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글쓰기


 인천에서 살다가 또다시 인천을 떠나 산골마을로 거듭 들어가서 지낸다. 인천에서 지낼 때에 늘 글을 쓰다가 또다시 인천을 떠나 산골마을에 들어와서도 글을 쓴다. 이제는 동네마실이 아닌 인천마실이 된다. 인천 골목동네를 찾아가자면 인천나들이가 된다. 혼자서 인천으로 찾아와도 만만하지 않고, 식구들 다 함께 찾아와도 꽤 벅차다. 시골집으로 옮긴 지 얼마나 되었나 싶지만, 시골집에서 지내는 느낌이 하루하루 쌓이면서 도시로 마실을 나올 때마다 몸이 퍽 무겁고 힘들다. 도시로 식구들 함께 나들이를 나왔을 때에는, 시골집에서 하듯 으레 새벽 서너 시쯤이면 홀로 조용히 일어난다. 촛불이든 작은 불이든 켜고 책을 읽거나, 작은 셈틀을 꺼내어 글을 쓴다. 올해에는 모기가 없다고들 하지만 도시로 나들이를 나와 바깥잠을 자는 우리들은 모기한테 시달린다. 책을 읽든 글을 쓰든 하느라 모기장 밖으로 나와서 움직이는 애 아빠는 모기한테 좋은 밥이 된다. 모기들은 살 판이 나고 애 아빠는 죽을 맛이 난다. 그렇다고 더 드러누워 잠들고 싶지는 않고, 더 드러누워 잠들 수 없기도 하다. 조금 더 바지런을 떨어 글줄 하나라도 끄적이며 밥벌이를 삼아야 한다. 그러나, 애써 써대는 글줄이 모두 밥벌이가 되지는 않는다. 입으로는 밥벌이를 하느라 글을 쓴다고 외기는 하나, 글을 쓰는 동안에는 이 글을 내가 내 삶으로 삭여내어 적바림할 이야기 하나로만 여긴다. 정작 따지고 본다면, 밥벌이를 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 내 삶을 적바림하고 싶어 쓰는 글이다. 이런저런 글 가운데 다문 한 가지쯤 밥벌이 구실을 할 글이 나올까 말까 할 뿐이다. 살림돈은 바닥을 보이고, 써대는 글은 돈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따로 살림돈을 벌어들일 일거리를 찾지 않을 뿐더러 찾을 수조차 없다. 집식구를 돌보고 아이하고 복닥여야 하니까. 홀로 느긋하게 살아가며 글을 써대던 지난날을 날마다 그리워 한다. 그렇지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굳이 예전으로 돌아갈 마음은 없다. 살림과 글쓰기와 아이키우기로 고단하다 못해 모기한테까지 밥을 주어야 하는 몸이지만,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며 지난날 내 글을 돌아보노라면 온통 고치거나 손질할 곳투성이라고 느낀다. 날마다 새 글을 몇 꼭지씩 쓰기는 하지만, 예전에 쓴 글을 몇 꼭지씩 고치거나 손질한다. 아마, 앞으로 몇 해쯤 뒤에는 오늘 내가 쓴 글을 또 고치거나 손질해야 할 테지. 그런데 집식구하고 부대끼거나 아이하고 복닥이지 않으며 홀로 살아가던 때에는 내 예전 글을 고친다든지 손질한다든지 하지 않았다. 늘 새 글을 더 많이 쓰느라 몹시 바빴다. 그저 쏟아내기만 하고, 그예 쏟아붓기만 했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쏟아내고 쏟아부었기에 꽤 많다 할 만큼 자료를 모은 셈인데, 자료는 많아도 잘 갈무리되지 못했다면 나부터 옳게 쓰기 힘들다. 그러니까, 요즈음은 하루에 두어 꼭지 글을 가까스로 일구는 고달픈 나날이라 하지만, 이렇게 가까스로 영글어 놓은 두어 꼭지 글은 앞으로 한동안 더 고치거나 손질할 곳이 그리 안 많을 수 있다. 어쩌면 더 손볼 구석이 없을 수 있겠지. 이제껏 쓴 글은 거의 머리를 써서 글을 일구었다면, 요즈음 쓰는 글은 온몸을 바쳐 글을 영글어 놓으니까. (4343.8.14.처음 씀/4343.11.20.흙.고쳐씀.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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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우개를 전화기처럼 귀에 대고 노는 돼지. 

- 2010.11.13.

 

 덤 : <짝꿍 바꿔 주세요>를 아주 좋아하는 돼지. 벌써 몇 번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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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추 꿰는 마음


 스물여덟 달을 사흘 넘긴 아이가 아침부터 속옷을 들추더니 단추를 하나하나 끌른다. 속에 입은 옷은 단추로 꿰도록 되어 있는데, 일부러 스스로 단추를 끌른다. 날이 따뜻하지 않은데 이렇게 단추를 끌르면 안 되니 “녀석아, 단추를 자꾸 끌르면 어떡해. 단추를 채워야지.” 하고 이야기한다. 아이는 신나게 단추를 끌르다가 “채워? 단추 채워?” 하더니 단추를 다시 채우려 한다. 끙끙 용을 쓰다가 드디어 맨 밑 단추 하나를 채운다. 어, 어라? 단추를 채웠네? 이 녀석, 드디어 단추를 채울 줄 알았구나.

 아이한테 나머지 단추도 채워 보라 하고는 아빠는 다른 일을 한다. 조금 뒤에 보니 아이가 나머지 단추까지 모두 채웠다. 이런, 더 대단한 일이잖아. 단추를 채우기까지 스물여덟 달이 걸린 셈이니? 아니, 첫 단추 하나를 꿰자마자 막바로 다른 단추까지 꿰어 냈구나. 아이야, 참 대단한 일을 했구나.

 아이는 용을 쓰며 채운 단추를 다시 끌른다. 뭐니? 또 왜 끌르니? 가만히 지켜본다. 옳거니. 아이는 제가 처음으로 단추 꿰기를 해낸 줄 모른다. 다만, 저 스스로 단추를 꿰었다가 끌렀다가 되풀이하는 놀이를 하는가 보다. 아빠나 엄마가 노상 해 주던 단추 꿰기랑 끌르기를 저 스스로 해 보고 싶은가 보다. 요사이는 날마다 새로운 말을 아빠한테서나 엄마한테서나 배워 곧잘 따라하는데, 손놀림이 퍽 좋아졌기에 이처럼 단추를 꿸 수 있겠지.

 스물여덟 달. 아빠로서는 참 기나긴 나날이다. 아이하고 함께 살아오며 갖은 뒤치닥거리를 도맡으며 보낸 스물여덟 달은 얼마나 긴가. 그러나 앞으로 살아낼 나날은 훨씬 길겠지. 앞으로는 스물여덟 달뿐 아니라 스물여덟 해, 또는 쉰여섯 해를 아이랑 함께 살아갈는지 모른다. 이동안 아이와 함께 살아내며 새롭게 깨닫거나 새삼스레 마주할 기쁜 눈물과 웃음은 얼마나 많을까. 아마, 날마다 새로운 눈물과 웃음이겠지. 언제나 새삼스러운 기쁨과 슬픔일 테지. 아이야, 오늘 코 자면 이듬날은 금왕읍 장날이니까, 날이 너무 춥지 않으면 함께 자전거 타고 마실을 다녀오자. (4343.11.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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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와 책읽기


 애 아빠 혼자 서울로 볼일을 보러 가던 어느 날,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시골버스 타는 데까지 헐레벌떡 달려간다. 때 맞추어 겨우 시골버스를 잡아탔고, 면에 있는 시외버스 타는 데에 닿아 서울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겨울을 앞두었으나 따사롭게 햇살이 내리쬔다. 논둑길을 달리느라 흠뻑 젖은 등판은 아직 마르지 않는다. 버스에 탄다. 햇살이 잘 비치는 자리에 앉는다. 여느 날 시골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거의 다 빈자리. 시골에는 사람이 참 적다.

 햇살을 마음껏 느끼며 버스에서 책을 읽는다. 여름에는 이 창문을 열며 햇살을 더 듬뿍 받아들이고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여름날 시외버스에서는 에어컨 바람만 쐬어야 한다. 시골버스에서도 들판이나 멧등성이를 타는 바람이 아닌 에어컨 바람을 쐬어야 하기 일쑤이고.

 한참 신나게 책을 읽는다. 아이랑 복닥이지 않으며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호젓한가. 이 얼마나 한갓진가. 새삼스레 홀가분하다고 느끼면서, 집에서 아이랑 홀로 복닥일 애 엄마가 걱정스럽다. 어린이들이란 얼마나 기운이 넘치는가. 엄마랑 아빠 둘이 애 하나 보듬기에 벅차다. 아이한테 동생이나 언니가 많다면 그럭저럭 수월하려나. 서로서로 함께 놀 테니까. 빨랫감은 잔뜩 나올 테고, 밥거리 장만하자면 죽어날 테지만, 다른 때에는 좀 느긋하려나.

 시외버스가 서울하고 가까워질수록 속이 메스껍다. 이제는 시외버스를 타고 삼십 분쯤 지나면 메스껍고 더부룩하며 고단하다. 머리가 핑핑 돈다. 책을 덮고 한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숨을 고른다. 딱히 나아지지 않는다. 도무지 안 되겠다 싶어 책을 가방에 넣는다. 머리끈을 풀고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댄다. 눈을 감고 잠을 부른다. 흔들흔들 시외버스는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하고 누가 더 빨리 달리나 내기를 한다. 잠은 들지 못하고, 속은 더 메스꺼우며, 머리는 더욱 핑핑 돈다. 처음 버스를 타는 십 분이나 이십 분 동안 겨우 책을 읽을 수 있는가. (4343.11.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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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감는 마음


 아침에 빨래를 할 때에 머리를 감는다. 겨울이니 따순 물이 나오도록 튼 다음, 찬물이 나오는 동안 머리를 감는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다가 아침을 맞이했으면 이대로 잠이 들지 않기를 바라며 찬물로 머리를 감고, 아침에 조금 눈을 붙인 다음 일어나서 빨래를 할 때에는 얼른 잠이 깨라며 찬물로 머리를 감는다.

 아이 머리를 감길 때에 지난달 즈음부터 아이를 세운 채 감길 수 있다. 아이가 머리를 푹 숙이도록 하며 머리를 감기면 애 아빠로서는 몹시 수월하다. 그러나 아이는 이런 머리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애 아빠가 쪼그려앉은 다음 허벅지에 아이를 살며시 눕힌 다음 아이 고개를 왼손으로 잘 받치면서 감겨야 좋아한다. 아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따땃한 물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려가는 느낌을 맛보지 않나 싶다. 눈을 지그시 감은 아이 머리에 물을 끼얹고 비누를 살짝 발라 비비면서 이마에 쪽 뽀뽀를 한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 일은 거의 떠오르지 않으나, 어머니가 나를 이렇게 허벅지에 눕힌 채 머리를 감겼던 일은 떠오른다. 지난날 내 어머니는 내 머리를 감겼고, 이제 나는 내 아이 머리를 감긴다. (4343.11.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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