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9.9. 쓰고 보낸다



  혼책(독립출판물)을 처음 내서 나누던 1994년부터, 첫책을 선보인 2004년을 거쳐, 2025년이라는 해를 살아가는 오늘에 이르도록 돌아본다. 글과 책을 왜 쓰고 왜 읽는가? 나부터 스스럼없이 배우고 익혀서 나누고 싶다. 나로서 새로 걷고 배우고 익히려고 한다. 너랑 내가 나란히 사랑을 길어올려서 웃는 나날을 마주하고 싶다.


  쓰고 나누는 내가 있다. 읽고 나누는 네가 있다. 듣고 보는 내가 있다. 알리고 노래하는 네가 있다. 우리는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한집안을 이룬다. 배우니까 나무가 나이테를 이으며 줄기가 든든하다. 우리는 ‘나이’가 “낳는 임(있음)”을 가리키는 줄 늘 새록새록 되새기면서 일어서는 하루를 배우면서 나눈다.


  우리말 ‘나이’에 ‘ㅎ’이 숨는다. 나는 푸른배움터를 다니며 이 얼개를 ‘고문(고전문학과 고전문법)’으로 배웠는데, 요새는 거의 안 짚고 안 가르치는 듯싶다. ‘나이’가 ‘낳이’인 줄 모르는 한겨레야말로 글눈(문해력)을 까맣게 잊은 셈이지 싶다. “낳을 줄 알고 낳을 수 있는 몸마음”을 이룰 만큼 철들고 어질고 슬기롭기에 ‘어른’이라고 한다.


  ‘꼰대(가부장 및 권력)’는 “낳는 시늉·낳는 척·낳는 흉내·낳는 눈속임”이라고 할 만하다. 안 낳으면서 마치 낳는다고 속이는 무리이니, 이들은 철들지 않았기에 마구잡이로 주먹힘·돈힘·이름힘을 부린다. 그저 꼬장꼬장하기에 꼰대이지 않다. 철눈을 안 틔우느라 씨앗이 없는 쭉정이일 적에 꼰대이다.


  읽고 쓰고 나누면서 이웃님한테 노래와 책을 건네곤 한다. 이웃님은 내 책을 기쁘게 장만해서 읽고 새기기도 한다. 서로 다르게 나누고 받고 건네고 누리고 웃는다. 돌고도는 돈이 나한테도 모여서 넉넉할 날이 있을 테지. 그날에는 그날대로 잔치를 펴고는 다시 뚜벅뚜벅 걸으리라 본다. 가을비를 맞으면서 책을 읽는다. 슈룹은 옆구리에 끼고서 왼손으로 책을 쥔다. 고흥읍 나래터를 들르고서 집으로 돌아갈 시골버스를 기다리는 사이에 비가 그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쓰고 버린다"나 "읽고 버린다" 하고 말하는 분을 보면

어쩐지 책읽기나 글쓰기하고는

안 어울린다고 느낀다.


'버린다'라는 낱말은 "영혼 없는 글바치" 같달까.

'버리기'가 아닌 '보내기'를 해서

가난한 책벌레가 손에 쥐고서

새롭게 배우도록

징검다리를 놓으면 될 텐데.


읽고 쓰는 사람이라면

'보내는' 수고쯤

기꺼이 할 노릇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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