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와 책읽기


 애 아빠 혼자 서울로 볼일을 보러 가던 어느 날,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시골버스 타는 데까지 헐레벌떡 달려간다. 때 맞추어 겨우 시골버스를 잡아탔고, 면에 있는 시외버스 타는 데에 닿아 서울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겨울을 앞두었으나 따사롭게 햇살이 내리쬔다. 논둑길을 달리느라 흠뻑 젖은 등판은 아직 마르지 않는다. 버스에 탄다. 햇살이 잘 비치는 자리에 앉는다. 여느 날 시골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거의 다 빈자리. 시골에는 사람이 참 적다.

 햇살을 마음껏 느끼며 버스에서 책을 읽는다. 여름에는 이 창문을 열며 햇살을 더 듬뿍 받아들이고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여름날 시외버스에서는 에어컨 바람만 쐬어야 한다. 시골버스에서도 들판이나 멧등성이를 타는 바람이 아닌 에어컨 바람을 쐬어야 하기 일쑤이고.

 한참 신나게 책을 읽는다. 아이랑 복닥이지 않으며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호젓한가. 이 얼마나 한갓진가. 새삼스레 홀가분하다고 느끼면서, 집에서 아이랑 홀로 복닥일 애 엄마가 걱정스럽다. 어린이들이란 얼마나 기운이 넘치는가. 엄마랑 아빠 둘이 애 하나 보듬기에 벅차다. 아이한테 동생이나 언니가 많다면 그럭저럭 수월하려나. 서로서로 함께 놀 테니까. 빨랫감은 잔뜩 나올 테고, 밥거리 장만하자면 죽어날 테지만, 다른 때에는 좀 느긋하려나.

 시외버스가 서울하고 가까워질수록 속이 메스껍다. 이제는 시외버스를 타고 삼십 분쯤 지나면 메스껍고 더부룩하며 고단하다. 머리가 핑핑 돈다. 책을 덮고 한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숨을 고른다. 딱히 나아지지 않는다. 도무지 안 되겠다 싶어 책을 가방에 넣는다. 머리끈을 풀고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댄다. 눈을 감고 잠을 부른다. 흔들흔들 시외버스는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하고 누가 더 빨리 달리나 내기를 한다. 잠은 들지 못하고, 속은 더 메스꺼우며, 머리는 더욱 핑핑 돈다. 처음 버스를 타는 십 분이나 이십 분 동안 겨우 책을 읽을 수 있는가. (4343.11.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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