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자궁 子宮


 자궁 내의 출혈로 인해 → 아가집에서 피가 나와

 엄마의 자궁에서 건강하게 → 엄마 아기집에서 튼튼하게


  ‘자궁(子宮)’은 “[의학] 여성 생식 기관의 하나. 골반 안쪽에 있으며, 수정란이 착상하여 분만 때까지 태아가 자라는 기관이다 ≒ 자호·포궁”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우리말로 ‘아가집·아가집’이라 하면 됩니다. ‘애집’이라 할 수 있고, 때로는 ‘알집’이라 하면 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자궁’을 다섯 가지 더 싣는데 모두 털어냅니다. ㅍㄹㄴ



자궁(子宮) : [민속] 점술에서 쓰는 십이궁의 하나. 자손에 관한 운수를 점치는 별자리이다 ≒ 남녀궁

자궁(梓宮) : [역사] 왕, 왕대비, 왕비, 왕세자 등의 시신을 넣던 관

자궁(紫宮) : 1. 대궐 또는 황궁 2. 신선의 거처 3. [천문] 큰곰자리를 중심으로 170개의 별로 이루어진 별자리. 태미원(太微垣)·천시원(天市垣)과 더불어 삼원(三垣)이라고 부르며, 별자리를 천자(天子)의 자리에 비유한 것이다 = 자미원

자궁(資窮) : [역사] 조선 시대에, 관리들의 정규적인 진급 상한선이었던 당하관의 최고 위계. 또는 그 위계에 오르던 일. 정삼품 하계를 이른다 = 계궁

자궁(慈宮) : [역사] 왕세자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 죽고 왕세손이 즉위하였을 때, 죽은 왕세자의 빈(嬪)을 이르던 말



밤이면 자궁 깊숙이 가슴 깊숙이 박히는 불면의 못

→ 밤이면 아가집 깊숙이 가슴 깊숙이 박히는 뜬눈 못

→ 밤이면 아기집 깊숙이 가슴 깊숙이 박히는 까만 못

《고척동의 밤》(유종순, 창작과비평사, 1988) 68쪽


자궁만이 튼튼한 신부는 신랑의 심장자리에 자신을 밀어넣었습니다

→ 아기집만이 튼튼한 각시는 곁님 가슴자리에 저를 밀어넣었습니다

→ 알집만이 튼튼한 꽃짝은 곁짝 마음자리에 저를 밀어넣었습니다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허수경, 창작과비평사, 2001) 8쪽


갓 태어난 아기는 자궁 밖으로 나오면서 겪게 되는 이런 급속한 변화와 그 밖의 느낌을 놀랍도록 침착하게 견뎌낸다

→ 갓 태어난 아기는 아기집 밖으로 나오면서 이렇게 확확 바뀌고 느끼고 겪는 삶을 놀랍도록 차분히 견뎌낸다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진 리들로프/강미경 옮김, 양철북, 2011) 66쪽


알은 어미의 자궁 속에서 난황을 먹고 자란 후

→ 알은 어미 알집에서 노른자위를 먹고 자란 뒤

→ 알은 어미 아기집에서 노른자를 먹고 자라서

《상어 SMART ABOUT SHARKS》(오웬 데이비/김보은 옮김, 타임주니어, 2017) 31쪽


품에 안은 네 여자의 자궁처럼 진실이 추해 보이더라도

→ 네가 품은 순이 아기집처럼 참빛이 못생겨 보이더라도

《황색예수》(김정환, 문학과지성사, 2018) 188쪽


자궁에서 해방된 또 다른 시작일 텐데

→ 아기집서 풀려난 또 다른 처음일 텐데

《푸른 돌밭》(최정, 한티재, 2019) 45쪽


유방과 자궁에 질환이 생길 수 있고

→ 가슴과 아기집이 다칠 수 있고

→ 젖과 아가집이 아플 수 있고

《자연의 아이》(줄리엣 디 베어라클리 레비/박준식 옮김, 목수책방, 2019)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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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난황 卵黃


 난황과 난백을 분리하여 → 노른자와 흰자를 갈라서

 난황을 먹고 성장한다 → 노른자위를 먹고 자란다


  ‘난황(卵黃)’은 “[생명] 알의 노른자위. 알의 세포질 안에 있는 영양물질로 단백질, 지질, 당류, 비타민, 무기 염류 따위를 함유하고 있다”처럼 풀이합니다만, ‘노른자·노른자위’로 고쳐쓰면 됩니다. ㅍㄹㄴ



알은 어미의 자궁 속에서 난황을 먹고 자란 후

→ 알은 어미 알집에서 노른자위를 먹고 자란 뒤

→ 알은 어미 아기집에서 노른자를 먹고 자라서

《상어 SMART ABOUT SHARKS》(오웬 데이비/김보은 옮김, 타임주니어, 2017)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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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사진의


 사진의 역사 → 빛꽃 발자취 / 빛으로 걸은 길

 사진의 언어 → 빛말 / 빛으로 하는 말

 사진의 기술 → 빛솜씨 / 찍는 재주 / 담는 솜씨

 사진의 날 → 빛날 / 빛꽃날

 사진의 진실 → 참빛 / 참된 그림


  ‘사진 + -의’는 일본 말씨입니다. ‘-의’를 덜어내고서 ‘빛그림’이나 ‘빛·빛꽃’이나 ‘빛박이’로 풀어낼 만합니다. 수수하게 ‘그리다·담다·싣다·얹다·옮기다’나 ‘남기다·찍다·박다·새기다’라 할 만하고, ‘찰칵’이나 ‘그림’으로 풀어낼 자리가 있습니다. ㅍㄹㄴ



그런 사진만 찍는 사람들이 많으면 사진의 발전은 어둡다

→ 그렇게 찍는 사람이 많으면 빛그림 앞날은 어둡다

→ 그렇게 찍는 사람이 많으면 빛꽃길은 어둡다

→ 그렇게 찍는 사람이 많으면 빛박이 앞날이 어둡다

→ 그렇게 찍는 사람이 많으면 빛길은 발돋움할 수 없다

→ 그렇게 찍는 사람이 많으면 빛꽃이 갈 길은 어둡다

《사진 이야기》(전민조 엮음, 눈빛, 2007) 6쪽


사진의 출발은 잘 아는 것, 익숙한 것, 좋아하고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고 찍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 빛길 첫걸음은 잘 알고 익숙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찍어야 합니다

→ 빛그림은 처음에 잘 알고 익숙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습부터 바라보고 찍어야 합니다

《사진의 맛》(우종철, 이상미디어, 2015) 187쪽


정말로 사진의 마을이라는 느낌이야

→ 참말로 빛꽃마을이라는 느낌이야

→ 참 빛꽃울 좋아하는 마을이야

→ 참말 빛그림으로 꾸민 마을이야

《도쿄 셔터 걸 3》(켄이치 키리키/주원일 옮김, 미우, 2016) 132쪽


평범한 저는 장래에 사진의 길을 선택하는 건 무리일지도 몰라요

→ 저는 수수해서 앞으로 빛길을 고르기는 어려울지도 몰라요

→ 저는 그저 그래서 나중에 빛꽃길을 가기는 힘들지도 몰라요

《카나자와 셔터 걸》(키리키 켄이치/우서윤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9)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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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명료 明瞭


 명료한 표현 → 뚜렷한 말 / 또박말씨 / 깔끔말씨 / 말끔말씨 / 쉬운말

 가르침은 하나같이 간단하고 명료했다 → 하나같이 쉽고 또렷이 가르쳤다

 명료하게 떠올랐다 → 뚜렷이 떠오른다 / 환하게 떠오른다

 명료히 드러나다 → 또렷이 드러나다 / 환하게 드러나다 / 잘 드러나다

 쉽게 좀 더 명료히 말해 봐라 → 쉽게 좀더 뚜렷이 말해 봐라


  ‘명료하다(明瞭-)’는 “뚜렷하고 분명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분명하다(分明-)’는 “틀림없이 확실하다”를 가리키고, ‘확실하다(確實-)’는 “틀림없이 그러하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명료하다 = 뚜렷하다 + 틀림없다’일 텐데, 낱말책은 ‘분명하다 = 틀림없이 + 틀림없다’처럼 풀이하니 엉뚱합니다. ‘깔끔하다·말끔하다·단출하다·단촐하다’나 ‘또렷하다·뚜렷하다·똑똑하다·또박또박·따박따박’으로 손봅니다. ‘삼삼하다·잘 보이다·환하다·훤하다·틀림없다’나 ‘쉽다·수월하다·손쉽다·호락호락’로 손볼 만합니다. ‘간추리다·추리다·짧다·짤막하다·잘’이나 ‘만만하다·밥먹듯·한입·홀가분하다’로 손보면 되어요. ‘몇마디·몇줄·외마디·한마디·한줄’이나 ‘테·테두리’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나는 그 청년들과의 교우를 통해 이른바 세상의 진보를 생각한다는 내가 오늘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가장 명료한 정신 가운데 하나를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 나는 그 젊은이하고 만나며 이른바 온누리 앞길을 생각한다는 내가 오늘 우리 삶터에 떠도는 가장 뚜렷한 넋 가운데 하나를 잊은 줄 깨달았다

→ 나는 그 젊은이랑 어울리며 이른바 온누리 앞빛을 생각한다는 내가 오늘 우리 터전에 퍼진 가장 똑똑한 넋 가운데 하나를 잊은 줄 깨달았다

《B급 좌파》(김규항, 야간비행, 2001) 234쪽


이제는 사실 꽤 명료한 답을 주었다

→ 이제는 꽤 또렷이 풀이해 준다

→ 이제는 여러모로 똑똑히 풀이한다

《수학의 수학》(김민형·김태경, 은행나무, 2016) 73쪽


어떻게 그렇게 명료하게 볼 수 있었을까

→ 어떻게 그렇게 뚜렷하게 볼 수 있을까

→ 어떻게 그렇게 환하게 볼 수 있을까

《아미쿠스 모르티스》(리 호이나키/부희령 옮김, 삶창, 2016) 119쪽


그 나긋함에 명료하지 않은 뭔가가 묻어나는 것이다

→ 나긋하지만 뭔가 또렷하지 않다

→ 나긋한데 어쩐지 흐릿하다

→ 나긋하다만 뭘 감추는 듯하다

《왜 학교는 질문을 가르치지 않는가》(황주환, 갈라파고스, 2016) 161쪽


그 얘기를 명료하게 하면 됩니다

→ 그 얘기를 뚜렷하게 하면 됩니다

→ 그 얘기를 똑똑하게 하면 됩니다

→ 그 얘기를 또박또박 하면 됩니다

《10대와 통하는 말하기와 토론》(고성국, 철수와영희, 2016) 26쪽


더 명료하게 하기 위해

→ 더 또렷하게 하려고

→ 더 뚜렷하게 하자면

→ 더 똑똑히 밝히려면

→ 더 환하게 따지자면

《소쉬르의 마지막 강의》(페르디낭 드 소쉬르/김성도 옮김, 민음사, 2017) 308쪽


나에 대한 것들을 내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게 되는 순간 삶은 조금 더 명료해집니다

→ 나를 내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면 삶은 조금 더 또렷합니다

→ 내가 나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면 삶은 조금 더 말끔합니다

→ 내가 누구인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 적에 삶은 조금 더 환합니다

《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페리테일, 예담, 2017) 142쪽


부연 설명이 필요할 때는 쉽고 명료한 문장으로 다시 쓴다

→ 곁들여야 하면 쉽고 단출히 다시 쓴다

→ 덧말을 달 적에는 쉽고 짧게 다시 쓴다

《심심과 열심》(김선희, 민음사, 2020) 25쪽


너무나 간단명료한 답에 순간 멍해졌다

→ 너무나 쉽게 대꾸하니 멍했다

→ 너무나 깔끔히 말하니 멍했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장명숙, 김영사, 2021)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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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2025.10.2. 지며리



  배움불굿(입시지옥) 한복판이던 열일곱 살(고1) 1991년에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첫 낱말부터 하나씩 읽고 새기면서 ‘수능 및 본고사 언어영역’을 익히다가 ‘지며리’라는 낱말을 만났다. 우리말꽃이 우리말 아닌 일본말과 중국말과 영어로 뒤범벅이라서 골아팠는데, ㅈ이 끝나갈 즈음 만난 ‘지며리’를 내내 새기고 되새기고 곱새기며 견뎠다. “그래, 고등학교 세 해쯤 지며리 싸워 주지.” 하고 혼잣말을 새겼다.


  1995년에 싸움터(군대)에 들어가고서 “그래, 이 불바다에서 지며리 참으며 살아남아 주지.” 하고 혼잣말을 했다. 얻어맞고 짓밟히고 추레질(성폭력)이 춤추어도, 싸움터에서 웃고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살아남아서 밖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 겪고 부대끼는 온갖 가싯길에서도 나를 버틴 한 마디는 ‘지며리’이다.


  워낙 고삭부리로 태어났기에 지며리 걷는다. 이제 고삭부리라는 애벌레몸은 벗었되, 둘레에 있는 모든 고삭부리 이웃과 동무를 헤아리면서 느긋이 찬찬히 웃으며, 그러니까 지며리 어깨동무로 나아가자고 다진다. 나는 빨리 안 걷는다. 아니, 나는 내 걸음으로 나아간다. 나는 어서어서 안 달린다. 아니, 나는 내 다리를 차분히 느끼면서 두바퀴 발판을 굴린다.


  나는 ‘굴레’라는 우리말을 쓴다. 어릴적 엄마시골에서 소가 쓴 굴레를 보았고, 소죽 끓이기를 도왔고, 소등에 올라타며 “미안해. 미안해. 너는 들일로도 힘든데 나까지 태워서 얼마나 힘들까.” 하고 울었다. 시골언니는 내가 다릿심도 모자라고 늘 앓아누우니 소등에 태우며 같이 놀았다.


  어느 이웃님이 ‘맨박스’란 영어를 쓰기에 뭔 소리인가 했더니, 아마 우리말 ‘굴레’를 가리키겠지. 요새 누가 소나 굴레를 보겠는가. ‘박스’야 날마다 볼 테지만. 굴레는 소한테뿐 아니라 사람도 스스로 뒤집어쓰는데. 꾸러미(박스)는 기쁨보따리(선물상자)처럼 열 수 있다만, 굴레는 그야말로 가두며 옭매는 그물인데.


  나는 “지며리 살림”을 그린다. 얼른 달리거나 껑충 뛸 마음조차 없다. 뭇이웃과 뭇풀과 뭇나무와 뭇새와 뭇나비와 나란히 노래하며 걷다가 날갯짓할 마음이다. 아마 새해 2026년에도 지며리 살림을 지을 이웃님하고 천천히 하루하루 걸을 테지. 이듬해 2027년에도, 앞으로 2030년이나 2050년이나 2100년에도 지며리 하루길을 가다듬을 테지.


  놀라운 길이 아닌 차분히 돌보는 보금자리를 그린다. 누구나 마당에 나무를 심으면서 하루를 열고 닫기를 빈다. 같이가는 길을 그린다. 함께서는 골목을 바라본다. 나란나란 뭉게구름으로 피어올라서 빗방울을 촉촉히 뿌리는 살림을 내다본다. 해는 지며리 뜨고 진다. 비바람은 지며리 찾아든다. 별빛은 밤마다 지며리 드리우면서 가만히 밝힌다. 새는 지며리 사람 곁으로 다가와서 노래한다. 너는 지며리 나를 마주보고, 나는 지며리 너를 마주하면서 싱긋싱긋 웃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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