배웠는데, 요새는 거의 안 짚고 안 가르치는 듯싶다. ‘나이’가 ‘낳이’인 줄 모르는 한겨레야말로 글눈(문해력)을 까맣게 잊은 셈이지 싶다. “낳을 줄 알고 낳을 수 있는 몸마음”을 이룰 만큼 철들고 어질고 슬기롭기에 ‘어른’이라고 한다.


  ‘꼰대(가부장 및 권력)’는 “낳는 시늉·낳는 척·낳는 흉내·낳는 눈속임”이라고 할 만하다. 안 낳으면서 마치 낳는다고 속이는 무리이니, 이들은 철들지 않았기에 마구잡이로 주먹힘·돈힘·이름힘을 부린다. 그저 꼬장꼬장하기에 꼰대이지 않다. 철눈을 안 틔우느라 씨앗이 없는 쭉정이일 적에 꼰대이다.


  읽고 쓰고 나누면서 이웃님한테 노래와 책을 건네곤 한다. 이웃님은 내 책을 기쁘게 장만해서 읽고 새기기도 한다. 서로 다르게 나누고 받고 건네고 누리고 웃는다. 돌고도는 돈이 나한테도 모여서 넉넉할 날이 있을 테지. 그날에는 그날대로 잔치를 펴고는 다시 뚜벅뚜벅 걸으리라 본다. 가을비를 맞으면서 책을 읽는다. 슈룹은 옆구리에 끼고서 왼손으로 책을 쥔다. 고흥읍 나래터를 들르고서 집으로 돌아갈 시골버스를 기다리는 사이에 비가 그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쓰고 버린다"나 "읽고 버린다" 하고 말하는 분을 보면

어쩐지 책읽기나 글쓰기하고는

안 어울린다고 느낀다.


'버린다'라는 낱말은 "영혼 없는 글바치" 같달까.

'버리기'가 아닌 '보내기'를 해서

가난한 책벌레가 손에 쥐고서

새롭게 배우도록

징검다리를 놓으면 될 텐데.


읽고 쓰는 사람이라면

'보내는' 수고쯤

기꺼이 할 노릇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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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대설 大雪


 대설로 교통이 두절되었다 → 큰눈으로 길이 끊기다


  ‘대설(大雪)’은 “1. 아주 많이 오는 눈 2. 이십사절기의 하나”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눈이 많이 내린다면 ‘눈바람·눈보라’라 하면 됩니다. ‘눈벼락·벼락눈’이라고도 합니다. “눈이 무너지다·눈이 쏟아지다·눈이 쓸리다”라 할 만하지요. ‘함박눈·함박눈벼락·큰눈·큰눈벼락’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소나기눈·소낙눈·소낙눈벼락’이라 할 수 있어요. ㅍㄹㄴ



대설주의보가 내렸다지요

→ 큰눈을 알렸다지요

→ 눈보라를 알렸다지요

→ 소낙눈을 알렸다지요

《느티나무》(오수, 서울문화사, 1997) 229쪽


몇 년 전 대설주의보가 내렸을 때였다

→ 몇 해 앞서 눈벼락이라는 때였다

→ 몇 해 앞서 함박눈이라는 때였다

《흰》(한강, 난다, 2016) 63쪽


대설주의보를 전하려 대설 속으로 들어간다

→ 눈보라를 알리러 눈보라를 맞는다

→ 큰눈을 알리러 큰눈을 맞이한다

《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이훤, 난다, 202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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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매몽 賣夢


 매몽설화로도 유명하다 → 꿈팔이 얘기로 드날린다

 꿈을 사고파는 매몽 업계가 존재하면 → 꿈을 사고파는 곳이 있으면


  우리 낱말책에 없는 한자말 ‘매몽(賣夢)’입니다. 무엇을 팔 적에는 ‘팔다’라 하고, 파는 일이나 사람을 우리말로는 ‘-팔이’로 나타냅니다. 이 얼거리를 헤아리면 ‘매몽’은 ‘꿈팔이’로 바로잡을 만합니다. ㅍㄹㄴ



이 책을 매몽 문서로 삼고

→ 이 책을 꿈팔이글로 삼고

《자꾸만 꿈만 꾸자》(조온윤, 문학동네, 202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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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개가 開架


 개가 열람실에서 → 열린칸에서 / 보는칸에서

 개가식으로 운영하다 → 보임칸으로 꾸리다 / 열어놓는다

 개가식 도서관이다 → 열린책숲이다


  ‘개가(開架)’는 “도서관에서 열람자가 원하는 책을 자유로이 찾아볼 수 있도록 서가를 공개함”을 가리키고, ‘개가식(開架式)’은 “도서관에서 열람자가 원하는 책을 자유로이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운영 제도 = 개가제”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보는칸·보임칸’이나 ‘보이다·보이기·보임새·보여주다’로 손볼 만합니다. ‘열린터·열린칸’이나 ‘열다·열리다·열린길·열린꽃·열린빛·열어주다·열어젖히다’로 손보아도 되고요. ㅍㄹㄴ



개가식으로 운영되는 수 세기 후의 도서관에서 당신의 실록을 보았지

→ 보임칸으로 꾸리는 여러 온해 뒤 책숲에서 이녁 삶적이를 보았지

→ 열린칸으로 돌보는 뭇온해 지난 책마루에서 그대 발자국을 보았지

《자꾸만 꿈만 꾸자》(조온윤, 문학동네, 202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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